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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56

< 천기마선 (2) >

강환계 신수의 정점인 용에는 크게 두 계파가 있었다.

혈통에 따라 처음부터 용으로 태어나 성장하는 오룡(五龍)의 일족과 오랜 수행 끝에 자격을 얻어 승천한 후천적인 용.

하지만 그 두 계파 사이엔 딱히 이렇다 할 능력의 격차가 존재하지 않았다.

오룡의 핏줄 속에는 긴 세월 꾸준히 누적되어 온 신비가 깃들어 있었으나, 천 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힘들다는 등용문(登龍門)을 오로지 스스로의 힘만으로 오른 이들도 그 역량은 결코 꿀리지 않았던 것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날 때부터 귀족인 이와 자수성가하여 일가를 이룬 재벌 정도로 구분할 수 있겠지.

문제는 그들 사이에서도 어쩔 수 없는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용신의 후예라는 이름하에 모든 면에서 우대받으며 오랫동안 기득권으로 군림해 온 오룡의 일족.

그와 대등한 위치까지 올라왔음에도 대우 자체는 다른 신수들과 딱히 다를 바 없는 등용문 출신.

그들 간의 차별은 환계(幻界)를 통치하는 금오도의 수뇌부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금오도는 다양한 신수와 요괴들의 연합체인 만큼 시대에 따라 수뇌부의 구성원도 바뀌지만, 보통 그 인원은 열에서 열둘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거기서 거의 과반에 가까운 다섯 석은 항상 오룡의 고정석이었으니.

게다가 명색이 연합체인데 용들만이 모든 자리를 차지할 수도 없었던지라, 결국 수뇌부에 오를 수 있었던 등용문 출신은 고작 응룡(應龍) 하나뿐.

남은 자리는 기린과 현무, 구미호 등 용이 아닌 이들이 골고루 나눠 가지게 되었다.

그런 상황이었으니 당연히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러나 명색이 오랜 수행을 거쳐 한계를 넘어선 존재들답게 등용문을 거쳐 용이 된 이들은 딱히 이렇다 할 불평을 표출하지 않았다.

그들 대부분의 성향이 그런 감투 같은 것보다는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에 치중되어 있던 게 컸겠지.

다만, 모두가 그랬던 건 아니었다.

세상엔 ‘그’와 같은 돌연변이도 있었으니까.

‘모두 병신들인가? 어째서 이 부조리를 그냥 받아들이고 넘어가는 거지?’

그는 도저히 지금의 현실을 용납할 수 없었다.

용신의 피를 이은 일족이니 그 정도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그렇게 치면 그도 용신의 자손인 건 마찬가지였다.

비록 정통을 잇는 오룡들과는 달리 열화를 거듭한 사생아나 다름없는 핏줄이었지만···.

등용문을 올라 진정한 용으로 인정받기 전까진 용종의 일원이었음에도 일개 요괴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았다지만!

‘그랬는데···.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수천 년의 수행 끝에 힘들게, 정말 힘들게 여기까지 기어 올라왔다.

그런데 겨우 그딴 이유로 누군가가 자신의 머리 꼭대기에 서 있는 걸 얌전히 바라보고 있어야만 한다니?

그 외에도 은연중에 만연한 온갖 차별을 마주할 때마다 온몸에서 두드러기가 이는 기분이었다.

답답함에 수뇌부의 일원인 응룡을 찾아가 봤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한 태도로 그를 바라보며 오히려 수행이 부족하다고 타박할 뿐.

‘내가 이상한 건가? 저들이 옳고 내가 틀린 건가?’

그날 이후로 수도 없이 고민해 봤으나 역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신이 잘못된 건 없었다.

그러는 동안 남다른 향상심과 욕망을 연료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그의 내면에서 반항심이 급속도로 팽창하며 변질되기 시작했다.

‘아니, 잘못된 건 편애와 차별을 일삼는 저들이다. 나 또한 용신의 피를 이은 후예. 나에겐 정당한 권리와 자격이 있어.’

자기 힘으론 어찌할 수 없는 체제에 대한 분노.

그와는 달리 모든 혜택을 누리는 이들에 대한 질투.

자신에게 없고 영원히 닿을 수도 없는 것에 대한 탐욕.

‘그러니까— 이건 개혁을 위해 꼭 필요한 희생이다.’

순식간에 자라난 심마(心魔)가 어찌할 틈도 없이 그를 집어삼켰다.

하지만 그는 그것에 전혀 저항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순응했고···.

그대로 폭주하며 절대 돌이킬 수 없는 금기를 범했다.

콰드득— 콰득—!

자신에게 없다면 빼앗으면 그만.

갓 여의주를 완성해 한창 들떠있던 순진한 어린 적룡을 꼬드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설마 환계 안에서 같은 용이 자기를 해할 리가 없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으니까.

‘멍청하게도.’

머리가 두 개가 된 그는 새로운 머리를 몸속에 감추고 작업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이전에 비해 확연히 힘이 늘어났기에 그 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이, 이게 무슨 짓···! 커헉!]

머리가 세 개가 되었다.

힘의 성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가파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이 방법을 사용할 것을.

그간 허송세월한 시간이 아까워 미칠 지경이었다.

[이런 짓을 하고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

머리가 네 개가 되었다.

역시 생각대로 효과는 발군이었다.

힘이 강해지니 사냥할 수 있는 목표의 수준도 점차 올라갔고, 누구를 노릴지에 대한 선택지도 더 다양해졌다.

‘이런 걸 선순환이라고 하는 거겠지.’

기존의 녹색 머리를 중심으로 붉은색, 검은색, 흰색의 머리가 제각기 여의주를 문 채 고개를 비틀며 아우성을 쳤다.

아무래도 아직은 길이 덜 든 모양.

당분간은 조금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렇게 생각했거늘.’

상황이 좋지 않아졌다.

아무리 여의주를 완성하며 성인식을 마친 이들이라 해도, 나이가 그리 많지도 않은 젊은 용들이 갑작스레 셋이나 종적을 감췄으니 의심을 살 수밖에 없지 않나.

조금 일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젠장.’

머리가 다섯 개가 되었지만 상황은 점차 최악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금오도의 조사대가 시시각각 숨통을 조여 왔다.

나름 철저하게 대비를 갖추고 일을 벌였다고 생각했는데, 조사대의 움직임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랐다.

‘끝까지 방해하다니! 이제 황룡만 남았는데···!’

아직 확실히 들키진 않았으나 이제 그건 시간문제에 불과했다.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었다.

들키건 말건 속전속결로 일을 벌이고 이곳을 벗어나는 수밖에.

경계가 삼엄해지면서 평소처럼 만만한 젊은 용을 노리는 건 도저히 무리였다.

지금은 다소간의 모험이 필요한 순간.

그는 사건을 조사하던 완숙한 황룡 하나를 유인해 습격했다.

[네놈! 어떻게 이런 힘을···!]

그간 나이가 어린 용들만을 노린 탓에 상대가 방심한 건지, 아니면 그간 포식을 통해 급성장한 힘이 예상보다 더 대단했던 건지.

그는 생각했던 것보단 수월한 싸움 끝에 결국 황룡을 잡아먹고 여섯 번째 머리를 완성할 수 있었다.

[허어— 이제 정말 괴물이 되어 버렸구나. 어째서 이런 짓을···.]

[완전히 마에 집어삼켜졌네요. 그동안 정체를 숨기고 있었던 게 용할 지경입니다. 그동안 저희가 너무 풀어져 있었군요.]

[쯧, 놈의 뿌리 때문이겠지. 이래서 아무나 받아들이면 안 되는 건데.]

그 대가로 완전히 정체가 들통난 건 물론이고, 어느새 몰려온 이들에게 완전히 포위당해 버렸지만.

그가 벌인 일을 어지간히 심각하게 보고 있었는지 수뇌부 중에서도 청룡과 흑룡, 적룡 셋이 직접 나서기까지 했을 정도.

그 압도적인 전력에 모두는 그것으로 이 사태가 깨끗하게 정리되리라 생각했다.

끝내 이 천인공노할 참극을 벌인 저 마룡(魔龍)이 토벌되고 모든 것이 평화롭던 때로 돌아갈 것이라고.

[크핫! 뿌리? 뿌리라고? 가소롭기 짝이 없구나! 네놈들이 그런 말을 하다니!]

하지만 상황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갔다.

고오오오—

육두룡의 전신에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기운이 활화산처럼 터져 나왔다.

단순히 용 여섯을 더한 정도가 아닌, 무언가를 완성하며 아예 격 자체가 한계를 넘어서 버린 것처럼.

[그래, 마침 고작 다섯으로 그치기엔 아쉬운 참이었다. 이왕 시작한 거 아예 너희 오룡을 모조리 먹어 치워 주마!]

원래라면 아무리 용을 다섯이나 포식했어도 그 힘을 온전히 흡수할 수는 없어야 정상이었다.

타인의 힘을 갈취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어쩔 수 없는 손실도 그렇고, 무엇보다 용이 신통력을 발휘하는 매개체인 여의주는 하나만 사용하는 게 오히려 더 나을 정도로 여러 개를 쓸 때 효율이 폭락해 버리는 기물이었으니까.

[생각해 보니 그거야말로 가장 확실한 방법이구나! 이 세상에서 오룡이 모두 사라진다면, 그 개 같은 ‘용신의 후예’를 전부 집어삼켜 소화해 버린다면···!]

다만 변수라면, 용이 되기 전 그의 근간에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사생아라곤 해도 그 또한 용신의 핏줄을 잇는 존재.

그것도 단순히 혈통에 의지한 것만이 아닌, 수천 년의 수행 끝에 스스로의 자격을 증명한 건 물론 용들의 업을 갈취해 핏속의 힘을 강제로 일깨운 존재였다.

[···나야말로 용신의 유일한 적자가 될 테니!]

그의 기원은 ‘탐(貪)’.

세상의 모든 것을 먹어 치우고 자기 자신마저 먹어버렸다는 설화 속의 괴물이었다.

***

“그래서요? 그다음은 어떻게 됐나요?”

“···상대의 전력을 과소평가했던 게 문제가 됐죠. 당대의 적룡을 비롯해 많은 분이 전사하시고, 청룡과 흑룡께서도 상당한 부상을 입으시면서 은퇴하셔야 했으니까요. 물론 그 탐룡도 머리 여럿을 잃고 간신히 목숨만 부지한 채 도망치긴 했지만요.”

초롱초롱 눈을 빛내는 호루스의 재촉에 청룡이 어린아이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물론 따지고 보면 진짜 옛날이야기이긴 했다.

못해도 오륙십 년은 훌쩍 지난 일이었으니.

“그런데 호루스, 갑자기 이건 왜 물어보시는 거죠? 호루스가 이렇게까지 관심을 보인 주제는 상당히 드문 것 같은데.”

한창 이야기를 이어가던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호루스에게 되물었다.

물론 그때의 사건은 금오도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기도 했다.

그 난리를 계기로 이후 수많은 차별과 갈등에 대한 쇄신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졌으니까.

···다만 그 개혁안은 번천회주가 일으킨 혈사로 용을 비롯한 금오도의 구성원들이 무더기로 죽어 나간 지금은 굳이 필요 없어진 상태였다.

자칫하다간 멸망할지도 모를 이 위기 상황은 차별이고 나발이고 모든 이들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만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에헤헤··· 단순히 용심을 재건하는 게 끝은 아닐 테니까요? 나쁜 놈들에 대한 정보도 미리미리 알아 둬야죠. 그 못된 용도 지금쯤 아주 나쁜 계획을 세우고 기회만 노리고 있을 거예요!”

“···그렇겠죠. 맞아요. 어째서인지 그동안은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순 없죠.”

그의 말에 뭔가 깨달은 듯 청룡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그녀의 손은 그의 부드럽고 가느다란 머리칼을 조심스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호루스에게 크게 하나 배웠네요. 그간 코앞에 닥친 일에 급급해서 그쪽 일은 조금 제쳐둔 감이 있었는데, 이참에 그자에 대한 대비도 세워둬야겠어요.”

“엣헴!”

“후훗. ···물론 일손이 많이 부족하긴 한데. 그래도 나중에 큰 문제로 번지는 것보단 과로로 쓰러지는 게 낫겠죠.”

정성을 다해 호루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도 살짝 눈을 감고 상념에 잠긴 청룡.

고뇌에 빠진 그녀의 모습에 우쭐한 태도로 어깨를 으쓱이던 호루스가 입맛을 다시며 슬쩍 시선을 돌렸다.

‘···그랬단 말이지? 어떻게 멀쩡한 차원이 없는 것 같네. 아우테리카에서는 인간의 신이라는 놈이 말썽이더니, 여기서는 용신의 사생아라는 녀석이 개판을 치고 말이야.’

물론 강환계에 치명타를 날린 건 번천회주이긴 했으나, 그때도 마교의 군사로 있던 야율환의 영향이 적진 않았을 것이다.

거기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놈도 아우테리카의 불사왕급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지 않던가?

‘잘려 나갔다는 다른 머리들도 멀쩡한 걸 보니 그동안 회복도 모두 끝마친 것 같고. 그러고 보니 마교 본산에도 용의 사체는 하나도 없더라니, 그놈이 전부 먹어 치워서 그랬던 건가?’

번천회주와 천마도 그가 요괴라는 건 알고 있었을 테니 포식 행위도 어느 정도 용인했을 것이다.

물론 직접 사냥한 게 아닌 이상 업의 갈취에도 한계가 있어 이야기로 들었던 것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하진 않았겠지.

그로서는 다행스럽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암, 그래도 지금 정도 수준이면 상정했던 범위 안이니까.’

호루스가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즈넉한 분위기가 감도는 이곳, 환계의 금오도 본부가 아닌···.

한창 격전이 오가고 있는 전장.

마경이라 불리는 땅 한복판에서 일어나는 치열한 싸움을 바라보면서.

***

[크아악—! 이 벌레들이! 귀찮게 하는구나!]

천둥 같은 괴성이 울려 퍼지며 사방으로 폭풍이 휘몰아쳤다.

쿠르르릉—!

그 안에 담긴 격렬한 감정의 파동에 경지가 부족한 이들이 울컥 피를 토하며 비틀거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진득한 심연의 기운에 뒤덮인 언데드 군대는 에너지의 격류에 잠깐 멈칫했을 뿐.

이내 별다른 반응 없이 기계적으로 움직이며 적들을 일소해 나갔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마교도들만이 받는 상황이었지만, 그런 상황을 짐작하면서도 육두룡은 도무지 침착하게 대응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크오오오오——!]

때마침 전면에서 그의 노성에 대응하는 듯한 사나운 포효가 터져 나왔다.

도저히 생명체의 것이라고는 볼 수 없는, 진득한 죽음의 기운이 담긴 울음소리.

콰아아앙—!

그 직후, 이미 몇 번이나 겪어보았던 파괴의 물결이 그에게로 쏟아져 내렸다.

[크으! 어림없다!]

여섯 개의 여의주가 일제히 빛을 발하며 그에게로 향하는 공세가 약화되고, 비틀리며, 흩어지다가 결국 방어막을 뚫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이미 몇 번째나 반복된 공방.

그러나 지금 이 상황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뭐냐, 대체! 저놈은 대체 뭐 하는 놈이기에···!’

육두룡의 여섯 개의 머리가 일제히 으르렁거리며 사방을 노려보았다.

그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싸움을 시작한 직후, 마교도들이 급히 뒤로 물러나면서 주변엔 이미 사자(死者)만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것도 하나같이 진득한 죽음의 기운을 흩뿌리는 최정예의 괴물들만이.

‘일대일이었다면 바로 박살을 내 버렸을 텐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날개 달린 거대한 도마뱀의 해골.

그와도 엇비슷할 정도로 커다란 덩치를 가지고 있는 그것은 방금 전 공격을 쏟아부은 장본인이었다.

크기를 이용한 육탄전도 불사하며 틈만 나면 죽음의 숨결을 내뱉는 까다로운 적수.

거기다 상대는 그것 하나만이 아니었다.

생전 처음 보는 흑강시들은 물론 눈에 익은 요괴 강시들마저 호시탐탐 주변을 맴돌며 그의 빈틈을 노리고 있었다.

하나같이 짙은 죽음이 깃든 치명적인 기운을 온몸에 두른 채.

그래,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이 저주받을 기운은 마르지도 않는단 말인가!’

그들의 몸을 감싼 불길한 검은 불꽃은 살아있는 존재에겐 극독이나 다름없었지만, 사자에겐 무엇보다도 훌륭한 무기가 되었다.

공격력과 방어력을 비롯한 모든 지표가 폭증하는 건 물론, 전신이 박살 나는 손상을 입더라도 순식간에 회복하며, 생자에게는 닿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

그야말로 공방일체가 완벽한 최고의 무기.

‘큭, 홧김에 먹어버리는 게 아니었거늘!’

그리고 그는 그 효과를 누구보다 생생하게 체험하고 있는 당사자였다.

아무리 부숴도 부숴도 계속 재생하기에 짜증 나서 흑강시 몇 구와 해골 도마뱀의 신체 일부를 집어삼켜 버렸는데···.

꾸르륵—

그의 거대한 뱃가죽 속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소리.

여태 무언가를 먹고 탈이 나 본 적이 없는 그는 생전 처음으로 배탈이라는 것을 경험하고 있었다.

‘크윽!’

애초에 체내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흡수하기에 배변은커녕 항문조차 없는 그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상황.

물론 탐식의 권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것조차 시간이 지나면 결국 가라앉겠지만···.

“크크큭— 상당히 괴로워 보이는구나? 그러니 아무거나 함부로 주워 먹으면 안 되지.”

[끄으··· 네놈···!]

문제는 당장 그에게 그런 여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귓가에 들려오는 이 모든 일의 원흉의 목소리와 함께—.

콰아아아앙—!

쿠르릉—

어느새 사방을 감싼 기묘한 문양들에서 재차 파괴의 물결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사슬, 번개, 불꽃, 가시, 송곳니, 야수, 도끼 등···.

쉽게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죽음의 형태를 한 채로.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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