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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56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6)

손을 쓰다듬던 사내, 무극교단의 대호법 전명훈과 마주친 진마열은 눈을 찌푸렸다.

눈앞의 사내에게서 느껴지는 은은한 인력.

‘합체기인가.’

그러나 진마열은 걱정하지 않았다.

‘아직 영역을 잘 제어하질 못하는 걸 보니 합체기에 도달한 지 얼마 안 된 애송이다. 걱정할 건 없어.’

스릉―

그는 자신의 본명법보인 열하쇄겸(裂罅鎖鎌)을 꺼내 들며, 영역을 전신에 둘렀다.

촤랑, 촤라랑!

옥빛의 주술 문자가 사슬 곳곳에 새겨진 흑색의 사슬낫을 쥔 그가 주언을 외자, 그의 모습이 반투명해졌다.

영역을 허공간에 반쯤 겹쳐, 언제든지 은신을 사용할 수 있고 상대의 공격을 다른 곳으로 흘릴 수 있는 그만의 비술이었다.

진마열은 그대로 자신의 열하쇄겸을 전명훈에게 날렸다.

‘합체 초기 애송이들은 영역에 균열을 내 주면 정신을 못 차리지!’

빛살과도 같은 속도로 날아간 열하쇄겸이 전명훈에게 닿으려는 순간이었다.

“…!”

콰지지직!

진마열은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여긴, 상공? 내가 왜 날아와 있는 거지? 그리고….’

그가 생각을 끝마치기도 전, 전신에서 적뢰가 흐르는 육비 거신이 그의 위쪽에 나타났다.

육비 거신의 손에는 칠색의 뇌전이 잡혀 있었다.

“잠….”

꽈지지지직!

진마열은 다시금 땅에 처박혀 피를 토했다.

‘뭐, 뭔가 잘못됐어!’

부웅!

“크윽…!”

그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저 위쪽에서부터 떨어져 내리는 전명훈을 피해 황급히 굴렀다.

콰아아앙!

전명훈이 여섯 개의 팔로 땅을 내리찍었고, 진마열은 뒤로 물러간 후 사슬낫을 움직였다.

그러나 바로 그때였다.

쿠구구구구!

“뭣…!”

갑자기 땅이 기울어졌다.

진마열은 의식 영역을 통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귀물들의 천공도가, 반으로 갈라졌다!’

쿠구구구구!

저 뒤쪽에서 ‘뭔가’들이 눈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격돌하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는 그 틈에서 얼핏얼핏 보이는 황금빛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놈이다! 지난번에 내 본명법보를 훔쳐간 도둑놈!’

뿌드득―

저 가공할 속도는 잊을 수가 없었다.

진마열이 애지중지하던 육도(毓刀) 혈과(血果)를 훔쳐 간 정복왕의 동료!

그는 예의 그 ‘도둑놈’과 대등한 속도로 맞서 싸우는 ‘뭔가’를 흘긋 보며 생각했다.

‘저 도적놈이 대등하게 싸우는 걸 보니, 내게서 훔쳐 간 내 애병도 같이 뽑아 놓고 싸울 터. 기회를 봐서 내 본명법보도 되찾아야겠군.’

그리고, 그가 생각을 마치기가 무섭게 시뻘건 적뢰가 그를 향해 날아왔다.

콰아아앙!

그러나, 일순간 폭발이 일어났다.

전명훈은 흠칫 놀라며 자신의 뇌전을 막아 낸 진마열을 노려보았다.

진마열의 오른손엔 그의 법보인 열하쇄겸이 들려있었고, 그의 외손에는 그의 왼손에서 튀어나온 뼈와 살, 근육들이 뭉쳐서 골육(骨肉)으로 된 괴검(怪劍)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거 미안하군. 단순히 합체 초기일 거라 판단했다만, 꽤 특이한 공법을 익혀서 중, 후기 이상의 실력인 것 같은데….”

씨익

진마열이 웃으며 말했다.

“진심으로 상대해 주마.”

쿠구구구구!

그의 전신에서 어마어마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전명훈은 아주 찰나였지만, 눈앞의 진마열에게서, 예전 서은현에게서 느꼈던 소름 끼치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투보(鬪步), 제이계(第二界).”

그의 손에 들린 괴검에 영역이 덧씌워진다.

다음 순간, 진마열은 공간을 접어 달리며 전명훈의 코앞까지 쇄도해 왔다.

콰지지직!

전명훈의 뇌창과 진마열의 괴검이 부딪혔고, 폭발이 일어났다.

전명훈은 저릿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네놈, 방금 그건….]

“본 투귀족의 전통 제례에서 익히는 투무(鬪舞)의 일종이지. 일정 경지 이상을 익히면 이렇게….”

부웅!

다시금 그가 전명훈에게 달려들어 괴검을 휘둘렀다.

전명훈은 괴검에 뇌창을 가져다 대며 방어했으나, 그의 괴검은 서은현의 무형검처럼 괴악하게 구부러지며 전명훈의 몸을 긁었다.

전명훈은 눈을 찌푸렸다.

뇌속으로 움직이는 그의 눈에 진마열의 검이 움직이는 궤도가 보였었다.

그의 검은 그의 몸과 연결되어 살아 있는 듯이 움직이며, 허공에서 ‘매 순간’ 변화했다.

허공의 기류 하나하나를 읽어 내며, 매 순간 최선의 선택지를 읽어 내는 것이었다.

전명훈은 진마열을 보며 짜증 난다는 듯이 이를 갈았다.

[…짜증 나는 놈이 생각나는군.]

“하하, 그래서 뭐 어쩔….”

[심심풀이로 튀겨 죽일 생각이었다만, 생각이 바뀌었다.]

콰직, 콰지지지직!

전명훈의 육비에서 휘몰아치던 칠색의 뇌전이, 하나의 색으로 통합되기 시작했다.

시뻘건 적뢰!

진마열은 뭔가 잘못됐단 걸 느꼈다.

[전력을 다해 짓밟아 주마…!]

콰지지지지직!

전명훈이 여섯 개의 팔을 뻗자, 사방팔방으로 뇌창이 난사되었다.

콰르르르릉!

적뢰가 꿈틀거리며 진마열을 추적했다.

콰지지지직!

뇌창 한 자루가 결국 진마열의 몸통에 틀어박혔고, 그는 아찔한 고통과 함께 게거품을 물었다.

‘이런, 제길. 놈의 공격권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타앗!

진마열은 황급히 광음역의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정복왕의 함대도 몇 번 상대해 본 적이 있는 진마열로서는, 북향함대의 해권에 근접한 상태에서 전명훈을 상대하는 게 더 낫겠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이내 그는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알게 되었다.

[멍청한 놈. 제 발로 광음역을 나가 주다니….]

콰지지지직!

전명훈의 몸이 더더욱 부풀어 올랐다.

그의 체내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뇌전이 느껴졌다.

진마열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이런 미친놈! 그게 전력이 아니었다는 게냐!?’

그리고, 전명훈이 진마열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진마열은 전명훈의 뇌전에 맞서 보려 했다.

전체적인 전투적 역량 및 기교, 합체기로서의 전투 경험 등은 분명 진마열이 위였고, 투보 2계에 도달한 그는 ‘순간 반응 속도’ 자체는 전명훈보다도 위였다.

그러나 그는 이를 질끈 악물었다.

‘경험도 기교도 반응 속도도 전부 내가 위인데, 출력으로만 밀리는 건가!?’

콰지지지직!

그는 전명훈이 쏜 뇌전 폭포에 영역이 너덜너덜해지는 것을 느끼며 눈알을 굴렸다.

[이걸로 끝이다…!]

파지지직!

전명훈은 뇌전 폭포를 쏟아낸 후 육비를 모아, 한 자루의 붉은 뇌창을 형성해 내기 시작했다.

진마열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콰아아앙!

황금빛이 아른거린다 싶더니, 난데없이 귀물들의 우두머리로 여겨졌던 귀왕이 날아와 전명훈의 상반신을 터트려 버렸다.

[크아아아악! 서은현!]

전명훈은 비명을 지르며 분노에 찬 노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전명훈의 시야에, 0.01초간 19개의 머리를 단 서은현의 인영이 나타났다.

서은현의 인영은 전명훈에게 뭔가를 말하는 듯했지만, 너무 짧은 찰나에 말했는지라 전명훈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리고 서은현은 다시금 전명훈의 몸을 지지대 삼아, 북향함대가 형성한 해권을 향해 날아갔다.

콰아아앙!

그대로 차원 장막을 통해 펼쳐진 해권 한 귀퉁이가 뻥 뚫려 버렸다.

전명훈은 울분에 차서 서은현을 부르짖었고, 진마열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서은현이 뚫고 간 해권을 바라보았다.

‘악명 높은 정복 함대의 심해 결계가… 저렇게 쉽게 뚫리던 거였나?’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역시 괴물 같은 자로군. 저 자와 정면으로 맞서 싸우지 않아 다행이야.’

생각을 마친 진마열은, 황급히 몸을 재생 중인 전명훈을 향해 열하쇄겸과 괴검을 휘둘렀다.

한순간 전명훈에게 유리하게 진행되는 듯하던 둘의 전투 양상이, 서은현의 개입으로 다시금 대등하게 변화했다.

* * *

김연이 북향화를 보며 처음 든 생각은 하나였다.

‘왠지 마음에 안 들게 생겼네.’

그러나 그런 생각과는 달리 그녀의 판단은 빨랐다.

‘결계를 완성하게 두면 안 돼. 당장 저 지휘관을 사로잡는다!’

스릉, 스르릉―

김연의 손 아래로, 총 8자루의 비도가 흘러내렸다.

그녀의 의식 실로 연결된 비도에 연분홍빛 기광이 번뜩이는 듯하더니, 그대로 북향화를 향해 휘둘러졌다.

연분홍빛 참격이 분향화를 향해 날아간다.

하지만 다음 순간.

콰아아앙!

북향화가 탑승한 일향함을 호위하는 이향함 두 척이 포격을 하며 김연의 참격을 박살 내 버렸다.

김연의 안광이 빛났다.

‘뭐지? 어떻게 고작 저 정도 법보로 내 공격을….’

김연은 기이한 기분을 느끼며 다시금 손을 휘둘러 참격을 날린 후, 비둔술을 사용해 북향화에게 몸통 박치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다시금 포격들이 김연에게 내리꽂혔고, 그녀는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콰아아앙!

함대의 포격에 밀려나며, 김연은 하늘에 펼쳐진, [심해]를 통한 결계를 노려보았다.

‘저 결계가 이 배들을 상대하는 이들은 전부 약화시키고, 배들의 공격은 강화시키고 있어.’

김연은 눈에서 연분홍빛 안광을 빛내며 북향화를 노려보았다.

‘이 결계 안에서 싸우면 피해가 커질 거야. 최대한 나가서 싸워야….’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꽈아아앙!

어마어마한 폭음이 울리며, 북향함대가 형성한 해권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전투가 시작된 지 5초가 된 시점이었다.

“어머나, 마침 길이 뚫렸네.”

김연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고, 북향화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아니, 내 해권이…!”

김연은 비릿하게 웃으며, 빠른 속도로 비둔술을 펼쳐, 진마열과 전명훈의 옆을 스쳐 지나가 해권의 바깥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녀는 동서남북, 그리고 상공에서 결계를 유지하는 사향함들에게 시선을 옮기더니, 그대로 사향함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그녀가 사향함들에게 참격을 날리려 할 때, 해권 안에 진입했던 일향함과 북향함대가 다시금 해권 바깥으로 나와 김연에게 함포를 겨눴다.

그러나 김연은 웃었다.

콰아아앙!

포신이 빛나며 김연에게 함포가 직격했지만, 김연은 웃었다.

“뭐야, 이게 다야? 아하하하하!”

아프지 않다!

전혀, 아무런 피해도 없었다!

해권 안에서와는 달리, 해권 밖에서는 김연이 북향함대를 상대로 전혀 밀릴 이유가 없었다!

북향화의 안색이 굳었고, 김연의 얼굴엔 희색이 돌았다.

다음 순간.

콰아아아앙!

싸움이 시작되고 7초가 지난 시점.

저 먼바다에서 전투를 벌이던 서은현과 김영훈이 격돌했고, 해역 전체가 울렸다.

그 충격파를 기점으로 김연이 북향함대를 향해 돌진했다.

북향화는 굳은 얼굴로 수결을 맺었다.

그녀의 수결에, 일향함에 올라탄 괴뢰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백색의 깃발을 흔들었다.

“2함대 6전대, 10전대 전함(全艦) 을(乙) 작전으로 전환한다. 일향함 좌현과 우현에 이향함 각각 세 척씩, 그리고 후미에 이, 삼향함들이 몸통으로! 사향함들은 해상에서 해주(海主)를 지원한다!”

촤라라라락!

북향함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김연을 향해 포격을 발사하며 형태를 갖췄다.

일향함의 좌우에 이향함들이 붙었고, 그 후미에 이, 삼향함들이 좌르르 붙어 마치 뱀 같은 형상을 취하였다.

북향함대는 마치 커다란 을(乙) 형태의 뱀처럼 허공에 떠서 김연과 대치하였다.

철컥, 철컥, 철컥!

무수한 함대가 이어 붙으며, 서로서로가 연결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하나하나는 최대 천인기 수준에 불과했던 북향함대는, 한순간 거대한 뱀 형태의 괴뢰로 변했고, 기운이 사축기 초기까지 치솟았다.

촤라라라락!

함선들로 이뤄진 뱀이 허공에서 움직이며 김연을 둘러쌌다.

동시에 함포들이 김연을 향하며, 그녀를 향해 일제 포격을 하기 시작했다.

김연은 포격을 맨몸으로 맞으며 그녀를 포위한 뱀의 몸통 부분으로 날아갔다.

포격이 집중되었지만 그녀의 전신을 덮은 호신강기를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김연은 뱀의 몸통을 이룬 삼향함에 들러붙는 데에 성공하였다.

북향화는 그 광경을 보며 망설임 없이 결단을 내렸다.

“437번 삼향함, 몸체에서 분리. 자폭!”

철컹, 철컹!

해당 삼향함과 연결된 뱀의 몸체가 끊어졌고, 삼향함의 몇 안 되는 선원들이 일제히 탈출했다.

김연은 삼향함의 안쪽에서 폭발적인 기운이 끓어오르는 걸 느꼈다.

그러나 그녀의 안색은 침착했다.

츠츠츠츳!

기묘성심전이 운용된다.

그리고 김연의 귓가에 괴군의 목소리가 아른거렸다.

그는 미치광이일지언정, 괴뢰에 대한 것을 가르칠 때만은 정신이 돌아오기라도 한 듯 멀쩡하게 가르쳐 주었었다.

―잘 들어라, 제자야. 내 기묘성채를 비롯한, 이 회로와 나의 모든 작품은 기본적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기관 장치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하다. 아마 진선이나 성반, 개열기쯤 되는 괴뢰술사가 아니면 나보다 우월한 괴뢰를 만들 순 없을 게야. 킬킬….

일견 오만해 보이는 말.

그러나 김연은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괴군의 기술을 직관해 왔기에 알 수 있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필멸자들의 모든 괴뢰는 내 괴뢰보다 기본적으로 열등하다. 저능아들이나 다루는 멍청한 꼭두각시술에, 원시적인 기관 장치들밖에 없지. 그래,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필멸자들의 기술 중 절대다수는 기묘성채의 하위 호환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괴군의 교만함은, 과신(過信)이 아닌 자신(自信)일 뿐이었다.

―저능한 다른 괴뢰술사들의 하등한 괴뢰들 따위는, 네게 가르쳐 준 기묘성심전과 나의 회로를 통해 얼마든지 제압해 빼앗을 수 있다는 거다. 자, 오늘은 너를 위해 사축기 괴뢰술사를 잡아 왔으니 실습해 보자꾸나.

김연의 기묘성심전이, 괴군의 회로와 같은 형상으로 삼향함의 곳곳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김연은 한숨을 쉬었다.

‘뭐야, 그 정도로 저능하진 않잖아요.’

비록 괴군의 기묘성채에 비하면야 하위 호환이었지만 상당한 기술력의 집합체였다.

아니, 애초에 하위 호환이라기보단, 다른 방향으로 진화한 느낌이었다.

물론 한숨을 쉬었을 뿐 걱정하는 기색은 없었다.

어찌 되었든, 김연의 회로는 삼향함을 장악했기 때문이었다.

키이이이잉!

삼향함의 자폭 명령이 중지되었다.

그리고, 삼향함을 장악한 김연이 당황한 표정을 하고 있는 북향화와 눈이 마주쳤다.

“자, 그럼 간다.”

쿠구구구구!

김연 본인의 법력을 동력원으로, 삼향함이 폭주하듯이 날아가며 인근 북향함에 뱃머리를 들이박았다.

콰아앙!

그리고 동시에 삼향함에 연결되어 있던, 북향함대 모든 함선에 연결된 연결 부품이, 다른 함선에 끼워지며 연결되었다.

김연이 눈을 빛내며, 자신이 장악한 삼향함을 통해 다른 북향함들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향함의 지휘실에서 그 모습을 내려보던 북향화의 안색이 약간 일그러졌다.

“내, 내 작품에…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치지지직!

감정이 격화됨에 따라, 그녀의 얼굴에 세 가지 색의 문양이 떠올랐다.

그녀의 문양은 수계에 있을 당시와 달리 진화해, 어느새 세 가지 색 중 두 가지 색은 반쯤 섞인 형태가 되어 있었다.

북향화는 이를 갈며 지휘실에 있는 장치 중 몇 가지를 조작했다.

그러자 동시에, 일향함의 지휘실이 일향함에서 분리되더니, 거미 형태의 괴뢰가 되었다.

―함장님! 뭐 하시는 겁니까!?

―함장님, 진정하십시오!

지휘실을 향해 북향함대 선원들의 아우성이 빗발쳤지만, 눈이 돌아가 버린 그녀에게 그런 아우성은 들리지 않았다.

두두두두두!

그녀가 탑승한 거미 괴뢰는 빠르게 북향함대가 만들어 낸 뱀의 몸통을 내려가, 김연이 장악한 북향함들에 도달했다.

그리고, 북향화가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철컥철컥철컥!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문양이 진하게 빛났다.

그녀의 손이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거미 괴뢰의 다리들에서 무수한 장비들이 튀어나왔고, 북향화의 명령에 따라 실시간으로 북향함들을 뜯어내고 개조했다.

순식간에 북향함 한 척의 명령 체계가 바뀌었고, 김연이 장악한 북향함 한 척은 그대로 명령권자가 초기화되었다.

북향화는 빠르게 명령권자를 본인으로 입력한 후, 김연이 장악한 함선들을 빠르게 자신의 것으로 되돌렸다.

그리고 마침내, 김연이 탑승한 삼향함에 북향화의 거미 괴뢰가 발을 디뎠다.

김연이 비릿하게 웃었다.

“어머나, 여기까지 내려오다니 무슨 자신감이니? 그 괴뢰도 내가 장악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제 작품들을 모욕하지 마시죠? 그것보다, 제 작품에서 빨리 떨어지세요!”

“싫은데? 지금 전투 중인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지?”

“으윽, 같은 괴뢰술사로서 정정당당히 괴뢰로 싸우시죠?”

김연은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

“뭐, 내 스승이라면 네 말에 호응했겠지만 나는 아니야. 애당초 나는 괴뢰술사로서 자부심도 없고, 괴뢰술사였던 스승을 싫어하는 편이라서 말이지.”

“…처음 볼 때부터 생각했지만, 정말 재수 없군요. 당신….”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북향화가 물었다.

“이름이 뭐죠? 나중에 포획하고 개조할 때 특별히 생전의 이름을 법기에 붙여 드릴게요.”

“기묘귀왕 김연. 네 이름은 뭐지?”

“정복왕 북향화에요. 김연이라, 쓸데없이 좋은 이름을 가지고 있군요?”

“아하하, 너도 나한테 안 잡히길 기도하렴, 잡히면 ‘북 장군’ 같은 걸로 개조해 줄 테니까. 어쨌든 스승한테 생체 괴뢰 만드는 법은 잘 배웠으니까 좋은 걸 만들 수 있을 거야.”

“괴뢰술사로서 긍지도 없고, 전용 괴뢰도 없는 당신에게 잡혀 개조당하느니 차라리 자폭하는 게 낫겠네요. 그래도 그쪽은 제게 잡히면 훨씬 훌륭한 법기나 함선으로 개조해 드릴 테니 걱정은 없으시겠어요.”

잠시 두 괴뢰술사는 서로를 바라보더니, 빠르게 손을 놀렸다.

부웅!

김연이 참격을 날렸고, 북향화가 다급한 목소리로 명령어를 입력했다.

“해주(海柱) 발동!”

콰과과과과!

쿠르르릉!

참격이 북향화의 거미 괴뢰를 반으로 쪼갰고, 다음 순간 심해의 표면에서 뭔가 진법을 준비하던 북향화의 사향함들이 심해의 바다를 조작하여 거대한 기둥을 만들어 냈다.

물기둥처럼 보이는 차원의 기둥이 하늘로 치솟으며, 북향화와 김연이 있는 삼향함을 타격했다.

쿠구구구구!

김연은 눈을 찡그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삽시간에 주변이 어그러지며, 그녀는 괴상한 이공간에 들어왔음을 인지했다.

수많은 장면과 장면들이, 마치 유리장처럼 깨져 주변으로 흩날리고 있었다.

‘이게 심해의 안쪽인가?’

그리고 김연의 눈앞에는 망가진 거미 괴뢰에 탑승한 북향화가 있었다.

김연이 비릿하게 웃었다.

“꽤 꾀를 쓴 모양인데, 뭐 어쩌라는 거니? 어차피 너와 내가 남은 건 마찬가진데?”

김연이 한 발짝을 내디뎠다.

그러나 동시에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북향화와의 거리가 멀어졌다.

멀리서 북향화의 음성이 들려왔다.

[고력계는 역시 익숙지 않으신가 보군요. 후후…. 고력계의 심해 안쪽에서는 인력을 다루는 경지가 아니면 제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답니다.]

“하, 이 맹랑한 것이…. 그래 봤자 네 위치는 기억하고 있어. 얼마든지 따라갈 수 있으니까 걱정 말렴.”

그러나 김연의 말을 듣던 북향화는, 오히려 거미 괴뢰에서 빠져나와 김연을 비웃었다.

[따라와 보시든가요.]

우우웅!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저물도에서 빛나는 광석을 꺼내 들었다.

총 열 개의 고석(古石)을 손에 쥔 북향화가, 고석을 전부 으스러뜨렸다.

파아아앗!

그와 동시에 북향화의 모습이 사라졌고, 김연은 멍한 표정이 되었다.

* * *

촤아아아!

북향화는 인근의 삼향함 위에서 숨을 돌렸다.

쿠구구구구!

사향함들이 형성했던, 고력계의 심해를 움직여 물기둥을 만들어 상대를 심해 속에 빠뜨리는 기술.

해주(海柱).

거대한 물기둥이, 다시금 심해 밑으로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 안에 빨려들어 간 김연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고력계에 처음 왔을 테니까 고석도 못 구했겠지.’

북향화는 심해의 무서움을 알고 있었다.

옅은 심해에선 고석이 없더라도 인력을 다룰 줄 알고, 해상에 좌표가 있다면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고작해야 천인기였고, 고석도 없으며, 처음 온 고력계의 해상에 좌표가 있을 리도 없었다.

북향화는 비둔술을 사용해 다시 일향함으로 이동했다.

곳곳에서 전음부가 날아들고 있었다.

―함장님, 큰일 나는 줄 알았잖습니까!

―제발 함장님, 그런 무모한 짓은 하지 마십시오!

북향화는 살짝 웃으며 걱정 말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미안해, 얘들아. 그런데 그 여자는 왠지 정말 마음에 안 들더라고. 어떻게든 없애 버려야 할 것 같아서 무리 좀 했어. 자 그럼, 서란 구출 작전을 마저….”

방금 전 거미 괴뢰 형태의 지휘실을 분실한 그녀는 일향함의 임시 지휘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가 임시 지휘실에 도착했을 때였다.

치지직―

―함장님, 신체에 이상 법술이 묻어 있습니다. 확인해 주십시오.

“음?”

임시 지휘실의 법기들이 발동하며, 그녀의 몸을 향해 빛을 내뿜었다.

동시에 북향화는 자신의 팔 끝에 붙어 있는, 새하얀 실 같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건, 의식 실?’

이 의식 실이 ‘누구’의 의식 실인지, 그녀가 알아보려 할 때였다.

콰지지지직!

공간이 찢어지며, 섬섬옥수가 나타나 북향화의 팔을 잡았다.

“…!”

그리고, 안쪽에서 인력이 뿜어지며 김연이 얼굴을 불쑥 드러냈다.

그녀의 눈에서는 연분홍빛 불꽃이 맹렬히 타오르고 있었다.

치지지직!

“다, 당신, 천인기가 아니었…!”

“천인기가 인력을 못 다룬다는 편견을 버리렴.”

김연은 씨익 웃으며 그대로 북향화의 입을 틀어막았다.

‘역시 은현 오빠야.’

그녀는 자신의 단전에서 맹렬히 회전하는 광한 천원(廣寒 天圓)의 힘으로 인력을 뿜어내며 웃었다.

“자, 그럼, 향화야. 네게 마지막 기회를 줄게. 지금 당장 저기 광음역에 펼친 결계를 해제해.”

김연은 아직도 광음역을 둘러싼 채, 서은현이 뚫어 버린 부분도 재생한 북향함대의 해권을 가리켰다.

그리고 김연이 잠시 틀어막았던 북향화의 입을 놓아주었을 때였다.

북향화는 눈을 빛내며 외쳤다.

“해란(海亂) 발동! 일향함 자폭!”

쿠구구구구!

그녀들이 타고 있는 일향함이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되었고, 동시에 광음역 아래쪽에서, 심해의 수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해권에 둘러싸인 광음역을 향해 심해가 올라오기 시작했고 김연은 북향화를 강하게 노려보았다.

“너…!”

“해주, 재발동! 목표는 일향함!”

그리고, 아래쪽의 심해에서부터 다시금 물기둥이 솟아오를 듯한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김연은 북향화의 입을 틀어막은 후 그녀의 몸에 의식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북향화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연은 기묘성심전을 북향화의 정신으로 침식시키며 말했다.

“네 몸을 조종해서라도 멈춰 주겠어…!”

북향화의 동공이 하얗게 뒤집어졌고, 그녀의 전신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이었다.

탁!

김연의 손목을 누군가가 붙잡았다.

“아…!”

그녀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어느새 백의를 입은 남성이 둘 사이에 나타나 있었다.

“은현 오빠…!”

서은현이 피곤한 눈빛으로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됐어, 연아. 일단 포로로만 잡아 두자.”

“네…!”

김연은 북향화에게 의식을 흘려 넣던 것을 멈추고, 법술로만 그녀를 포박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빠르게 기묘성심전으로 이 함선을 장악해 자폭을 막은 후, 함선을 움직여 아래쪽에서 뻗쳐 오는 물기둥을 피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군.’

홍범에게도 일단 둘이 서로를 죽일 것 같으면 말리라고 말은 해 뒀었다만, 홍범은 지금 내가 반으로 쪼갠 광음역을 이어 붙이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았다.

‘그래도 몸이 빨리 회복되어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나에게 북향화를 북 장군으로 개조해 대령하는 김연을 볼 뻔했다.

나는 뱀 형태의 괴뢰로 변신한 북향함대 전역에 전음을 보냈다.

[너희 함장을 잡았다. 저 바다 결계를 해제하고 심해의 수위를 올리는 짓을 그만둬라.]

그러나 내 전음에도 북향함대는 결계를 해제하지 않았고, 결계 안쪽의 수위도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내 전음이 울리자마자, 오히려 일향함을 향해 북향함대가 포격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투웅, 퉁, 퉁!

나는 인척력으로 포격을 전부 튕겨 내며 한숨을 쉬었다.

북향화의 혼을 보니, 머나먼 공간과 이어진 통로가 있었다.

‘생각해 보면 송진이 그녀에게 따로 부활할 수단을 마련해 줬겠군.’

흑색귀골곡의 부활 수단들을 생각해 보면, 북향함대는 아예 포로로 잡힌 북향화를 죽이고 따로 안전한 곳에서 부활하게 하는 게 낫다 판단한 모양이었다.

아니면 북향화 본인이 포로로 잡힐 때를 대비해 그런 지령을 내렸을 수도 있고 말이었다.

“이 잡것들이…!”

김연이 분노했지만, 나는 김연을 진정시킨 후 한숨을 쉬며 북향함의 뱃머리로 향했다.

촤라라라라락!

내 주변으로 하얀 알갱이 같은 영기가 떠올랐다.

나는 홍범에게 전음을 다시 보냈다.

[홍범, 반열제결계를 발동해라.]

[예, 주인님.]

우우우웅!

얼마 후, 광음역 전체에 칠채색의 결계가 덧씌워졌다.

내 의지에 의해, 북향함대가 만들어 낸 심해 결계의 주변으로 음양오행의 옥이 씌워졌다.

[태산.]

쿠구구구구!

양손에서 떠오른 음양이기를 부딪히며, 빠르게 음양오행의 옥을 향해 달려들어 양팔을 벌렸다.

[열제!]

쿠구구구구!

눈앞이 새하얗게 끓어오르는 듯했다.

동시에, 태산열제공이 그대로 눈앞의 심해 결계를 찢어 버렸다.

홍범이 발동한 반열제결계에 의해 광음역과, 미리 지정해 둔 오현석, 전명훈, 그리고 13귀왕 등의 인물들은 찢겨 나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을 제외한 ‘모든 것’이 일시에 찢겨나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쿠과과과과과!

사축기 수사들이, 천인기 수사들이, 그리고 북향함대가 만든 심해 결계와 결계 안쪽에서 차오르기 시작한 심해가.

그 모든 것들이 소멸된다.

쿠구구구구!

얼마간 새하얀 빛이 천지사방을 뒤덮었다.

나는 눈을 찌푸렸다.

‘뭐지?’

어째 내가 예상한 것보다 위력이 강했다.

내 힘에 의해서라기보단, 고력계의 심해 그 자체가 태산열제공에 반응하고 있었다.

쿠구구구!

‘이, 이건, 도대체!’

나는 태산열제공의 힘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당황했다.

우우웅!

인근의 심해 전체가 태산열제공의 힘에 반응하고 있었다.

그래, 이 고력계 자체가 태산열제공과 명동(鳴動)하고 있었다.

나는 두 눈을 찌푸리며 눈앞을 메운 빛의 기둥을 바라보았다.

‘단순히 멸망한 세계의 잔해를 가지고 있어 고력계에 온 게 아닌 건가.’

어쩌면, 이 세상 자체가 소금산의 주와 모종의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고력계 치제역.

치제역의 중심, 해왕전의 가장 깊은 곳.

그곳에서 푸른 비늘을 가진 한 사내가 눈을 반개했다.

그는 눈을 빛내며 어느 한 곳을 쳐다보았다.

“…그분의 진짜 후계(後繼)인가. 산의 신이 발작하겠군.”

고력계의 성사, 해린은 끌끌 웃으며 다시 눈을 감았다.

“최대한 많이 고력(古力)을 얻어 가게나, 소금산의 후예여. 그 편이 산의 신에게서 희망을 볼 수 있을 테니….”

* * *

위정해역.

정룡궁.

정룡궁주의 알현실.

그곳에서, 정룡궁주 육린은 궁좌에 앉아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알현실 바닥에 떠오른 위정해역 전역의 실상황을 알려 주는 해도를 보며 그는 양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그의 두 눈에 탐욕이 가득 차올랐다.

“봉래(蓬萊)의 힘을 가진 자…! 아, 아하하! 육요! 그 버러지 같은 것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쓸모 있는 짓을 했구나! 이런 대어를 낚다니, 아하하하하!!!”

미친 듯이 광소를 터트리던 육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주 좋구나…! 진마열 그놈과 한 약속 따윈 지킬 필요 없겠어. 더 좋은 대체재가 나타났으니…!”

육린은 영언을 터트리며 정룡궁 전역에 음성을 보냈다.

[여봐라, 당장 축하연을 준비하라! 귀빈을 모실 것이고, 필요하다면 성란공주 육요의 혼례도 치를 것이다! 뭣 하느냐! 당장 움직여라!!!]

그렇게, 육린의 명에 의해 정룡궁 전역이 분주해졌다.

* * *

광음역을 침공하려던 사축기, 천인기의 용병들은 모조리 원영만을 남기고 도주해야만 했다.

‘끈질기기도 하지.’

그래도 천인기쯤 되었으면 하나같이 부활 수단은 한둘 정도 있는지, 죽은 놈은 하나도 없었다.

물론 내 능력이라면 혼조차 도주할 수 없게 막을 수 있었지만, 그럴 가치조차 느끼지 못했기에 그냥 놓아주었다.

나는 북향함대를 제압한 후, 광음역에 들어왔다.

북향화는 정신을 잃은 채 김연의 법술에 꽁꽁 묶여, 김연에게 한 손으로 들쳐 업혀 안쪽으로 들어왔다.

나는 잠시 북향화를 쳐다본 후 한숨을 쉬었다.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군.’

그나마 다행인 것은, 벌써 몇천 년이나 시간이 지났기에, 예전에 만났던 것처럼 가슴이 술렁이진 않았다.

“은현… 아니, 교주님. 이 발칙한 것은 지하 감옥에 가두실 건가요, 아니면 죽이실 건가요? 제게 맡겨 주시면 훌륭한 괴뢰로 만들어서….”

“아… 연아.”

나는 머리가 아파지려 해서 김연의 말을 끊고 말했다.

“그 사람은… 서란과 시호의 동료야. 일단 귀빈각에 모셔 두렴.”

그 말에, 김연은 잠시 멍한 표정이 되더니 되물었다.

“…포로… 아니었나요?”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서란, 시호뿐만 아니라, 저기… 김영훈 부장님과도 동료거든.”

그제야 김연은 저주인형들에 의해 업혀서 광음역에 온 김영훈을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김영훈은 아직까지도 기절해 있었다.

김연은 내 말에 살짝 시무룩해져서 북향화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마찬가지로 기절해 있는 북향화를 보며 눈을 깜빡였다.

이전과 같은 심란한 마음은 없지만, 아직도 그녀는 내게 상당히 복잡한 존재였다.

움찔!

과거의 일을 생각하자, 나도 모르게 의념의 제어를 잃고 그녀를 향해 복잡한 의념을 드러내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무극교전으로 돌아갔다.

‘깨어나면, 마음을 정리하자.’

어차피 알고 있다.

이번 회차의 그녀는 그 당시의 그녀가 아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아예 마음을 정리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였다.

‘홍범에게 한소리 듣겠군.’

나와 김영훈이 전투를 하며, 나는 최대한 교단에 피해가 안 가게 했다지만 여파만으로 상당히 많은 피해가 났다.

인명 피해는 힘 조절 덕에 거의 없었지만, 당장 광음역이 쪼개지고 건물이 뽑혀나간 덕에 홍범이 광음역을 보호며 상당히 고생했을 터였다.

‘그래도 오랜만에 그리운 얼굴들이 다 모여 좋군.’

기절한 이들이 깨어나면, 꽤나 즐거울 것만 같았다.

* * *

서은현이 무극교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김연은 그녀가 사로잡은 북향화를 또렷하게 쳐다보았다.

“…방금, 뭐지?”

김연은 서은현이 방금 전 북향화에게 드러냈던 의념을 보며 북향화를 노려보았다.

“…얘들아.”

김연은 두 눈을 크게 뜨며, 무표정한 얼굴로 주변을 복구하는 저주인형들을 불렀다.

그들은 그녀의 명에 바로 달려와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부르셨습니까, 좌호법님.”

“…귀빈각에 방을 준비해 놓으렴. 그리고 인족에게 맞는 약들을 가져와 주겠니? 이 아이는 내가 직접 간호해 줘야겠구나.”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365화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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