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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57

EP.356 15. 프랑켄슈타인의 후계자 (10)

유라크네는 니카를 남자라고 알고 있었다. 거기다 몇 달 후면 떠날 사람으로 여겼기에 그를 경계하지 않았다. 다른 단원들에게는 최대한 숨기려는 원더스타인과의 밀회도 그 앞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드러내곤 했다.

“어머, 니카 군, 방금 본 건 비밀이에요, 후후, 쉿!”

그가 방을 비웠을 때, 몰래 방에 들어와 원더스타인과 노골적인 애정행각을 벌이다가 들킨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두 사람의 관계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싶은 욕구를 그에게 대신 푸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때마다 자신이 질투심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나도 그 남자랑 키스해봤거든! 내 앞에서 그런 걸로 우쭐거리지 말라 이거야. 나는 같이 목욕도 해봤다고……아오!’

그렇게 부글부글 끓는 속을 다독이다 보면 그의 머릿속에 어떤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그가 여장을 한 채 원더스타인의 품에 안기는 장면이었다.

그는 그런 자신에게 놀랐다. 자신은 설마 여자가 되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남자로서 남자를 좋아하는 것일까?

고민하던 니카는 그것이 일종의 흔들다리 효과라고 결론지었다. 공포나 두려움으로 인한 흥분을 이성적인 두근거림으로 착각하는 현상 말이다.

한 달 전, 그는 많은 사람 앞에서 여자 수영복을 입고 섰고, 남자와 입맞춤까지 했으며, 알몸으로 개 흉내도 냈었다. 그의 몸은 그때의 긴장감과 아슬아슬함을 그만 흥분으로 착각한 게 분명했다.

그때의 기억만 떠올리면 아랫배에서 올라오는 통증도 해명이 됐다. 그 당시에 겪었던 극도의 긴장감이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나타난 것이리라.

“유라크네 씨와 나갔다면……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계시겠네.”

그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어 보이며 자리를 파했다. 작전 회의를 마치고 거리로 돌아오는 내내 그는 원더스타인과 유라크네가 알몸으로 뒹구는 장면을 떠올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질투심 때문에 그녀의 자리에 그녀 대신 여장을 한 자신을 끼워 넣는 상상을 발휘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공교롭게도 그의 일행 두 사람도 마침 그의 여장을 두고 다투고 있었다.

“그러게 니카 형이 여자 분장을 하면 된다니까!”

“으음……글쎄. 나는 별로 좋은 생각 같지 않은데?”

“그럼 따로 나갈 사람이 누가 있냐? 다들 바쁜데.”

“그렇다고 여장은…….”

그들은 내일 있을 ‘아내 업고 달리기’ 대회에 막 참가증을 제출하고 오는 길이었다. 그것은 말 그대로 남자가 아내를 업고 달리는 대회로, 꼭 결혼한 사이가 아니어도 일정 무게 이상의 남녀라면 참가할 수 있었다.

그것은 제국의 축제마다 볼 수 있는 흔한 행사였다. 키예프는 예로부터 수렵 민족들이 활개를 치던 땅이었고, 많은 지방에서 약탈혼이 성행했었다. 아내 업고 달리기 대회는 과거 신부가 될 사람을 납치하던 풍습을 민속 축제 형식으로 풀어낸 것이었다.

세 사람은 우몬의 힘이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를 참가자로 세웠다. 하지만 아내 역할을 누가 하냐가 문제였다.

다른 여자 단원들은 다들 그날 이래저래 바쁜 모양이었다. 그래서 미키는 니카가 여장한 채 우몬에게 업히면 되지 않냐는 의견을 낸 것이었다.

여장이라는 단어를 듣자 니카는 다시 아랫배가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다.

망할 과민성 대장 증후군!

그는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내는 우몬을 바라봤다. 자신이 여장을 즐기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놓고 거부감을 표하는 그를 보니 왠지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도 자신은 제법 예쁜 편인데…….

“왜 싫다는 거야?”

그의 질문에 붉은 피부의 괴물은 한껏 거드름 피우는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남자가 내 몸 위에 타는 건 용납할 수 없어.”

“뭐?”

“내 몸 위에는 여자밖에 못 타. 단원 중에서는 지금까지 엘라 누나랑 마야 누나만 탔다고! 사내자식을 올릴 생각은 없어!”

“이 꼬맹이 새끼가 밝히기는! 야, 그럼 어쩔 거야. 이미 참가비는 냈는데!”

미키가 단검 자루로 그의 머리를 마구 찍었다. 사뭇 폭력적으로 보이는 장면이었지만, 정작 맞는 우몬의 표정은 심드렁했고, 때리는 미키의 손만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곧 비명을 내지르며 때리던 것을 멈추더니 손을 쓰다듬었다.

“이 자식에겐 체벌도 안 통하네!”

니카는 그를 보며 쓴웃음을 짓고는 막내 동생을 바라봤다.

“그래서 어쩔 거야? 정말 포기할 거야?”

참가비에는 그들 1주일 치 용돈이 걸려 있었다. 우몬은 입맛을 다시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니카 형을 업고 달릴게. 대신 분장하려면 확실히 해줘. 어설프게 하지 말고. 나 비웃음당하는 거 싫단 말이야.”

“알았어, 알았어.”

“그런데 생각해보니 니카 형으로 괜찮을까? 대회에 참가하는 아줌마들 봤잖아. 다들 팔뚝이 이만하던데?”

이 아내 업고 달리기는 남자의 힘만 좋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업히는 쪽도 남자의 등 위에서 여러 가지 과제를 수행해야 했는데 거기서 여자의 힘도 상당히 요구되었다.

“나도 명색이 남자인데 여자들쯤이야.”

니카가 최대한 자신감을 담아 말했으나 정작 그의 표정은 그렇지 못했다. 15세면 남자라고 해도 완력 있는 성인 여성에게 충분히 밀릴 수 있는 나이였다. 거기다 그는 또래 평균보다 체구도 작고 여린 편 아닌가?

‘참가하기 전에 단장님의 약 좀 빌려볼까.’

원더스타인은 유라크네와 밀회를 즐기러 나갈 때마다 트렁크에 든 유리병에서 반짝이는 가루를 꺼내 입에 털어 넣곤 했다. 그게 무엇인지 질문했을 때, 그는 이렇게 답했다.

“하하, 일종의 영양제라고 할까요? 한 움큼 털어 넣으면 몇 시간은 지치지 않는 몸이 되죠.”

“……정력제군요.”

“유라크네 씨랑 외출하는 마당에 아니라고 해봤자 믿지 않겠군요. 뭐, 그런 기능도 있습니다.”

니카는 어린 나이지만 정력제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 것들은 다 남성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수염 한 올 자라지 않는 계집애 같은 외모와 여리여리한 체격에 자격지심이 있는 그는 예전부터 그런 약을 찾아다녔고 많이도 마셔봤다. 그러나 대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가 알기로 원더스타인은 생체를 다루는 데 있어 맞수를 찾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마도사였다. 그런 그가 보장한 약이라면 어쩌면 이제껏 보지 못한 효과를 낼 수도 있었다.

니카는 그의 약을 조금씩 빼돌려 모아두고 있었다. 티가 나지 않을 만큼 조금씩 덜어내어 다른 병에 옮겨 담았다. 이제 한 번 마셔볼 만큼은 모았다. 그는 그것을 이번 대회에 사용해볼 생각이었다.

‘아마 별일 없겠지.’

이런 종류의 보약은 워낙 많이 먹어 봤다. 또, 이 약은 원더스타인이 독성이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딱히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원더스타인이 마시던 반짝이는 가루의 정체가 보석 키르쿠스의 눈을 만들다가 나온 파편인 ‘별빛’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에는 데볼루트로 인한 유전자 조작 효과를 일시적으로 무효로 만드는 힘이 있음을 또한 알지 못했다.

***

오후 내내 잠들어 있던 마야는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잠에서 깼다.

“개자식들! 죽여 버릴 테다!”

그것은 미노바의 목소리였다. 평소에도 목소리가 큰 그였지만 지금은 주변의 다른 텐트들에서도 놀라 뛰쳐나올 정도로 고래고래 고함을 치고 있었다.

“워어어, 진정하쇼.”

“원래 그런 놈들이잖아요.”

단원들이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달려들었다. 미노바는 그제야 자신을 향한 시선들을 느꼈는지 목소리를 낮추고 소리쳤다.

“썩을 광대 놈들!”

그가 분을 삭이며 씩씩거리고 있는데 마침 일정을 끝낸 노인 단원들이 캠프로 들어왔다.

“허허, 미노바 군의 목소리가 호수 건너편까지 들리더군.”

“핫핫, 무슨 일 있습니까?”

미노바는 입을 꾹 다물고 근처의 바위 위에 주저앉았고, 그를 말리던 벤이 사정을 설명했다.

몇 시간 전의 일이었다. 그들은 점심을 먹은 뒤, 르 보드빌리앙의 공연을 보러 갔었다. 그때 프로그램을 맡은 광대들은 관객들에게 삿대질하며 독설을 내뱉는 걸 즐기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뚱뚱한 관객, 귀족 관객, 혼자 온 관객, 노출이 많은 여자 관객 등을 붙잡고 그에 맞는 장난을 걸었다. 원래 이런 쇼인 걸 알고 있었기에 다들 웃어넘겼다. 하지만 그들은 미노바 순번에 와서는 조금 악의적인 농을 입에 담았다.

-어이구, 이게 누구셔. 샛별 단장 수탉 미노바 씨 아니셔?

-서커스단 말아먹고 관객으로 전업하셨나?

미노바는 뒤늦게 그들이 예전에 자신과 마찰이 있었던 자들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별로 엮여서 좋을 게 없는 자들이었다. 하지만 그가 자리를 피하기도 전에 그들이 먼저 선을 넘어 버렸다.

-불치병 걸렸다고 머리 빡빡 깎아서 눈물 마케팅하던 딸내미는 어디 갔대?

-‘다섯 곡예사’ 때도 그 드라마 팔아서 딸을 크리스티앙의 가짜 대본에 집어넣었다지?

-캬, 여자를 무대 위에 세워서 팔아먹는 솜씨가 포주 노릇 하던 때와 다르지 않군그래?

미노바는 젊은 시절 주먹질로 뒷골목을 전전했었다. 그때, 갈 곳 없는 거리의 여인 몇을 보호해준 적이 있었다. 루엘로의 엄마와도 그때 연을 맺은 것이다.

그걸 두고 사람들은 포주 노릇 했다고 빈정거리곤 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조롱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녀들이 제대로 된 업소에 다닐 수 있도록 그가 다리를 놓아준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딱히 여자들을 착취하지도 않아서 스스로 떳떳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금 광대들의 발언은 딸인 그녀를 무대 위에 굴려서 돈을 버냐고 조롱하는 것이었다. 아직 6살짜리 밖에 안 된 딸을 둔 아버지에게 할 농담으로는 크게 선을 넘는 것이었다.

“이 새끼들이!”

미노바는 당장 무대 위에 뛰쳐 올라가 광대들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덕분에 경비대가 출동하고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쯧, 그쪽이 먼저 잘못했구먼.”

“루엘로 귀에는 안 들어가도록 해주십시오…….”

“당연한 것 아니겠나.”

“영 못된 것들 다 보겠군.”

“광대라는 놈들은 하여간 그놈의 주둥이를…….”

“하핫, 저, 저를 보시고 왜 그런 말씀을…….”

캠프의 분위기가 한결 차분해졌다. 마야는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미노바의 쩌렁쩌렁한 고함 덕분에 그녀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는 며칠이고 더 침대에 누워 있었을지도 몰랐다.

단장님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그만큼 그녀에게 충격적이었다. 그녀가 동성애를 혐오하는 것은 아니었다. 카렌이 그런 마음을 품고 자신에게 다가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그녀였다.

하지만 원더스타인이 자신을 평생 제자 이상으로 여길 일이 없다는 사실은 그녀를 극렬한 원리주의 종교인보다 더한 동성애 혐오자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남자라면 아무나 봐도 질투심이 일었다.

당신들은 남자라는 이유로 내가 가지지 못한 기회를 지녔어. 그분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기회를.

-웨오오옹.

흰색 바탕에 붉은색 줄무늬가 있는 고양이가 울었다.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월리가 마야의 마음이 혼란에 빠지자 며칠 전부터 다시 나타난 것이다.

심마. 마력을 통제할 수 없는 현상이 다시 시작됐다. 이번에는 그 정도가 심해서 그녀는 자신의 마력이 빠져나가는 것조차 느끼지 못했다.

마야는 긴장감에 주먹을 꽉 쥐었다. 죽은 고양이가 나타났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다. 파피락스가 다시 찾아온다는 사실 때문도 아니었다.

그녀의 마음에 뚫린 공백을 채워주기 위해 발동되는 이 환상은 최근 하나의 존재를 더 만들어냈다. 그것은 그녀가 지금까지 폴리곤을 통해 만들고 싶었지만 스스로 다짐하고 또 다짐해서 절대 만들지 않기로 맹세했던 것이었다.

-마야 양.

환상을 만들어낸 본인에게만 들리는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울렸다. 너무나 자상한 미소를 띠고 있는 금발의 미남자가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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