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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58

EP.357 15. 프랑켄슈타인의 후계자 (11)

환상 마법사들은 무의식중에 환상을 만들어내는 일이 잦았다. 밤마다 귀신이 출몰한다는 소문을 파헤쳐 보니 악몽을 꾸는 환상 마법사가 잠결에 만들어낸 것이었다는 소식이 심심하면 신문에 올라오곤 했다.

그러나 마음의 영역에 도화지가 비어있는 마야는 그러한 환상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오직 철저하게 계산된 폴리곤 환상만이 그녀가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러다가 반년 전, 간신히 하나. 어렸을 적 죽은 고양이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그렇게 만들 수 있는 게 하나 더 늘었다.

-왜 그렇게 쳐다보시나요?

원더스타인의 환상이 속삭였다. 그의 음성, 그의 미소. 모두 그녀가 아는 그대로였다.

그녀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몇 번이나 유혹에 시달렸었다. 단장님의 환상을 빚어내면 어떨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혹시나 조악한 가짜를 만들어낸다면 그분에게 실례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자제해 왔다.

마음이 멋대로 환상을 만들어낼 일도 없었다. 그분은 언제나 자신 곁에 있었으니까.

하지만 며칠 전에 그의 비밀을 알게 된 뒤로 그는 마야 옆에 있어도 있는 게 아니게 되었다. 절대 다가갈 수 없는 장막이 그와 그녀 사이에 쳐졌다. 죽음이 고양이와 그녀를 갈라놓았던 것처럼. 그래서 그녀는 그 반작용으로 원더스타인의 환상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평소와 어딘가 달라 보이네요, 마야 양. 오늘은 치료받을 수 있겠어요?

마치 진짜 단장님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당연한 일이었다. 서커스단 내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그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눈에 담아왔던 그녀였다. 환상의 구현은 완벽했다.

-자, 누워보세요. 치료를 시작할게요.

그의 손이 그녀의 다리를 감쌌다. 그 실체감……. 피부에 닿는 느낌 역시 단장님의 것 그대로였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이 이상 선을 넘으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것 같았다. 자기가 만든 환상에 취해 세상과 단절되어 버린 환상 마법사들의 사례는 많았다.

-꺼지세요.

마야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마력의 공급을 끊으면 그만인 일이지만, 지금은 심마 때문에 마력이 통제되지 않았다. 의지력을 통해 마음을 차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과 행동을 단호하게 보여줘야 했다.

-꺼지라고요!

단장님이 슬픈 미소를 짓더니 그 형상이 희미해졌다.

“아.”

마야는 그것이 정말로 그와의 이별이라는 되는 것처럼 느껴져 그를 향해 무심코 손을 뻗었다. 마력을 움직여 그의 환상을 붙잡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의 마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의 환영은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흘러 들어가더니 먼지처럼 사라져 버렸다.

“단장님…….”

원래 오늘 그녀는 그에게 중대한 발표를 할 계획이었다. 그가 4개월 전 그녀에게 맡긴 과제에 대해 그녀는 얼마 전에 해답을 구해냈다.

데볼루트의 구조식. 예테린푸르크의 테트로미노 광장에서 숨겨진 비밀을 원더스타인은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그는 그것이 데볼루트 구조식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게임 안에 등장하는 수수께끼로만 여기고 마야를 심마로부터 벗어나게 해주기 위해 가르쳐 준 것이었다.

마야는 각종 논문을 통해 그것의 정체가 데볼루트라는 것을 밝혀낸 뒤, 그것의 분석에 돌입했다. 그녀는 원더스타인이 본인의 몸을 망쳐가면서까지 데볼루트를 몸에 흡수해 사람들을 구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분이 그 비밀을 자신에게 가르쳐 주었다는 것은 제자인 그녀에게 그 일을 맡긴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했다. 실제로 그녀는 아카데미 역사상 최고의 천재답게 4개월 만에 원하던 목표에 도달했다. 바로 마력을 통해 데볼루트를 분해하는 마법을 개발한 것이다.

지금까지 데볼루트를 파괴하는 방법은 연금술 길드의 ‘은하수’ 혹은 정교회 사제들이 사용하는 ‘빛의 힘’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데볼루트의 화학적 구조를 알아낸 덕분에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마법을 개발할 수 있었다.

“후우.”

그녀가 심호흡하고 마력을 집중하자 몸에서 수십 개의 색이 뒤섞인 광채가 쏟아져 나왔다. 원더스타인이 이 모습을 봤다면 탄성을 내질렀을 것이다. 이것은 TT3에 등장했던 마야의 새 기술 중 하나였다.

그 이전 시리즈까지 마야는 어디까지나 전투에서 보조적인 역할만 해왔었다. 그녀의 주 용도는 퍼즐 풀이로 전투는 주로 기사와 도적의 담당이었다.

하지만 TT3에서는 전투 스킬로 ‘마야 셀레스티얼’이라는 마법이 추가됐다. 그것을 발동하면 신나는 배경음악이 흘러나오면서 마야의 몸에서 오색의 빛이 번쩍거렸다. 그 상태로 적들에게 닿으면 보스를 제외한 적들은 그냥 퍽퍽 터져나갔다. 이동 속도가 몇 배나 증가하는 것은 덤이었다.

사실상 무적 치트나 다름없는 기술이었지만, 마력의 소모가 엄청났기에 마력을 최대치로 축적했다고 해도 마야 셀레스티얼을 한 번에 최대로 발동할 수 있는 시간은 10초가 되지 않았다. 얼핏 보면 실전성이 없는 예능 스킬 같았지만, 고수들이 빨리 깨기 기록을 세울 때 복잡한 구간을 이것으로 단축할 수 있었기에 필수 스킬 취급받았다.

게임에서의 마야는 지금으로부터 6년 뒤에 이 기술을 개발해냈다. 오랫동안 원더스타인과 싸워온 덕분에 데볼루트의 파훼법을 찾아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마야는 원더스타인인 손수 데볼루트의 구조식을 가르쳐 준 덕분에 불과 17살의 나이에 이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마야가 주먹을 꽉 쥐자 그녀의 몸에서 나는 빛이 사그라들었다. 4개월 동안 정진한 연구가 드디어 빛을 봤지만, 그녀의 얼굴에서 기뻐하는 빛을 찾아볼 순 없었다.

그녀가 4개월 동안 이것에만 매달릴 수 있었던 것은 단장님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 때문이었다. 그와 대등한, 그를 이해할 수 있는, 그와 나란히 할 수 있는 유일한 짝으로서 말이다. 하지만 그의 비밀이 밝혀진 지금에 와서는 모두 허사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침대에 드러눕고 이불을 덮었다. 며칠 넘게 단장님이 만져주지 않은 탓에 다리 사이가 간지러웠다. 그것은 그녀 혼자서는 해소 불가능한 것이었다. 돌처럼 닫힌 그녀의 감각을 열어줄 수 있는 것은 단장님의 손길뿐이었다. 하지만 단장님에게 봐달라고 말할 의욕이 들지 않았다.

어차피 다친 것도 가짜인걸. 치료 따위 필요 없어.

그녀는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그녀는 하루 내내 잤음에도 금방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20시간도 잘 수 있는 그녀였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떠드는 소리도 웃음소리도 완전히 사라진 고요한 한밤중. 한 줄기 바람이 그녀의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침입자.’

그녀는 마력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고 잠에서 깼다. 자신의 마력이 무언가에 반응해 움직인 것이다.

인기척이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마야는 눈을 가만히 감은 채 그자에게 염동력을 날릴 준비를 했다. 하지만 상대의 다음 행동이 그녀의 몸을 굳게 만들었다.

그는 그녀의 이불 아래로 들어오더니 손으로 그녀의 다리를 더듬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입에서 헉 소리를 내며 이불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상대와 딱 눈이 마주쳤다.

야밤에 그녀의 침실로 들어와 그녀를 덮친 것은 바로 그녀의 스승, 원더스타인이었다.

***

계속해서 치료를 거부하는 마야 때문에 원더스타인은 고민이었다. 이렇게 되면 지난 3달간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 어쩌면 치료할 시기를 영영 놓쳐버릴지도 몰랐다.

몸이 불편하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는 그였다. 그녀가 무슨 고집으로 치료를 거부하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치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속행해야 했다.

그러나 거부하는 그녀를 강제로 붙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이번 일에 대해 고민하던 그가 도달한 결론은 간단했다. 바로 그녀가 자는 사이에 해치우자는 것이었다.

어차피 치료는 그녀가 누워있는 상태에서 그 혼자 용을 써서 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은 촉수를 뻗어서 움직이면 그만이었다.

그는 모두가 잠든 으슥한 밤중에 숙소를 나왔다. 그는 ‘수면 벌’이라는 간단한 생명체를 만들어 그녀의 천막 속에 잠입시켰다. 녀석은 사람의 몸에 침을 찔러 넣어 수면제를 주입했다.

그러나 수면 벌이 마야의 몸 위에 안착한 순간, 그녀가 4개월 동안 훈련했던 것이 빛을 발했다. 그녀의 마력이 데볼루트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셀리스티얼 마법이 자동으로 발동된 것이다. 그녀의 어깨에서 뻗어 나온 오색의 광채가 순식간에 벌을 감쌌고 녀석은 어떻게 반응할 틈도 없이 재가 되어버렸다.

원더스타인은 생체 감지를 통해 수면 벌이 죽었음을 확인했다. 녀석은 최대한 저렴하게 만들어서 보통의 벌처럼 침을 1번 쏘고 나면 죽게 설계되어 있었다. 마야가 잠들었음을 확신한 그는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그녀의 이불 밑으로 들어가 그녀의 두 다리를 붙잡고 평소처럼 양옆에 끼었다. 그리고 치료를 시작하려는 순간, 이불이 들추어졌다. 그는 마야와 눈을 딱 마주치게 되었다.

“…….”

“…….”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원더스타인은 그녀에게 무어라 변명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야심한 시각에 침대에 들어와 그녀의 몸을 더듬는 행동을 한 것은 확실히 오해를 살 만한 일이었다.

한편, 마야는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다른 환상 마법사들처럼 자신도 잠결에 환상을 만들어낸 게 분명했다. 저번에 파피락스에 빠졌을 때도 밤에 월리가 제멋대로 침실을 돌아다니곤 했었다.

하지만 원더스타인의 환상이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렇게나 만들지 않도록 자제했는데……. 혹시 욕구가 쌓여서 그런 걸까?

“마야 양,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마야 양을 치료하러 온 겁니다.”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마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놈의 치료, 치료, 치료. 그녀가 만들어낸 환상은 매번 같은 말만 반복했다. 마야는 짜증스러운 눈빛으로 환상을 노려보며 말했다.

“시끄러워요.”

그녀의 싸늘한 반응에 원더스타인은 속으로 신음을 삼켰다. 그것은 평소 자신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단단히 오해한 게 분명해 보였다. 물론 당황한 건 그의 속마음뿐, 그의 표정은 늘 그렇듯 미소가 가득했다.

그것은 야밤에 여자애의 침대에 들어왔다가 들킨 사람의 반응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저런 미소라니.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도 가짜는 가짜일 뿐이라는 사실이 마야는 확 와닿았다.

“마야 양…….”

“내 이름을 부르지 마세요.”

가짜 주제에 진짜 단장님인 척하는 건 두고 보기 힘든 일이었다. 아니, 눈앞의 단장님이 진짜라고 해도 그에 대해 쌓인 감정은 많았다. 그에게 내뱉고 싶은 말이 한가득 있었다.

그녀의 입술이 씰룩거렸다. 며칠 동안 꾹꾹 눌러 담아두었던 속마음이 울컥하고 튀어나왔다. 어차피 상대는 가짜라는 사실이 그녀의 자제심을 약화하는 데 한몫했다.

“변태 자식.”

남자애랑 키스하고 늙은 영감이랑 거리낌 없이 잠자리하는 인간. 나에게는 눈길도 안 주면서.

“마야 양…….”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TTT의 세 주인공 중 한 명으로서 그는 항상 그녀를 각별하게 여겼다. 비록 그녀에게 더 가르칠 것은 없었지만, 그녀에게 스승으로 대접받을 때마다 우쭐했다. 시리즈 내내 천재 소리 듣던 그녀에게 인정받은 셈이니까.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는 언제나 존경의 빛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을 쏘아보는 그녀의 눈에는 경멸과 혐오가 가득했다.

마야는 원래 그에게 바로 사라지라고 소리칠 생각이었다. 그러나 방금의 한 마디 내지른 것 때문에 생각이 달라졌다.

평소였다면 감히 스승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설사 상대가 환상이라도 꼬박꼬박 존댓말을 쓸 정도로 그녀는 그를 존경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 번 속에 있는 걸 쏟고 나니 속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어차피 가짜니까. 그냥 인형을 가지고 논다고 생각하고 한 번만 더…….’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금방 결정을 내렸다. 그녀는 침대 앞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쪼그려 앉아 있는 단장님을 바라봤다. 그는 이 상황에서도 여전히 웃고 있었다.

“실없이 웃기는.”

“네? 윽!”

그가 대답하는 순간, 그녀는 바로 발바닥으로 그의 얼굴에 발따귀를 날렸다. 짝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고개가 돌아갔다. 물론 그는 조금의 고통도 느끼지 않았다. 그의 몸은 튼튼했으니까. 하지만 정신적인 충격에 그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넋 놓은 듯한 그의 눈빛을 보고 마야는 저열한 쾌감을 느꼈다. 그래. 이 맛이야. 그녀는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

“치료는 받지 않을 거예요. 단장님이 제 몸을 주무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상상하는 제 기분을 아시겠어요?”

원더스타인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완전히 자신을 성추행범으로 확정지은 것 같았다. 성급하게 그녀를 도우려다가 되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고 말았다. 더는 변명할 구석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야심한 시각에 실례가 많았군요. 저는……아니, 아닙니다. 앞으로 마야 양을 불편하게 할 일은 없을 겁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텐트를 나갔다. 그녀는 텐트 밖으로 사라지는 그의 등 뒤를 바라보다 다시 자리에 누웠다. 마력이 다시 통제하에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꽉 억눌렸던 욕구를 해소한 덕분일까? 며칠 만에 느껴보는 상쾌한 기분이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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