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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59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359화

105장 무기술(3)

그리고 다시 며칠 뒤.

“당치도 않은 소리.”

내가 앗지에에게 이 얘기를 전했을 때, 앗지에는 단칼에 부정했다.

“……그렇습니까?”

“내가 뭣하러 널 키워준단 말이냐. 저번에도 말했듯이, 로아흐 가문은 원래 널 내쫓을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그에 대한 죄책감으로 제가 강해지도록 도와주는 거 아니셨습니까?”

“내 할 일까지 내팽개치고 말이냐?”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다.

하긴 앗지에가 자기 일을 등한시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책임감이라는 말로 똘똘 뭉친 남자니까.

‘역시 괜히 물어봤나.’

사실 이런 이야기 자체를 앗지에 본인에게 꺼낸다는 게 어색하다. ‘나를 키워주느라 아무 데도 가지 못하는 겁니까?’라는 질문을 본인에게 한다니.

하지만 어떻게든 물어야 했다. 앗지에라면 왠지 정말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고, 만약 그렇다면 조치를 취해야만 하니까.

“내가 지금까지 임시직을 계속해 온 건 선택을 위해서였다.”

“선택이요?”

“그래. 뭐든 경험해봐야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니.”

그러고 보니 무기를 고를 때도 그런다고 했지. 창을 선택한 것도 여러 무기를 죄다 시험해 보고 나중에서야 결정한 것이라고. 이번 일도 마찬가지라는 건가.

“그리고 어느 정도는 정해졌다.”

“그렇습니까?”

“나는 프로가 될 것이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앗지에다운 선택이라 생각하면서도, 그답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의외군요. 저는 형님이 혹여 기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기사는 나에겐 너무 답답한 곳이다. 규율에 엄격하니.”

……그런 조직이 누구보다 잘 맞을 것 같은데.

내가 잠깐 그런 생각이 든 사이, 앗지에가 내 얼굴을 훑었다.

“그나저나, 훈련은 잘 되어가나?”

“열심히는 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 같군.”

내 얼굴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든 걸까. 하긴 요즘 계속 얻어맞은 게 쌓였으니. 얼굴은 되도록 피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쉽지 않다.

“물론 얼굴이 그 모양이라고 내 훈련이 약해질 거란 기대는 마라.”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야말로 당치도 않은 기대다.

나는 창을 든 앗지에를 마주 보고, 그가 든 것과 같은 창을 직조한다.

앗지에에게 창을 배우기 위해 쭉 이렇게 해오고 있는데, 내가 스킬을 쓸 때마다 앗지에의 눈빛이 조금 바뀌는 것이 겸연쩍다.

“볼 때마다 놀랍군. 검은 물이 모여 금속이 되고, 창을 완벽히 흉내 낸다니.”

“형님은 화내지 않으시는군요.”

내가 지금까지 만난 상대는 이 기술을 볼 때마다 화를 냈다.

심지어 자기 무기를 복제한 것이 아닐 때도 분노했다.

“내가 왜 화를 낸단 말이냐.”

하지만 앗지에는 도리어 물었다.

“……그야, 자기가 애지중지 가꿔온 물건이니, 눈앞에서 똑같은 게 나타나면 화가 나지 않겠습니까?”

“내가 키워온 것은 나 자신이다. 무기가 아니라.”

아.

그야말로 앗지에답도다.

“그 증거로, 똑같은 무기를 들었지만 나는 가르치고, 너는 배우는 입장이지.”

“정론이군요.”

창뿐만이 아니라 어느 무기를 들어도, 지금 나는 앗지에를 이길 자신이 없다.

아예 완전히 거리를 두고 아르테미스의 활과 화살을 쏘든가, ‘정’을 사용하든가. 아니 그것도 왠지 피해 버릴 거 같고.

‘……아니, 아니지.’

사실 앗지에를 이기려면 생각을 그런 쪽으로 굴려선 안 된다.

내가 벨페고르를 쓰러뜨린 것처럼, 앗지에를 상대할 때도 그런 식으로 해야 한다.

허세를 부리고, 함정을 파두고, 속임수를 쓰고, 말로 상대의 신경을 긁으면서.

그야말로 완전한 적에게나 사용할 그런 수법들.

그런 짓을 앗지에한테 사용할 수 있겠냐 하면.

‘과연, 어느 쪽이든 간에.’

돌고 돌아서, 결국 나는 앗지에를 이길 순 없는 것이다.

* * *

방학 기간 내내의 내 생활은, 제3자가 본다면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그저 훈련, 훈련, 훈련의 반복.

그리고 그사이 잠깐의 여유 동안, 나는 여러 사람들에게 찾아가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

“근접전이라 해도 각자 쥔 무기마다 거리는 달라집니다. 저는 유술로 상대를 제압하기에, 우선은 상대를 제 손안까지 끌어들이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셀레나는 그런 질문들을 가장 많이 받는 대상이었다.

나는 셀레나의 답변을 메모하면서 말했다.

“셀레나의 주 무기는 바늘이었지. 그걸 상대에게 쏘는 것은 많이 봤는데, 손에 쥐고 싸우진 않는 거야?”

“물론 가능합니다. 다만 제 바늘은 바늘치고는 길다, 뿐이지 무기로 생각한다면 많이 짧습니다. 게다가 벨 수 없고, 너무 가늘고 날카로워서 찔러도 큰 데미지를 주지 못합니다.”

“상대의 마나 흐름을 끊을 수 있잖아.”

“굉장히 정확한 곳을 노려야 하기에, 근접전처럼 상황이 매 순간 바뀌는 국면에서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과연. 오히려 쏴서 맞추는 게 확률이 더 높다는 건가.

“셀레나도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건가? 그래서 정확한 곳을 맞출 수 있는 거야?”

“그럴 때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상대가 완전히 멈추는 순간을 노리는 편입니다. 움직임을 읽는다기보다, 틈을 노린다고 하는 게 적절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강한 사람들이라도 모두 같은 방식을 사용하는 건 아니다.

“……뭔가 신기하네요.”

메모하고 있던 나에게 문득 셀레나가 말했다.

“제가 프론디어 님께 무언가를 가르치는 날이 오다니. 항상 배우기만 했는데.”

“고대어 말이지.”

어쩐지 옛날 생각이 난다. 항상 밤마다 셀레나에게 고대어를 가르쳐주었지.

……물론 만곶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해 적당히 숨기면서 가르쳐주기도 했었지만.

하지만 셀레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응?”

“말로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셀레나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 잠시 미소를 짓다가, 눈을 감고는 내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프론디어 님.”

“…….”

나는 고개를 숙인 셀레나를 잠시 보았다.

언제나 나는 셀레나가 연기를 하는 게 아닐까 의심했으나, 이번만큼은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야.”

“……프론디어 님…….”

셀레나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어쩐지 물기가 어린 눈망울은 내 얼굴을 지그시 보다가,

“그 얼굴, 정말 안 아프십니까……?”

걱정으로 물들었다.

“……그 정도야? 지금 나?”

“앞이 보이긴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음, 그렇게 듣고 보니 시야가 좀 좁아진 거 같기도 하고.

하지만 훈련을 쉴 순 없다. 이제 방학도 얼마 남지 않았고.

그리고 무엇보다, ‘휴식’ 같은 건 내가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 * *

“자, 프론디어, 마지막 날이다! 각오는 됐나?”

몬티가 내게 말했다.

방학 마지막 날. 그리고 모든 일정의 마지막 훈련.

몬티의 훈련 커리큘럼은 대체로 이렇다.

우선 몬티가 각 무기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과 시범을 보여준다. 이때 어떤 무기를 할지는 매일 다르다. 몬티 말로는 명확한 순서가 있다고 하는데, 내가 봤을 땐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정하는 것 같다.

그리고 몬티가 보여준 시범대로 내가 따라 하고, 교정을 받은 뒤 반복, 그 이후 가벼운 대련.

그 이후, 마무리로는 언제나 ‘드루가’가 준비되어 있다.

“오늘은 제대로 된 대련이 되길 바란다.”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10분간 드루가와의 대련.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는 그저 술래잡기나 다름없었다.

나는 어떻게든 구슬을 지키려 하고, 드루가는 구슬을 뺏으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련 같은 건 무리였다. 몬티는 무슨 생각인지 이 상황을 그저 지켜보고 있지만.

“좋아, 시작!”

이번에도 마찬가지.

6체의 나무인형이 덮치는 10분 동안, 나는 구슬을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이전과 똑같은 상황이 온 것을 알았다.

그저 쫓고 쫓기는 상황.

‘제길, 구슬 때문에 대련이 안 돼.’

구슬은 내 주머니 안에 있다.

그러니 당연히, 나무인형은 내 주머니만 노린다.

“……쯧.”

대련이 되기 위해선,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나는 구슬을 입에 넣어 삼켰다.

“……!”

입이 없는 나무 인형이 어딘가 당황한 것 같이 몸을 흔들었다.

“호오.”

그사이 몬티가 흥미롭다는 듯 소리를 내었다.

“그렇게 하면 확실히 대련에 집중할 수 있을 테지. 구슬을 놓칠까 걱정할 필요도 없고. 허나…….”

몬티의 눈에 걱정이 스친다.

“드루가가 구슬을 뺏으려면, 이제 널 죽이는 수밖에 없다. 프론디어.”

“그렇죠.”

쉬이익!

순간 나무인형들이 떼로 달려들었다.

지금까지와는 명백히 다른 공격. 내 품이나 주머니를 노리는 게 아니다.

명확하게 나를 노리는 공격.

까강!

나는 우선 검을 직조해 정면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쳐냈다. 어느 특별한 검이 아니었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나무인형이 들고 있는 바로 그 검이다.

─검의 가장 큰 특징은 세 가지의 공격 방향에 있어. 양쪽의 날과, 뾰족한 검 끝. 그러니 베기와 찌르기를 지나치게 구분하지 말 것.

엘린의 가르침. 나는 검의 경로를 비틀어 나무인형의 목에 칼끝을 박아넣었다.

하지만 다른 나무인형들은 여전히 나에게 달려든다. 목에 박힌 검을 곧장 빼내는 건 무리다.

그러니 버렸다.

까아앙!

다음, 폴암.

나는 직조하는 것과 동시에 폴암을 휘둘렀다. 내 주변의 원을 그리는 일격은 일순 나무인형들의 움직임을 멈춘다.

─폴암은 적들에게 ‘창과 유사한 무기’라고 속이는 것이 잘 먹히지. 그런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어라.

레베트의 가르침이다.

나는 폴암을 찌르고, 피한 나무인형의 목 뒤를 폴암의 돌출부로 당겼다.

뻐억!

놈의 머리를 장대로 후려치자, 보기 좋게 박살 났다. 그러곤 폴암을 가까운 놈에게 쏘았다. 투척용 무기가 아니라 제대로 날아가진 않지만 아무래도 좋다.

다음, 창이다.

쉬이익!

남은 나무인형들은 기이한 경로를 그려 나를 에워싼다.

과연 기술은 내가 따라갈 수 없는 경지다. 다만 힘과 속도는 역시 나를 따라오지 못한다.

무엇보다, 드루가 자신이 나무인형의 속도에 익숙하지 않다.

투두둑!

나는 창을 휘둘러 나무인형들의 무기를 한쪽으로 밀어냈다.

아무리 내가 힘이 조금 더 세다고 한들, 나무인형들의 힘을 계속 버텨낼 리가 없다.

그러니 지금 일순간, 적들의 무기를 한데 그러모은 이때.

─너의 생각보다도, 창끝이 빨리 도달하게 만들어라.

“흡!”

타다당!

낙장.

처음으로, 복수의 무기에 낙장을 펼치는 것에 성공했다.

나무인형들이 모두 무기를 떨군 것을 확인하고,

푹! 푹! 푹!

나는 빈손인 나무인형들의 머리를 전부 꿰뚫었다.

그러나 순간.

퍼억!

“쿨럭!”

남은 하나가 내 복부에 망치를 꽂았다.

숨을 쉬기 어려운 고통이 전신에 퍼졌고, 나는 억지로 이를 악물어 놈을 보았다.

나는 소검을 꺼내, 그것을 복제하고 쌍검으로 쥔다.

깡! 까앙!

첫 두 번의 검격, 나무인형의 망치에 깔끔하게 막힌다. 좀 전의 나무인형들과는 움직임의 수준 자체가 다르다.

이걸로 확실하게 알았다. 나무인형이 여섯일 때보다 하나일 때 그 실력이 월등히 높다. 역시 드루가도 여럿을 다루는 것보단 하나 다루는 게 쉽겠지.

허나 상관없다.

이후.

까가가가가강!!

나는 쌍검을 연거푸 휘둘렀다.

기술의 모자람을 스피드와 힘으로 보충한다. 말이 보충이지, 억지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그런 게 정말로 있는 겁니까? 모든 무기에 통용되는 원리라는 게?

나는 몬티에게 물었고, 방학 동안의 훈련으로 알고 싶었으나.

결국 알지 못했다. 배울수록 무기들은 그저 각자의 길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렇게 특색이 다른 무기들 전체를 통용하는 원리라니? 그런 건 처음부터 없었고, 나는 그저 무기 하나하나를 온 힘을 다해 익혀갈 뿐이다.

까앙! 까아아앙!

내 틈을 읽고 나무인형이 망치를 휘둘러 내 소검을 쳐냈다. 손아귀가 찢어지는 것 같은 통증에 나는 무기를 놓쳤다.

그리고 빈손엔 창이 생겼다.

휘익!

나는 창을 냅다 던지고, 또 빈손에 생겨난 건 망치였다.

꽈아앙!

“……?!”

나무인형은 가까스로 창을 피해냈으나, 똑같은 손에 설마 또 무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못한 건지 그대로 얼굴을 얻어맞았다.

말할 것도 없이, 나무인형 본인이 쥔 무기와 똑같은 녀석이다. 하하, 어떠,

퍼억!

“커억!”

이번엔 나무인형이 망치를 쥐지 않은 주먹으로 내 얼굴을 후려쳤다. 설마 반대쪽이 날아올 줄 몰라 전혀 대응을 못 했다.

이 자식이.

깡! 까아앙!

나는 무기를 휘두르고, 던지고, 만들고, 쏘고, 버리고, 막아낸다. 지금까지 그저 쏘아내는 것과 달리, 나는 이제 손에 쥔 순간 이 무기를 어떻게 휘둘러야 하는지를 안다.

그것을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반복하다 보면,

“허억……! 허억…….”

어느새.

나무인형이 멈췄다.

“허…….”

아니, 멈춘 게 아니다.

구동부가 전부 망가져,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우두둑! 투둑!

그걸 억지로 움직이게 만들다가, 허리 부분이 박살 나 앞으로 넘어졌다.

“…….”

이겼다. 억지였지만.

“어떠냐.”

그리곤 뒤에서 몬티가 뭐가 그리 자랑스러운지 어깨에 힘 가득 싣고 걸어왔다.

“모든 무기에 통용되는 원리. 이제 깨달았느냐?”

“…….”

“지금까지의 훈련. 모두 이 때를 위해서였다. 너에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원리를 깨닫게 해주기 위해,”

“모르겠습니다.”

“뭣이?”

나는 한숨을 흘렸다.

그냥 잡히는 대로 휘둘렀을 뿐인데 원리인지 뭔지.

그딴 거 실전에선 어지간히도 쓸데없다는 것만 알았다.

“뭐, 뭐 그래도 너무 걱정 마라. 언젠간 깨달을 테고, 드루가도 널 정말로 죽일 생각은 없었을 거야.”

“……그렇습니까?”

그렇게 보이진 않았는데.

복부에 전해진 충격은 진심 그 자체였는데.

‘몬티는 내가 신들에게 얼마나 미움받는지를 모르니.’

나는 고개를 들었다.

……어라. 아까보다 시야가 더 좁아졌다.

“그런데 말이다. 너 내일부터 콘스텔에 가잖냐.”

“그렇습니다.”

“그 얼굴로 갈 거냐?”

“…….”

뭐 아무튼.

내일부터는 다시 콘스텔이다.

3학년의 시작이다.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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