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359

358화.

난 카로스 AD4를 타고 한국대학교로 향했다.

자율주행전기차는 조용히 도로를 내달렸다. 난 운전석에 앉은 채 대시보드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포털사이트를 살펴보았다.

로스트 판타지 광고와 함께 민하영의 웹툰이 메인에 떠있었다. 어지간히 인기가 좋은 모양이다.

이와 관련된 또 하나의 이슈는 바로 임진용 회장이 게임에서 만난 서성SB 직원을 찾아간 것.

이 일은 순식간에 소문이 퍼졌고 기사로까지 올라오며, 게임사이트들은 발칵 뒤집혔다.

-와씨! 게임 속 쪼렙이 회장이었다니!

-ㅋㅋㅋ 이런 게 진정한 현피!

-올해 본 기사 중 가장 황당한 일이다 ㅡㅡ;

-이거 CNN에도 보도됐다는데 ㅎㅎㅎ

-그래서 그 사람 회사에서 잘렸나요?

-뭔 양아치도 아니고, 그런 걸로 직원을 자르겠음? 그냥 밥 잘 먹고 헤어졌다함.

-임진용이 밥 먹는 내내 게임에 대해 이것저것 질문했다는데. 밥도 임진용이 샀다함.

-임진용 멋지네. 보면 볼 수록 진국인 듯. 우리 사장도 이랬으면 좋겠다 ㅜㅜ

-ㄴㄴ 이런 거 다 개수작임. 서성그룹의 여론조작에 속지 맙시다.

-실체는 가식 존나 쩔고, 국민들 봉으로 안다고 함.

-옳소! 임진용을 구속하라!

노린 건지 어쩐 건지 모르겠지만, 대체로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덕분에 서성전자가 VR콘솔 개발에 뛰어든 것에 대해서 홍보가 됐다.

그나저나 정작 운전할 때는 별로 못 느꼈는데, 확실히 운전을 안 하니 편하긴 편하다. 길이 막히더라도 짜증날 일도 없고, 시트를 뒤로 젖혀도 되고.

자동차 페이지로 들어가자 레이븐에 대한 시승기가 가득했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지닌 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등과는 달리 은성차의 이미지는 가성비 좋다는 것이다.

기술력은 따라잡을 수 있어도 이미지는 쉽게 따라잡기 힘들다. 더 싼 차가 나오더라도 벤츠나 렉서스의 수요는 쉽게 줄지 않지만, 은성차의 수요는 바로 줄어든다.

가뜩이나 가격경쟁력에서는 중국차에, 성능에서는 일본차와 독일차에 밀리던 상황에서 PAS 에어백 리콜사태가 터지자 은성차의 판매량은 50퍼센트 넘게 하락했다.

판매량 폭락에 이미지 하락까지 겹치며, 재기하기 힘들 거라는 전망마저 나왔다. 그런데 자율주행전기차 레이븐을 출시한 뒤 반전의 계기가 만들어졌다.

구취제거제가 구취를 발명했다는 말처럼, 신기술이란 불편함을 만들어낸다. 때문에 한번 진보한 기술은 절대로 뒤로 후퇴하지 않는다.

핸드폰을 써본 사람은 삐삐로 돌아가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써본 사람은 피처폰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자율주행전기차 역시 한번 타보면, 다른 차는 불편하게 느껴진다.

레이븐은 고객 인도가 시작된 뒤 타본 사람들의 입소문이 퍼지며, 예약이 더 폭주했다. 군산 전기차산업단지가 24시간 불을 밝히며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음에도 대기물량은 점점 늘어났다.

미래차의 방향성은 크게 두 가지다. 하드웨어적으로는 전기차,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자율주행차.

이중 더 파급력이 큰 것은 당연히 후자다. 전기차는 충전방식을 바꿀 뿐이지만, 자율주행차는 삶의 방식을 바꿔놓으니까.

자율주행은 운전자가 운전에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그 시간에 얼마든지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때문에 차량 디스플레이를 둘러싼 전쟁도 한창 진행 중이다.

이전까지는 내비게이션이나 후방카메라 같이 주행에 필요한 정보들을 주로 보여줬지만, 이제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처럼, 대시보드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엄청난 시장을 글로벌 대기업들이 놓칠 리 없다.

이미 스마트폰 OS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구블과 엔플에서는 여러 좋은 조건들을 제시하며 접촉해왔다. 자신들의 OS를 차량과 연동시키면, 사용자 데이터를 공유하고, 수익을 배분하겠다는 것이다.

두 회사 OS의 안정성은 이미 검증됐고, 스토어에는 막대한 어플리케이션들이 등록되어 있다. 제안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그 콘텐츠들을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볼보,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등 여러 자동차회사들은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였다.그러나 데릴의 입장은 단호했다.

애초에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만큼 그는 플랫폼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다.한번 종속되기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도.

카로스는 이미 자율주행 시장에서 이미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시장을 굳이 IT공룡들과 나눌 필요가 있을까?

카로스는 자체적인 OS를 운영하며, 다양한 서드파티를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따로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해야 한다는 진입장벽이 있지만, 이미 수많은 업체들이 제휴를 희망했다.

과거 자동차는 한번 만들어 팔면 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마치 스마트폰처럼 주기적으로 운영체제와 시스템을 업데이트하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서성전자 스마트폰과 연동해 차량 디스플레이와 내장카메라로 영상통화를 할 수 있게 했고, 음식점, 충전소, 관광지를 추천하거나 예약하는 기능도 넣었다.

페이스잇은 이용자의 동선을 추적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여러 콘텐츠들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바로 교육 콘텐츠.

출퇴근시 일정한 시간을 이동하고, 밀폐되어 있는 차 안은 공부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게다가 전기차는 소음이나 진동도 거의 없다. 전문가들 역시 자율주행차와 보급과 맞물려 성인 교육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카로스는 더 나아가 아예 스티어링 휠과 엑셀, 브레이크가 없는 무인차량도 개발 중이다. 운전대가 없어진다는 것은 차량 내부를 다양하게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예 누워서 타거나, 승객들끼리 마주보며 탈 수도 있겠지.

그러나 기술의 진보가 반드시 좋은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차량공유, 승차공유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작년부터 이미 역성장을 시작했다.

여기에 전기차 생산량 증가로 기존 자동차 부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엔진과 미션이 사라지자 생산직 인력은 크게 감소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거센 감원 열풍이 불었다.

GM은 군산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서 미국 내에서 여섯 곳의 공장을 폐쇄했고, 2만 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폭스바겐은 경영효율화를 내세우며 1만 명 감원에 나섰고, 토요타 역시 공장폐쇄 및 감원을 검토했다.

일자리를 잃는 것은 자동차회사 직원만이 아니다. 미국에서 운수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이미 다른 직업을 찾아 나섰다.

당장이야 카로스가 제일 앞서가고 있지만, 향후 3년 안에 비슷한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 회사들만도 다섯 곳이고, 기간을 5년으로 늘리면 열 곳으로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안에 자율주행차량의 대체율이 50퍼센트가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교통사고는 현재의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들고, 교통사고를 처리하는 경찰과 보험사 직원,부서진 자동차를 수리하는 수리점, 심지어는 교통사고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와 간호사들마저 일자리를 위협받게 될 것이다.

실업은 개인에게는 절망적인 일이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불안을 야기한다. 영국의 브렉시트나, 프랑스의 노란조끼 시위 등도 실업과 취업난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해서 발생했다.

우리나라가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정치권이 학교와 기업 등과 협력해 미리 대책을 세워야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국회는 여야는 치열하게 대치중이고,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 * *

난 경영학과 학과장실로 들어갔다.

김명준 교수님은 나를 보자마자 웃으며 말했다.

“로스트 판타지 콘서트가 잘 돼서 정말 다행이야.”

“저희한테도 좋은 기회였어요.”

“기악과 학과장님이 아주 싱글벙글이야. 덕분에 가정이 평화로워졌어.”

“그 말을 들으니 제가 다 기쁘네요.”

가화만사성. 세상에 가정의 평화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겠나?

문화사업은 단지 수익이나 즐기는 것을 넘어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 대기업들은 여러 가지 지원을 펼치고 있다. 자체적으로 공연장을 지어서 운영하고, 전시회, 오페라, 뮤지컬 등을 후원한다. 어떤 회장은 국악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국악행사만 있으면 강제로 직원과 대리점 사장 등을 동원했다가 욕을 먹기도 했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우리도 열심히 문화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일단 Edm엔터의 통해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 투자하고 있고, 부대표가 열심히 서브컬쳐 진흥에 힘을 쏟고 있고.

그러다 보니 오타쿠들 사이에서 이미지가 대단히 좋아지고 있다. 이래서 오타쿠 컴퍼니라 불리는 건가?

김명준 교수님은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박필현 교수님이 고맙다고 전해달래.”

“뭘요.”

박필현 교수는 한국대 자동차학과 교수님. 일전에 PAS 에어백 사태 때 신세를 진 적이 있다.

그때 일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한국대에 AD3와 AD4 10대, 그리고 레이븐 10대를 기증했다.일부는 자동차학과에서 분해, 조립 등 교육용으로 쓰고, 나머지는 한국대 학생들을 위한 차량공유로 쓰일 예정이다.

“얼마 전, 자동차학과 교수님들을 만나봤는데, 다들 한탄하더라. 수십 년 동안 같은 걸 가르쳤는데, 이제는 변화를 못 따라가겠다며. 이번 학기부터 일제히 커리큘럼 수정했어. 엔진과 미션 대신 모터와 배터리에 대해 가르치는 걸로. 당장 발등에 불 떨어진 건 자동차학과지만, 다른 학과 교수들도 고민이 많아. 아마 몇 년 안에 일부 학과는 없어지게 될걸.”

산업의 변화에 따라 필요로 하는 인재가 바뀐다. 어제까지 유망했던 직종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다.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 역시 발맞춰서 따라가야 한다.

“그래도 경영학과는 괜찮지 않나요?”

김명준 교수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런 때일수록 경영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니까.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그걸 다루는 것은 결국 인간 아니겠어? 최근 나오는 경제, 경영 전공서적에는 네 얘기가 들어가는 거 알지?”

“예?”

“뭘 그렇게 놀래? 서점 가보니까 강진후 이름 팔아 장사하는 책들이 한둘이 아니던데.”

“그래도 전공서적은 다르잖아요. 학생들이 제 사례를 배운다는 건데…….”

대체 배울 게 뭐가 있다고?

교수님 말대로 서점의 경제, 경영 코너에는 내 이름이 걸린 책들이 쫙 깔려 있다. ‘강진후처럼 투자하라’, ‘이 책만 읽으면 당시도 강진후’, ‘강진후 투자 완벽분석’, ‘무작정 강진후 따라하기’ 등등.

심심해서 아무거나 하나 훑어 봤는데, 정말이지 개소리를 그럴 듯하게 써놓았다.

정말 놀라운 사실은 책 한 권만 읽으면 나처럼 투자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들이 그렇게 하는 대신 책을 써서 팔고 있다는 것이다!

김명준 교수님은 자랑하듯 말했다.

“알겠지만 요즘 세계 대학교 경쟁력에서 한국대 순위가 엄청 올랐어. 그중에서도 우리 경영학과가 독보적이지. 편입생들도 줄을 잇고 있고. 아! 혹시 그 얘기 들었어?”

“무슨 얘기인데요?”

“이번에 엔리케 공주가 우리 학교에 오기로 했다는데.”

“그렇군요. 엔리케…… 예?”

고개를 끄덕이던 나는 깜짝 놀랐다.

“노르웨이 공주가 우리 학교에요? 어째서요?”

김명준 교수님은 나에게 되물었다.

“설마 몰랐어? 전에 만난 적 있으니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원래 MIT로 유학 갈 생각이었는데, 한국대로 바꿨다고 하더라. 공과대 쪽에 편입 신청했고, 수속 다 끝났어.”

“교환학생이 아니라 편입이에요?”

“응. 편입.”

교환학생은 일정기간 공부하고 원래 학교로 돌아가지만, 편입은 아예 이 학교에서 졸업장을 받는다.

공과대의 경우 웬만한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니, 강의를 듣는 데 큰 지장은 없을 것이다.

왕족이 유학 가는 건 흔한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으로 가지, 한국을 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어째서 MIT가 아니라 한국대를 택한 거죠?”

“흐음,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게임 등 미래산업에서 한국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기 한데…….”

정부가 경제정책을 잘하느냐 못하느냐와는 별개로 한국 대기업들은 신산업에 뛰어들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서성전자는 초격차 전략으로 경쟁자들의 추격을 따돌렸고, CL화학 서성SB, SSK이노베이션은 OTK배터리를 생산체제를 갖췄다. 은성차는 카로스에 이어 두 번째로 자율주행전기차를 양산했고, 게임업체들은 속속들이 OTK게임즈의 VRMMORPG 개발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이전까지는 한국경제에 대해 반도체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지금은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배터리는 제2의 반도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김호민 교수가 얼마나 대단한 업적을 세운 건지는 두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인맥을 쌓으려는 목적도 있지 않겠어? 너도 그렇고 김호민 교수님도 그렇고, 다들 한국대 출신이니까. 안 그래도 요즘 한국대 애들 해외취업도 엄청 잘돼. 구블이나 엔플, 페이스노트 같은 데로 가는 애들도 많고.”

난 눈을 빛내며 게임에 대해 재잘거리던 엔리케 공주의 모습을 떠올렸다.

설마…… 이거 오택규랑 관련이 있는 건 아니겠지?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