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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6

36화 이걸 막으라고?

입영 이주 차. 오전의 고된 훈련이 끝났다.

“끄으, 뒤질 것 같드아아아…….”

훈련병 33번. 박대길은 온몸에 피멍이 들어 죽을 것 같은 기분이다. 능기적능기적 설탕물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뒤에서 짜증 섞인 소리가 나왔다.

“거 빨리 좀 가지.”

“뭐 이 새꺄?”

별것 아닌 말에도 박대길은 신경질적으로 대응했다.

그동안 미친듯이 서로를 두드린 훈련병들은 서로에 대한 악감정이 상당했다. 아무리 회복된다고 해도 주먹을 서로에게 휘두르는데, 좋은 감정이 생길 수가 없다.

“죽고 싶냐, 새꺄!”

“죽여봐라, 씨발!”

당장이라도 충돌할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 끼룩, 하고 차가운 기계음이 들리자 경직하는 훈련병들.

-분쟁 발생. 군법위반 사항 적용 중.

“히익…….”

“야, 야피 경. 그, 그게 아니라…….”

-분쟁 발생. 군법위반 사항 적용 중. 채찍형 체벌 검토 중.

“히익!”

이게 문제였다. 아무리 훈련병들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이 사람 아닌 기계 감시자가 있는 한 풀 수도 없었다.

거기에 한번 반항했던 훈련병이 정말로 야피에게 종아리를 두드려 맞는 꼴을 보았으니 누구도 감히 대들 수 없었다.

꼼짝없이 채찍으로 두드려 맞겠구나 싶었을 때였다. 구원투수가 나타났다.

“야, 야피 경! 폐하께서 찾으세요!”

-인식.

하리가 건넨 말에 야피는 형을 집행하려다 말고 사라졌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하리.

“후, 괜찮으세요? 박대길 헌터님, 한종혁 헌터님.”

“더, 덕분에 살았습니다.”

“어휴… 저, 저 인정머리 없는 놈 같으니라고.”

헌터들의 불만은 자연스럽게 야피에게 향했다.

인정머리라곤 없으며 철저하게 입력된 원칙대로만 행동하는 야피는 모두의 불만을 샀다. 반면…….

“아이고, 우리 한 대리님 아니었으면 진짜 어떻게 됐을까.”

“밤마다 야참 감사합니다. 흐흑…!”

하리는 설탕물만 먹으며 굶주린 헌터들에게 밤마다 야참을 가져왔다.

그녀가 가져오는 고구마와 감자가 아니었다면 헌터들은 진작 때려쳤──

‘지는 않않겠지만!’

‘그래도 하리 양 덕분에 겨우 살만해졌어!’

한하리는 재수없고 가혹한 야피의 압제에서 자신을 구원해주는 천사였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이 고달픈 훈련은 더욱 고달팠을 것이다.

저마다 감사를 표하는 헌터들을 보며 하리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으음… 폐하께 허가 받아서 한 거라고는 말 못하겠네.’

레온은 훈련소의 두 간부라 할 수 있는 야피와 하리의 역할을 나누었다.

착한 교관, 나쁜 교관.

회유와 협박, 당근과 채찍. 오래된 심리전법이다.

야피가 훈련병들을 채찍질하고 하리가 당근을 주어 달랜다. 마냥 가혹한 교관만 있었다면 불만이 속출했겠지만, 하리의 존재로 훈련병들의 불만은 다소 억눌러지고 있었다.

“흠, 식사는 다하였는가.”

“”옙! 폐하!!””

설탕, 소금물 식사가 끝난 뒤, 레온은 평소처럼 훈화로 오후 훈련을 시작했다.

“너희들이 먹는 식수와 설탕, 소금은 모두 농민들의 피땀 흘린 혈세에서 오는 것이다.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도록.”

“”예! 감사합니다!!””

착한 교관, 나쁜 교관에서 레온의 역할은 뭘까?

언터쳐블이다.

내무반에 출몰한 사단장이다.

사람은 차원이 다른 높으신 분 앞에선 얼어붙고 감히 불만을 드러내지 못하는 법이다.

“기뻐해라, 훈련병들이여. 그간 잘 먹었느냐? 너희들이 배불리 먹어 본왕은 기쁘다.”

-엩?

-설마… 야참 먹는 걸 들킨 건 아니지?

“그런 너희들을 위해 이 사자심왕이 특별 전술훈련을 진행토록 하겠다! 그리 돼지처럼 꾸역꾸역 처먹었으니 힘이 남아돌겠지!”

-안 남아돌아요.

-살려주세요.

수근거리는 헌터들. 전술훈련? 오후에는 서로 안 때려도 된다는 것이 반가웠지만, 이상하게 불안하다.

“아, 그전에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포상을 준비했다.”

레온이 명하자 야피와 하리가 훈련병들 앞에 웬 붉은 덩어리를 가져와 전시했다. 그리고 그 정체는 쉽게 유추할 수 있었고.

-오, 오크 대전사의 심장이잖아!

-저걸 상품으로 준다고?

오크 대전사의 심장. 최소 A급의 몬스터로 판정되는 강력한 몬스터의 아이템이다.

섭취 시 근력이나 체력 상승이 워낙 뛰어나 하급 헌터들 사이에서는 팔자를 고치는 수억원 호가의 유니크 강화제.

그런 것이 무려 다섯 개다.

“열명을 한조로 전술훈련을 할 것이다. 2주뒤 있을 수료식 게이트 공략에서 각 조마다 한 명씩, 가장 뛰어난 이를 뽑아 이것을 상품으로 줄 것이야.”

-오오!

-대박! 대박이다!

2주간 지옥같은 훈련과 설탕소금물로 깎여나갔던 사기가 순식간에 솟구쳤다. 그것을 노렸다는 듯 레온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고 말을 잇기 시작한다.

“전장에서 너희들의 역할은 철벽이다. 벽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져선 안 된다!”

요컨데 탱커였다. 훈련병들의 기본무장은 방패와 창 또는 검이었다.

“방패를 들어라! 진형을 갖춰라! 그리고 짐의 돌격을 막아내야 할 것이다!”

“……예?”

오후 훈련은 10인 1조였다.

수확이 끝난 나주평야의 드넓은 평야 위에서 1조가 두터운 방패를 들고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 뒤에는 40명의 훈련병들이 앉아서 대기 중이었고.

“게이트에서의 싸움은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백병전이다. 백병전의 기본은 무엇인가. 두말할 것 없이 진형 싸움이다.”

상대방의 진형을 무너뜨리고 자신들의 진형은 지켜내는 것. 이는 당연했다.

“너희들 중 원거리 적성이 있는 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방패 훈련을 받게될 것이다. 요즘 너희들 말로는 탱커라고 하지.”

그 말에 훈련병들이 웅성거렸다. 구대성이 순수한 의문을 물었다.

“저, 폐하… 원거리병을 제외하면 전부 탱커를 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러하다.”

그 말에 소란이 더욱 커졌다. 당연했다. 1조에 활을 든 훈련병이 두 명. 원래 원거리 적성이었으니 그렇다 치고… 남은 여덟 명 전원이 방패병이었던 탓이다.

“아니, 우리가 다 방패 들면 딜은 누가 해?”

“궁수만으론 딜이 부족할 텐데…….”

구대성은 헌터 공략대 체계에 대해 빠삭했다.

현대 헌터들의 공략방식은 게이트에 특화된 것이다.

귀하디 귀한 소수 탱커가 어그로를 끌고 딜러들이 쩜사를 통해 착실하게 몬스터의 숫자를 줄여나간다.

원거리병도 잡몹 처치에는 좋지만, 중간보스급 이상부터는 견제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당연히 딜이 부족한 탱커 대신 폭딜을 넣어줄 딜러가 필요한 것인데.

‘애초에 탱커가 되려면 그쪽 스킬을 가지고 있어야 해. 그래야 강력한 몬스터들의 공격을 다 받아낼 수 있는 거라고.’

고유스킬 하나 없는 말단 헌터들이 대체 어떻게 탱커 노릇을 한다는 건가?

“의문을 갖지 마라. 너희들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적의 돌격을 막아내는데 그치면 충분하다. 그것 하나만을 보아라.”

다른 건 신경 쓸 것 없다. 오직 막는 것. 그것 하나만 보라는 것이었다.

“짐이 돌격할 것이다. 물론 전력은 아니니 마음을 다잡고 막아봐라.”

레온은 방패를 든 열 명의 헌터들에게 말을 타고 바로 섰다.

신수 스탈리온. 저 말의 말도 안 되는 기동성을 목격한 헌터들이지만, 레온이 창조차 쥐지 않았다는 것을 보고 안도했다.

-말 한 마리쯤이야.

-오크도 뒷발굽으로 목을 날려버리던데.

-설마 우리한테도 날리는 건 아니겠지?

그때였다.

【 사자심장의 오라 】

◆효과

: 군단강화 돌격방어가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요새화가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대대형 강화가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용맹이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가벼워진 갑옷이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질긴 피부가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무거운 일격이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대마법 강화가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원거리 저항이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예리한 시선이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대보병 살육이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오염저항이 부여됩니다.

오크 게이트에서 느꼈던 압도적인 전능감. 그것이 자신들과 함께했다.

설마 이 많은 버프를 온전히 주면서 훈련을 하겠다는 건가? 그래서야 훈련이 될까? 그런 의문이 들 정도로 압도적인 버프량이었다.

“방비하라! 기사가 돌격한다!”

기사고 뭐고 이만한 버프다. 이 정도 인원이 뭉쳐서 방패를 빼곡히 들고 방어하는데, 단기필마로 뭘 어쩌겠다는 걸까?

“가자, 스탈리온.”

레온의 명령에 백마가 걸음걸이를 시작한다.

다각다각. 울리는 말발굽 소리. 구대성을 비롯한 1조 헌터들은 방패를 쥔 팔에 힘을 주며 대비했다. 그리고… 속도가 올라간다.

다각다각 하던 소리가 쾅쾅쾅쾅으로 변하기까지는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스포츠카의 제로백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어어?”

분명 30m 거리에서 작은 형체였던 레온과 스탈리온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시야를 채워나갔다.

그 기세가 너무나도 광오해서 헌터들은 전속력으로 돌진하는 덤프트럭을 마주한 것 같았다.

-쾅쾅쾅쾅──!!

말발굽 소리가 귀를 먹먹하게 하고 하체에서부터 올라오는 진동이 온몸을 때려댄다.

자동차와 열차, 비행기 따위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 말 따위, 라는 오만한 생각은 진작 날아갔다.

그들이 가진 공통된 감정은 단 하나.

‘저걸 막으라고?’

‘이건 미친 짓이야!’

사자심장이 부여하는 용맹조차도 그들에게 무모한 행동을 강제하지 못했다.

“으아아악!”

“사, 사람살려!”

가장 선두에 있던 훈련병이 몸을 던졌다. 뒤늦게 이열의 훈련병도 몸을 피했다.

불운하게도 마지막 3열에서 방패를 곧추세우고 있던 구대성이 이를 피하지 못하고 정면에서 부딪쳤다.

“어?”

충돌의 순간, 구대성은 시스템 메시지에서 ‘돌격방어’ ‘요새화’ ‘대대형 강화’ ‘용맹’ ‘가벼워진 갑옷’ ‘질긴 피부’가 동시에 발동한 것을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리한 시선’이 이 순간을 기록한다. 아까까지만 해도 함께 방진을 짜고 있던 동료들이 까마득한 점으로 보이는 순간을.

중력의 영향을 받은 채 추락한 구대성이 눈을 뜬 건 세 시간 뒤였다.

“쯧쯧… 사자심장의 가호를 받았음에도 이 정도인가. 한심하기 짝이 없군. 다음 조는 나와라!”

구대성이 추락하는 꼴을 목격한 훈련병들은 안색이 새파래졌다.

-씨발 뭐여.

-사람이 날았어.

-저걸 막으라고?

-나, 난 아직 죽고 싶지 않은데.

이날, 레온의 돌격을 막은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 * * *

청주 게이트 공략으로부터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미합중국 마탑주 레이날드 쉘먼은 고이 모셔둔 보옥에 대고 오늘도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위대한 존재시여! 제발, 다시 한번 비천한 종에게 속삭여 주십시오!”

청주 게이트로 공략 이후 지혜의 보옥에서 지식을 전달해주던 목소리는 사라지고 말았다.

그 원인은 생각해볼 것도 없이 한국에서 청주 게이트를 공략한 생존자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

레이날드는 지혜의 보옥에서 목소리가 사라진 원흉을 조사하려 했지만, 그에 대한 정보는 극도로 한정되어 있었다.

보복해야 하나? 놈을 처리하면 그분이 돌아오실까?

하지만 그 위대한 존재조차 두려워하며 도주한 자였다. 청주 게이트의 킬링머신 야크트 스피너를 압도했다고 전해지는 자였다.

그런 자를 상대로 하는 공작은 아무래도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에이 씨. 대체 언제 돌아오는 거야. 진짜 돌아오긴 하는 거야?’

그동안 바친 산제물이 몇인데! 레오날드 쉘먼은 한 달의 인내 끝에 짜증이 일었다.

“시발, 악마 새끼들 존나 비싸게 구──”

-치직!

“위대한 존재시여! 돌아오실 것을 믿고 있었습니다!”

뛰어난 태세전환을 보인 레이날드는 지혜의 보옥을 힐끔 쳐다보았다.

[씹할… 결국 내가 짬처리냣…….]

“위대한 존재시여?”

[크흠…! 어리석은 것아. 바짝 엎드려랏.]

“아예옙!”

레이날드는 곧장 엎드렸다. 어째 목소리가 바뀐 것 같지만, 보옥에서 느껴지는 사악한 기운이 강대하다는 것만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네게 삼라의 진리와 지혜를 가르칠 것이닷. 물론 너는 나를 공경하고 합당한 제물을 바쳐야겠짓.]

“물론입니다, 위대한 존재시여! 무엇을 준비할까요? 산제물을 준비할까요? 아니면 저번처럼 게이트에서 헌터들을 종으로 만들까요?”

[아니, 당분간은 내가 시키는 것만 하면 된닷. 일단…….]

곧 지혜의 보옥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보옥에 공간전송마법을 걸어둬라. 유사시 우주로 쏴버리게.]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개샛끼얏! 그냥 시키면 시키는대로 햇!]

뭔가… 저렴해졌다. 레이날드는 보옥이 시키는 대로 보옥이 보관된 상자에 공간전이 마법을 걸었다. 좌표는 우주다.

[좋아, 시키는 대로 잘했엇.]

“괘, 괜찮으신 겁니까? 보옥은… 위대한 존재의 강림을 위한 도구인 것으로 압니다만, 유사시에 우주로 쏘느니 차라리 게이트를 여는 것이…….”

[미쳤냣? 내가 그 천국 구덩이를 들어가겟!]

“예?”

[잘 들어둬랏. 나는 절대 그 괴물 새끼가 살아 숨 쉬는 행성에 머리 드밀 생각 없닷.]

“대체 그자가 누구이기에…….”

[………….]

보옥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무언가를 상기하듯, 입술을 어루만지며 끔찍한 기억을 되새기는 듯했다.

[내가 놈을 죽일 방법을 이를 것이닷. 성배기사단과 놈의 군단이 없는 지금이 몇 안 되는 적기! 어떻게든 놈과 같은 게이트에 들어갓!]

“아, 알겠습니다!”

레이날드는 보옥 너머에서 전해지는 목소리를 귀담아들었다.

그 대악마가 전하는 지식은 놀라울 정도로 위대한 지식이었기에 그는 또다시 보옥의 지혜에 감탄했다.

[제발 죽어주랏…….]

다만 너머의 목소리는 굉장히 자신감이 없어 보였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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