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Chapter 36

지구의 흡혈귀 (3)

한스의 마력을 읽은 이의 ‘간파’는 완벽하지 않았다.

흡혈귀로서의 혈계 능력인 그것은 상대가 약할수록 효과적이지만, 강한 상대에게는 거의 쓸모없는 능력이었다.

그저 거대한 무언가를 어림짐작해 판단을 내릴 뿐.

거기에 한스는 흡혈귀도 아니니, 그들의 레벨 체계에 맞춘다고 해도 오차가 있을 것이다.

원래라면 흡혈인자를 측정해 레벨을 나누는 것이 정석이니까.

하지만 그 모든 사항은 그들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당장 코앞에서 압도적인 강자가 눈을 부라리고 있었으니.

[호오···. 너, 흑마법을 익혔구나.]

한스는 감마를 보며 감탄했다.

하인즈로 대면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기운이었다.

모종의 방법으로 은폐했는지 흐릿하게 느껴질 뿐이었지만, 이미 흑마법에 있어서 대가의 반열에 오른 한스의 눈을 피할 수는 없는 노릇.

“크윽, 어떻게 내 은폐를 꿰뚫고···!”

이를 알 수 없는 감마는 그저 이를 갈 뿐이었다.

비장의 수단이었던 혈계 능력 ‘은폐’와 그것으로 감추던 흑마법이 동시에 읽혀 버렸으니···.

[흥미롭구나. 새로운 체계의 흑마법이라니. 오늘은 정말 운이 좋군.]

그동안 치안 유지 활동을 하며 간간히 흑마법 사용자를 만날 수 있었다.

흑마력의 영향으로 그들 중 대부분이 맛이 간 미친놈들이었고, 한스는 기쁘게 그들의 지식을 빨아들였다.

‘덕분에 제법 성취도 얻었지. 그런데 여기서 또 새로운 체계를 발견하다니.’

나는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순간 멈칫했다.

이 흡혈귀들은 전부 하인즈의 성장을 위한 밑거름으로 쓸 예정이지 않았나.

‘머릿속을 뒤지는 과정에서 흑마력에 노출되면 피가 상할 텐데···. 흡혈 당해 죽은 상태에선 기억을 읽지 못하고, 강령술에는 한계가 있다. 어떻게 하지?’

갑자기 찾아온 딜레마에 한스가 머뭇거리고 있자니,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감마와 일당들이 일제히 산개해 도주하기 시작했다.

불쌍하게도.

[쓸데없는 발악을 하는구나. 이곳은 이미 나의 영역. 내 허락 없이는 그 누구도 벗어나지 못한다.]

쿠웅—

지팡이로 바닥을 가볍게 찍은 한스를 중심으로 흑마력의 파동이 퍼져나갔다.

그리고···.

[키히히힛]

“으헉! 뭐야 이것들은!”

어둠에 뒤덮인 벽면과 천장, 바닥에서 새까맣게 물든 언데드들의 신체 일부가 튀어나와 도망치는 이들을 공격했다.

하인즈가 놈들을 구경하며 정보를 수집하는 동안, 한스도 결계 내부에 숨어만 있던 게 아니었다.

기다리는 동안 은밀하게 이뤄진, 결계 내부에 자신의 영역을 덧씌우는 작업.

한스의 흑마법이 날이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크윽···.”

“뭉쳐! 퍼지면 각개격파 당한다!”

아까 진소란과 싸울 때도 봤지만, 그들도 귀환자인 만큼 다양한 능력들이 나왔다.

불, 얼음 같은 자연계 능력을 비롯해 염력과 순간 가속, 그리고···.

“흐읍!”

쿠웅—!

지금 한스의 눈앞에서 주먹을 휘두르는 육체 강화 능력까지.

‘진소란의 동료였던 자로군. 민영이라고 했었나?’

전투태세에 들어간 그는 인간의 형상을 벗어나 있었다.

폭력적으로 부풀어 오른 전신의 근육과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 입에는 상어 같은 이빨이 빼곡히 돋아났다.

“크아아아!”

쾅! 쾅! 콰앙—!

폭발적인 속도로 두들기는 주먹에 한스의 방어막이 연신 출렁거렸다.

특유의 빠른 스피드로 언데드들을 피하고, 바닥에서 솟아 나오는 손아귀를 밟아 부수며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흐음, 저게 저쪽 흡혈귀의 특성인가. 육체 능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진화했나 보군···. 흥미로운데.”

같은 흡혈귀인 하인즈는 저것이 이능의 힘으로 변이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우테리카의 ‘슬레이브’와 비슷한 저 형상은 저쪽 차원 흡혈귀들의 공통된 특징이리라.

거기에 고유스킬로 보이는 육체 강화 이능까지 더해지니, 그 시너지가 상당했다.

푸푹—!

“크허억!”

물론 그것도 한계는 있었지만.

사방에서 뻗어 나온 검은 가시가 그의 전신을 꿰뚫었다.

흡혈귀들을 최대한 온전하게 잡을 생각이었는데, 이놈은 너무 팔팔한지라 약간의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 같았다.

[적당히 상대하려니 만만치가 않군.]

숨만 붙여놓을 생각이었다면 벌써 끝났겠지만, 이들 하나하나가 하인즈에게 먹일 성장제다 보니 상대하는 데 제약이 따랐다.

유기농 재배의 어려움이랄까.

그 순간, 하인즈가 「가속」을 사용해 바닥을 굴렀다.

쉬익—!

하인즈의 목이 있던 위치를 가르고 지나가는 붉은 칼날.

진소란과 함께 왔던 나머지 한 명이었다.

‘정말 만만치 않은데?’

한스가 펼쳐놓은 심연의 공간이 아니었다면 기습을 눈치채지 못하고 목이 베일 뻔했다.

이 공간을 통제하는 한스가 놈의 은신을 파악했고, 그와 사고를 공유하는 하인즈는 덕분에 타이밍을 맞춰 피할 수 있었다.

“쯧.”

기습이 무위로 돌아가자 혀를 차며 곧바로 사라지는 암살자.

여전히 하인즈의 감각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빈틈을 만들어 낼 생각이었나.’

빠져나갈 방법이 보이지 않으니, 같은 편으로 보이는 하인즈를 공격해 한스를 흔들 속셈이었겠지.

어쩌면 무력화시켜 인질로 잡을 생각이었을 지도 모르고.

‘목이 베인다고 바로 죽지는 않으니까.’

하긴, 놈들도 나름 온갖 전장을 헤쳐 나온 전투의 베테랑인데 너무 날로 먹으려고 했나 보다.

[약간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먹기 좋게 손질할 필요가 있겠군.]

한스에게서 유형화된 흑마력이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

사방으로 한기가 퍼지고, 공포의 오라가 공간을 잠식했다.

“크헉!”

“이놈들 갑자기 강해졌···. 흡!”

나름 선전하며 탈출구를 찾던 흡혈귀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6레벨이라던 놈들도 사방의 어둠 속에서 튀어나오는 흑마법에 대응하느라 쩔쩔매고 있었다.

숨어서 하인즈를 기습했던 암살자도 마찬가지.

피를 오염시킬 수 있는 저주 같은 건 지양했지만, 육체를 파괴하는 흑마법은 아낌없이 사용했다.

어지간해선 죽지도 않는 놈들이니, 진작 이렇게 했으면 편했을 텐데···.

“앞으로도 먹을 수 있는 놈들은 많으니까. 그럼 여유도 생겼겠다, 우선 한 놈 해치워 볼까?”

하인즈는 전신이 가시에 꿰뚫려 구속된 상태에서도 거칠게 저항하는 민영에게로 다가갔다.

“크아아악! 이딴 것으로! 나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으냐—!”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맹수처럼 울부짖는 그의 몸부림에 검은 가시가 하나둘 깨져나가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자력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으리라.

촤르르륵—

물론 그렇게 놔둘 생각이 없는 한스가 검은 사슬로 그의 전신을 휘감았다.

“끄으으윽!”

사방에서 조여 오는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용쓰는 그의 흉측한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하인즈는 그의 뒤로 돌아가 어깨를 잡고 몸에 올라탔다.

‘덩치가 너무 크니까 흡혈할 각도가 잘 안 나오네.’

2.5미터에 달하는 근육질 거구.

그의 목덜미에 입을 가져가며 송곳니를 날카롭게 뽑았다.

콰악—

질긴 피부와 강철 같은 근육이 송곳니를 가로막았다.

하지만 하인즈는 턱과 송곳니에 혈마력을 쏟아부으며 기어코 목덜미를 꿰뚫는 데 성공했다.

“크악! 이 미친놈이! 직접 동족 포식을 하려 하다니, 제정신이냐?!”

무시하고 그의 피를 빨아들였다.

그의 생명력과 함께 힘의 근원인 흡혈인자들을 갈취했다.

[정제 과정도 없이 동족 포식이라니 미친···.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데,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내가 무슨 마음으로 ···를 배신···는데. 그녀를 배신하고힘을힘···더욱강한힘······.]

그리고 피와 함께 딸려온 그의 사념이 머릿속을 파고들어 정신을 오염시켰다.

원망과 증오, 고통과 절망.

그 외의 온갖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확실히 아우테리카에서 동족 포식을 했을 때보다 훨씬 심하네. 이 정도면 미치지 않는 게 이상하겠어.’

나야 「마인드 허브」로 깔끔하게 거를 수 있으니 상관없지만.

마침내 흡혈이 끝났다.

모든 혈액을 갈취당한 민영은 바짝 마른 채 서서히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

“후우—.”

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작한다. 혈류가 가속하고 전신이 불에 타는 듯하다. 피부가 붉게 달아올랐다.

핏속에 담긴 서로 다른 흡혈인자가 결합해 변이··· 아니, 진화하는 것이 느껴진다.

“하아아···.”

입을 통해 수증기가 뿜어져 나온다.

···자세히 보니 전신의 모공에서도 열기와 함께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우드드득!

뼈가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고, 핏줄이 터졌는지 멍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되풀이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개체가 보유한 흡혈인자가 진화하며 가능성을 개화합니다. 특수스킬「혼혈진화」를 획득합니다.》

《새로운 흡혈인자를 수집합니다. 특수스킬「혼혈진화」의 영향으로 개체의 육체 능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하인즈의 몸이 가벼워졌다.

골격이 성장해 키와 덩치가 커졌고, 근육의 질과 밀도의 상승으로 주먹에서 이전과는 다른 힘이 느껴졌다.

“···좋은데?”

이번에 얻은 「혼혈진화」는 다른 흡혈인자를 획득할 때마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스킬이었다.

이렇게 보니 왜 광혈귀가 문제가 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이런 힘을 가진 이들이 피에 미쳐 날뛰었다면···.

“그 힘이 이제 내 것이란 말이군. 거기다 아직도 여덟이나 남았고.”

[이렇게 효과가 좋다면 어쩔 수 없지. 흑마법이야 앞으로 얼마든 기회가 있으니. 지금도 제법 소득이 있고 말이지. 큭큭큭···.]

부하들이 모두 쓰러지고, 암살자와 단둘이 남은 감마는 숨겨왔던 흑마법을 아낌없이 써가면서 저항하고 있었다.

한스는 놈을 적당히 압박하면서 「사악한 지혜」로 그 밑천을 털어먹는 중이었다.

“일단은 이곳에 남은 여덟. 그러고 나면···.”

결정했다.

혈맹을 내가 먹어야겠다.

안 그래도 부릴 수 있는 쓸만한 조직의 필요성을 느끼던 참이었다.

혼란을 부추기려는 강경파를 쳐내고, 온건파만 남겨서 거둘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으리라.

‘그 과정에서 반항하는 놈들은 내 양분이 되는 거지. 그야말로 완벽한 계획···!’

하인즈는 제압된 흡혈귀들에게 다가가며 음흉하게 미소 지었다.

***

《특수스킬「혼혈진화」의 영향으로···.》

《새로운 흡혈인자를 수집합니다. 특수스킬「혼혈진화」의 영향으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스킬「간파」를 획득합니다.》

매 순간 성장하는 것이 느껴진다.

흡혈을 한번 끝낼 때마다 전신의 세포가 진화하며 더욱 강해진다.

중복된 차원 출신이 있었는지 새로운 흡혈인자를 얻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그걸 감안하고도 동족 포식의 강화 효과는 충분히 대단했다.

그리고 낮은 확률로 상대가 가지고 있던 ‘혈계 능력’을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간파」라···, 쓸 만한 능력이군. 각성하면서 얻은 고유스킬이 아니라 혈계 능력이었나?’

일부 차원의 흡혈귀들은 그들의 혈통에 따라 특수한 이능을 부여받는다.

그것이 혈계 능력.

하인즈는 「혼혈진화」를 이용해 그들의 능력마저 강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흡혈인자의 농도가 높은 강자일수록 확률이 올라가긴 하지만. 이번에는 운이 좋았군.’

자신들의 레벨을 측정했던 「간파」능력자는 그렇게 강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들의 기준으로 따지자면, 많이 쳐줘 봐야 5레벨 정도?

‘앞으로도 기회는 많을 테니까. 그나저나 그렇게 많던 놈들이 이제 둘밖에 남지 않았군.’

아니, 이제 하나인가.

하인즈를 습격했던 암살자가 재가 되어 흩날렸다.

아쉽게도 새로 얻은 스킬은 없었지만, 은신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혈마력 운용 기술을 터득했다.

물론 육체 강화와 혈마력의 증가는 기본 옵션이었다.

“너, 너···! 대체 무슨 수를 쓴 거냐? 어떻게 동족 포식을 하고도 멀쩡할 수 있지?! 어떻게!”

제압당한 채 그의 앞에 곱게 포장된 감마.

그는 부릅뜬 눈으로 하인즈를 노려보며 입에 거품을 물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추구했던 목표를, 다른 이가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것을 보고 눈이 돌아간 듯했다.

‘그래도 나한테 많은 것을 알려준 상대인데, 마지막 가는 길에 호기심 정도는 풀어줘도 되지 않을까?’

본의든 아니었든, 그가 실컷 떠든 덕에 얻은 것도 많지 않았나.

당장 하인즈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에 그의 지분도 조금이나마 있을 터.

“그래. 알려주마.”

마음 약한 나는 그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리고 그의 뒤로 돌아가 목덜미에 송곳니를 가져다 댈 때까지, 감마는 자포자기한 채 얌전히 내 대답만을 기다렸다.

나는 그의 기대에 부응해, 진심을 담아 말했다.

“흡혈할 때 밀려드는 사념을 차단해서 정신 오염을 막으면 된다.”

“···? 뭣?! 그게 무슨 개소···.”

푹—!

거짓말 아니다.

난 진짜 제대로 알려줬어.

《특수스킬「혼혈진화」의 영향으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스킬「은폐」를 획득합니다.》

────────────────────────────────────

────────────────────────────────────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