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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60

EP.359 15. 프랑켄슈타인의 후계자 (13)

증기가 하얗게 찬 공중목욕탕의 문이 열리고 머리카락을 짧게 친 17살의 소녀가 안으로 들어오면서 일대 소란이 일어났다. 그녀가 들어온 곳이 바로 남탕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마주한 상황에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벌거벗은 남자들 사이를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성큼성큼 가로질렀다.

“고추들 치워요. 아가씨 지나갑니다!”

“으악, 카렌!”

“야야, 야, 너 인마!”

안에 있던 사람들의 반응은 남자가 여자에게 알몸을 보이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라 하기에는 호들갑이 지나쳤다. 그것은 이들의 정조 관념이 보통 사람들과 달라서 그런 게 아니었다. 이곳으로 들어온 소녀 역시 그들처럼 벌거벗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요한 부위를 가리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나이 든 남자들은 그런 그녀의 행동이 익숙한지 본척만척하며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러나 젊은 남자들은 꽥 비명을 내지르거나 근처에 있는 탕 안으로 헐레벌떡 들어가 본인의 눈을 가리기 바빴다.

“아, 누, 누나, 지, 진짜……! 나, 나이도 먹을 대로 먹은 여자가!”

그녀보다 다섯 살 적은 까까머리 소년이 그녀를 향해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그는 카렌을 피하려고 갑작스럽게 냉탕에 뛰어든 탓에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보더니 피식 미소를 지었다.

“아직도 부끄럼 타냐? 좀 익숙해져라. 타이츠 입고 서로 몸 비비고 할 거 다 했으면서 새삼스럽게.”

“이, 일부러 우, 우리 놀리려고 이러는 거 아니야? 드, 들어오면서 한 말도 그렇고…….”

“아, 그건 저기 오빠들이 입구에서 고추들 덜렁대고 있으니까 비키라는 의미에서 말한 거지.”

방금까지 욕탕 입구에서 몸풀기 운동을 하고 있었던 20대 남자 둘이 헛기침을 했다. 그들도 카렌과 지낸 지 몇 년이 되었지만, 그녀의 이런 태도에는 쉽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전원이 땅재주꾼이자 남자로 이루어진-1명을 빼고는-파파엘 서커스단의 단장인 홉스는 제일 뜨거운 탕에 몸을 담근 채 자신의 배다른 여동생이 가장 어린 단원과 말싸움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그녀를 데리고 집을 뛰쳐나온 지 이제 13년째가 되어간다. 20살 가까이 나이 차이가 나는 덕에 그는 그녀를 반쯤은 딸이라고 생각하고 키웠다. 그녀의 나이도 이제 곧 18살이 됐고, 정상적인 보호자라면 그녀의 장래에 대해서 걱정할 만한 시기였다.

자신이 배운 게 곡예뿐이라 그녀 역시 길바닥 재주꾼으로 키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저렇게 남자들하고 쌍욕을 주고받으면서 지나치게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 이대로 계속 둬도 되나 하는 고민이 들었다. 좀 더 여자로서 몸가짐을 익히도록 하는 게 나중에 시집을 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또, 또, 그딴 눈으로 바라본다. 야, 네 걱정이나 하지? 난 아직 성인도 안 됐어요, 병신아. 30대 후반에도 장가를 못 간 오라비 때문에 속 타는 여동생 마음이나 헤아려 달라고. 누가 누굴 걱정해?”

카렌이 그가 몸을 담그고 있는 탕 안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살을 데워버릴 정도로 뜨거운 탕이었다. 그녀의 피부가 순식간에 그녀의 머리카락만큼이나 붉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그녀는 신음 한 번 흘리지 않았다. 인내심은 땅재주에서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다.

그녀는 다리를 쭉 뻗더니 홉스의 허벅지 위에 발을 걸쳤다. 그는 그녀의 발을 옆으로 밀어내면서 미간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내 장가를 네가 왜 걱정해?”

“그 반대도 마찬가지거든? 네가 내 아빠라도 되냐? 별걸 다 챙기려고 들어.”

“나야 땅재주의 완성에 인생을 바치기로 한 몸이고…….”

“하, 지랄. 핑계는. 아, 잠깐! 너도 혹시 남자 좋아하는 거 아니지?”

원더스타인의 일이 떠올라 무심코 꺼낸 질문이었지만 카렌은 오빠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홉스는 연애만 못 하고 있을 뿐 여자랑 어울리는 걸 좋아했다. 들르는 도시마다 유흥가는 꼭 들리곤 했다.

홉스 역시 그녀가 정말로 자신을 의심해서 그런 질문을 했다고 여기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질문의 진의를 파악하기보다 그녀가 사용한 단어의 의미에 주목했다.

“잠깐, ‘너도’라니? 설마……우리 중 누군가가 그런 취향을 가지고 있단 말이야?”

홉스의 외침에 시끌벅적하던 목욕탕이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목욕을 즐기고 있던 파파엘 서커스의 단원들은 갑자기 서로를 경계심 가득한 눈초리로 돌아봤다. 그들은 쫄쫄이를 입고 서로 몸을 부대끼느라 민망한 상황이 잦았다. 혹시 그중에 진짜 흑심을 품은 녀석이 있다면…….

그렇게 단원 간에 불신이 퍼져가는 가운데 방금까지 카렌과 말다툼을 벌였던 까까머리 소년이 소리쳤다.

“단장님, 누나의 ‘너도’는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니에요! 카렌 누나의 말은 자기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소리……우악!”

그는 카렌이 던진 바구니가 날아오자 재빨리 그것을 피했다.

“죽을래? 이 새끼가 어디서 헛소리를……!”

“헛소리 아니에요! 저 봤어요! 카렌 누나가 어제 그 하얀 누나랑…….”

“야, 닥쳐!”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카렌은 방금 자신에 대해 중상모략(?)한 까까머리 소년에게 달려들어 그를 붙잡아 쓰러트리고는 다리를 십자로 교차해서 그의 목을 졸라댔다.

“끅……끅……하, 항복……! 항복! 내, 내가 거짓말했어……. 거, 거짓말했다고…….”

“그만해라. 애 죽겠다.”

“죽기는 무슨. 별로 세게 조르지도 않았는데 엄살은.”

실제로 카렌은 다리에 크게 힘을 주지 않았다. 소년의 얼굴이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붉게 변한 것은 그녀가 알몸으로 그에게 관절기를 걸었기 때문이다. 그는 부끄러움과 수치심 때문에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쯧쯧, 애한테 그게 뭐냐 하여간. 그건 그렇고……야, 그런데 너 말이야. 정말 여자를 좋아하는 거냐?”

“이 자식 말하는 거 못 들었어? 거짓말이라잖아!”

카렌은 강하게 부정했지만, 그 순간, 방금 까까머리 막내가 목격했다던 어제의 일이 떠오르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어제 오후, 마야는 홀로 파파엘 서커스를 찾아왔었다.

“아내 업고 달리기 대회에 나가달라고?”

“응.”

카렌은 인형처럼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친구를 보며 얼굴을 붉혔다. 둘이 짝을 지어 대회에 나간다고? 설마 이거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건가? 단장님이랑은 이제 불가능해지니까 자신이랑?

지금까지 장난스럽게 마야에게 신체적 접촉을 시도해왔던 그녀였지만, 상대의 의도에 반해서 무엇을 시도해 볼 생각은 없었다. 그것은 친구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아직 자신이 정말로 여자를 좋아하는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지금 느끼고 있는 두근거림은 사춘기 소년들이 익숙하지 않은 성에 대해 가지는 호기심 정도일지도 몰랐다. 그래서 그녀와 어중간한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었던 건데……. 만약 그녀가 자신에게 기회를 준다면…….

그러나 뒤이은 설명을 들은 카렌은 그녀가 자신과 대회에 나가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엑? 내가 원더스타인 단장님이랑? 내가 왜? 네가 나가는 게 좋지 않아?”

아내 업고 달리기 대회가 열리는 날에 원더스타인과 외출하기로 되어 있는 사람은 바로 마야였다. 그날은 여자 단원들 사이 제법 경쟁이 치열했지만, 업고 달린다는 점에서 다리가 불편한 마야에게 우선순위가 돌아갔다.

예정된 날짜는 바로 내일이었다. 그녀의 제안은 그 기회를 자신에게 양보하겠다는 것이다.

“난 3개월 내내 안마를 받았는데도 단장님을 유혹하지 못했어.”

무심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유혹’ 같은 단어를 입에 담는 그녀를 카렌은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 하여간 얘도 겉과 달리 머릿속에는 음란 마귀가 살고 있단 말이야.

“우린 그 이유에 대해 알고 있잖아.”

“그렇지. 근데 그게 왜 내가 참가해야 하는 이유인데?”

“카렌 넌 남자애 같으니까.”

“……씹.”

마야는 원더스타인이 정말로 남자만을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남자와 여자 둘 다 좋아하는데 취향만 곱상한 미남형인지 알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걸 카렌을 통해 실험하려는 것이다.

친구로부터 계획을 들은 카렌은 자신이 그동안 마법사들에 대해 들어왔던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미친 괴짜 연구자들.

“그래서 후자로 밝혀지면?”

“나도 이제 머리를 짧게 치고 바지를 입고 다닐 거야.”

그 순간 카렌은 친구의 바람과 달리 실험의 결과가 전자였으면 하는 욕구가 마음속에서 불쑥 솟아올랐다. 이렇게나 인형처럼 예쁜 애가 남장을 하고 다닌다는 것은 너무 아까운 일이었다.

“아내 업고 달리기 대회……. 그거 매달리는 쪽도 상당히 힘들다고 들었는데…….”

카렌의 입에서 투덜거림이 나왔지만, 어쨌든 그녀는 친구의 제안을 수락할 생각이었다. 원더스타인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고 며칠 식음을 전폐했던 그녀였다. 그녀의 사랑에 희망이 보인다면 기꺼이 협력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마야는 그것을 일종의 대가를 요구하는 행위로 받아들였다. 그녀는 염동력으로 둥실 떠올라 카렌에게 다가왔다.

마야는 친구가 평소에 무슨 부탁을 들으면 장난처럼 ‘볼에 뽀뽀해주면!’이라고 받아치던 것을 떠올렸다. 그녀의 아빠가 자주 입에 담는, 징글징글한 아저씨들이나 할 요구에 그녀는 한 번도 응해준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만은 사안이 사안인 만큼 그녀도 마음을 달리 먹었다.

“이거면 되겠어?”

“아.”

마야의 입술이 가볍게 친구의 볼에 달라붙었다가 떨어졌다. 카렌은 그때 자신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떠올리지 않기 위해 고개를 붕붕 저었다. 방금 자신이 몸을 담갔던 열탕보다 그 순간을 떠올리는 일이 더 뜨거웠다.

욕탕을 나온 카렌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옷들로 최대한 남자의 평균에 가깝게 갖춰 입었다. 청바지와 긴팔 티셔츠에 가죽 외투를 걸쳤으며, 운동화를 신고 마지막으로 머리에는 짧은 챙이 달린 팔각모를 썼다.

그것은 데이트를 준비하는 소녀의 차림으로서 낙제점에 가까웠다. 하지만 소년을 기준으로 둔다면 그럭저럭 괜찮게 입었다고 할 수 있었다.

애초에 그녀는 단장님에게 여자로서 잘 보일 생각도 없었다. 마야의 실험 조건만 충족하면 그만이니까.

그녀는 남자를 대상으로 한 번도 두근거림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원더스타인의 경우라고 해도 다르지 않았다.

물론 마야가 있는 서커스단의 단장님으로서, 그녀의 고민에 대해 상담을 해준 선생님으로서 호감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첫 만남 이후로 그렇게 대화를 깊게 나눠본 적이 없었다.

아마 마야가 자신의 자리를 선뜻 양보해줄 수 있었던 것도 그녀의 이런 태도 때문일 것이다. 원더스타인 주변에 그에게 그렇게 담백하게 구는 여자는 그녀밖에 없었다.

심지어 들어온 지 한 달도 안 된 니카의 시녀인 나타샤도 그와 얼굴을 마주할 때는 자연스럽게 눈웃음을 치곤 했다. 그것은 첩보요원으로서 훈련받은 사교 기술 같은 거였지만, 다른 남자들에게는 그러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미 그녀가 그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명백해 보였다.

하루 내내 서로 껴안고 몸을 맞대야 하는 순간을 앞두고도 카렌의 태도에는 변화가 없었다. 매일 남자들과 살을 맞대는 그녀에게 있어서 업히는 것 따위 아무것도 아니었다. 준비를 마친 그녀는 숙소를 나섰다.

***

아내 업고 달리기 대회의 방식은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 했지만, 어느 지역이든 그것을 전부 완주하는 사람은 100명에 1명꼴도 안 된다는 점에서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경기인지 알 수 있었다.

그 옛날 처녀를 납치한 도둑들은 신부의 가족들을 비롯한 추적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가파른 산길을 타고 강을 건너는 등 온갖 고생을 다 해야 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이 대회는 조상들이 겪었을 고통을 썩 훌륭하게 재현했다고 할 수 있었다.

미키는 베가스의 뒷골목에서 소매치기로 살아온 경험 덕분에 정보를 캐고 다니는 능력이 뛰어났다. 소문 자체를 수집하는 데에 있어서는 클라라에게 안되지만, 그녀와 달리 구전되지 않는 자료도 모아 올 수 있었다.

이런 경기에는 항상 ‘족보’가 있기 마련이었다. 매번 같은 지역에서 같은 주제로 대회를 여는데 아무리 보안이니 뭐니 해도 결국 낼 수 있는 시험 문제는 한정되어 있었다. 그는 그것을 바탕으로 오늘의 참가자인 두 사람을 단단히 훈련했다.

“니카 형, 뭐해! 이제 출발할 시간이라고!”

우몬이 천막을 향해 소리쳤다.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간 그가 30분 넘게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보다 못한 두 사람이 들어가려고 하면, 그는 거의 다 입었다고 어서 나가라고 빽 고함을 질러대곤 했다.

역시 여장을 하는 데 뭔가 애를 먹고 있는 것일까? 분명 그의 시녀가 그에게 옷 입는 법을 다 가르쳐 주었다고 했는데…….

마음 같아서는 다른 여성 단원에게 도움받고 싶었지만, 다들 외출한 탓에 손을 빌릴 데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계속 흘러가, 대회 참가 시간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참다못한 우몬이 천막 안으로 쳐들어가려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입구가 걷히면서 니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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