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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60

손을 잡고 (3)

“……”

나는 차가운 눈으로 고민했다.

연위는 허리에 양손을 얹은채 뭘 하냐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시간이 없다, 서은현! 어서 네 특기로 이 성을 개조해서 함정을 제작해야하지 않겠느냐?”

평소라면 연위의 말은 참고 정도로만 하고, 반대로 움직이고는 했다.

그녀의 행동 원리는 절대 다수가 양수진의 행적에서 기인했고, 나는 그런 양수진과 상극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육린, 그 놈은 못 믿을 놈이지.’

너무나 눈에 띄게 배신을 획책하는 중이니 도저히 놔둘 수가 없었다.

얼마간 고민하던 나는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굳이 정룡궁을 함정으로 만들진 않곘소.”

“아니 은현아 그게 무슨 말…”

“함정따윈 만들 필요도 없을 테니.”

“역시 교주!”

연위는 불만을 토하려다가 내 말을 끝까지 듣고는 빠르게 태세를 바꿔 환호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북향화를 쳐다보며 물었다.

“정복왕의 생각에, 정복왕의 함대로 정룡궁주를 제압할 수 있는가?”

내 질문에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전 함대를 이끌고 왔다면 가능하겠지만, 함대 3분지 1 전력만 있는 지금은 힘듭니다.”

“그 예상은 김영훈까지 넣어서 계산한 전력인가?”

“예, 맞습니다. 보통 함대의 전력은 능광신마(凌光神魔) 김영훈 대인까지 포함해서 재니 말입니다.”

“그렇군. 하면 본교의 합체기 태수 육극귀왕을 붙여준다면?”

북향화는 잠시 전명훈을 본 후 전력을 재어보는 듯 했다.

“그렇다면… 가능합니다. 다만…”

“다만?”

“정룡궁주의 수하들을 막으려면 다대일 전투에 능한 분이 필요합니다만…”

나는 그 말에 오현석과 김연을 쳐다보았다.

두 사람 다 다대일 전투에 능한 이들이었다.

‘아무래도 김연은 북향화랑 조금 껄끄러운 듯 하니, 오현석을 보내는 게…’

“제가 갈게요.”

“음?”

그러나 예상외로, 김연이 자원하였다.

“이 멍청한 것 혼자만 보내기엔 조금 불안하죠. 제가 언니로서 도와주는 게 맞는 것 같네요.”

그녀는 북향화를 바라보며, 어수룩한 동생을 도와주러 간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북향화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오히려 제가 그쪽을 도와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솔직히 저희 함대 전력이 그쪽을 상회하거든요?”

“그래? 그래서 나한테 인질로 잡히셨니?”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며 눈에 쌍심지를 켰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조금 나아진 거 같더니…’

어째 다시 원상복귀된 것 같았다.

‘아니, 아닌가.’

난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을 읽으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래, 그럼 자원한 기묘귀왕 김연이 북향함대를 지원하는 걸로 하지.”

자리에서 일어난 내가 손가락을 튕기자, 일시에 정룡도 전체에 있는 결계들이 인력에 의해 우그러졌다.

정룡도에 비상이 걸렸다.

“육극귀광 전명훈, 기묘귀왕 김연은 정복왕 북향화의 함대를 지원하여, 북향함대와 능광신마의 전투를 도와 정룡궁주 육린을 생포하라.”

“존명!”

초대받은 입장에서 주인을 생포한다는 건 굉장히 웃긴 일이었다만, 뭐 어쩌겠는가.

‘이제는 단순히 뒷통수를 맞아도, 나 하나만의 일이 아니다.’

나 하나가 속으면 무극교단 전체가 속는 것이다.

타인의 속셈을 미리 눈치챌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위험스레 교단을 가지고 도박할 수는 없었다.

위험은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쿠구구구구!

나는 기세를 일으키며, 명귀계의 언어로 광음역의 귀물들에게 명령하였다.

[점령하라.]

어깨에서 18개의 머리가 튀어나오며, 내 몸이 검게 변하였다.

우우우우우!

오오오-

아아아아아아-

무수한 귀물들이 우짖으며, 정룡도를 뒤덮기 시작했다.

* * *

쿠구구구구!

정룡도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축기 초기의  반인반어(半人半魚) 요족, 위윤은 오늘도 조개를 따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원래라면 금방 돌아갈 수 있었지만, 오늘은 원래 있던 길을 빙 둘러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오늘은 정룡도에 귀한 손님들이 온 날이었고, 귀한 손님들 앞에 그녀 같은 반어족 ‘삼등 신민’이 눈에 띄면 안 된다고 공문이 내려왔기 때문이었다.

꾸득, 우드드득!

조개를 딴 그녀는 땅에 발을 디디고는 몸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반인반어의 형태를 한 반어족에게는 특이한 특성이 있었다.

바로 수륙 양쪽에서 요술을 쓰지 않고도 편히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그 특징이었다.

하반신은 어류 형태였던 그녀의 몸이, 하반신이 인간의 다리로, 상반신이 물고기로 변했다.

육상 형태를 취한 위연은 물고기의 입으로 흥얼거리며, 조개를 가지고 먼 길을 돌아갔다.

비록 평소보다 먼 길이었지만 괜찮았다.

오히려 대로를 지나치지 않아, 그녀에게 괜히 시비를 거는 이등 신민 요족들이 없었기 때문에 평화롭기까지 했다.

위윤은 오늘 캔 조개들로 가족들과 무얼 먹을지 고민했다.

그녀의 마을이자, 삼등 신민들이 모여사는 마을인 폐어촌은 평화로웠다.

비록 삼등 신민들 중에서도 그녀의 반어족은 가장 차별이 심했지만, 그래도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나 위윤의 가족을 불러 해결한 후 음식이 남은 게 있으면 나눠주기도 하는 친절한 마을이었다.

그녀는 폐어촌이 참 좋은 마을이라고 생각했다.

끼야아아아아!

우우우우!

오오오오-

갑자기, 정룡도 전체에 먹장구름이 끼면서 무시무시한 귀신들이 하늘을 뒤덮기 전까지는.

위윤은 이 해괴한 괴사에 놀라, 서둘러 그녀의 집으로 달려갔다.

정룡도에서는 이등 신민 이하는 비행법술을 쓸 수 없는 금공 금제가 걸려있었기에 날아갈수도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위윤이 자신의 마을로 달려갔을 때.

그녀는 자신의 마을이 불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시커먼 귀신들과, 기괴하게 생긴 저주인형들이 귀화를 통해 마을을 불태우고 있었다.

끼야아아아아!

끄아아아!

“유, 윤아! 도망치거라!”

“여기로 오면 안 돼!”

위윤의 부모님이 그녀를 보며 황급히 소리쳤다.

그녀는 오늘 주워온 조개를 떨어뜨리고 뒷걸음질을 쳤다.

[끼야아아아아! 교주님의 명이다!]

[히야아아아! 교주께서 정룡도의 호구조사와 신분패 발급을 확인하라 하셨다! 모두 잠시 모여라!]

[오오오오- 교주께서 최대한 친절한 모습으로 봉사를 하며, 주민들이 불안에 떨지 않게 하도록 명하셨다! 소독을 위해 잠시 폐촌은 불태워 허물고 신축 건물을 지어주자!]

[크키키키킥, 고력계 요족 놈들. 명귀계의 건축기술 맛을 보여주마.]

귀신들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명귀계의 언어로, 끔찍한 괴성을 지르며 폐어촌의 요족들을 잡아 어딘가에 몰아넣고, 건물을 불태우며 기괴한 뭔가를 세우기 시작했다.

위윤은 도망쳤다.

괴상하게 웃는 귀신들과 저주인형이, 그녀의 평화로운 일상을 송두리째 뒤집어 엎었다.

위윤은 너무나도 두려워, 그저 연약한 인간의 하반신으로 도망칠 뿐이었다.

그리고 그때, 수풀 사이에서 기괴한 꼭두각시 병사들이 나타났다.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저주인형들은 위윤을 보며 괴상한 언어로 마구 소리질렀다.

[꼬마 아가씨, 길을 잃었나?]

[혼자 다니면 위험하다네 아가씨. 우리가 부모님께 데려다 드리겠네, 집이 어디지?]

“꺄아아악!”

위윤은 새된 소리로 비명을 지르고는 다시 도망쳤다.

저주인형들이 끔찍한 명귀계어로 비명을 지르며 그녀를 쫓아왔다.

[이봐 아가씨, 거긴 심해 방향이야!]

[돌아오게!]

“저, 저리가! 저리…아!”

그리고 그녀는, 기어이 정룡도의 끝자락에서 발을 헛디뎠다.

위윤은 눈물을 글썽이며 심해로 떨어졌다.

그녀의 눈에, 고력계의 언어로 쓰여진 깃발을 단 무수한 함선들이 보였다.

함선들의 깃발에는 이리 적혀 있었다.

[무극교단 휘하 북향함대]

‘아아… 그렇구나. 이계에서 온 마교와, 정복왕의 정복함대…’

위윤은 그녀의 일상을 망친 주범들을 눈에 담으며 심해에 떨어졌다.

반인반어족의 위윤이 정룡도 아래쪽에 숨겨진 심해도에 떨어져서, 그곳에서 기연을 얻고 무극교단에 복수심을 불태우는 전사가 되는 것은 훗날의 이야기.

그리고, 그런 그녀를 뒤로하고, 북향함대가 출진하였다.

쿠구구구구!

북향함대의 함장인 북향화는 불편한 눈으로 그녀의 옆에 있는 김연을 흘긋 보았다.

“놀지만 마시고, 저기 정룡도에서 탈출중인 정룡궁의 수하들이나 사로잡으시죠?”

“어머, 미안하지만 쟤들이 궁주를 도우러 가면 그때 잡는 게 더 나아. 지금은 저렇게 산개해서 도망치지만 궁주를 도우러 올 땐 다시 밀집할 테니까.”

“하! 한 명이라도 더 빨리 사로잡을 생각은 안하고 그런 변명이라니 조금 추하시네요.”

“그 추한 사람한테 매달려 잉잉 울었던 누구 말은 잘 안 들리네.”

북향화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 그…으… 전 그런 적 없거든요? 그보다 왜 함장실에 들어와 있는 거에요?”

“붕어를 잡으러 간다고 너까지 기억력이 붕어가 되면 어쩌니? 지난번에 내가 함장실까지 쳐들어왔던 거처럼 정룡궁의 신하들이 너를 습격하러 올 수 있으니까 내가 지켜주고 있다 했잖아?”

“그건 특히 예외적인 경우라 호위는 필요 없다 했잖아요? 그리고 붕어를 잡으러 가는 게 아니라 잉어를 잡으러 가는 거에요. 지능은 그쪽이 붕어 아니신가요?”

김연과 북향화는 서로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함대나 더 빨리 몰아, 이 잉잉아.”

“누가 잉잉이에요! 함부로 부르지 마시죠?”

“글쎄, 나는 너한테 말한게 아니라 나한테 매달려서 잉잉 울었던 잉잉이한테 말하는 건데, 왜 찔려? 너 아니라면서?”

“이익…”

북향화는 시뻘건 얼굴로 김연을 노려보다가, 결국 함대 지휘에 집중하였다.

쿠구구구구!

그리고, 얼마 후.

북향화와 김연의 시야에 주홍색의 용포를 입은 육린과 백린.

그리고 육린에게 머리채를 잡힌 육요가 들어왔다.

* * *

육린은 무표정한 얼굴로 육요의 머리채를 잡고 뒤를 돌아보았다.

육요는 전신이 피투성이가 되어, 비행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육린의 손아귀에 매달려 있었고, 백린은 그 모습을 보며 질린듯한 모습이었다.

육린은 북향함대에게 시선을 마주하며 물었다.

“정복왕께서는 만찬을 즐기고 계시지, 어찌하여 이곳까지 마중오셨는가. 산책을 나오셨다기엔 조금 과한 장비를 가지고 오신 것 같군.”

그 말에, 북향함대의 일향함.

그 뱃머리 위로, 흑의 무복을 입은 사내.

능광신마 김영훈이 나타나 답하였다.

“하하, 정룡궁주께는 조금 송구한 말씀입니다만, 이 위정해역은 저희가 접수하기로 방금 전 무극교단과 북향함대 사이에서 조율이 끝나서 말입니다.”

“호오…”

그러나 육린은 크게 놀란 표정은 아니었다.

‘뭐, 그 자의 얼굴을 봤을 때부터 예상은 했지.’

그는 무극교단의 군사라는 연위의 얼굴을 떠올렸다.

연위는 그를 모르는 눈치였지만, 육린은 그녀의 얼굴을 익히 알고 있었다.

육린이 막 천인기에 도달했던 4만여년 전.

그 당시 고력계를 한 바탕 뒤집어놓았던, 광한계 출신의 인간족.

배신왕(背信王) 금위!

‘명귀계에서 본인에게 오복축을 쌓는 방법을 가르쳐준 흑색귀골궁을 배신하고, 고력계로 넘어온 후에는 본인에게 고력계의 상황을 가르쳐준 세력을 배신하고, 세력 갈아타기를 계속해서 해대며 강녕축을 쌓은 후 결국 광한계에 있는 본인 종문의 힘을 통해 빠져나간 다음, 듣기로는 본인의 사문과 정혼자마저 배신한 자.’

비록 4만년이나 지났기에 그녀의 위명은 많이 사그라들었지만, 적어도 육린은 그녀의 얼굴과 명성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금위에게 고력계에서의 정착을 도와준, 내 백부의 앵룡궁 세력을 배신하고 앵룡궁의 고석 백만 개를 훔쳐 달아난 미친 인간족 놈.’

안 그래도 당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던 육린의 백부, 앵룡궁주 육웅은 그 충격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정복왕 북향화가, 해역을 정복한 후에 해역 안정으로 유명하다면, 금위는 미꾸라지처럼 이곳저곳에서 분탕을 치기로 유명했었지. 금위가 자기 정혼자에게 기력을 보해줄 영약을 구한답시고 날뛰며 장어족 사축기 도주를 잡아갔던 사건부터 시작해서, 본인을 숨겨준 대웅족 도주의 웅담을 빼간 것…’

오로지 무수한 사기와 협잡, 배신만이 인생의 전부인 것마냥 활개치는 금위에게, 고력계는 배신왕이라는 별호를 붙여주었다.

그런 배신왕 금위였으니만큼, 육린은 무극교단이 그의 뒤통수를 칠 것도 예상했다.

그랬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먼저 연위의 뒤통수를 치려 준비했다.

‘하지만 역시나 인간족은 명불허전이군. 내가 뒤통수를 치기 전에 먼저 나를 이리 몰아대려 하다니. 그것도 나한테 초대를 받은 객 상태에서!’

육린은 눈매를 꿈틀거리며 김영훈에게 물었다.

“…명성과 긍지높은 정복왕의 세력이, 이렇게 본 궁주를 핍박할 줄은 몰랐소. 정복함대가 정복하는 것은 오로지 폭정을 일삼는 궁주들뿐이 아니었던가?”

“맞습니다.”

김영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본 궁주가 위정해역에 그리도 큰 폭정을 저질렀다고?”

“그는 아닙니다.”

“뭐라? 그럼 지금 그대들은 본 궁주를 아무 이유 없이 이리 핍박한다는 말인가?”

“오해가 있군요. 정복함대가 폭정을 저지르는 궁주들을 적대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저희가 궁주를 적대하는 이유에는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츠츠츳!

김영훈의 전신에서 황금빛이 돌기 시작했다.

“바로 저희를 먼저 적대하려 한 이들은, 모두 여지없이 정복당했습니다. 우리가 정복함대가 되어 해역을 세 곳이나 정복했었던 이유는, 폭정도 폭정이지만 그들이 우리를 먼저 위협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정룡궁주께서도 마찬가지시지요.”

얼마간 김영훈과 눈을 마주치던 육린은 뭔가를 알아챌 수 있었다.

“…그렇군. 능광신마 자네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 특이한 공법을 익혀 기운을 숨기고 다니는 거라고들 하던데, 아니었어. 자네는… 염골호의 주인과 같은 부류였군!”

염골(鹽骨)호.

그것은 투귀족과 몇몇 포악한 이종족들이 뭉쳐 결성된 고력계의 악명높은 해적단.

투마해적단의 주력함의 이름이었다.

귀하디 귀한 염정을 통채로 제련하여, 함선의 용골로 쓰고 있는 염골 호의 주인, 투마해적단장, 진마열!

그는 자신의 팔찌를 어루만졌다.

“지금도 내 심상이 읽히는가? 법기의 성능을 최대한도로 끌어올렸다만.”

김영훈은 말없이 그의 도를 뽑았다.

육린은 혀를 찼다.

“보이는가 보군. 진마열 그자보다 우수한 모양일새. 그 자가 익히던 것의 이름이 투보였던가…?”

그러나 김영훈은 불쾌하다는 듯 눈매를 씰룩거렸다.

“그 자와 본인의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 자가 익히는 것은 투보이고, 나의 것은 무공(武功)이라 부르지요.”

“다른가?”

“당연한 말씀이군요. 애당초…”

김영훈은 짜증난 표정으로 능광도를 늘어뜨렸다.

“그 자는 무인(武人)이 아닙니다.”

“…? 당연한 소리지. 그 자는 투귀족이니까.”

“…됐습니다. 어차피 이해는 못 하실 테니… 얌전히 항복하시지요.”

“하…”

육린은 비릿하게 웃으며, 전신을 영역으로 뒤덮기 시작했다.

[교만한 것… 감히 네가 본좌를 핍박하느냐…?]

쿠구구구구!

육린의 전신이 부풀어오르는 듯 하며, 그는 영역을 두른 거대한 주홍빛 용이 되었다.

그는 흥분한 듯이 인근의 천지영기를 들었다 놓았다 했지만 그의 속내는 차가웠다.

‘영역으로 몸을 덮은 데에다 법기까지 최대한 활성화 했다. 아무리 투보를 익혔어도 내 감정은 더 읽기 힘들겠지.’

그의 예상대로 김영훈은 더 이상 그의 의념을 읽는 것을 멈추고 투기를 갈무리하기 시작했다.

육린은 흥분한 듯 했지만 냉랭한 시선으로 혀를 찼다.

‘능광신마 김영훈. 정복왕의 북향함대. 거기다… 진마열을 압도하다시피 했던 합체기 태수와, 심상치 않아보이는 인간족 여자. 내가 지겠군.’

그는 적당히 육요를 던져버린 후 입에서 빛을 뿜었다.

김영훈의 황금빛 도가 육린의 숨결을 갈랐다.

육린은 그를 향해 날아드는 김영훈과 전명훈을 보며 생각했다.

‘어차피 상관 없다. 오늘은 져 주도록 하지. 이리하여 저들의 안쪽으로 파고들 수 있다면… 봉래도로 진입하여, 최후의 승리자는 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 *

“서명하시오, 육린.”

북향함대는 육린을 생포해 와, 그의 앞에 현고지를 들이밀었다.

현고지에 적혀있던 본래의 계약 내용은 연위에 의해 전부 수정되었다.

그 덕에 육린은 우리와 동맹 신세였다가 노예에 가까운 수준으로 위치가 격하되어야 했다.

결국 그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고력계의 성사 해린의 이름으로 무극교단의 준 노예 신세가 되는 계약서에 서명하였다.

나는 육린에게 질문하였다.

“육린. 너는 시종일관 우리에게 뭔가를 숨기고, 우리를 배신하려고 하였지. 본 교주는 심상을 읽을 수 있는 바, 그대는 우리에게 무엇을 숨겼는지를 고하라.”

“후후, 대단도 하시군. 관심법이라도 쓰시는가?”

“…어감이 그렇긴 하지만 비슷하다고 해 두지.”

그는 침음성을 흘리며, 우리에게 진실을 얘기하였다.

“…나는 무극교단과 그대들을 배신하려 하였다.”

“어째서지?”

그러나 이유를 추궁하는 내 옆에서, 연위가 버럭 소리치며 내게 말했다.

그녀는 육린을 보며 뭔가가 떠올랐다는 의념을 띄우고 있었다.

“교주! 어차피 고력계의 요족들은 배신과 사기, 협잡으로 유명하니 들을 것 없습니다! 저들의 천성이나 다름없으니 이유는 아무 의미도 없지요. 그러니 어째서 보다는, ‘어떻게’ 우리를 배신하려 한 것인지를 듣는 게 더 중요할듯 합니다!”

‘이전에 고력계에서 당한 게 많은 건가?’

나는 일단은 고력계의 유경험자인 연위의 말에 따라 질문을 바꾸었다.

“현고지에 대고 계약을 제안 했으면서, 어떻게 우리를 배신하려 한 거지?”

그리고, 육린은 피식 웃으며 말해주었다.

“봉래도에 들어가면 현고지의 힘은 거의 소멸된다. 그 안쪽의 결계에선 무수한 언약과 계약이 효력을 잃지.”

“봉래도의 특성으로 우리를 배신하려 했단 거군.”

“그런 셈이오.”

“그렇다면…”

나는 노예 계약을 맺은 육린을 향해, 심문을 이어갔다.

* * *

반어족의 소녀, 위윤은 꿈틀거리며 눈을 떴다.

“여, 여긴…?”

어두운 곳이었다.

“나… 심해로 뛰어들지 않았나?”

그녀는 어쩐지 차원으로 이뤄진 심해와는 다르게, 진짜 물이 가득찬 주변을 바라보았다.

근방은 짠 물로 가득차 있었다.

하반신을 물고기의 것으로 전환한 위윤은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그녀는 자신이 호수 같은 곳에 떨어졌음을 알았고, 그녀는 호수의 끄트머리로 헤엄쳐 갔다.

“여긴…?”

그녀가 호수의 끄트머리에서 본 것은, 거대한 해룡(海龍)의 조각상이었다.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369화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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