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361

EP.360 15. 프랑켄슈타인의 후계자 (14)

두 동생은 맏형이 텐트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를 놀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위압적인 불심검문 앞에서도 당당하게 할 말 다 하는 그가 정작 놀림 받을 때는 평정을 잃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두 사람에겐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막상 그와 마주치자 둘은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니카……형?”

먼저 정신을 차린 미키가 간신히 입을 뗐지만, 우몬은 여전히 넋을 잃은 사람처럼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미, 미안……. 많이 이상하지……?”

니카는 두 사람의 당황한 반응에 수줍게 몸을 꼬며 얼굴을 붉혔다. 두 사람은 차마 그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을 돌리며 헛기침을 했다.

사춘기에 들어서면 아무리 곱상한 남자라도 여장을 하면 티가 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현재 니카의 모습에서는 남자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잘록한 허리, 보기 좋게 튀어나온 골반에 볼록 솟은 가슴은 여자의 몸 그 자체였다.

오늘 그가 입기로 한 옷은 아무르 지방의 전통 의상이었다. 유목민이었던 키예프 사람들은 여성이라도 말을 타기 위해 바지를 입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아무르 지방만은 특이하게도 바지 대신 치마를 입었다.

대신 그들은 치마에 옆트임을 넣어 한쪽 다리를 뺄 수 있게 만들었다. 현재 치마 옆 벌어진 틈으로 니카의 새하얀 다리가 맨살을 내놓을 듯 말 듯 비치고 있었다.

그 시선들을 느꼈는지 니카는 치마 옆 자락을 여미며 변명하듯 빠른 속도로 말했다.

“오, 옷이 생각보다 작더라고……. 그리고 주, 준비한 스타킹도 찢어져서 어쩔 수 없었어……. 눈대중만으로 사서 그런가…….”

니카는 자신의 현재 상태를 옷을 잘못 고른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옷이 작은 게 아니었다. 그의 몸이 커진 것이었다.

웓더스타인에게서 빼돌린 그 하얀 가루가 문제였다. 그것을 먹는 순간 그의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 뜨거운 기운이 하복부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뼈와 근육이 뒤틀리는 느낌을 받았다. 커다란 압력이 전신을 주무르는 것 같았다.

키르쿠스의 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별빛. 그것을 먹으면 데볼루트로 인한 개조를 일시적으로 제거할 수 있었다. 니카의 경우는 어머니의 배 안에 있을 때 받았던 성전환 시술이었다.

모든 데볼루트로 인한 변형이 그렇듯 그것은 그를 완전한 남성으로 만들어준 게 아니었다. 그것은 그가 남자처럼 보이도록 그의 몸에 피와 살로 된 외투를 입혀준 것에 가까웠다. 별빛을 흡입한 것은 그 외투를 벗는 행위에 해당했다.

비명을 지를 새도 없었다. 고통은 찰나였고 변신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그는 거울을 보고 경악했다. 그곳에는 자신과 똑 닮은 여자가 나신으로 서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이게 나?’

그는 손으로 몸을 더듬어 봤다. 가슴에는 없던 것이 솟아났고, 가랑이 사이에는 있던 것이 사라졌다. 어깨는 좁아지고 골반은 넓어졌으며 턱선은 갸름해졌다. 그는 완전히 여자가 되고 만 것이다.

손으로 몸 여기저기를 더듬어 봤다. 환상이나 속임수 따위가 아니었다. 만져지고 느껴지는 것들은 모두가 생생했다.

그녀의 여성성을 드러내는 부위들은 처음으로 세상 구경을 나온 속살들이라 그런지 외부 자극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게 진짜인가 싶어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릴 때마다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쾌감이 전신을 찌릿하고 울렸다.

“흐읏.”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신음에 재빨리 손으로 입을 막았다. 설마 자신의 입에서 이런 간드러진 목소리가 나오다니?

수치심과 동시에 공포가 밀려왔다.

‘설마……이 상태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건 아니겠지?’

밖에서 동생들이 서두르라고 아우성치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천막 안으로 뛰어들 기세였다. 그녀는 일단 당면한 문제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서둘러 준비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힛, 젠장, 뭐, 뭐냐고, 이건……읏!”

옷감에 중요한 부위가 쓸릴 때마다 그녀는 계속해서 몸부림을 쳤다. 남자의 몸에 맞춰 산 옷이라 그런지 품도 너무 작았다. 옷을 갈아입는 데 상당히 시간이 지체되었다.

그녀는 텐트를 나서기 전에 마지막으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몸매를 다 드러내는 치마를 입은 소녀를 보고 누가 제국의 황태자를 떠올릴 것인가?

‘큭, 가슴은 또 왜 이렇게 큰 건데…….’

그녀의 몸은 그녀의 나이에 비해 상당히 발육이 좋았다. 남자였을 때는 빈약한 몸 때문에 걱정이었는데, 지금은 정반대였다.

이는 ‘남성화’에 억눌려 있는 여성성이 반작용으로 튀어나온 덕분이었다. 보통 사람의 2차 성징은 10살이 넘어가면 시작됐다. 즉, 니카는 여성성의 발현이 억눌린 지 4년이 넘어간다는 소리였다. 그것이 현재 15살의 기본 육체에 한꺼번에 더해진 셈이니 여자가 된 그녀의 육체적 나이는 실질적으로 19살이라고 할 수 있었다.

“빨리……경기장으로 가자.”

니카는 자신의 몸을 자꾸 훔쳐보는 동생들을 나무랄 수 없었다. 자신이라도 평소 남자라고 여기던 사람이 이렇게 분장하고 나오면 놀라서 쳐다봤을 테니까.

저들은 이 옷 밑에 진짜 여자의 몸이 있다는 것을 알까?

경기가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세 사람은 서둘러 대회가 시작되는 장소로 달렸다. 그들 사이에 말은 오가지 않았다. 급하게 달리느라 그런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니카의 여장이 준 충격이 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걸음걸이는 급속하게 느려졌다. 니카가 자꾸 뒤처졌기 때문이다. 치마의 옆트임을 죄는 끈 때문에 그녀는 보폭을 크게 벌릴 수 없었고, 달릴 때마다 출렁거리는 가슴도 달리는 데 방해됐다.

“아니, 여장을 너무 본격적으로 한 거 아냐? 그냥 대충 심사만 통과하면 되는데……. 도대체 뭘 넣은 거야?”

미키가 손을 뻗어 니카의 가슴을 주물렀다. 당연히 솜이나 밀가루 반죽 따위를 넣었을 거라고 예상하고 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물컹하고 손에 잡히는 그것은……그가 상상했던 감촉과 전혀 달랐다. 그것은 마치…….

“야, 무, 무슨 짓이야!”

니카가 그의 손을 거칠게 쳐냈다.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가슴을 가리는 것이 정말로 추행이라도 당한 여자의 행동 같았다. 그녀는 미키의 표정을 보고 재빨리 가슴팍을 추스르고는 침착하게 대꾸했다.

“기껏 분장한 게 무너지잖아……. 이거 혼자서는 다시 못 세워…….”

“아, 맞다. 나타샤 누나가 도와줬다고 했지? 공연 준비할 때도 분장 잘하시던데……대단하시네……. 이런 것도 만들고…….”

나타샤는 제국 첩보부의 요원 중에서도 잠행과 변장술이 최고 수준이었다. 서커스단에 들어온 그녀가 단원들의 분장을 책임지는 일을 맡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능력 덕분이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유라크네가 한두 시간 매달려야 겨우 사람 꼴을 갖추게 할 수 있었던 마야와 클라라도 30분 만에 갓 포장지에서 꺼낸 인형처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솜씨가 좋았다.

물론 니카의 분장에서 나타샤가 도와준 곳은 양옆으로 묶어놓은 머리카락이 전부였다. 그래도 자신이 갑자기 여자로 변했다는 설명보다는 나았기에, 그는 자신의 몸을 이렇게 보이게 만든 원인을 전부 나타샤의 공(?)으로 돌렸다.

미키가 손에 닿았던 감촉에 대한 적절한 해명을 듣고 안심하는 한편, 우몬은 방금 니카가 내지른 고함이 뭔가 이상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당황해서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그의 목소리는 높고 가늘었다. 마치 진짜 여자의 것처럼…….

“어쨌든 이대로 달리다간 제시간에 못 맞추겠다. 안 되겠어, 야, 우몬. 네가 니카 형을 좀 업어라.”

“지금……?”

“그래. 어쩔 수 없잖아. 어차피 대회에 나가려면 익숙해져야 하고, 괜히 체력 빼는 거 같지만…….”

우몬은 자신을 보며 우물쭈물하는 니카를 바라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허리를 숙였다.

“남자를 업어주는 건 처음이지만 뭐……. 1주일 치 용돈을 그냥 날릴 수 없으니…….”

“고마워, 우몬.”

니카가 그에게 다가오며 상냥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몬은 그 순간 그의 코에 여자의 살결 냄새가 확 치닫는 것을 느꼈다. 그의 후각은 서커스단 누구보다 예민했다. 몇십 미터 떨어진 곳의 피 냄새도 맡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는 그녀의 살 냄새를 애써 무시하고는 인상을 팍 쓰며 고개를 내저었다.

“끙. 향수 냄새가 고약하잖아.”

“응? 나 향수 안 썼는데?”

“오, 옷의 방향제 냄새가 그렇다는 거야.”

우몬의 피부는 기본이 붉은색이었고,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그르렁거리는 것처럼 들렸다. 그래서 두 사람은 그가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렇게 우몬이 니카를 엎고 달린 덕분에 그들은 가까스로 시간에 맞춰 경기가 시작되는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강 옆에 자리 잡은 넓은 둔치에 수천 명의 사람이 북적였다. 미키는 연습했던 것들을 상기하라며 그들이 입장하는 내내 뒤에서 소리쳤다.

“우몬 군,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겠군요.”

“단장님?”

그들이 공터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원더스타인이 다가왔다. 그는 여장한 니카의 모습을 보더니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런 니카 군, 후후, 아니, 지금은 양으로 불러야 하나요?”

“구, 군으로 불러주세요.”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몸을 살펴보고는 곤란한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남장을 풀어서 신난 것은 알겠지만……이건 너무 대놓고 드러낸 것 같은데요? 미키 군과 우몬 군이 의심하지 않는 게 이상할 것 같군요.”

“윽, 이, 이건 모두 나타샤의 분장 때문이에요.”

“아, 어쩐지! 한 달 전에 비해 몸매가 너무 성숙해져서 놀랐어요. 그때는 밋밋했는데 말이죠.”

“저, 저질스러운 말씀을……! 이게 다 누구 때문……!”

니카는 그의 약에 대해 따지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원더스타인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가 자신의 변한 모습을 본다면, 분명 자신이 그 약을 먹었는지 의심할 거라 여겼다. 하지만 그는 그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어떻게 된 일이지? 역시 여자로 변하는 것은 내게만 적용되는 부작용인가? 아니, 그러면 몇 시간 안에 효력이 끝난다는 것도 내게는 적용 안 될 수 있다는 거잖아? 다시는 남자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갑자기 두려움이 확 밀려왔다. 키르쿠스가 내리는 권능인 인스피라는 그 특유의 이미지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실제로 재밌게 웃고 끝날 농담 같은 능력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분리 마술에 실패해 반으로 쪼개진 상태로 살아야 했던 마술사의 사례라든가, 영원히 쫓아오는 단검을 피해 숨어 살다가 끝내 찔려 죽은 곡예사의 사례라든가, 상자 안에 자신을 한없이 구겨 넣다가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연체 술사의 사례 따위를 들어보면 마신의 힘은 역시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느끼게 해주었다.

원더스타인의 가루 역시 그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마신의 저주 때문에 공주가 되어버린 왕자의 설화가 떠올랐다. 자신이 딱 그 꼴 아닌가?

니카는 원더스타인에게 그 하얀 가루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갑자기 본부석 쪽에서 대회 진행 요원이 확성기로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봐요! 남자 둘이라니! 여장하고 대회에 참가하는 건 금지입니다!”

니카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우몬은 막 대회 본부에 신분증을 제출하고 번호표를 발급받으러 간 참이었다.

설마 자신이 우몬에게 신분증을 잘못 건넨 것일까? 여자로 변해버린 것에 놀라서 숙소에서 남자 신분증을 챙겨온 것은 아닐까?

온갖 불길한 상상이 일어났다.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비웃음 소리가 뒤따라 나왔다.

“어느 동네에 누구야?”

“쯧쯧, 남자가 낀다면 업히는 사람들끼리 붙을 때 반칙이지! 치사하다!”

“푸핫핫, 어디 여장한 모습 좀 보자!”

“그냥 발가벗겨 버려! 그놈은 남자도 아니다!”

그녀는 그 소리가 자신을 향한 것이라 여겼다. 치마를 쥔 그녀의 두 손이 벌벌 떨렸다. 하지만 원더스타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더니 고개를 내저어 그녀를 안심시켜 주었다.

“신분증 실수는 아닌 것 같군요.”

“……네?”

“저길 보세요.”

대회 본부 쪽에서 두 사람이 진행 요원들 손에 끌려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알렌과 여장을 한 조였다.

그러나 조의 변장은 누가 봐도 한눈에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성의가 없었다. 대충 꽃무늬 원피스를 두르고 가슴에 쿠션을 쑤셔 넣었을 뿐이었다. 그는 심지어 콧수염조차 떼지 않았다!

“그러게. 그거 떼라고 했잖아!”

“콧수염은 자존심이라고!”

“그거 뗐어도 당신들에겐 안 속았을 거요!”

두 사람은 그대로 대회 밖 진흙탕에 던져졌다. 사람들의 박장대소가 뒤따랐다. 알렌과 조는 그 뒤로도 억지 논리로 티격태격하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었다.

원더스타인은 오랫동안 방송을 했던 몸이었다. 그는 두 사람이 사람들의 반응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들켜서 쫓겨나는 것은 저들이 의도한 바일 것이다.

새해가 되면 뽑으려고 했던, 막간을 담당할 광대들.

지금의 저들이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원더스타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