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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62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362화

107장 가문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키안은 교실 벽에 묶인 상태다.

내 흑천으로.

“윽, 크윽……!”

키안은 내 흑천을 빠져나가려 애써보지만, 아무리 그래도 연약한 소녀의 힘으론 무리다.

키안의 능력은 거미와 실을 이용한 변칙적인 움직임, 그리고 분신이니까.

“뭐야 이, 새까만 건……!”

키안은 흑천을 처음 보는 듯 당황하며 말했다.

정확히 말하면 흑천을 처음 봤다기보다는, 무기로 만들지 않고 조종하는 흑천을 처음 보았겠지.

“좀 진정해.”

나는 키안에게 말했다.

키안은 나를 홱 노려보았다.

“너 그새 실력이 좀 늘었네!”

늘었다마다.

적어도 키안이 알던 나 때와는 천지차이다.

물론 이렇게까지 성장했어도 나는 키안의 분신을 알아차릴 수 있는 건 아니다.

내 ‘육감’은 감지에 특화된 것이지, 감지한 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방도는 없다.

다만 전후좌우를 모두 감지할 수는 있으니까, 나는 키안 본인을 포함한 분신 전부를 동시에 제압했다.

“그리고.”

나는 한숨을 내쉬며 키안에게 등을 돌려 교실 내부를 보았다.

“너네도 좀 진정해.”

교실은 이미 잔뜩 얼어붙은 상황이다.

그냥 소녀 하나가 나에게 돌격한 거면 모를까, 이미 교실 전체가 거미로 뒤범벅이다. 이미 몇몇 학생들이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주저앉은 애들도 있다.

내 동료들 중에서는, 아스터나 로발드는 인상을 찌푸리긴 했어도 얼어붙진 않았다.

의외로 아텐도 멀쩡했다. 무슨 장수풍뎅이라도 구경하는 아이처럼 거미를 빤히 보고 있었다. 셀레나도 얼굴이 잔뜩 찡그려져 있긴 했지만 ‘적’이라서 그런 것이지 거미 때문은 아니었다.

문제는 엘로디와 사이벨이었다.

“이, 이, 이……!”

엘로디는 이미 눈동자에 이그니의 신력으로 불꽃이 가득했다. 다만 자기 자신의 출력을 알고 있어서 마법을 펼치지 못하는 느낌이다. 머릿속으로 그나마 약한 마법을 고속으로 검색하는 느낌이다.

애꿎은 아대만 치이익, 하면서 쉴 새 없이 연기를 뿜었다.

거미들이 그나마 키안의 수족들이라 지능이 있는 것에 안심했다. 분위기 파악 못한 거미가 엘로디의 볼에라도 붙었다간 그 뒤의 미래는 어느 누구라 해도 막을 수 없다.

“…….”

그리고 사이벨 쪽은, 사실 이 쪽이 더 심각한데, 사이벨은 이미 ‘적색 꽃잎’을 완료한 상태다.

무기 레이피어에는 이미 오러와 불꽃이 넘실거리고 있고, 그냥 단순한 불꽃이 아니라 오러와 융합된 것이라 사이벨의 의지를 그대로 반영한다. 이미 몇 거미들이 근처를 지나가다가 전부 불타 죽었다.

음, 둘 다 거미를 엄청나게 싫어한다는 것만은 알겠다. 그 와중에 둘 다 불꽃을 본능적으로 데려오는 것은 칭찬할 부분인 걸까.

“주, 죽여, 전부 죽이겠어…….”

사이벨이 살벌한 소리를 했다.

“버, 벌레들은, 전부, 죽여…….”

“기다려 사이벨. 거미는 벌레가 아니,”

화아악!

갑자기 얼굴과 몸 주변이 뜨끈해지더니 주변 거미들이 전부 타죽었다.

음, 닥치고 있는 게 좋겠다.

나는 다시 키안에게 다가갔다.

“아무튼 오랜만이다. 키안.”

“너한테 그런 소리 들을 만큼 친하지 않아! 바보야!”

“……뭐, 그렇지. 일단 이 거미들 좀 치워줘. 이래서야 얘기가 안 돼.”

“내 거미들이 없어진 순간 무슨 짓을 할 지 어떻게 알고!”

“넌 이미 구속돼 있잖아, 바보야. 지금 거미들이 널 지켜줄 수 있을 거 같아?”

그렇게 말하고 난 뒤의 폭발 임계 직전인 두 여자애를 가리켰다.

“그리고 이대로 있다가 언제 교실이, 아니 콘스텔이 폭발할지 몰라. 아무리 그래도 ‘이니에스’에 대해서는 알겠지?”

“…….”

키안이 엘로디를 슬쩍 보았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거 같은 눈동자를 보고, 눈이 조금 가늘어지더니 다시 나를 보았다.

“……알았어.”

사사삭!

그제야 거미들이 물러나 교실 밖으로 나갔다. 그 움직임과 소리에 놀라 몇 학생들이 히익, 하면서 기겁했지만,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거미들이 움직인 순간 엘로디와 사이벨의 마력이 엄청나게 일렁이는 것을 느꼈는데, 진짜 간발의 차였다.

“좋아……. 제인 선생님은?”

나는 이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제인을 찾았다. 그런데 좀 전까지 교탁에 있었을 제인이 보이지 않았다.

“저기 계셔.”

그때 아스터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에, 곱게 옆으로 누워 있는 제인이 있었다. 누가 보면 침대 위인 줄 알겠다.

“거미들이 들이닥친 순간에 기절하셨어.”

“…….”

어쩌면 만곶은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정보 하나를 놓쳤던 게 아닐까 싶다.

* * *

“저는 말이죠, 프론디어. 프론디어를 자랑스레 여기고 있어요. 쭉 같이 해온 담임으로서. 인간으로서도 존경하는 부분이 있어요. 정말이랍니다?”

“……감사합니다.”

“근데 정말 아쉬운 점이 하나 있어요. 왜 프론디어의 주위에는 항상 뭐가 일어날까요? 그리고 왜 항상 작은 게 아니고 큰 게 일어날까요?”

“……죄송합니다.”

교무실에서 나는 제인의 칭찬 겸 한탄 겸 꾸지람 겸 투덜거림을 듣고 있었다. 그 전부가 진심이니, 나로선 대답 그대로 고맙고 미안할 뿐이다.

“그러니까…… 키안. 성은 없군요. 그냥 키안인가요?”

제인은 옆에 있는 키안을 보며 물었다.

키안은 큰 사고를 일으킨 것치곤 딱히 뭘로 구속하거나 하진 않았다. 일단 지금 본인이 굉장히 얌전하고, 딱히 피해를 입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굳이 말하면 사이벨이 일으킨 불꽃에 벽이나 바닥에 그을음이 좀 생겼지.

키안은 나에게 달려들면서 수많은 거미들이 한번에 들이닥치고, 또 한번에 나갔을 뿐이다.

단지 그것만으로 만곶의 목자를 맞상대하던 콘스텔의 교사 하나를 기절시키고, 전쟁의 주역인 학생 둘을 혼란에 빠뜨렸으니 새삼 그 위력을 실감한다.

“네에. 성은 없습니다. 키안이에요.”

키안은 나에게 돌진한 것과는 딴판으로 예의 바르게 답했다.

그런 키안을 보며 제인이 잠시 고개를 기울였다.

“……요즘은 드물군요.”

그에 내가 물었다.

“옛날엔 있었습니까?”

“마물 전쟁 직후에는요. 당시에 모든 가문들인 용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으니까요. 특히 영지를 지킬 의무가 있던 귀족들이 도망치는 경우가 많았죠. 전쟁이 끝나고 그런 가문들의 이름은 오명이 되고, 그러니…….”

그러니, 차라리 가문명이 없는 것이 낫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가문 명이 없으면 보통은 평민보다 낮게 취급 받는다.

이 세계에서 중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이 가장 흔하게 받는 벌이 성이 탈락되는 것이다. 평민 귀족 가릴 것 없이.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게 차라리 나을 정도로, 그때 당시의 전쟁에서 도망친 가문의 이름이 위험했다는 건가.

거기서 제인의 슬쩍 키안을 보았다.

키안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도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성을 버렸다고. 구차한 것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낫다고.”

“조디악 헬드레…….”

헬드레는 조디악이 되기 전 흉악한 범죄자였다. 그가 성이 없는 건 범죄자였을 때 이미 탈락됐었다고 봐야지. 그걸 헬드레는 오히려 반겼을 거다.

범죄자에서 조디악까지 반전되었을 정도니, 헬드레가 마물 전쟁 당시 어느 정도의 숫자를 말살시켰는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그런 놈한테 잘도 이겼군, 나.’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제인이 키안에게 물었다.

“그럼 프론디어에게 복수를 하러 온 건가요?”

헬드레의 죽음은 당시엔 굉장히 의미불명한 것이었다. 누가 죽인 건지, 어떻게 해서 죽은 건지도 확실치 않았다.

물론 당시엔 그랬다는 거고, 평가가 반전된 지금 상황에서 내가 헬드레를 죽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정황상 그랬을 가능성이 높으니.

그리고 내가 죽인거나 마찬가지다. 렌조의 일격으로 죽었으나, 그 상황을 내가 만들었으니.

하지만 키안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할아버지에 대한 복수로 온 게 아니에요. 할아버지가 무슨 짓을 해왔는지 알고 있고, 시간도 오래 흘렀으니.”

“그러면?”

“따지러 온 거예요. 프론디어한테. 원래는 공격할 생각도 없었고, 어디 있는지만 확인하고 다음에 다시 오려고 했는데.”

그렇게 말하더니 키안을 내 얼굴을 째릿 노려보았다.

“저 느긋하고 나른한 얼굴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열이 뻗쳐서.”

“……그런 이유로 사람을 덮쳐?”

“흥. 죽일 생각은 없었어.”

알고 있다. 살기가 없었다는 것쯤은. 그러니 흑천으로 얌전히 묶어둔 것이다. 상처 하나 나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다.

제인이 물었다.

“뭘 따지러 왔는데요?”

“…….”

거기서 키안이 고개를 숙였다. 분노를 참아내는 듯 손과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다.

“야! 너!!!”

아니, 참지 않았다.

키안은 온갖 화를 나에게 쏟아내는 듯 외쳤다.

“왜 나한테 거짓말을 해!”

“거짓말?”

“황제가 죽는다 그랬잖아!!”

“……!”

거기서 나는 입을 벌렸다. 너무 놀랐다.

내 거짓말이 뭔지를 깨달아서, 가 아니라.

여기가 교무실이고, 제인뿐만 아니라 온갖 교사들이 여기에 있고,

지금 키안의 목소리는 건물 전체를 울릴 정도였기 때문이다.

“네가 황제가 죽는다고 해서 나는, 읍! 으읍!”

나는 일단 급한 대로 흑천으로 키안의 입을 막았다.

하지만 역시 급한 대로 한 조치라, 오히려 제인의 더 의심스럽다는 듯 나를 보았다.

“……방금 그게 무슨 소리죠, 프론디어?”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교무실에 있던 교사들 중 몇이 이 얘기를 듣고는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중에서, 최악의 상대가 있었다.

“정말로, 감히 흘려듣기가 무서울 정도로.”

황궁기사이자 교사.

악동, 파스칼 쉴리츠였다.

“재밌는 얘기네요? 프론디어 학생.”

여전히 생글거리는 웃음을 띠고, 내게 다가왔다.

저 웃음에 깊은 음영이 져 있는 게 너무 무섭다.

“이건 오해가 있습니다, 파스칼 선생님. 저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이,”

“호오. ‘말하지 않았다’가 아니라, ‘그런 뜻이 아니었다’라?”

아차.

나는 실언을 한 것을 깨닫고 얼른 조준을 키안에게 바꿨다.

“야! 말을 그런 식으로 하면 어떡해! 마치 내가 폐하가 죽길 바라는 것 같잖아!”

“읍! 읍읍!”

“……프론디어. 입을 풀어줘야 대답을 할 텐데요.”

제인이 정당한 반론을 했다.

정당하긴 한데, 난 키안의 입을 도저히 풀어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있어서야 내 의심만 짙어질 테니, 하는 수 없이 나는 다시 흑천을 회수했다.

입이 열리자마자 키안이 말한 게 이거였다.

“여기서는 ‘폐하’라 그러네! 나랑 있을 때는 황제, 황제 아주 연호를 하더만!”

“야!!”

“나랑 있을 때 그 잘난 표정은 어디로 갔냐?! 여기서도 거짓말 해보시지! 이 거짓말쟁이야!”

어쩌면 이 세계에서 내 최대의 적은 키안이 아닐까?

저 진심으로 억울하다는 표정과 눈빛을 이길 수가 없다. 저건 연기가 아니니까.

“네가 분명히 그랬잖아! 황제가 죽는다고!”

“그러니까 그건!”

“황제가 죽고, 다음 황제가 즉위해 신분제를 없앨 거라며!”

“……!”

그 순간, 교무실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좀 전까지는 그래도 농담의 공기가 흘렀던 공간이 그런 잡스러운 기색을 싹 훑어버렸다.

파스칼의 미소가 흐려졌다.

명백한 ‘경고’의 징조다.

“그걸 위해서 아스터가 전쟁의 주역이 되기로 한 거였잖아! 평민이 대표가 되어야만 신분을 엎을 수 있으니까!”

“……야, 잠깐.”

“왜 네가 주역이 되는데!”

키안은 이 공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얼어붙은 교무실 안에서 계속 외쳤다.

“너는 ‘로아흐’잖아! 이 바보야!”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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