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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62

EP.361 15. 프랑켄슈타인의 후계자 (15)

카렌이 우몬을 만난 곳은 아내 업고 달리기 대회의 본부석 앞이었다. 그녀는 그가 파트너로 니카를 데리고 왔으며 그를 원더스타인 옆에 두고 왔다는 소식을 듣고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과연 저 멀리 아무르 전통 치마를 입은 소녀와 검은 정장의 사내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게 보였다. 지난 한 달 동안 같은 방을 써서 그런지 둘 사이는 무척 가까워 보였다. 소녀가 얼굴을 붉히며 뭐라고 소리치면 남자는 기분 좋게 웃으며 받아주었다.

오전까지였다면 카렌은 마야를 위해 둘 사이를 어떻게 훼방 놓을지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의욕이 들지 않았다. 친구에게는 기회가 없다는 것을 이제 확실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도 아는 모양이군요. 마야 양이 말해주던가요?”

원더스타인은 카렌과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그녀가 저번 밤에 있었던 일을 마야에게서 들었음을 눈치챘다. 카렌은 혹시나 그가 자신들의 계획을 알아차렸나 싶어 뜨끔해서 되물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세요?”

“이런 공공장소에 크게 떠들 만한 일은 아니죠. 제가……마야 양을 크게 실망시킨 일 말입니다. 남자 대 여자로서.”

“아…….”

카렌은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설마 그는 마야가 그의 비밀을 캐낸 것을 눈치채고 있었단 말인가?

“원래 이 경기는 마야 양과 함께 나가기로 되어 있었죠. 갑작스럽게 파트너를 바꿔 달라고 한 것은……역시나 그 일 때문인가 보군요.”

“아, 아니, 그, 그건…….”

“후후, 카렌 양의 차림새가 오늘 지나치게 남자애다운 것도 다 그걸 고려해서인가요?”

“어, 그, 그러니까…….”

그가 알던 카렌의 차림새는 전신 타이츠에 중요한 부위만 짧은 재킷과 반바지로 가리는 식이었다. 며칠 전에 봤을 때만 해도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었다. 하지만 오늘은 자신의 몸매를 드러내는 부분은 모두 숨겼다. 아무리 봐도 그의 성추행을 경계해서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카렌은 남자애다운 차림새를 했다는 말에서 자신들의 계획이 모두 간파되었음을 확신했다. 하긴 마야가 그가 동성애자임을 눈치챘다는 것을 아는 마당에 갑자기 카렌이 이런 식으로 접근한다면 바보라도 무슨 수작인지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죄, 죄송해요.”

“카렌 양이 죄송할 게 있나요. 제가 오히려 미안하죠. 마야 양은……저를 경멸하고 있나요?”

카렌은 그가 짓는 미소가 어쩐지 슬퍼 보인다고 생각했다. 이 시대에 동성애는 환영받지 못하는 취향이었다. 그걸 주변 사람에게 들키고 이런 식으로 시험받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일일지 카렌은 짐작하기 힘들었다.

“겨, 경멸은 절대 아니에요! 마야가 실망한 것은 사실이지만……그래도 여전히 단장님을 존경해요! 남녀로서는 이제 힘들다고 해도……적어도 스승으로선 말이죠.”

“그런가요?”

“네. 오늘 일을 부탁한 것도……최소한의 기대는 있어서 그런 거예요.”

“최소한의 기대라……. 그렇군요.”

원더스타인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런 게 없었다면 호감도가 플러스를 가리키지도 않았을 것이다.

카렌은 이제 그가 확답을 줄 타이밍이라고 생각했고, 그는 그녀의 기대에 부응해주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마야 양에게 전해주시겠습니까? 단장과 단원, 스승과 제자로서는 계속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고.”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실험이 생각보다 빨리 끝난 것은 다행이었지만, 결과는 기대했던 것과 정반대였다. 방금 원더스타인이 한 말은 자신이 완전한 동성애자임을 선언한 것이다. 마야에게는 일말의 여지도 없다고.

“제가 마사지를 계속하는 것도 마야 양에겐 힘든 일이 되겠죠.”

“네…….”

“그 문제는 앞으로 칼슨 씨에게 일임하겠다고도 전해주세요.”

카렌은 절망할 친구의 표정을 상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카렌은 그길로 객석으로 달려가 친구에게 소식을 전했다. 단장님이 자신들의 계획을 모두 눈치채고 있었다는 것도, 그가 두 사람의 관계는 단장과 단원, 스승과 제자까지로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는 것도.

마야는 그대로 돌처럼 굳더니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완전히 절망해버린 듯했다.

“나는 대회 본부에 가서 번호표 반납하고 올게! 단장님이 굳이 경기에 같이 나가줄 필요 없다고 했거든!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카렌은 그렇게 말하고 본부석을 향해 달렸다. 그러나 몇 발자국 뛰다가 뒤를 돌아봤을 때, 마야는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염동력을 쓴 것일까, 아니면 투명화를 쓴 것일까. 어쨌든 그녀는 사라져버렸다. 아마 혼자 입고 싶은 것일 것이다.

그렇게 카렌은 힘 빠진 걸음으로 경기를 기권하기 위해 본부석으로 향했다. 그러다가 중간에 우몬과 만나서 니카의 얘기를 듣게 된 것이다.

“오늘 처음 입어보는 옷이라고요? 이 경기를 너무 만만하게 본 것 아닙니까? 힘든 동작이 과제로 나오면 어쩌려고요? 니카 양은 곡예를 훈련한 것도 아닌데.”

“그, 그야말로 단장님은요! 달리기 대회에 정장이라니. 대회를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닌가요?”

“후후, 제 마법을 알지 않습니까? 눈 한 번 깜빡일 새에 옷은 갈아입을 수 있어요. 저보다 니카 군이 걱정이죠. 그럼 예행연습이라도 해볼까요?”

“네? 꺄아악!”

카렌은 원더스타인이 니카의 허리를 안더니 그대로 들어서 공중에 반 바퀴 돌리고는 어깨에 얹는 장면을 지켜봤다. 니카는 왁 하고 비명을 지르더니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두 팔로 그의 머리통을 감쌌다. 잠시 후, 그녀는 심술이 난 표정으로 그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마구 때렸다. 제법 세게 치는 것 같은데도 원더스타인은 웃기만 했다.

즐거워 보이는 두 사람이었다. 아무리 봐도 마야와 자신의 계획 때문에 경기를 즐기려는 원더스타인을 바람맞히는 건 꺼림칙했다. 좋은 의도도 아니고 그의 마음을 시험하려고 한 것 아니었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파트너로 붙기에는 이미 속셈이 다 들통난 마당에 서로 불편할 게 분명했다. 차라리 저 둘을 붙여준다면…….

“남자를 등에 업는다니…….”

마침 옆에서 우몬이 투덜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아무래도 여장한 니카를 몸에 싣는 게 계속 불만인 것 같았다.

어차피 마야는 혼자 어디론가 가버렸겠다. 그렇다면…….

“야, 우몬, 우리 파트너 교환하지 않을래?”

***

그랑프리에 참가하는 서커스단들은 전력 보강을 위해 연초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이름난 실력자를 직접 섭외하는 곳도 있었고, 공고를 통해 사람들을 모아 경연을 통해 선발하는 곳도 있었다. 빌리 앤 베티의 경우에는 후자에 속했다.

베티는 아무르 신년 축제 기간 중간에 하루를 비워 선발 대회를 열었다. 시험 방식은 간단했다. 길들인 동물로 대표적인 장기를 보이면 되는 것이다. 조건이 있다면, 우리 안에 가둬두면 안 되고 폭력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뿐이었다.

“거기다 오늘은 특별 심사위원으로 손님 한 분을 초청했습니다!”

규칙의 소개를 마친 베티는 무대 한쪽을 향하여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곳에서 베티와 똑같은 복장을 한 소녀가 무대 위로 뛰어 올라왔다. 그녀는 조련사들을 향해 크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원더스타인의 괴물 서커스>의 부단장인 엘라라고 합니다!”

그녀의 우렁찬 자기소개에 무대 아래로 수군거림이 번져 나갔다.

“엘라라고? 설마 그 엘라?”

“맞아. 원더스타인……괴물 서커스……그곳의 부단장…….”

“레카체프 입학시험과 10월 시험에서 활약했다던 걔?”

“그래. 길들이기 천재.”

그녀는 사람들을 향해 꾸벅꾸벅 인사해 보였다. 그녀의 뒤에서는 베티가 그녀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고마워, 이렇게 초대에 응해줘서.”

“제가 드릴 말씀이에요. 이렇게나 다양한 동물들의 재주를 볼 기회를 놓칠 수 없죠.”

엘라는 두근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려는 듯 가슴 위에 손바닥을 올려 보이며 말했다.

“그런데 서커스단의 신입을 선발하는 자리에 저 같은 외인을 초대해도 되는 거예요?”

“말했잖아. 특별 심사위원이라고. 무대 위에 오를 수 있는 조련사의 선발은 당연히 내가 결정할 거야. 너는 당장은 무대 위에 올리기는 힘들지만, 싹수가 보이는 사람. 즉, 일종의 견습 단원 선발권을 맡았다고 생각하면 돼.”

“아하.”

엘라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나야말로 묻고 싶은걸. 네가 남의 서커스단 선발하는 자리에 끼어도 되는 거야? 너희도 별을 2개나 가지고 있잖아. 그쪽도 새로운 단원을 뽑아야 할 텐데…….”

“저희는 내부 내정자가 2명이나 있어서 괜찮아요.”

엘라가 말한 내부 내정자 2명은 레이나와 클라라를 말하는 것이었다. 둘 다 서커스단에 들어오긴 했지만, 대회 규정상 무대 위에 오를 수 있는 인원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었다. 둘 다 무대 위에 오르는 것을 거부해서 지금까지 미뤄뒀지만, 정 사람이 없으면 그들 둘을 명부에 올리면 그만이었다.

“자, 그러면 배부된 번호대로 저 천막으로 들어오시면 됩니다. 그러면 1번부터…….”

“잠시만요!”

막 선발을 시작하려는데 누군가 베티의 말을 가로막았다. 조련사 중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소년이 손을 들며 앞으로 나섰다.

“누구시죠?”

“참가번호 43번. 벨카입니다.”

“작은 숲 합창단……이먀르가 단장님의 아들이군?”

베티는 한눈에 그를 알아봤다. 그녀가 입에 담은 작은 숲 합창단이라는 이름에 엘라를 비롯한 다른 조련사들도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작은 숲 합창단도 역시 길들이기로 이름 높은 곡예단이었다. 그곳은 특히 소동물을 잘 키우기로 유명했는데, 무대에 실제 흙과 조경수를 동원해 작은 숲을 조성하고 길들인 동물들로 짧은 드라마를 만들어내곤 했다.

“그래. 무슨 볼일이지?”

“베티 단장님에게 심사받는 건 불만 없습니다. 어머니께서도 단장님 밑에서 많은 경험을 쌓으라고 이곳에 저를 보냈으니까요. 하지만 저 여자애가 무슨 자격으로 저를 심사한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얘도 명성은 상당할 텐데. 내가 보기에 실력도 그에 전혀 뒤지지 않아.”

“저는 인정 못 하겠습니다.”

그제야 사람들은 이것이 무슨 사태인지 알아차렸다. 같은 길들이기 분야에서 활동하는 10대 유망주끼리 자존심 싸움이 붙은 것이다. 물론 일방적으로 시비를 거는 쪽은 벨카였지만, 엘라가 먼저 심사위원으로 나선 것도 있으니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할래?”

“받아줘야죠.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제가 평가내릴 때, 쉽게 승복할 거 아니에요?”

엘라의 두 눈은 전의로 가득 불타고 있었다. 그러나 거기에 적대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작은 숲 합창단은 그녀도 몇 번 그 공연을 본 적 있었다. 그곳도 그녀가 좋아하는 서커스단 중 하나였다.

어렸을 적 그녀가 빌리 앤 베티에 들어가고 싶다며 노래를 부르고 다녔을 때, 할아버지는 차라리 작은 숲에 들어가는 게 어떻겠냐고 권하곤 했다. 실제로 빌리 앤 베티보다 작은 숲이 그녀에게 더 잘 맞긴 했다. 그녀가 마침 기르고 있는 아이들도 소동물에 속했으니까.

“승부는 어떻게 낼 거야?”

“‘따라 하기’로 하자.”

따라 하기는 주로 비슷한 동물을 키우는 조련사끼리 재주를 겨룰 때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서로의 동물들에게 재주를 하나씩 부리게 하고는 각자의 동물들이 상대방의 재주를 따라 하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벨카는 품에서 갈색 취 한 마리를 꺼냈다. 녀석은 엘라가 키우는 쥐와 같은 종이었다.

“네가 쥐를 키우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 나도 30마리 정도 키우고 있지.”

“아까부터 눈치채고 있었어. 네가 위에 걸친 털가죽 코트. 그거 쥐들이지?”

그녀의 지적에 벨카는 몸을 움찔했다. 그에 따라 그의 가죽 코트에서 수십 개의 머리가 불쑥 솟아나 엘라를 바라봤다. 크기와 생김새는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비슷한 갈색 털을 가진 쥐들이었다. 그의 근처에 있던 몇몇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내가 무대에 오르면 애피타이저로 관객들에게 보이곤 하는 재주야.”

“괜찮은데. 그럼 우리 찍순이도 나와볼까.”

엘라가 손가락을 탁 튕겼다. 그러자 천막 꼭대기에 앉아 있던 비둘기가 공중을 선회하며 그녀의 머리 위를 향해 다가왔다. 얼마 안 있어 녀석의 등 위에서 흰색 쥐 한 마리가 폴짝 뛰어내렸다.

새된 비명들이 뒤따랐다. 그러나 그들이 예상하는 끔찍한 낙하 사고 같은 것은 없었다.

찍순이의 목에는 엘라의 연비복과 같은 색의 스카프가 망토처럼 매여 있었다. 녀석은 뛰어내리는 순간 그것을 앞발로 풀었다. 그리고 그것을 쥐고는 낙하산처럼 펼쳐지도록 다리를 벌렸다. 펄럭하는 소리와 함께 낙하 속도가 급격하게 감소했다.

찍순이는 시야를 엘라의 모자 위에 고정하고 오른발, 왼발을 움직여 조금씩 낙하산의 방향을 조정해나갔다.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고 그 작은 쥐의 비행을 주목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주인의 모자 위 정중앙에 안착하자 우레와 같은 갈채를 쏟아냈다.

찍순이는 뒷다리로 무릎 꿇고는 뒤로 몸을 한껏 젖히더니 손에 든 스카프를 흔들며 울부짖는 듯한 자세를 취해 보였다. 감격에 찬 함성에 더해 폭소가 이어졌다.

웃지 않는 사람은 벨카 한 명뿐이었다. 그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엘라와 그녀의 쥐를 번갈아 쳐다봤다.

확실히 대단한 재주다. 들짐승에게 비행을 가르치다니. 그것은 그가 속한 서커스단에서도 가능한 사람이 몇 명 되지 않았다. 설마 그녀는 자신과 같은 나이에 벌써 그런 경지에 올랐단 말인가? 번민에 빠져있던 그는 곧 고개를 붕붕 저었다.

‘아니, 오늘을 위해 베티 단장님이 특별히 힘을 빌려줬겠지. 몇 주는 연습했을 거야.’

벨카는 그렇게 자신을 다독이며 당당하게 허리를 폈다. 방금 것은 어디까지나 인사. 승부는 이제부터였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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