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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63

EP.362 15. 프랑켄슈타인의 후계자 (16)

두 사람은 각자의 쥐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 두 마리는 대결이 시작하기 전부터 신경전을 펼쳤다. 엘라의 쥐는 뒷발로 서더니 쉭쉭 소리를 입으로 내며 앞발로 섀도복싱을 해 보였고, 벨카의 쥐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 옴 소리를 내며 명상을 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잠시 후, 심판이 종을 치자 두 쥐는 동작을 멈추고 테이블의 중앙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짐승 본연의 자세로 네발로 서서 꼬리를 치켜세우고 이빨을 드러내며 기 싸움을 벌였다.

“찍찍!”

“끼르륵!”

심판은 도전자 측인 벨카에게 공격권을 먼저 주었다.

“가자, 쥐톨아!”

벨카의 외침에 그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다소 맥 빠지는 쥐의 이름에 몇몇 사람들이 실소를 흘렸지만, 엘라만큼은 진심으로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오, 멋진 이름인데!”

“훗, 과찬의 말씀을. 네 쥐는 찍순이라고 했지? 너도 작명 감각만큼은 나에게 뒤지지 않는 것 같구나.”

“누가 할 소리.”

두 사람은 좌중에 누구도 공감하지 않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동안 쥐톨이는 첫 번째 동작을 끝마쳤다. 간결했지만 고난도의 동작이었다. 그것은 바로 땅재주의 12가지 기초 기술 중 하나인 ‘번개곤두’였다.

땅에 몸을 대지 않고 공중에서 한 바퀴 돌고 착지하는 그 기술은 보통은 몇 번의 앞곤두를 통해 회전관성을 받아서 펼치곤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쥐톨이는 그것을 어떤 도움 닫기 없이 제자리에서 해냈다. 숙련된 땅재주꾼이나 가능한 일이었다.

“후후, 어설프게 따라 하지 않기를 바라. 잘못하면 다칠 수도 있으…….”

벨카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입을 열었으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찍순이가 제 자리에서 공중제비를 휘리릭 돌아버렸다. 그것은 너무나 완벽한 번개곤두의 동작이었다. 그는 금붕어처럼 입술을 뻐금거리며 찍순이를 쳐다봤다.

“어, 어떻게?”

“후후, 나는 우리 찍순이에게 전통의 다섯 마당에 나오는 기본기를 전부 가르쳤거든. 너도 그렇게 한 거야?”

“다, 다섯 마당을? 아, 아니, 나는 땅재주만 가르쳤는데…….”

벨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가 쥐들에게 곡예사들의 재주를 가르치기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 쥐톨이는 그중 가장 우수한 성취를 보인 편인데도 땅재주의 기초를 익히는 데 3년이 걸렸다.

그런데 쥐 한 마리에게 다섯 마당의 기술을 모두 가르쳤다고? 허세라고 믿고 싶었다. 그 정도는 그가 있는 서커스단 안에서도 단장이나 부단장 정도나 되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설마 자신과 같은 나이의 소녀가 이 분야에 30년 넘게 매달려 온 어머니와 동급의 실력자라니.

“그럼 내 차례지? 땅재주로 받았으니까 땅재주로 보답하는 게 예의겠지. 얘 찍순아.”

그녀는 쥐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쥐는 맥락상 땅재주를 하되 상대보다 더 어려운 것으로 돌려주라는 것을 눈치로 알아차렸다.

그녀가 시도한 것은 기초 기술 2개를 합친 응용 기술이었다. 공중제비를 도는 상태에서 몸을 회전한 뒤 착지하는 ‘살판’과 뒤로 공중제비를 돌아 물구나무 상태로 서는 ‘숭어뜀’을 조합했다.

찍순이는 가만히 선 상태에서 뒤로 공중제비를 도는 동시에 몸을 두세 바퀴 회전시키더니 물구나무선 상태로 착지했다. 머리의 방향은 원래 바라보던 곳과 일치했다.

보통 살판을 펼치고 나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착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공중에서 몸을 회전할 때, 정확히 360도 단위로 끊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찍순이는 그것을 뒤로 공중제비를 돌면서 해냈다. 그것도 물구나무로 착지하면서까지!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길들이기만 익힌 터라 찍순이가 펼친 땅재주가 얼마나 어려운 기술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녀석이 전문 곡예사나 보일 법한 화려한 재주를 펼쳤다는 것은 다들 알아볼 수 있었다. 사방에서 함성과 갈채가 쏟아졌다.

“세상에나! 놀랍군!”

“쥐나 비둘기가 대단해 봤자지 라고 생각했는데.”

“길들이기 천재라는 말은 허명이 아니었군그래.”

사람들이 들뜬 웃음을 주고받았다. 베티는 물론이고 심판을 맡은 빌리 앤 베티의 단원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웃지 않는 사람은 엘라의 상대인 벨카만이 유일했다.

그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쥐톨이를 내려다봤다. 그도 살판과 숭어뜀은 할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을 동시에 할 수는 없었다.

“끼르릇!”

그래도 도전하지 않고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쥐톨이는 결연한 울음소리를 내고는 시작 신호와 함께 뒤로 공중제비를 돌았다. 나쁘지 않은 시도였으나 몸을 회전시키는 과정에서 동작이 꼬여 버렸고 결국 바닥을 구르고 말았다.

“허허, 이걸로 1대0인가.”

“안 되겠군. 실력 차가 너무 나.”

“사실상 엘라의 승리나 다름없지.”

사람들은 주춤주춤 일어서는 쥐톨이를 향해 탄식을 내뱉거나 혀를 차댔다. 쥐톨이는 의기소침해진 듯 귀를 축 늘어뜨렸다.

승부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따라 하기 대결은 2점 차가 벌어져야 게임이 끝났다. 즉, 여기서 다시 쥐톨이가 보인 재주를 찍순이가 실패하면 경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찍순이의 실력을 본 벨카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예감했다. 이미 승패는 갈렸다. 지금 그는 그저 그의 쥐가 2번이나 굴욕을 당하고 나면 완전히 자신감을 잃어버릴 것이 걱정될 뿐이었다.

엘라는 그런 벨카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녀는 찍순이에게 잘했다고 칭찬해주면서도 안쓰러운 눈으로 주춤주춤 다음 동작을 준비하는 쥐톨이를 바라봤다. 자신이 키우는 동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런 식으로 상처받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승부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저 아이의 기를 살려 주고 싶었다.

“끼르릇!”

쥐톨이가 꺼낸 다음 카드는 저글링이었다. 아무래도 땅재주로는 찍순이를 이길 수 없겠다 싶어서 최근에 배운 다른 재주를 시도하기로 했다. 그는 주인이 준 완두콩 5개로 곡예를 펼쳐 보였다.

평소였다면 사방에서 감탄사가 터졌겠지만, 찍순이의 재주를 보고 나서 그런지 영 시시해 보였다. 재주를 마쳤는데도 호응이 뒤따르지 않았다.

쥐톨이가 당황하는 게 눈에 보였다. 엘라는 그것을 보고 결심을 내렸다. 그녀는 찍순이를 향해 속삭였다.

“찍순아, 재미있게 부탁해.”

쥐는 주인의 의도를 바로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녀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완두콩을 건네받은 그녀는 뭔가 어설픈 동작으로 저글링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를 놓치더니 다른 하나를 밟고 넘어져 엉덩방아를 쾅 하고 찧어버렸다.

그녀의 손을 미끄러지듯 솟구친 완두콩 3개 중 2개는 그녀의 머리를 연달아 내려찍었고, 나머지 하나는 멍청하게 하늘을 올려다본 그녀의 입으로 떨어져 목구멍을 꽉 틀어막았다. 그녀는 그렇게 완두콩 하나를 입에 문 채 버둥대다가 뒤로 콰당 넘어졌다.

그녀의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실수 연발에 사방에서 웃음들이 터져 나왔다.

“뭐야, 저글링은 영 형편없는데.”

“다섯 마당을 모두 익혔다는 건 역시 허세였나?”

“그래도 기초 능력이 있는데. 아마 실수한 거겠지.”

“아니, 그런 것 치고는 너무 황당할 정도로 우습게…….”

“그래. 마치 광대처럼…….”

서서히 웃음이 사그라들었다. 하나둘 그녀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챈 것이다.

그 어려운 땅재주의 응용 기술도 해내는 쥐였다. 고작 저글링 하나 못할 리 없었다.

그녀가 방금 보인 ‘실수’는 코미디 대본처럼 흘러갔다. 완벽할 정도로 정확한 순간에 놓치고, 미끄러지고, 얻어맞고, 입으로 받았다. 거기다 마지막에 느릿느릿하게 뒤로 콰당하고 넘어가는 동작은 분명 광대들이 슬랩스틱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술 중 하나였다.

사람들은 쥐가 ‘코미디’를 실행했음을 깨달았다. 그것도 방금 상대가 부린 재주를 이용해 즉석에서 쥐 스스로가 대본을 짜낸 것이다.

“말도 안 돼!”

“쥐가 ‘해학’의 개념을 이해했다고?”

“대본대로 연습한 거면 몰라도 임기응변으로 그걸?”

“믿기지 않는군.”

쥐가 인간의 관점에서 공연을 바라보고 그것을 희화화해냈다는 것은 단순히 ‘우수하다’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찍순이의 ‘실수’를 지켜본 쥐톨이는 우쭐거리며 주인의 칭찬을 기다리고 있었다. 찍순이가 일부러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저랬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걸로 무승부네.”

찍순이를 멍하니 바라보던 벨카는 엘라의 한마디를 듣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무승부는 무슨. 이번 승부는 자신의 완패였다. 상대의 저 말은 자신을 조롱하려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어지는 그녀의 말을 듣고 그는 자신이 그녀의 의도를 오해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쥐톨이가 기운을 차려서 다행이지?”

“아…….”

그제야 그는 상대가 왜 갑자기 코미디를 시도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녀는 쥐톨이의 자신감을 회복시켜 주고, 곡예사로서 자신의 명예도 지키기 위해 이런 형태로 대결을 마무리 지은 것이다.

“고, 고마워.”

“뭘. 같은 조련사 동지끼리.”

그제야 엘라의 퍼포먼스가 단순히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아챈 사람들은 감탄사를 토했다. 그들은 멋진 드라마를 보여준 두 후배에게 갈채와 환호성을 쏟아냈다.

엘라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아까와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그들에게 있어서 그녀는 이제 단순히 유망한 후배 정도가 아니었다. 그녀가 그녀의 쥐에게 가르친 그것은 동물들에게 인간의 언어를 이해시키는 것과 맞닿아 있는 영역이었다. 즉, 그녀는 현재 업계의 정점인 베티와 같은 영역에 서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자, 그러면 이제부터 빌리 앤 베티의 신입 공개 선발을 진행하겠습니다. 아, 혹시 지금도 엘라 양이 심사위원을 맡는 것에 불만이 있는 분 있나요?”

베티가 웃으며 질문했다. 물론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

아내 업고 달리기 대회는 지방마다 경기의 전개가 조금씩 달랐다. 전통을 중시하는 지방일수록 그것은 철인 경기에 가까운 형태를 띠었다.

그러나 젊은 색이 강한 지방일수록 그것은 연인 간의 놀이에 가까워졌다. 즉, 경기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남녀 사이의 애정행각을 유도하는 과제가 늘어난다는 말이었다.

아무르 지방은 아직도 구 역법에 따라 신년 축제를 열 정도로 보수적인 지방에 속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 때문에 신년 축제 때 관광객들을 많이 받는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곳의 아내 업고 달리기 대회는 양쪽 색채를 모두 띠고 있었다. 철인 같은 경기력과 공공장소에서 하기 힘든 낯 뜨거운 과제를 모두 요구하는 것이다.

“자, 여기서는 아내 쪽이 입으로 남편분에게 물을 건네줘야 해요! 물통의 수는 제한되어 있고, 물은 반드시 입에서 입으로 전해줘야 합니다! 남편분들은 지금 막 지옥의 비탈길을 뛰어 올라왔어요! 남편이 탈수로 쓰러지면 다 누구 탓? 아내 탓입니다!”

니카는 원더스타인의 등에 꼭 달라붙은 채 물통에 든 물을 입에 머금었다. 그러나 그녀는 선뜻 물을 건네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지켜보는 시선이 너무 많았다. 구경꾼들은 트랙에 선 남녀들을 향해 늑대 울음소리를 내거나 장난기 가득한 야유를 던져댔다. 주위에 다른 주자들도 많았지만, 니카는 그들의 시선이 모두 자신들을 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그들을 치고 지나갔다. 그 때문에 그녀는 입에 머금었던 물을 내뱉는 것은 물론, 손에 든 물통도 놓치고 말았다.

“헤헷, 우리 먼저 간다!”

“우오옷! 우오옷! 카렌 누나가 물 줬다! 우오옷!”

카렌과 우몬이 그들을 지나쳐갔다. 아까 밑에서 들려왔던 해설을 봤을 때, 카렌은 다들 입맞춤을 주저하고 있을 때, 물통을 있는 대로 급수대에서 쓸어 담아서 입에 머금고는 우몬에게 수분을 보충해준 것 같았다. 덕분에 그는 빠르게 체력을 회복해서 지친 남자들 사이를 돌파해 나갈 수 있었다.

니카는 울컥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등을 노려봤다. 원더스타인 단장님이 기지를 발휘해서 겨우 따돌린 마당에 자신이 괜히 머뭇거리다가 일을 망쳐버리고 말았다.

“어, 어쩌죠? 하나 남은 물통을 쏟아버렸어요…….”

“괜찮습니다. 계속 달려 보죠.”

원더스타인은 데볼루트를 이용해 체내에 수분을 공급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 대회는 서커스단의 명성이 걸린 퀘스트가 내려와 있었다. 다소 자원을 쓰더라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했다.

그는 겉으로 보기에 당장이라도 졸도할 것처럼 보였다. 니카는 그가 일부러 힘든 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아나이스와 원격으로 통신하면서 실시간으로 도박판의 흐름을 조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서커스단의 명성과 승리에 걸린 상금 때문에 억지로 무리한다고만 여겼다.

“물을 쏟았으면 침이라도 줘라, 이 년들아!”

관중 중 한 명이 던진 소리가 마침 귀에 들어왔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 말에 이끌려 몸을 움직였다.

“단장님, 잠시만요.”

“무슨 일이시죠? 이제 달려야……흡.”

원더스타인이 뒤돌아보는 순간, 니카는 고개를 숙여 그의 입술을 그대로 덮쳤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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