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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64

361. 레나 Ep – 토너먼트

“악!! 어떤 새끼… 야?”

내 이마를 때리고 바닥에 떨어진 건 금화였다. 헐. 어렸을 때 보고 처음 보는 것 같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고개를 들어 보았다. 그런데 훠이, 누군가가 내게 손사래를 치며 하대했다.

“촌년이 대로를 한복판으로 걷는구나. 썩 나오너라.”

크리스탈 문양이 화려하게 새겨진 마차였다. 아니다. 번쩍번쩍하는 걸 보아하니 크리스탈을 쌩으로 박아서 문양을 새긴 거다.

내가 잘못한 건가?

상대가 귀족임을 깨달은 나는 무심코

“죄송합니다…”

사죄하며 길에서 벗어났다. 그런데 문득 내가 왜 사과해야 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아니, 마침 비어 있어서 걸어간 거잖아. 내가 길을 막은 것도 아니거니와 설령 그랬다 한들 지가 왜 지랄이야?

내게 면박을 준 귀족의 마차는 길옆에 세워져 있었다. 아주 오지랖 넓게 참견한 건데, 던져준 금화나 주워 먹고 꺼지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을 아주 우습게 보네.

나는 길바닥으로 달려가 아까 그 금화를 주워들었다. 금화의 묵직한 감촉 때문에 순간 마음이 흔들렸지만, 마차 창문으로 던져 넣었다.

그러자 행인들이 헉-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 내가 사고 친 건가?

에이, 설마. 큰일이야 나겠어.

내심 쫄렸지만 내친걸음이다. 나는 마차에 다가섰다. 어느 중년의 귀족이 고개를 내밀 걸 상정하면서.

그런데,

“이봐요! 방금 금화 던진 거 당신 맞죠? 어?”

“아야야, 아파라… 어떤 빌어먹을 것이 감히.”

눈가를 문지르며 창문으로 고개를 내민 건 앳된 인상의 청년이었다.

나이가 어리다는 건 아니고 나보다 조금 많은 정도인데, 손에 물 한 방울 묻혀본 적 없는 인상이랄까? 나는 조금 김이 빠졌다.

“방금 그 멍청한 촌년이로구나! 네 이년! 네 죄를 알렸다!”

“뭐? 야. 너가 먼저 던졌잖아.”

“야? 야아? 그리고 너? 감히 이 몸이 누군 줄 알고. 호위대장! 아차, 호위대장은 옷 사러 갔지. 호위병! 저년을 잡아 꿇려라!”

“어엇? 이게 무슨 짓이야!”

병사들이 다가오길래 나는 칼을 뽑으려 했다. 그러자 뒤에서

“아가씨, 안 돼요!”

“잘못했다고 해요. 어서!”

행인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어리둥절해졌다.

‘귀족이면 이래도 되는 건가? 하지만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난 잘못한 게 없다. 저쪽이 먼저 금화를 던진 거에 항의했을 뿐. 난 칼을 뽑았다.

“물러서!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도 가만 안 있어!”

“저, 저년이!”

“아이고…”

나름 결연한 의지를 다지며 외친 것인데 행인들은 하나같이 탄식을 터뜨렸다. 맥 빠지게. 다가오던 병사 중 한 명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 “토착민 아가씨. 어디서 왔는지는 몰라도 귀족 앞에서 이러면 안 돼요. 공연히 일 키우지 말고 지금이라도 싹싹 빌어요.”

“…내가 왜?”

무릇 기사란 불의에 뜻을 굽히지 않아야 한다고 배웠다. 노엘 아저씨한테서.

물론 나는 아직 기사가 아니지만 조만간 될 거고, 저 싹바가지 없는 귀족 놈에게 무릎을 꿇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냉랭해지는 분위기.

사람들은 내가 잘못했으며,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나는 이 사태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레이를 돌아보았다. 그랬는데…

‘얜 어딜 간 거야.’

레이는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어쩌지?

“저, 저 건방진…! 뭣들 하느냐! 귀족에게 검을 들이대는 불순분자를 제압하지 않고!”

“잠깐!”

싸워야 하는지, 물러서야 하는지를 고민할 때였다.

마차 뒤 옷가게에서 중년의 사내가 뛰쳐나왔다. 레이도 함께였는데, 척 봐도 저 아저씨는 레이의…

“도련님! 이게 또 무슨 일입니까!”

“호위대장! 아니 저것이 글쎄…”

“제가 행인들한테 동전 던지지 마시라고 몇 번을 말씀드렸습니까! 안 되겠습니다. 이번엔 백작님께 고해야겠습니다! 마부! 유안 도련님을 저택으로 모시게! 레이, 미안하다. 먼저 집에 가 있거라.”

레이의 큰아버지가 틀림없었다.

수도에서 용병단을 운영한다던.

마차는 귀족 놈의 투정을 흘리며 떠났고,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아?”

“응, 괜찮아. 근데 레이, 넌 어딜 갔다 온 거야. 없어져서 놀랐잖아.”

“큰아버지가 보였거든.”

“역시 아까 그분이 네 큰아버지였구나. 휴. 내가 운이 좋았… 아니지! 재수도 없지! 뭐 저딴 새끼가 다 있어? 그것도 왜 하필 내가 걸려가지곤…”

재수가 좋았던 건지 나빴던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어찌어찌 아무 일 없이 마무리됐고, 이번 사건은 내 일생에 벌어진 작은 헤프닝으로만 남아 잊혀질 터였다.

나는 투덜거리며 레이를 뒤따라갔고, 그날 저녁, 간접적인 사과를 받을 수 있었다.

레이의 큰아버지, 엘슨이 대신해준 사과였다.

“내가 미안하구나. 그 도련님이 좀 안하무인으로 자랐다지 뭐냐. 팜필리 백작 부부는 크리스탈 광산을 운영하느라 바빠서 애를 방치하다가 최근에 내게 의뢰를 넣었단다. 거듭 미안하구나.”

“괜찮아요. 별일 아니었으니까요. 아저씨는 그럼 가정교사? 같은 일을 하고 계신 거예요?”

“아니. 가정교사까지는 아니고, 그 도련님을 따라다니면서 버르장머리를 고쳐줄 사람이 필요하다지 뭐냐. 팜필리 백작가가 돈도 많고, 친해지면 참 좋은 가문이라 내가 호위대장 겸 그 고자질쟁이 역할을 겸하기로 했단다. 하하. 뭐, 이것도 나름 재미있더구나. 말썽꾸러기 아들이 생긴 기분이랄까?”

“으음~ 그렇군요.”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진 거야. 처음에는 진짜 말도 아니었다니깐. 쳐다본다고 사람 뺨을 냅다 때리려 들지를 않나. 그래서 내가 거꾸로 때려줬단다. 흐흐흐흐흐.”

“으잉? 그래도 돼요?”

“안 될 게 뭐냐. 부모님께 허락받았는데. 백작 부부도 좀 놀라기는 했지만, 하하하! 내가 누구냐. 왕년에 기사단에 있을 적에 못된 선임의 갑옷을 똥통에 처박아버리고 퇴단한 몸이시다~ 이 말이야.”

“그, 그러셨군요…”

이 양반은 나보다 더하네.

나는 엘슨 아저씨를 보면서 이런 어른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까도 그냥 참았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별개로 그는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말을 (좀 길지만) 유쾌하게 할 줄 알았고, 그 유안이라는 귀족 놈과 있었던 일을 신이 나서 떠벌리셨다.

결혼은 못 하셨다고 들었는데… 나름 재미있게 사시는 모양이다.

나와 레이는 말린 라디무 조각을 술안주 삼아 찍어 먹었고, 수도에 도착한 첫날은 그렇게 저물어갔다.

* * *

몇 주일 뒤, 나와 레이는 오랜만에 저택을 나섰다.

무르익어가는 축제 분위기도 즐길 겸, 마우닌-레티이 대회에 참가 신청하러 나온 것이었는데, 저택 담장에 근사한 게 매달려 있었다.

나는 바깥출입마저 삼가며 열심히 훈련한 우리에게 내려진 선물인가 보다 생각하며 기쁘게 말했다.

“우와! 레이. 너 혹시 노스블루(Northblue) 좋아해? 좋아하면 이따가 싹 따먹자.”

“노스블루? 좋아하긴 하는데, 따먹자니? 그게 뭔 소리야?”

“엥? 저길 봐. 노스블루가 잔뜩 열려 있잖아. 몰랐어?”

엘슨 아저씨네 저택은 유서 깊은 기사 가문의 저택답게 담벼락이 넝쿨로 덮여 있었다.

그게 노스블루(베리의 일종) 넝쿨이었는지 우리가 저택에 틀어박혀 있던 몇 주일 새에 열매를 한가득 피워 놓은 것이었다.

레이는 먹음직스러운 열매들을 보곤 놀랐는지 말을 더듬었다.

“어? 아, 아하! 저거 말하는 거였구나. 난 또…”

“왜? 따면 안 되는 거야?”

“그… 음… 아마 따도 될 건데, 크, 큰아버지께 먼저 여쭤봐야지.”

“?”

뭐지? 싶었지만, 별일은 아니어서 그냥 그러자고 답했다. 우리는 아침 일찍 가서 대회 참가 신청을 끝내두었다.

“이제 뭐 하지? 바르나울은 너무 넓어서 뭐가 뭔지 모르겠어.”

“이쪽으로 와. 저쪽에 가면 노점이 들어서 있을 거야.”

레이의 말대로였다. 따라가 보니 노점이 잔뜩 들어찬 교차로가 나왔다. 나는 탁탁, 레이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역시! 우리 레이는 모르는 게 없어. 자, 어디부터 들어가 보실까? 구슬 찾기? 나 좀 자신 있는데.”

“저런 건 사기당하기 딱 좋으니까 옆에부터 가자.”

잠시 후, 우리는 재미있게 놀고선 술집에 들어와 앉았다.

하지만 나는 조금 지쳐서 쓰러지듯 앉았는데, 사람이 상상 이상으로 많아서였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하지만 점심시간이 되니 늘어나는 속도가…. 으. 이게 수도인가. 오늘을 마지막으로 두 번 다시 나오지 말아야겠다.

나는 테이블에 엎어져서 말했다.

“레이. 네가 왜 아침에 나가자고 한 지 알겠어. 징글징글하더라.”

“하하. 대왕님이 연설하시는 날에 나와봐야 진짜 사람이 많다는 게 뭔지 알 수 있는데. 아쉽네.”

“대왕님 연설? 음~ 보고 싶기는 한데, 됐어. 차라리 대회에서 우승해서 뵙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겠어.”

“우승이라… 하하.”

“왜? 내가 못 할 것 같아? 너, 그렇게 방심하다간 나한테 큰코다치는 수가 있어.”

나는 (엎어져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우승은 어차피 나 아니면 레이가 차지할 테니까. 관건은 내가 이놈을 이길 수 있느냐 없느냐였다.

만약 이긴다면. 내가 이긴다면…

“…레라. 너 표정이 이상해.”

어이쿠.

내가 표정 관리를 못 하고 있었나 보다. 하지만 히쭉히쭉, 웃음이 배어 나오는 걸 참기 어려웠다.

곧 레이랑 나는 기사가 될 거다.

나란히. 나란히 기사가 돼서 기사 수여식과 동시에 결혼식을 올릴 것이었다. 물론 아직 결혼을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진 않았지만, 레이는 내 바람을 들어주겠지.

기왕이면 내가 이기면서 결혼하고 싶은데… 힘내자! 아자아자!

“하하하! 그런 의미로 짠! 우승을 위하여!”

마침 주문한 맥주가 도착했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맥주잔을 쥐고 짠- 들어 올렸다. 그런데 내가 조오금 흥분했나 보다.

– 촤악!

“앗! 아이고. 미안해요. 미안. 괜찮아요?”

옆자리 어느 청년한테 술을 쏟아버렸다. 많이는 아니고 조금 넘쳤다. 아니, 조금이 아닌가?

아이고, 이를 어째.

술을 뒤집어쓴 청년의 상태를 살피는데, 그는… 웃고 있었다. 그것도 소리를 내며 해맑게.

“저… 괜찮아요?”

“푸흐흐흐흐흐흐! 큼. 크흠. 저는 괜찮습니다. 피하려고 해 봤는데, 흐흐흐, 역시 안 되네.”

“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 뭐하면 안줏거리나 하나 주문해 주시죠.”

미친놈인가?

하지만 이상한 사람 같지는 않았다. 인상도 선하고 호감형인 게… 에이, 알 게 뭐야.

“음… 그래요. 하긴 뭐, 별로 많이 쏟지도 않았네. 닭고기? 무난한 거로 사드릴게요. 나 잠깐 다녀올게.”

나는 술집 주인장한테 가서 메뉴가 뭐가 있는지 물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법한 걸 골라 주문하고(‘에잉. 내 돈.’) 뒤돌아섰다.

그런데 음? 저기 레이가 미소짓고 있었다.

레이는 기본적으로 잘 안 웃는다.

나한테만 잘 웃어줘서 참 고마운 녀석인데, 웬일일까? 나는 얼른 자리로 되돌아왔다.

“뭐야. 말 좀 나누고 있었어?”

“응. 이분도 대회에 참가하신다네.”

“오, 정말요? 겉보기랑은 다르… 흠흠. 참가 신청은 하셨어요?”

“아직요. 막 도착했거든요. 사주신 거 먹고 신청하러 가려 합니다.”

“아하~ 그러시구나. 닭고기 조림 주문했어요. 양념 된 거로.”

“네네. 고맙게 먹겠습니다.”

“네네. 죄송해요.”

흠. 난 별로 할 말이 없는뎅.

저쪽도 말이 많은 편은 아닌지 잘 먹겠다고만 하고 이쪽으로 관심을 끊은 듯했다. 레이를 바라보자 그는 왜 그러냐는 눈으로 나를 마주 볼 뿐이었다.

뭐야 대체.

뭔가 의뭉스럽지만 구태여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놀랍도록 우스운 우연이 일어나고 말았다.

마우닌-레티이 대회가 열리고, 내가 B-2번 시드를 받아 예선을 통과했을 때였다.

“아하하하하하! 둘이 만난 거야? 엄청 대단한 인연이네.”

레이는 C-2번 시드를 받아 본선 16강전에 진출했다. 그런데 술집에서 만났던 그 청년은 C-1번 시드를 받았다지 뭔가.

나는 박장대소하며 웃어넘겼다.

“하하! 축하해. 속단해선 안 되겠지만, 걔 별로 강해 보이지 않더라. 네가 8강에 손쉽게 올라가겠네!”

하지만 레이는 완전히 낭패라는 표정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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