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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65

EP.364 15. 프랑켄슈타인의 후계자 (18)

직종을 불문하고 공연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도제식으로 일을 배우기 마련이었다. 현장에서 일을 도우면서 조금씩 기술과 요령을 터득해 나가는 것이다. 물론 레카체프 같은 전문학교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런 곳도 학생들에게 주기적으로 공연에 나서도록 했기에 사실상 극장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업계의 사정에 비쳐 봤을 때, 베티 브라이스의 존재는 이질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17살의 나이에 단신으로 서커스단을 세우기 전까지 그녀는 어떤 곳에서도 소속된 적이 없었고, 누구를 스승으로 두지도 않았다. 그녀는 갑작스럽게 얻은 명성을 바탕으로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시작하여 지금의 자리까지 온 것이다.

베티는 자신의 성공이 순수한 실력으로 인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18년 전, 그녀가 서커스 그랑프리의 사고 현장에서 주운 돌멩이 덕분이었다.

트릴 혹은 키르쿠스의 눈. 그녀는 그곳에서 그 파편을 손에 넣었다.

“상당히 재치 있는 공연이었어요. 여우의 훈련도 잘되어 있고요. 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이 보여요. 죄송하지만 불합격입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품에 든 보석의 색을 다시 확인했다. 그것은 미약한 붉은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것은 재밌는 공연을 마주할수록 더 밝게 빛나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이 정도 밝기는 그녀가 바라는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었다.

예전이라면 원하는 동물을 가지고 있는 조련사라면 일단 서커스단에 들이고 봤을 것이다. 그리고 무대에 세워 실력을 키우게 한 다음 기회를 봐서 그를 제거하고 그가 키운 동물을 손에 넣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서커스 그랑프리 기간이었다. 단원 한 명의 입단과 퇴출에도 주최 측에 계속 현황을 보고해야만 했다. 대회 이전과 달리 실종 사건을 어물쩍 처리하기 힘든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점수가 안 되는 조련사와 동물의 영입은 포기하기로 했다.

“다음 분 들어오십시오!”

앵무새 에드워드가 큰소리로 외쳤다. 그는 베티가 눈독을 들이던 여우와 그 조련사가 탈락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희생자가 또 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는 그들이 나가는 모습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자신에게도 몇 년 전 저런 기회가 있었다. 입단을 포기하고 발을 돌려서 나가버렸으면 저들처럼 자유를 누렸을 것이다. 하지만 큰 무대에 세워준다는 베티의 유혹에 못 이겨 서커스단에 들어왔다가 이 꼴이 되고 말았다.

그는 입구에 서 있는 고릴라 니나와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녀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했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평소였다면 베티는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인간 티’를 내는 이들에게 제재를 가했을 것이다. 그녀는 풀피리를 부는 것으로 자신이 길들인 동물들에게 절대적인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다른 데 정신이 팔려있어서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 옆에 앉은 자신과 똑같은 복장을 한 소녀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특별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그녀를 향해 베티는 속삭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몇 점이 나왔니?”

“음, 23점이요?”

그녀의 대답에 베티는 감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이번에도 정확히 맞췄다. 그녀의 점수는 베티가 보석에서 나오는 빛을 통해 유추했던 점수와 일치했다.

오랫동안 보석을 써온 베티는 그것이 내는 빛의 밝기를 <크리스티앙 가이드>의 점수와 비교해 얼마쯤에 해당하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녀는 이 힘을 이용해 인재를 선발하고 공연의 질을 관리해 왔다.

그런데 이 소녀는 보석 없이도 자신과 같은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우연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중간중간 몇 번이나 그녀의 입에서 나온 숫자가 보석의 밝기가 가리키는 점수와 겹치자 그녀는 깨닫게 되었다. 그녀가 어떤 존재인지.

‘키르쿠스의 눈.’

마신 키르쿠스가 세상을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기 위해 돋보기로 선택한 자들. 그들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베티가 세상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된 것은 18년 전이었다. 그녀가 사고 현장에서 트릴의 파편을 주운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녀는 테러가 발생했던 핵심 현장에 있었다. 그녀는 검은 마도사를 직접 보기도 했다.

그녀는 그곳에서 트릴의 조각뿐만 아니라 트릴을 만든 자의 연구 노트 또한 입수했다. 보석의 힘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된 뒤로는 잘 펼쳐 보지 않아 기억이 희미했지만, 연구 노트에는 분명 트릴을 만드는 방법도 적혀 있었다. 그것에 어떤 재료가 필요한지도.

그것이 바로 자신의 눈앞에 있었다. 베티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욕망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엘라의 눈을 바라봤다.

가지고 싶다. 어떻게든 가지고 싶었다.

이 보석이 하나 더 있으면 자신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더 강력한 권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어쩌면 ‘뛰어난 조련사’와 ‘그와 교감이 깊은 동물’이라는 재료 없이도 자신의 왕국에 주민들을 늘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이상향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온갖 희귀한 동물들이 그녀를 여왕으로 떠받드는 세상! 모두가 그녀에게 절대적인 복종을 하는 세상! 자신을 제외하고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짐승이 없는 세상!

그녀가 몽롱한 눈으로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는 동안, 다음 참가자가 고릴라의 안내를 받아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등에 짚으로 만든 항아리를 짊어진 터번을 쓴 젊은 여인이었다.

“제 이름은 수아브라고 합니다. 검은 코브라를 비롯한 수십 마리의 뱀들을 기르고 있습니다.”

인사를 마친 그녀는 심사위원석에 앉은 엘라와 눈을 마주치더니 민망한 듯 시선을 돌렸다.

9개월 전, 그녀는 괴물서커스단에 들어와 달라는 원더스타인과 엘라의 요청을 거절했었다. 괴물 서커스에 대한 편견도 있었고, 고작 16살짜리 조련사가 부단장으로 있는 것이 가소로웠기 때문이다.

그때, 자신은 그런 태도를 딱히 숨기려고도 하지 않았다. 막 원더스타인에게 실력으로 압도당한 마당이라 괜히 유치한 방식으로 자존감을 회복하려고 했다. 지금 벌어진 두 사람의 위상 차이를 생각하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까분 꼴이었다.

“아는 사이니?”

베티가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이상한 기류를 감지하고 엘라에게 질문했다. 수아브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엘라를 바라봤다. 여기서 그녀가 부정적인 말을 내뱉으면 자신의 탈락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다행히 엘라는 과거의 그녀와 달리 유치한 방법으로 자존심을 챙기려 들지 않았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오가다 몇 번 본 적 있는 얼굴이라 말하고는 실력 있는 조련사라는 말도 덧붙여 주었다.

수아브는 엘라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냈다. 엘라는 한쪽 눈을 찡긋하며 그녀에게 어서 재주를 보이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

아내 업고 달리기 대회의 결승선이 있는 언덕 아래로 3명의 남자가 질주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번 경기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자들이었다.

스맥다운의 단장인 렉스 로건과 부단장인 엠바밍 퀸.

괴물 서커스의 단장인 원더스타인과 그 단원인 니카.

마지막으로 괴물 서커스의 우몬과 파파엘 서커스의 카렌.

그들은 누가 우위라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치열하게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하나의 장애물을 통과할 때마다 시시각각 순위가 뒤바뀌었다.

크게 뒤처진 상태에서 파죽지세로 경쟁자들을 제치며 선두 그룹을 따라잡았던 원더스타인도 이 둘만은 쉽게 돌파할 수 없었다. 우몬은 체격과 힘에서 그보다 우위에 있었고, 렉스 로건은 기술과 판단력이 그보다 나았다. 물론 종합적으로 봤을 때, 데볼루트로 개조한 그의 몸이 최고였지만, 남은 거리도 얼마 안 되는 상황에서 두 사람을 따라잡느라 지친 몸으로 그들을 떨쳐내기란 힘들었다.

“렉스 로건! 우몬! 아니, 원더스타인! 다시 렉스 로건! 정말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군요. 결승선까지는 이제 100m도 남지 않았습니다! 아, 말씀드리는 순간, 우몬 선수가 렉스 로건 선수를 제쳤습니다! 그리고 원더스타인 선수가 다시 그 우몬 선수를 앞질렀군요!”

3위 안에 드는 것으로 이미 경마의 승리 조건은 달성했다. 그래도 원더스타인에겐 아직 서브 퀘스트가 남아 있었다. 1위와 3위의 보상 차이는 꽤 컸다. 한 끗 차이로 그것을 놓치기는 아까웠다. 아니, 그걸 떠나서라도 여기까지 온 이상 1등을 노려보는 게 사람으로서 당연한 심리였다.

그렇게 결승전을 향해 세 남자가 엎치락뒤치락하는 동안 세 여자에게도 과제가 내려졌다. 마지막 과제는 여자가 남자의 목말을 타고 두 팔을 번쩍 치켜든 채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원더스타인의 배려 덕에 무사히 과제를 수행해온 니카였다. 마지막 것도 그가 팔과 어깨를 이용해 그녀의 몸을 밀어서 그의 어깨 위에 안착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러나 이는 전문적으로 곡예를 익혀온 다른 두 사람의 날렵함에는 못 미쳤다. 거기서 팽팽하게 유지되던 균형이 깨져버렸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쪽은 우몬과 카렌이었다. 두 사람은 이번 경기에서 가장 체격 차가 나는 커플이었다. 우목의 목은 통나무만큼이나 두꺼웠기 때문에 카렌이 무작정 점프하여 그의 목 위에 걸터앉아도 그는 끄떡없었다.

그다음은 스맥다운의 단장인 렉스 로건과 부단장인 엠바밍 퀸이었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격투기로 호흡을 맞춰온 콤비답게 목말을 태우는 것도 물처럼 부드럽게 해냈다. 그러나 나이는 속일 수 없는지 카렌만큼 민첩하지 못했고 그 때문에 약간 시간이 지체되고 말았다.

니카는 방금까지 나란히 달리던 두 사람이 앞질러나 나가는 것을 보고 탄식을 내뱉었다. 그녀는 무엇이 이 차이를 만들어냈는지 못 알아챌 정도로 눈치가 없지 않았다. 원더스타인은 필사적으로 두 사람의 뒤를 쫓았으나 그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3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말았다.

“죄, 죄송해요…….”

니카는 이번만은 아무리 사람 좋은 그라도 화를 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결국 역산해 보자면 가장 시간을 많이 잡아먹은 부분은 자신이 그에게 키스를 가했던 일이었다. 그것만 없었다면 원더스타인이 손쉽게 1위를 차지했을 것이다.

눈앞에서 보상이 뭉텅 깎여나가는 것을 본 원더스타인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는 한 가지 감정밖에 표현할 수 없는 몸이었다. 그는 웃는 얼굴로 니카를 달래며 속으로는 투덜거렸다.

경기 결과에 불만을 느낀 사람은 그만이 아니었다. 결승선 객석에 앉은 많은 사람이 마지막에 차이가 벌어지던 순간부터 절망에 찬 비명이나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질렀다. 그들은 모두 마권을 잘못 구매한 사람들이었다.

“망했다!”

울부짖는 사람들 사이에는 알렌과 조도 있었다. 그들은 높은 배당을 가진 주자들 위주로 마권을 샀지만 모두 빗나가버렸다. 그중에는 원더스타인의 것도 있었지만, 하필 대박을 노린다고 1등 말을 맞추는 단승식 마권만 구매했기에 그마저도 배당금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게 복승식으로 구매하자고 했잖아! 그러면 본전은 건지는 건데!”

“복승식을 분산해서 사는 게 도박이냐! 투자지!”

수아브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두 사람은 자신이 온 줄도 모르고 티격태격하는 중이었다.

“잘들 논다! 내가 힘들게 선발 시험을 치르는 동안 당신들은 경마나 하고 있었단 말이지?”

그녀의 서슬 퍼런 목소리에 둘은 깜짝 놀라 그녀를 돌아봤다.

“우와앗, 수아브! 언제 왔어?”

“그, 그냥 재미 삼아 한 거야!”

“설마 공금을 쓴 건 아니겠지?”

“……어, 그건…….”

“오, 오해하지 말아줘. 따면 셋이서 공평하게 나누려 했어…….”

“어이구, 이 화상들아!”

잠시 소란을 벌인 세 사람은 근처에 있는 카페로 이동했다.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됐어?”

여기까지 오는 내내 수아브는 빌리 앤 베티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알렌과 조는 불안한 시선을 서로 교환했다. 그녀는 둘의 그런 모습에 잠시 웃음을 흘렸다가 말했다.

“반반이야.”

“반반?”

“응. 정식 단원은 당연히 되지 못했어. 거긴 당장 그랑프리에 전력이 될 수 있는 단원을 위한 자리니까. 하지만 수습 단원에는 뽑혔어.”

“오……그거 잘된 거지?”

“당연하지! 그 빌리 앤 베티라고! 조련사라면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 하는 꿈의 서커스단! 수답으로라도 뽑힌 게 어디야!”

수아브는 신난 표정으로 한참 시험장에서 있었던 일을 떠들어댔다. 알렌과 조는 흐뭇한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이야기를 경청해주었다.

“엘라, 그 애 덕이 컸지. 걔가 이번 특별심사위원이었거든. 누구를 수습 단원으로 뽑을지 결정하는 건 걔였다고 해. 그러니까 걔가 나를 좋게 봐준 덕에 합격할 수 있었던 거지.”

“우리에게 안 좋은 감정이 있을 수도 있을 만도 한데.”

“과연. 부단장을 맡을 만한 그릇인걸.”

평소 같았으면 어설픈 농담이나 장난을 끼워 넣었을 두 사람이 너무 얌전한 반응을 보이자 수아브도 분위기를 눈치챘다.

“그러니까……결국……우리도 여기서 이별이네.”

그녀의 말에 알렌과 조는 잠시 멈칫했다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언제부터 가는 거지?”

“베티 단장님이 그러시더라. 사정이 없으면 오늘 당장이라도 짐을 들고 서커스단에 들어오라고.”

세 사람은 잠시 말없이 저녁놀을 바라봤다. 무려 9개월을 함께해 왔다. 처음에는 길거리 공연의 자리를 두고 다투는 사이였는데 어느샌가 친해져서 함께 다니게 됐다. 그리고 이제 헤어짐의 시간이 왔다. 그들은 어떤 말로 작별을 고해야 할지 몰랐다.

세 사람은 그렇게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누군가 먼저 예전에 있었던 일을 꺼내는 것으로 셋 다 말문이 트여 추억들을 마구 쏟아냈다. 싸웠던 일, 웃겼던 일, 놀랐던 일, 즐거웠던 일. 뒤죽박죽 쏟아낸 추억의 퍼즐들을 서로 도와가며 짜 맞췄다. 그것은 조잡했고 볼품없었지만, 눈앞에 보이는 저녁놀만큼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세 사람은 숙소로 이동해 짐을 정리한 다음, 1층에 있는 식당에 앉아 아까 완성한 퍼즐들을 흩트려 술과 함께 맞춰 보았다. 그러나 한 번 맞춰 본 것이라서 그런지 아까만큼 즐겁지 않았다.

“아, 울기는 싫었는데…….”

수아브는 눈물을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렌과 조는 그녀의 짐을 챙겨 그녀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그녀가 빌리 앤 베티의 입구에 도착할 때까지 함께해주었다.

“당신들도 징글징글하다.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네.”

눈가가 벌겋게 변한 그녀가 두 사람을 향해 야속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게 말이지…….”

“우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운 적이 없어.”

“어울리지들 않게 진지하게 굴기는. 나도 알아. 그냥 해본 소리야, 바보들아.”

수아브는 그렇게 말하곤 갑자기 두 사람을 꽉 끌어안았다. 잠시 당황하던 그들은 곧 그녀의 포옹을 어색하게나마 받아주었다.

“그러면 잘 지내. 포기하지 말고.”

“물론이지.”

“우린 아마 하늘도시에서 다시 만나게 될 거야.”

“핏, 그럼 좋지. 이 도시에 있는 동안은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고.”

“그래.”

“너도 마찬가지야. 언제든지 연락해.”

수아브는 그렇게 짐을 끌고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모퉁이 너머로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두 사람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동안 재밌었어, 오빠들.”

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텐트 안으로 사라졌다. 알렌과 조는 가만히 서서 그녀가 남기고 간 말을 되새겨봤다.

두 사람과 그녀의 나이 차는 4살이었다. 그들은 예전에 한 번 그녀에게 오빠라고 부르지 않을 거냐고 장난스럽게 질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거절했었다.

-오빠는 무슨……. 당신들이 내 가족이야?

-뱀들에게는 ‘아이들’이라고 부르잖아, 너.

-흥. 얘들은 내 가족이니까 그렇지.

눈을 마주친 알렌과 조는 서로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쩌면 자신들은 평생에 없었던 귀중한 것을 만들어 놓고 또 놓쳐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거 조금 후회스럽군그래.”

“그러면 그녀가 저기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어야 한다는 이야기인가? 아니, 그건 아니지. 저게 그녀에게 제일 좋은 선택이야.”

“아, 그 말이 맞아. 내가 좀 감상적이었군. 어차피 다시 못 보는 것도 아닐 텐데…….”

그때, 어두운 하늘에서 무언가가 날아와 그들 앞에 착지했다. 그것은 갈색 깃털을 가진 매였다. 알렌과 조는 그의 다리에 묶인 종이를 끌러봤다. 그곳에는 괴물서커스단의 숙소로 가는 약도가 그려져 있었다.

“흠, 좋아. 저쪽이 약속을 지켜주었으니, 우리도 지켜야겠지.”

“아니, 그래도 그랑프리 본선에 오를 때까지 무급은 너무한 거 아니냐고. 베르그송을 후원자로 둔 양반이 이렇게 쪼잔할 줄이야.”

“그러게. 고작 우리 월급 아끼자고 이런 거래에도 응해주고……. 재정 형편이 많이 안 좋은가?”

두 사람은 지도에 그려진 곳을 향하여 이동하기 시작했다. 첸 호크는 하늘을 늦게 날며 그들을 숙소로 안내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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