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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65

바다에서 (1)

고력계.

무극교단.

교단 본부인 무극교전의 지하, 그곳에선 현재 무극교단의 고위 인사들이 전부 모여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강녕축을 쌓으려 하계에 의식을 늘어뜨린 서은현이 갑자기 배가 갈라지고 피를 토했다, 그 말이냐?”

“예. 그리고 그 이후부터 죽 가사 상태에 들어가 계십니다.”

왈칵!

끄르르르….

교좌에 앉아 비선진에 의식을 연결한 서은현은 눈을 뜨지 못한 채, 간혹 칠공에서 부글부글 끓는 피를 토할 뿐이었다.

전명훈은 서은현과 함께 있었던 홍범을 향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홍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예 당시 상황을 기록한 자료를 넘겨주었다.

“일단, 여기 보십시오.”

얼마간 홍범의 요술을 통해 과거 장면을 둘러보던 전명훈은 한층 더 심각해진 표정으로 물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 거지?”

“제가 볼 땐….”

그때였다.

홍범이 보여 준 기록물을 보던 연위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이건 설마…!”

“엇, 선조님. 뭔가 아시는 겁니까?”

“그래, 다행히 마침 내가 아는 것과 같구나.”

그녀는 어두워진 얼굴로 서은현의 상태를 보곤 말했다.

“갑자기 가사 상태가 되어 끓는 피를 토하는 증상. 높은 확률로 고력계 심해 마물들의 저주인 심해주(沈海呪)에 걸린 것이다!”

“심해주…?”

“그래. 간혹 고력계의 심해 마물 중에선 아주 기괴한 저주를 거는 것들이 있는데, 그 심해 마물의 저주에 걸리면 이렇게 가사 상태에 빠져들며 몸에 기이한 증상이 일어난다고 하더구나. 예전에 고력계에서 나를 쫓아다녔던 앵룡궁주라는 작자 역시 약한 심해주에 걸려서 시름시름 앓다가 가사 상태에 자주 빠지고 열병을 앓는 걸 보았다.”

연위의 말에 북향화는 살짝 의아한 표정이 되어 물었다.

“앗, 그런데 제가 알기로 심해주는 걸리면 몸에 꽃잎 같은 비늘이 돋아난다고 아는데….”

“무슨 소리! 나는 4만 년 전에 고력계에 먼저 와서 온갖 소식과 정보를 접한 몸이다. 네가 아는 건 일부 특이한 심해주의 특성일 뿐이야!”

그 말에 북향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섰다.

‘연위 님은 분명 아주 오래 살아오셨다 했으니, 나보다 아는 게 많으시겠지.’

연위는 북향화의 의문을 뒤로하고는 심각한 얼굴로 김영훈에게 말했다.

“이봐, 심족. 서은현의 몸에 상처를 내 보시게나.”

“뭐, 알겠소.”

부웅!

황금빛이 번뜩이고, 서은현의 뺨에 작은 상처가 나 피가 흘러내렸다.

연위는 그 피를 한 방울 받아 허공에 띄워 올렸다.

우우웅!

서은현의 피는 연위의 염동술에 의해 허공에 떠오르더니, 허공에서 살아 있는 듯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희뿌연 안개를 내뿜기 시작했다.

“이것 봐라. 이런 반응은 오직 선수 진혈에서만 나타나는 반응이다. 한데 이 녀석은 선수혈통이 아닌 순수한 인족이니,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는 건 심해 마물의 체내에 있는 역사의 힘이 깃들어서 끓어오른단 증거다.”

연위는 진중한 얼굴로 서은현의 피를 터트렸다.

파앙!

서은현의 핏방울이 허공에서 터지면서 주변으로 새카맣고 침침한 기운을 뿜었다.

“거기에 이 사악하고 기괴한 기운! 이건 분명 심해 마물에서나 보이는 종잡을 수 없는 기질과 닮아 있다! 서은현은 분명 모종의 심해 마물에게 심해주를 당한 게 틀림없다!”

그러나 홍범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음… 연위 군사님. 한데 제가 볼 때 그 기운은 명귀계에 있던 진인들의 ‘신자’와 비슷한 것 같은데 말입니다…?”

“뭐…?”

“제 생각에, 주인님께선 심해주에 걸리신 게 아니라 하계에 의식을 내리셨다가 지나다니던 진인 중 하나를 직시한 게 아닐지요?”

“시끄럽다! 이놈! 무수한 시간을 살아온 내 안목이 정확하겠느냐, 아니면 고작 500살도 안 된 네 안목이 정확하겠느냐!”

연위의 말에 홍범은 갸웃거리며 물러섰다.

그녀는 팔짱을 끼며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차고는 말했다.

“뭐, 어쨌든. 그 당시 심해주에 걸렸던 앵룡궁주는 고작 열병을 앓았고, 가사 상태에서 가끔 깨어나기도 했었다만 서은현은 피가 끓어오르는 데에다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그 심해주보다 훨씬 강한 심해주에 걸린 모양이다.”

“치, 치료제는 있나요?”

김연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고, 연위는 엣헴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심해주는 분명 무섭긴 해도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는 저주이다. 심해주는 고석으로 치료가 가능하지.”

“고, 고석?”

“그래. 고석으로 심해 마물의 저주를 옮겨 담아 버리면 된다. 4만 년 전 심해주에 걸렸던 앵룡궁주를 치료할 때, 고석 100만 개 정도가 필요하다고 들었었다. 서은현은 그보다 대여섯배는 증상이 심해 보이니… 넉넉잡아 고석 천만 개 정도는… 필요하겠지.”

그 말에 북향화와 서란, 그리고 수많은 이들의 눈알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고, 고석 천만 개…?”

“100만 개도 해역의 궁 하나의 10년 치 예산 아닙니까…?”

연위는 그들의 반응을 보며 말했다.

“뭐, 그래도 고석으로 치료할 수 있으니 다행인 게 아니냐. 우리는 어쨌든 해역 4개를 손에 넣은 셈이니까, 당장 끌어올 수 있는 고석만 해도 수백만 개는 될 텐데?”

서란은 당황하며 말했다.

“일단… 네 개 해역에서 당장 끌어올 수 있는 고석은 400만 개 정도 됩니다. 고석은… 그 가치가 상당히 높아 고석 하나에 영석 100개 비율로 거래되니 말입니다.”

“음… 그럼 600만 개 정도가 더 필요하겠군.”

연위는 심각한 표정으로 머리를 쥐어짰고, 그 모습을 보던 홍범은 서은현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아닌 거 같은데…. 주인님이 저주에 당한다고…?”

“뭐? 뭐라고 했느냐, 홍범?”

“…아닙니다.”

“좋다. 그럼 일단 다들 부족한 고석 600만 개를 구하기 위해 노력해 보자꾸나!”

그렇게, 홍범을 제외한 연위와 모두는 서은현을 구하기 위한 고석 모으기에 돌입하였다.

* * *

덥다.

아니, 따뜻하다고 해야 할까?

마치 어머니의 양수 속에 있는 것만 같은 포근한 느낌이었다.

‘잠깐, 뭐?’

“허억!”

첨벙!

내가 정신을 차리자, 나는 어느새 물 속에 있었다.

‘물?’

정신을 차리자, 나는 수증기로 뒤덮인 온천 같은 곳에 몸이 반쯤 담겨 있단 걸 인지했다.

“여, 여긴….”

분명 방금 전까지는 장익과 싸우다 개열기 진인에게 쫓기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란 말인가?

나는 의아함에 의식을 뻗어 주변을 둘러보려 했다.

그러나 그러던 중, 나는 의식이 뻗쳐지지 않는단 걸 인지했다.

‘이건 뭐지? 이 물이 의식의 확장을 막는 건가? 아냐… 이 공간 자체가 의식을 막고 있어.’

나는 경계를 하며 온천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러던 중 위화감이 든 나는 무릎까지 잠겨 있는 바닥을 내려다 보았다.

“뭣…!”

바닥이, 없었다.

첨벙!

‘바닥’이 없다는 걸 인지하자, 내가 ‘밟고 일어섰던’ 뭔가는 그대로 없어져 버렸고, 나는 그대로 온천 아래로 빠져 버렸다.

첨벙, 청벙!

결국 다시 올라온 나는 기를 끌어모아 천상제라도 시전하려 했으나, 문득 다시 이상한 것을 느꼈다.

‘기(氣)가 없어!?’

그랬다.

괴기하게도 이 온천 같은 곳은 인근에 기운이 없었다.

아니, 내가 내 체내에 있는 기운을 발출하려 해도 기운이 발출되지조차 않았다.

‘이 공간 자체가 뭔가 비틀려 있군.’

필시 평범한 공간이 아니라, 뭔가 진법이나 금제 속이리라.

파앙!

나는 주변의 수증기의 흐름과 공기의 흐름을 피부로 느끼며, 그냥 육신을 극도로 제어해서 허공답보로 하늘로 올라갔다.

‘주변을 살펴봐야 해.’

그렇게 탐사를 위해 얼마간 하늘로 올라갔을까.

“뭐?”

‘하늘’로 올라갔건만, 어째서인지 ‘위’ 쪽에 내가 밟고 지나갔던 온천이 나타났다.

첨벙!

나는 그렇게 내가 빠져나왔던 온천 밑으로 다시 빠져 버렸다.

‘이건 또 뭐지, 젠장?’

나는 짜증이 나는 걸 느끼며, 뭔가 공간이 왜곡되어 있거나 내 방향 감각에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했다.

나는 일단 온천 밑에서 눈을 뜨며, 아래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그렇게 숨을 참고 얼마나 온천 밑으로 헤엄쳐 갔을까.

푸확!

“….”

나는 다시 아까와 똑같은 풍경의 온천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침착하자.’

나는 이 기괴한 상황에 당황했으나, 공황에 빠지지 않고 침착한 기색으로 숨을 들이쉬었다.

‘기(氣)가 없다면 이 공간은 무엇으로 움직이지? 기(氣)도 식(識)도 움직일 수 없다면 이 곳을 구성하는 건….’

나는 고민을 해 보던 중, 내가 허공답보를 쓰며 허공을 올라갔던 걸 떠올렸다.

“인력(引力).”

그랬다.

기운도, 의식도 쓸 수 없고 이 공간 안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력만은 분명히 존재한다.

뭔가 왜곡되어서 공간을 비틀었을지언정 ‘존재’하는 것이었다.

‘인력이 존재한다면, 운명도 존재한다.’

나는 눈을 감고, 떠올렸다.

총천검은 계위를 넘나드는 검.

인력만 존재하는 공간이라면, 운명만은 반드시 존재한다.

그리고 ‘내가 이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분명, ‘내 검도 존재한다’라는 의미였다.

총천검은 곧 나였으니까.

그 말은 즉.

츠츠츠츳!

전신에서 예기가 일어나며, 내 주변의 온천수를 베어 내기 시작했다.

촤아아아아!

인근의 물방울 하나하나가 모조리 터져 버리며 수증기가 되어 버린다.

삽시간에 내 주변의 물이 전부 수증기로 변화했다.

위이이잉―

‘그렇군, 이것이….’

나는 완전히 인력(引力)으로 변화한 총천검을 느끼며 눈을 빛냈다.

이 공간의 특성에 힘입어, 총천검은 명(命)의 계위까지 올라왔다!

꾸구구국!

총천검을 사용해 공간을, 이곳을 지배하는 인력을 베어 낸다!

촤아아악!

허공을 향해 그대로 검을 휘두른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내 주변을 뒤덮던 온천의 세계가 그대로 안개에 휩싸이는 듯싶더니, 나는 어느새 다른 곳에 도착해 있었다.

‘여긴…?’

촤아아악!

뜨거운 물.

주변을 덮은 수증기.

또 다른 온천이었다.

그러나.

[여어, 눈뜬 지 얼마나 됐다고 방울을 벗어난 거지?]

[미쳤군, 저거.]

[오늘 저녁밥으로 삼기에는 조금 아깝군.]

꾸구구구궁!

곳곳에서 천지를 울릴 듯 거대한 [목소리]들이 들려오고 있었다.

커헉!

왈칵!

그 목소리들을 듣자, 나는 내 칠공에서 피가 터져 나오고 내장이 진탕되는 듯한 느낌을 느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우웅!

‘기, 기를 쓸 수 있다!’

이 또 다른 온천에서는 기운이나 의식을 끌어 쓸 수 있었고, 나는 황급히 기운을 끌어 몸을 치유했다.

방금 전의 온천과는 다르게 주변의 온천에는 바위나 암초 같은 것들이 꽤 보였고, 분명한 ‘바닥’이 있었기에 그런 것들 위로 올라갈 수가 있었다.

나는 인근의 바위로 올라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쿠구구구구!

‘저, 저건 대체!’

그러나 의식을 뻗으려던 나는 황급히 의식을 감추고 눈을 내리깔았다.

온천의 안개 너머로, 거대한 거인과도 같은 그림자들이 아른거리며 비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내장이 진탕되었던 상황을 떠올리며, 저들의 정체를 가늠했다.

그리고 나는 침을 삼키며, 공손하게 암초 위에서 안개 너머의 그림자들을 향해 절을 올렸다.

“…한낱 인간족의 수도자, 서 모가 존자(尊者)들을 뵙나이다.”

그리고 내가 그들을 향해 인사를 올리자, 안개 너머로 껄껄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왈칵!

푸확!

마치 공간 전체가 울리는 것 같았다.

단순한 웃음소리일 뿐인데도, 무슨 합체기 태수의 전력을 다한 일격처럼 내 전신에 충격을 주고 있었다.

[아, 저런. 죽어 가고 있군.]

[생각해 보니 평소대로 말하고 있었어. 허허….]

[이해하거라. 평소 성계에서 생활하다 보니, 무량한 공간 너머의 상대에게 의견을 전할 일이 많아서 항상 조금 크게 말하거든.]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이게 조금 크게 말한 건가.’

나는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그러려니 하며 고개를 계속 숙이고 있었다.

그때였다.

[그나저나, 자네 정말 인간족치고 야들야들하고 쫄깃하게 생겼군. 팔 한쪽만, 아니 좌반신 정도만 맛봐도 되나?]

움찔!

존자 중 하나가 군침을 흘리며 안개 너머에서 은근한 목소리로 내게 물어 왔다.

나는 긴장에 찬 눈으로 저 너머를 올려다보았다.

악의(惡意).

분명, ‘맛있겠다’라는 감정도 있었지만 저 존자는 뭔가 인간족에게 원한을 품은 게 있는 듯, 내게 악의를 쏘아 보내는 게 보였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어찌 대답해야 한단 말인가.

내가 대답을 못하고 가만히 있자, 안개 너머의 그림자가 짜증스러운 기색으로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물음에 답하지 않았으니 벌로 네 한쪽 다리를 뜯어 가겠다.]

와득, 와드드득!

그리고, 내 다리가 뜯겨 나가기 시작했다.

“…!!!”

차라리 우주적인 힘에 가까운 인력이, 내 다리를 벌레처럼 쥐어뜯는다!

그러나 나는 이를 악물며 다리에 총천검을 씌운 후 계위를 전환시켜 인력의 영향에서 벗어났다.

그림자가 흥미롭다는 듯이, 그러나 불쾌하다는 투로 말했다.

[놀랍군. 태수 주제에 내 손에서 벗어나? 그럼 어디까지 버틸 수 있나 볼까…?]

다음 순간.

쿠구구구구!

전신이 짜부라질 듯 죄여 오기 시작했다.

나를 향해 존자의 인력이 집중된다.

‘이, 이게 무슨…!’

말 그대로 대륙 하나를 그대로 압축해서 주먹 크기로 만들 만한 힘이었다.

나는 잘 짓이겨진 서은현 반죽이 되기까지 1초도 남지 않았단 걸 깨달으며 이를 악물고 버텼다.

위이잉!

내 머리 뒤쪽에서 삼태극의 후광이 나타나며 존자의 힘을 밀어냈다.

그러나 존자는 재밌다는 기색을 지을 뿐, 더더욱 강한 힘으로 나를 죄이기 시작했다.

‘주, 죽는 건….’

그리고 결국 내가 못 버틸 것 같을 때가 되었을 그때였다.

촤악!

인근의 온천수가 갈라지더니, 녹빛의 뭔가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함천존자, 장익이었다.

그는 머리에 묻은 물을 닦으며 몸을 털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허, 벌써 정신 차리고 나왔다고? 대단도 하군. 그건 그렇고… 지금 뭐 하는 거냐?”

그는 나를 가지고 노는 목소리 쪽을 보며 녹빛 안광을 불태웠다.

목소리는 장익을 보자 움찔거리는 듯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네가 가져온 음식이 너무 맛있어 보여서 먼저 시식해 보려 했다. 조금만 나눠 준다면 나도 적당한 사례를 하지.]

그 말에 장익은 딱딱한 얼굴로 인근 암초 위로 올라가 말했다.

“당장 놔라. 내 제자다.”

[호오, 제자였군. 이거 미안하네.]

“…알았으면서 왜 안 놓지?”

그러나 장익이 나를 제자라고 했음에도 건너편의 존자는 껄껄 웃을 뿐이었다.

[제자라면 제자인 대로 시험을 해 보겠네. 어차피 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느 정도 기량은 있어야 할 거 아닌가?]

“내가 이미 시험해 봤다. 그리고 방울에서도 자력으로 탈출한 거 같은데, 그 정도면 충분하지. 그만 놔라.”

[흐으음. 뭐, 다 좋네만 말투가 마음에 안 드는군. 자네 제자가 내 손아귀에 있는 상황인….]

다음 순간.

장익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나를 죄이고 있던 인력이 사라졌고, 저 안개 너머로 끔찍한 비명 소리가 들렸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

번쩍!

그림자가 있는 곳으로 녹빛이 번뜩인다.

[흐끄아아아아! 끄아아아아아!!!]

나를 죄였던 존자는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지르며, 마구 발버둥을 쳤다.

공간 전체가 부르르 진동하며 떨려 왔다.

얼마 후, 목소리가 사그라들었고 장익이 다시 내 옆에 나타났다.

어느새 주변에서 두런두런 잡담을 하던 존자들은 단체로 침묵에 들어가 있었다.

“이제 다음부터는 네놈에게 난리 치진 않을 테니 걱정 말아라. 진마계 존자놈인데, 존자가 되기 전 인간족에게 원한이 있어서 인족만 보면 저러더군.”

“….”

“뭐… 일단 여기서 얘기하긴 그러니 장소를 좀 옮길까?”

부웅!

장익이 허공을 향해 손을 휘두르자, 허공이 베여 나가며 순식간에 우리는 어떤 곳으로 이동했다.

끝없는 어둠이 가득한 곳이었다.

타닥, 탁!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장익이 불을 피웠다.

“묻고 싶은 게 많겠지. 당혹스러울 테니 천천히 질문해 봐라.”

“…일단, 여기는 어디입니까?”

“뇌성해(雷聖海)로 진입하는 외곽이다. 뇌성해의 외곽에는 금신자가 무수한 결계와 차원을 엮어 놓아서 무수한 차원이 겹쳐져 있지.”

“뇌성해라면….”

어찌 되었든 내가 원하던 목적지로 온 셈이었다.

“…함진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습니까?”

“네 강림체로 온 그 꼬마 말이냐? 그 꼬마는 뇌성해 인근에, 녀석이 생존할 수 있는 별에 떨어뜨려 주고 왔다. 축기기 수준 인간족이면 어디 가서 맞아 죽진 않겠지.”

“…감사드립니다.”

“특이한 놈이군. 네게 소중한 녀석이냐?”

“지금껏 만나 온 인연 중에 중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문현답이군.”

장익은 껄껄 웃으며, 허공을 잘랐다.

허공 너머로 찬란한 황금빛이 쏟아졌는데, 장익은 황금빛 너머에 손을 뻗고 거기서 뭔가를 꺼냈다.

‘사과?’

그것은 황금빛으로 빛나는 황금 사과였다.

그는 황금 사과를 모닥불 안으로 집어던져 익히며 말했다.

“또 궁금한 건 없느냐?”

“저를 제자로 삼으실 겁니까?”

“네가 동의했잖느냐.”

“예?”

당황해서 기억을 되짚어 보니, 분명 장익과 함께 개열기의 손을 피해 도망치던 와중 얼떨결에 그의 제안을 수락했던 것이 기억났다.

“넌 내 23번째 제자다. 축하한다. 흐하하!”

“…그건… 제가 조금 제정신이 아닐 때 뱉은 말이었습니다만….”

“심신미약일 때 수락했단 거냐? 그랬다기엔 그때 네가 뱉은 감정은 분명 강력한 열망이었다만?”

“….”

“아무튼 내가 이미 너를 제자로 받았으니, 네놈은 내 제자다. 그리 알아라.”

그는 반론은 받지 않겠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보다 더 훌륭한 천재가 있습니다. 차라리 그분을 제자로 받으시지요.”

“그럼 그놈도 제자로 받고 너도 받으면 되는 일이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나중에 소개나 시켜 다오.”

“…일단 알겠습니다.”

예상외로 간단하게 넘어갔다.

‘어찌 되었든 김영훈을 장익에게 소개시켜 줄 끈을 만들었으니… 됐다.’

“뭐 더 궁금한 게 있느냐?”

“…어째서 제게 그렇게 궁금한 걸 질문하십니까?”

“비우는 거다.”

“예?”

“네 궁금증을 최대한 해갈시켜서, 네 번잡한 마음을 할 수 있는 한 비워 주는 거다. 그래야 수련시키기 더 편할 테니까.”

“으음….”

나는 어쩐지 장익의 수련은 굉장히 고되고 힘들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러나 거부할 순 없다.

‘이왕 이리된 것, 질문할 수 있는 건 전부 하자.’

나는 가장 궁금했던 것부터 질문했다.

“일단, 존자분들께서 이 뇌성해에 오신 이유는 중경계의 굉장히 중요한 것들을 되찾기 위해서라고 들었습니다. 그 중경계의 중요한 것들은 대체 뭡니까?”

“[이름]이다.”

“이름…?”

“그래. 각 중경계에는 광한, 진마, 고력, 자금, 명귀, 혈음 외에도 ‘진짜 이름’이 있다. 그리고 금신자는 아주 오래전 그 진명(眞名)의 힘이 가득 담긴 옥패를 빼돌려 자기 선보에 박아넣었더랬지. 그래서 그걸 찾기 위해 가는 거다.”

“그 이름이란 걸 찾으면 어찌 됩니까…?”

“이름을 찾으면 중경계의 차원 장막이 훨씬 두꺼워지고, 주술적으로 의미도 있고, 인력이 뭐가 어찌어찌 좋아진다고 하더군. 자세한 건 모른다만… 한 가지가 중요하지.”

이어진 장익의 말에 나는 흠칫 놀랐다.

“중경계의 진명들이 적힌 옥패를 되찾으면, 중경계 생령들은 종말을 피할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

종말!

이전부터 간간히 들었던 단어였다.

나는 침을 삼키며 조심스레 물었다.

“종말이란 것이… 무엇입니까?”

“이름부터 뻔하잖으냐. 세계가 멸망하는 거지. 이 천역, 그러니까 우리 성계를 포함해서 여섯 중경계와 그 중경계에 연결된 부해계 등. 모든 세계가 소멸하는 것이다.”

“그럼….”

“시기는 약 1만 년 후라고 알고 있다.”

“…예?”

나는 장익의 말에 정신 줄을 놓고 멍하게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새삼스럽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다시 말해 주었다.

“1만 년 뒤에, 세계가 멸망한다.“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374화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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