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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66

EP.365 15. 프랑켄슈타인의 후계자 (19)

칼디르의 남쪽에 있는 호수 주변은 저녁인데도 불구하고 시장바닥처럼 북적이고 있었다. 이제 신년이 오기까지 하루하고도 몇 시간밖에 남지 않았고, 도시 안의 숙소는 비쌌기에 대다수는 도시 밖의 텐트촌에 잠자리를 구했다.

이는 내일 자정에 있을 풍등 행사를 구경한다는 이유도 한몫했다. <아름다운 호수 위의 칼디르>라는 노래의 구절에도 나왔듯이 이 풍등 행사는 처음에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으로, 그다음에는 호수에 비친 밤하늘을 내려다보는 것으로 그 정경을 두 번 즐길 수 있었다.

어제와 비교해 숙박객이 몇 배나 늘어난 탓에 호반의 텐트촌은 대낮의 상점가처럼 소란스러웠다. 알렌과 조는 괴물서커스단에서 보내준 지도대로 길을 따라 걸었지만, 애초에 임시로 지어진 텐트촌에 제대로 된 길의 개념이 있을 리 없었다. 인파 속에서 번번이 방향을 잃어 어느샌가 엉뚱한 장소로 빠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들은 결국 지도를 모닥불에 던져 버리고-“모닥불에 쓰레기를 넣지 마십시오!” 경비원이 소리쳤다.-아까부터 자신들을 재촉하는 듯 울어대고 있는 매에게 길 안내를 전적으로 맡기기로 했다. 덕분에 얼마 걷지 않아 그들은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 당신들은……?”

“……누구였더라?”

“그 웃기는 아저씨들이네! 왜 있잖아요, 루즈에서 봤었던…….”

괴물서커스단 사람들 역시 오늘은 잔뜩 들떠 있었다. 1주일 전부터 칼디르에 와 있던 그들이 지금 와서 축제 분위기에 취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유독 오늘 신나 있는 이유는 바로 식탁 위의 풍경에 있었다.

그곳에는 평소에 먹기 힘들었던 비싼 요리들이 가득했다. 술과 음료는 구석에 궤짝째로 쌓여 있었고, 야영장 한구석에서는 송아지 한 마리가 통째로 구워지고 있었다.

가난한 주머니 사정 덕에 한동안 보기 힘들었던 이러한 재정적 일탈은 오늘 아나이스가 펼친 활약 덕분에 가능했다. 오늘 그녀는 경마를 통해 서커스단의 재산을 몇 배로 불렸다.

그녀가 샀던 원더스타인의 마권은 1위를 맞추는 단승식이 아닌, 3위 안에만 들어오면 되는 복승식이었다. 그녀는 돈을 쓸 때는 상인답게 냉정하게 확률을 따졌고 원더스타인을 완전히 믿지 않은 덕분에 빈털터리가 되는 불상사를 피해 갈 수 있었다. 단승식에 비해 배당률은 낮았지만, 그래도 원더스타인이 중간에 순위를 잔뜩 떨어트려 둔 덕분에 다른 유력 마권의 단승식 이상의 배당금을 챙길 수 있었다.

“새로운 가족이 늘었네요! 어서들 오세요! 환영합니다!”

“자자, 일단 앉아서 한잔들 하고 있게. 어이 원더스타인, 이 친구들 왔어!”

클라라와 미노바가 나서서 두 사람을 식사 자리로 안내했다. 오늘 낮에 서커스단 대표로 두 사람과 만나 협상을 했던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원더스타인의 지시에 따라 그들은 경기장에서 쫓겨나는 두 사람을 바로 쫓아가 입단을 제의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임금 협상 과정에서 의외의 조건을 제시했다. 바로 그들의 일행인 수아브를 빌리 앤 베티에 넣어달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오전에 그녀를 빌리 앤 베티에 배웅해줄 때, 엘라가 심사위원으로 초청되었다는 것을 확인한 상황이었다. 그들은 그녀의 입김이 있으면 수아브를 최소 수습 단원에는 넣을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엘라 양은 그런 종류의 거래는 무척 싫어할 텐데요.

-그래도 한 번 부탁은 해봐. 무급으로 일하겠다잖아.

원더스타인은 난처해했지만 일단 두 사람의 조건을 받아들여 엘라에게 전달했다. 음향실을 통해 음성만 전달하는 거라 그는 그녀의 반응을 살필 수 없었다. 그저 조용히 알겠다는 대답만 들었을 뿐이었다.

알렌과 조는 그녀를 만나자마자 감사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엘라는 정색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감사할 필요 없어. 나는 조금의 점수도 더 주지 않았어. 수아브 씨는 자신의 실력으로 합격한 거야. 오히려 나는 합격을 선언한 다음에, 당신들이 그런 제안을 했다는 것을 그녀에 밝혔지.”

수아브는 엘라의 이야기를 듣고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곧 아련한 눈빛으로 바닥을 바라봤다. 잠시 후, 그녀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의 눈에는 옅은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군요. 다행이네요.

-뭐가 말이죠?

-계속 고민했거든요. 그 두 사람……저보다 나이가 많긴 하지만, 솔직히 불안한 면이 있어서 자꾸 챙겨주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이곳에 합격해도 그냥 떨어졌다고 말하고 함께 다닐까 고민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갈 곳이 생겼다니 안심되네요. 그동안 제가 그들을 돌봐주고 있다고만 생각했는데……그들도 저를 생각해주었다니 기쁘네요.

-당신들……사이 별로 안 좋았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처음에는 그랬죠. 하지만 함께 지내면서 여러 일을 겪다 보니……마치 가족처럼 느껴지네요, 지금은.

-…….

-부단장님이 있는 괴물서커스단이라면 믿을 수 있어요. 잘 부탁드릴게요. 우리 오빠 둘.

엘라는 짜증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내젓더니 코웃음을 픽 쳤다.

“합격 선언을 들은 건 오히려 나였어.”

그녀의 말에 알렌과 조는 서로를 바라봤다. 설마 그녀가 자신들 때문에 합격 포기까지 고민했을 줄은 몰랐다. 그들은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엄밀히 말하면 우리는 계약 조건을 이행한 게 없어. 그녀는 자기 힘으로 들어갔으니까. 당신들도 굳이 이행 조건을 따를 필요는 없는데?”

그녀의 말에 알렌과 조는 순식간에 무거운 분위기를 벗어던졌다. 그들은 바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게 오늘 도박으로 가지고 있는 돈을 다 날려서…….”

“갈 곳이 없는데 말이죠.”

두 사람이 동시에 그녀를 향해 넙죽 허리를 숙여 보였다.

“먹여주고 재워준다면…….”

“한 번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흠, 좋아! 하는 거 봐서 월급도 고려해 볼게. 들어온 걸 환영할게. 괴물서커스단에.”

세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단원들이 환호성을 마구 내질렀다. 절반은 새로운 단원에 대한 환영의 의미였고, 나머지 절반은 중단되었던 식사의 재개에 대한 반가움의 의미였다.

엘라는 식사하는 도중에 그들에게 계속 질문을 했다. 특기는 뭔지, 대본을 직접 짠 적은 있는지, 어떤 공연을 제일 좋아하는지.

“제일 좋아하는 공연은 ‘떠돌이 신사’입니다.”

“떠돌이 신사? 역시나……. 그럴 것 같긴 했어.”

“떠돌이 신사? 그게 뭐냐?”

옆에서 족발을 뜯고 있던 가스통이 질문했다. 그는 요 며칠 동안 다른 노인 단원들과 추억을 나누며 축제를 즐긴 덕분에 서커스에 관심이 부쩍 늘었다. 엘라는 그의 그런 변화가 반가운지 활기찬 목소리로 답했다.

“‘피에로’ 장르에 대해 알고 계세요?”

“많이 들어는 봤는데…….”

“피에로는 광대놀음 중 하나로 150년 전쯤에 시작됐어요. 신분을 상징하는 가면을 쓰는 풍자극인 ‘백면극’으로부터 나왔죠. 어떤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되는 ‘시종’ 캐릭터가 발전한 거예요.”

시종은 주인에게 맞아도 화내면 안 된다. 더러운 것을 봐도 인상을 쓰면 안 되고, 웃긴 것을 봐도 웃으면 안 된다. 언제나 무표정을 고수해야 했다.

피에로는 그 캐릭터의 특징을 따와 하나의 코미디로 발전시킨 것이었다. 연기자를 온갖 우스꽝스럽고 당혹스러운 상황에 밀어 넣고 웃는 것은 못 하게 함으로써 관객들에게 그 모순을 즐기게 하는 것이다.

“피에로도 다른 광대놀음처럼 비천한 신분으로 주로 분장했어요. 광대, 창녀, 도축업자, 도둑, 수인 등등. 깔보기 좋은 대상으로 말이죠.”

구석에 있던 랫맨들이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아우성쳤다. 수인 분장을 하고 그들의 종족적 편견을 이용한 코미디를 펼치는 것은 지금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18년 전, 제2회 서커스 그랑프리에 피에로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사람이 나타났어요. 그때는 원더 스테이지에 코미디를 위한 무대가 따로 준비되어 있었는데, 한 남자가 피에르 장르를 들고 올랐죠. 당시 코미디계는 지나치게 현학적으로 흘러가던 시절이었어요. 슬랩스틱은 바보들이나 즐기는 장르고 더 어렵고 풍자적인 언어의 폭포로 세상의 문제점을 꼬집고 비틀어야 훌륭한 광대로 평가받았다는 말이에요. 그런 와중에 원더 스테이지나 되는 최고의 무대에 피에로 장르를 들고나온 그를 사람들은 우습게 봤어요. 하지만 그의 무대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반전되었죠.”

엘라는 과거에 읽었던 기사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다. 그녀도 그에 대해선 글로만 읽었을 뿐이었다.

“그는 특이하게도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올랐어요. 장례식장에 어울릴 법한 새까만 정장을 입고 말이죠. 아주 잘생긴 젊은 남자였다고 해요. 그가 입은 옷은 사실 귀족이나 부유층을 대상으로 공연하는 마술사들의 것에 가까웠죠. 관객들이 그가 무대를 착각한 건 아닌지 의심할 무렵, 그의 공연이 시작되었어요. 그가 펼친 공연의 이름이 바로 ‘떠돌이 신사’예요.”

그 남자는 피에로 장르를 아예 뒤틀어 버렸다. 사회적으로 핍박받는 계층 대신 당시 경제적으로 성공한 상류 계급의 상징인 신사의 복장을 하고 나와 온갖 바보짓을 벌였다. 그가 벌이는 기행들은 자본주의 사회로 전환되면서 나타난 계급을 풍자하는 것이었다.

극의 내용은 벼락부자였다가 몰락해 집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신사가 아직도 자신이 부유한 것처럼 굴고 다녀서 온갖 고생을 한다는 것이었다. 뭐든지 다 돈으로 해결하려고 해서 엉뚱한 화를 자초하고, 일반 상식이 부족해서 곤란을 겪거나. 어떤 상황에도 모자를 챙기고 정장 깃은 세우려 하는 허세를 부리려다 낭패를 보았다.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그의 대사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입심이 세야 뛰어난 광대로 취급받던 풍조가 만연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그는 몇 마디 하지도 않고 상황과 동작으로 모든 감정을 표현했다.

거기다 그는 피에로 장르에 충실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웃지 않았다. 그 모순과 설정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관객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그의 무대는 평론가들에게 칭찬받는 것만 노리는 다른 광대들의 무대와 다르게 코미디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사회풍자적인 면 또한 확실히 챙기고 있었다.

“그날 최고의 무대 상은 당연히 그에게로 돌아갔죠. 그가 무대에서 내려오고 사방에서 재연 요청이 쏟아졌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다시 무대에 오르는 일은 없었어요.”

“왜지?”

엘라는 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날이 바로 원더 스테이지가 추락한 날이에요. 그의 공연을 평가한 첫 기사가 신문사에 도착했을 무렵, 테러가 발생했어요.”

“허, 일이 그렇게 됐구먼.”

가스통이 크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까불고 웃기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던 분야에도 나름의 치열한 역사가 있다는 데에 큰 감명을 받았다.

“그런데 그 남자에 대해선 알려진 게 없나?”

“네. 그날의 사진과 메모리 디스크는 대부분 소실되었거든요. 설마 그런 테러가 일어날 거라는 걸 누가 예측했겠어요. 다만 이름 하나만 남아 있을 뿐이에요. 그의 이름은 ‘그윈플렌’. 딱 한 번의 공연으로 별명도 얻었죠. ‘웃지 않는 남자’라고. 제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에요.”

사방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많은 단원이 아까부터 귀 기울여 듣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멋지면서도 슬픈 이야기군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었습니다. 혹시 안주 삼을 다른 이야기는 없습니까?”

집사 바텔의 요청에 엘라는 씩 웃으며 답했다.

“물론 있죠. 좀 무거운 이야기로 흘러버렸으니, 밝은 걸로 해볼게요.”

엘라는 그 뒤로 몇 가지 이야기를 더 꺼냈다. 비교적 최신 소식부터 전설로 취급되는 과거의 이야기까지. 다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녀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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