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366

< 미래를 보는 투자자 365 >
차를 타고 출발하려는데 누군가 앞으로 달려왔다. 엘리는 재빨리 뒷문을 열고 올라탔다.
“어머님은 괜찮으신 거예요?”
“임수미 사장 말로는 큰일은 아니라는데……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요?”
택규가 말했다.
“너 정신없을 것 같아서 내가 연락했어.”
엘리는 나에게 말했다.
“어서 출발해요.”
난 차를 출발시켰다.
자율주행이고 뭐고, 전속력으로 밟아 실론호텔로 달려갔다.
* * *
어머니는 호텔방에서 링거를 맞은 채 침대에 누워있었고, 안에는 임수미 사장이 같이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말했다.
“의사가 말하길 잠시 충격을 받아 쓰러지신 거고, 큰 문제는 없을 거래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임수미 사장은 밖으로 나갔고, 난 침대 옆에 걸터앉았다.
“좀 괜찮아요?”
어머니는 손으로 눈가를 닦으며 말했다.
“일하느라 바쁠 텐데, 여기는 왜 왔어?”
“맨날 왜 안 오냐고 뭐라고 했잖아요.”
어머니 얼굴은 눈물 자국으로 엉망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가슴이 턱 막히는 듯했다.
“기사 봤니?”
“예, 봤어요.”
어머니는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억울하다는 듯 말을 쏟아냈다.
“엄마가 맹세하는데 진짜 그 일과는 아무 상관없어.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도 나중에 기사보고 알았어.”
“알아요.”
“선물도 그래. 비싼 거 아니라고 해서 받았는데, 나중에 가격 듣고 나서 깜짝 놀랐어. 그래서 다음 생일에 맞춰서 엄마도 비슷한 선물 해줬어. 진짜야.”
“알아요.”
원래 남한테 빚지는 걸 싫어하시는 성격이다. 어머니가 샤넬백이나 골프채 같은 게 아쉬운 사람도 아니고.
“세연 씨가 정말 그런 사람인 줄 몰랐어. 나랑 같이 있을 때는 얼마나 착하고 싹싹했는데. 그런 사람인 줄 알았다면, 애초에 만나지도 않았을 거야.”
CCTV에 찍힌 폭행장면은 이미 언론에 다 나갔다. 캐디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손찌검을 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런 사람도 어머니 앞에서는 누구보다 친절하고 착하게 행동했겠지.
어머니는 내 손을 꼭 붙잡고 울먹거렸다.
“엄마가 돼서 아들 욕이나 먹게 하고. 이제 골프고 뭐고 아무것도 안 할게.”
“그냥 쳐요. 요즘 재미 들렸다면서요?”
“이제 다 그만 둘 거야. 받은 선물도 다 돌려주고, 여기서도 나가야지. 미안해, 진후야. 엄마가 미안해.”
“그러지 좀 마요. 잘못한 거 하나도 없는데 뭐가 미안해요?”
“아니야. 다 엄마 잘못이야.”
말을 하던 어머니는 감정이 복받치는지 마치 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렸다.
“흑흑! 엄마가 진짜 미안해.”
난 답답한 마음에 괜히 신경질을 냈다.
“아, 진짜! 뭐 이런 걸로 울어요?”
* * *
어머니는 울다 지쳐서 잠들었고, 난 밖에서 임수미 사장과 얘기를 나눴다.
“본인 때문에 아들이 괜한 욕을 먹게 됐다며 충격이 크세요.”
“제가 욕먹는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요.”
임수미 사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부모 마음이란 게 어디 그런가요?”
어머니가 실론호텔로 거처를 옮긴 것은 동탄 집에 친척이나 주변인들이 계속 찾아와 못살게 굴었기 때문이다.
원래는 이사를 하며 집을 구할 때까지만 있을 예정이었는데, 임수미 사장과 직원들과 친해지며 아예 이곳에서 살게 되셨다.
“강진후 대표님 어머니라는 게 알려지자, 자연히 재벌가 사모님들의 발길이 이어졌어요. 그러다가 같이 골프도 치러 다니게 된 거구요. 다들 사모님과 친해지려고 애를 썼는데, 이유는 알고 계시죠?”
“예.”
“그래도 누가 사업 얘기 꺼내면 딱 잘라 말씀하셨어요. 아들 하는 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우리 아들은 예전부터 엄마 말 같은 건 듣지도 않았다고.”
저절로 실소가 흘러나왔다. 어머니라면 딱 저렇게 말했겠지.
임수미 사장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제 불찰이에요. 사모님 주위에 모이는 사람들에 대해 잘 알아봤어야 했는데.”
“아니에요.”
내가 OTK컴퍼니 대표인 이상 어머니 주변에는 사람이 꼬일 수밖에 없다. 그중에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겠지. 그렇다고 사람을 아예 안 만나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고.
“어머니 당장 호텔에서 나가겠다고 하는데, 일단 그것 좀 말려주세요.
임수미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걱정 마세요. 사모님 가시면 저도 심심할 테니까요.”
* * *
어머니가 깨어나실 때까지 다른 객실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택규는 계속 폰으로 기사를 들여다봤다.
“이 명진욱 의원은 누군데 자꾸 지랄이야? 기레기 새끼들도 아주 신났는데.”
명진욱 의원은 국회에서 계속 우리 어머니를 물고 늘어졌다.
누가 보면 우리 어머니가 골프장에서 갑질한 줄 알겠네.
법적으로도 도덕적으로 문제될 게 없지만, 언론은 명진욱 의원 말을 열심히 받아 적으며 반재벌 감정을 자극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강진후 모친 최모 씨, 골프장 폭행사건에 대해 정말 몰랐나?]
[가해자는 평소에도 강진후 모친과 친분 과시]
[재벌들의 끼리끼리 문화]
[강진후가 사과해야한다는 여론 높아]
[명진욱 의원, 국회가 청문회를 열어야……]
[실론호텔에서 이뤄진 재벌가 부인들의 비밀모임. 과연 무슨 일이 있었나?]
어머니가 평펑 우시던 모습이 생각나며,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마음 같아서는 소리를 내지르고 싶다.
엘리는 나를 보며 말했다.
“지금 진후 표정 어떤지 알아요?”
“어떤데요?”
“그렇게 화내는 거 처음 봐요.”
“아…….”
내가 억지로 표정을 고치려 하자, 엘리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더 화내도 돼요. 뭐 하러 참아요?”
택규가 말했다.
“그동안 너무 적당히 했어. 그러니까 이 새끼들이 이렇게 설쳐대는 거지. 한번은 제대로 손봐줘야 하는 거 아니야?”
“맞아. 이건 내 잘못이네.”
난 그동안 의도적으로 정치권과 언론과 거리를 둬왔다. 정치와 언론이 자본을 견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할 짓과 안 할 짓 구분을 못할 줄이야.
“키배 뜰 때도 패드립은 안 하는 게 상식이야. 그거 하면 현피 뜨자는 거지. 어떻게 할 거야? 설마 이번에도 적당히 넘어갈 건 아니지?”
난 기사에 뜬 명진욱 의원의 사진을 보며 말했다.
“아니. 남의 가족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알려줘야지.”
* * *
허창민 정부는 집권중반을 맞아 소규모 개각을 단행하기로 했다.
신전미 장관 경질로 이미 공석이 된 여성가족부를 포함해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산자원부 등 다섯 개 부처의 장관을 새로 임명하기로 했고, 민정실에서는 후보자 선정에 들어갔다.
이중 가장 주목을 끈 것은 바로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부는 국가의 에너지정책을 담당하는 부서이고, 현재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탈원전 문제와도 관련이 크다.
다음 장관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이 결정된다고 봐야할 것이다.
국민들의 이목이 쏠린 만큼 지난 정부 때와 공수가 뒤바뀐 자유국민당은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며 별렀다.
정치권에서는 청문회 통과와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 추진의지를 내보이기 위해서라도, 여당 중진의원에게 차기장관을 맡길 거라 예상했고, 역시나 명진욱 의원이 내정됐다.
지난선거 불출마 이후, 다시 당선돼 정계에 복귀한 그는 친허계 좌장으로 손꼽혔다. 또한 허창민 대선캠프에 있으며, 탈원전 정책을 주도해왔다.
인지도도 높아서 원상훈 서울시장과 함께 새정치당 차기 대선후보 거론에서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TWR 개발 이후 탈원전 논란이 점점 커지며, 그동안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장해왔던 명진욱 의원은 입장이 난감해졌다.
그는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그러하듯 강진후에 대한 감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현재 한국경제는 강진후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최고의 권력자가 대통령이 아닌 강진후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 정도로 영향력이 큰데도 정부와 상의 없이 멋대로 움직였다. 중국에서는 저우차 사태를 터트렸고, 일본과는 니시다 증권 사태로 각을 세웠다.
이 일로 중국과 일본과의 외교관계는 극도로 냉각됐고, 정부는 해결책 마련에 고심해야 했다. 여당에서는 이익은 OTK컴퍼니가 챙기고, 뒷수습은 정부 몫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여기에 러시아 원전투자라는 극히 민감한 문제를 정부에게 한마디 통보도 없이 추진했다.
여기에 더해 강진후의 명성도 큰 부담이었다.
로날드 대통령은 방한하자마자 강진후부터 찾았고, 한중관계는 강진후가 장핑화 주식을 만나고 돌아온 뒤 바로 해빙모드로 돌아섰다.
야당이고, 언론이고, 국민들이고 정부가 하는 일이 대체 뭐냐고 비난을 퍼붓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골프장 폭행사건은 강진후의 기를 꺾고, 탈원전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이슈였다.
역시나 국민들은 재벌가의 갑질 문제 대해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처음 국회에서 이 문제를 터트린 명진욱 의원은 계속 자료를 꺼내들며 소리쳤다.
“골프장에서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캐디 폭행사건이 있었던 다다음 날에도 강진후 모친 최 씨와 가해자가 함께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 됐습니다! 피해자는 일자리도 잃고 병원에서 고통 받고 있는데, 버젓이 골프를 친 겁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실론호텔에 머무는 동안 호텔비용이나 식사비용 등은 제대로 치렀는지, 직원들에게 다른 갑질을 하지는 않았는지, 선물 받은 샤넬백에 대가성은 없었는지 철저하게 조사해서 국민들에게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합니다. 저는 이 사건과 관련해 국회가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복되는 재벌들의 갑질 문제!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 * *
난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내외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내가 회견장에 들어서자 연신 카메라 셔터가 터졌다. 일부 방송사는 기자회견을 생중계했다.
난 단상 앞에 서서 입을 열었다.
“대체 우리 어머니가 호텔에 머물든 골프를 치러 다니든 그게 골프장 폭행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한 기자가 질문했다.
“김세연 씨에게 샤넬백을 선물 받았다는 건 사실입니까?”
“사실입니다. 그런데 저희 어머니가 언론인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닌데, 선물 받은 게 무슨 문제가 됩니까? 그리고 그 다음 달 김세연 씨 생일에 똑같은 브랜드의 구두와 지갑을 선물해줬는데, 그 사실은 쏙 빼놓고 기사를 썼더군요.”
“서민들은 사기도 힘든 그런 고가의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사회통념상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난 그 기자를 보며 물었다.
“그럼 남자들이 여자친구나 아내에게 샤넬백 선물해주는 건 전부 사회통념에 어긋나는 일입니까?”
“그, 그건…….”
“앞으로도 그딴 기사 많이 쓰세요.”
다른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모친께서 골프장 폭행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까?”
“김세연 씨와 평소 친분이 있었다는 게 사실입니까?”
“따로 청탁을 받은 게 있습니까?”
난 일일이 대답하지 않았다.
“이 자리는 해명을 하기 위한 자리가 아닙니다. 잘못한 게 있어야 해명을 하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뭔 해명을 합니까? 제가 기자회견을 연 것은 발표를 하기 위함입니다.”
발표라는 말에 기자들은 일제히 내 입을 주목했다.
기자회견이 생방송되고 있는 만큼 아마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누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키배하다가도 패드립 치면 현피 뜨는 거라고. 명진욱 의원님께서 먼저 시작하셨으니, 저도 끝장을 볼 각오로 임하겠습니다. 이 시간 부로 명진욱 의원님과 관련한 비리를 제보 받겠습니다. 명진욱 의원님의 아내, 자녀, 부모 등 가족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자들은 깜짝 놀랐다.
명진욱 의원은 새정치당 중진의원이자, 차기 대선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런데 이건 선전포고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난 계속해서 말했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일이라면 1천만 원,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일이라면 5천만 원, 의원직 박탈이 가능할 정도의 범죄행위라면 1억 원, 구속이 될 정도의 결정적 사인이라면 10억 원을 제보비로 드리겠습니다. 그럼 국민 여러분들의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 미래를 보는 투자자 365 > 끝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