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367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367화

107장 가문(6)

“……괜찮으십니까?”

에스더가 앗지에의 표정을 살펴 물었다.

사실 죄수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기물을 부순 것에 대해 항의를 해야 하지만, 앗지에의 기세가 너무 무서워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뇨.”

하물며 앗지에는 이렇게 답했다.

“괜찮지 않습니다.”

“…….”

이러니 에스더가 사사로운 것을 입에 담기가 참으로 껄끄러워지는 것이다.

──내 동생이 한낱 감정에,

‘그런 소릴 할 자격이 없었구나. 앗지에.’

앗지에는 자조했다. 프론디어에게는 감정을 다루어내라고 말해놓고서, 본인은 이 꼴이라니.

‘하지만 뭐.’

실제로 ‘전혀 다루지 못한 것’은 아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뒤가 없는 죄수들이 흔히 내뱉는 헛소리입니다.”

“그렇게 보이진 않았습니다.”

앗지에는 의식을 잃은 하글리를 보았다.

“일부러 제 화를 돋웠습니다. 거기엔 의도가 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하글리는 만곶의 중추.

오랜 시간 동안 고대어 연구와 벨페고르의 보필, 목자와 신도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던 지략가다.

앗지에에게 얻어맞으면서도 굳이 말을 내뱉었으니, 거기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프론디어가 고대어를 해석할 수 있다…….’

쉬이 믿기 어려운 얘기다. 생각조차 해본 적 없었다.

하글리의 말처럼 프론디어가 무능하다고 단정했다기보단, 그런 재능은 애초에 알아채기 어렵다. 현대에 소실된 언어를 해석할 수 있는 재능이라니, 어느 누가 알아챌까.

‘……그래.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프론디어가 정말로 그런 재능이 있다면.

하글리는 어떻게 가족보다도 먼저 그의 재능을 알아본 거지?

“……그런 거군.”

앗지에의 표정이 불쾌함으로 번졌다.

“무언가 알아내셨습니까?”

“적어도 하글리가 저한테 바라는 게 뭔지는 알았습니다.”

하글리는 은연중에 계속 어필했다.

그가 프론디어의 재능을 누구보다 먼저 찾았다고. 그의 가족들보다도.

그렇다면 어떻게?

그것을 확인해 보려면 결국, 앗지에는 프론디어에게 물어야만 한다.

고대어의 해석 능력을.

‘어지간히도 나에게 확인시키고 싶은 모양이군.’

하글리의 뜻에 놀아나는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

하글리가 정말로 타인의 재능을 찾아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아마 그의 가치는 고대어와는 다른 의미로 높아질 것이다.

프론디어가 그 증거고, 하글리는 그걸 노리는 것이다.

“게으름이라…….”

앗지에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생각보다도 더 잔인한 말이구나.”

* * *

나는 바람잡이의 조사와 더불어, 엘리시아에게는 ‘바니에’라는 가문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지금 암부의 권력을 잡고 있는 엘리시아라면 가능할 것이다.

그동안 그레고리에게도 제국 내의 상황을 주시해 달라 부탁했다. 내가 여기저기 설치고 다니면 바람잡이가 행동을 바꿀 수 있으니.

겉으로 보이는 내 평소 일과는 같았다. 훈련과 수업을 병행하며 조금 바쁜 날을 보내고 있을 뿐.

‘어쩐지 옛날 생각이 나는군.’

나는 콘스텔 내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과거를 떠올렸다.

‘프론디어 드 로아흐’라는 캐릭터는 뭐가 어떻게 되든 상당한 이목이 집중된다. 인간늘보일 때도 그랬고, ‘나태’라는 요상한 별명이 붙었을 때도,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다만 변한 게 있다면, 오히려 지금은 콘스텔 내에서 내 여론이 가장 호의적이다.

나에 대한 억측과 시기가 만연했던 지난 날의 떠들썩함과 다르게, 지금의 콘스텔 내부는 나의 이야기에 대해 모두가 진지하게 열을 올리고 있다.

아마 지금 내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쪽은 오히려 제국일 것이다.

‘어쩌면 무대가 바뀌었는지도 모르지.’

나는 콘스텔의 3학년, 일상의 대부분을 콘스텔에서 보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쩌면 게임의 무대는 이미 콘스텔을 벗어났는지도 모른다.

내 여론이 가장 안 좋은 곳이 무대가 된다니, 진짜 망겜이 따로 없다.

탁! 타악-!

목제의 무기들이 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반복된다.

지금 나는 콘스텔의 전투 실습을 받고 있다.

3학년은 학생들 간의 실력차가 가장 극도로 나타나는 시기다. 콘스텔은 마물을 섬멸할 인재를 키워내는 교육 기관. 그렇기에 사실 진도가 늦는 학생에 대한 방책이 거의 없다시피 한다.

그렇기에 이 당시의 학생들은 콘스텔에 정해진 커리큘럼을 쫓아오지 못하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아예 오러를 아직 사용하지도 못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다만 그와 반대로,

쉬익-!!

“우와…….”

“뭐야. 안 보이잖아, 저건.”

아예 콘스텔의 진도를 아득히 뛰어넘어버리는 학생도 나타나는 것이다.

아스터 에반스.

전쟁 이후의 그는 사실상 콘스텔의 모든 수업이 약간의 시간 낭비처럼 되고 있다.

아스터는 실습 시간에서 대련 상대가 마땅찮다. 그를 이길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수준 차이가 나더라도 그게 어느 정도까지는 배우는 거라도 있지만, 아스터 정도의 레벨이면 당한 사람은 아무 이해도 닿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혼자 스스로의 실력을 점검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그렇지. 저 바보 자식.’

방금 아스터, 일섬을 사용했다.

사람들이 죄다 보는 앞에서, 마치 시운전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게 너무도 아스터다워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아스터는 자신의 패나 실력을 숨기지 않는다. 상대가 누구든 봐주지도 않는다.

그저 끝없는 자기 단련과 그걸 위한 고민이 있을 뿐이다.

지금도, 내가 다가가는 것도 개의치 않고 혼자서 계속 중얼거리고 있다.

“으음, 미리 동작을 정해두면 일섬을 사용하는 도중 궤도를 비틀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무서운 소리 입 밖으로 내지 마. 진짜로 해버릴 것 같잖아.

“이봐, 아스터.”

“프론디어.”

아스터는 나를 보며 가볍게 웃었다.

저 미소는 틀림없이 진짜다.

나와 의견이 대립했던 것은 사실이나, 그건 의견 차이일 뿐. 나라는 인간 자체를 미워할 까닭이 없다.

아마 그게 아스터의 생각이겠지.

“그런 거 아무 데서나 보여주지 마.”

“장소를 가리면서 연습했다간 실력이 안 늘어. 안 그래도 요령이 없어서 지지부진한데.”

……이 자식 지금 무슨 소릴 한 거지?

나 혼자 들었으니 다행이다. 하마터면 질투와 시기로 이 대련장이 폭발했을지도 모른다.

아스터는 말하는 와중에도 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입가에 손을 대고 중얼중얼거렸다.

그 모습에 나는 물었다.

“대련 상대가 없어서 혼자 연습 중인 거야?”

“그렇지. 너도 마찬가지잖아.”

“……뭐, 그렇긴 한데.”

사실 나도 상황이 비슷하다.

말하긴 뭣하지만 대련 상대가 없다.

이건 내가 아스터 정도로 검술 실력이 성장했다는 게 아니다.

그저 아무도 나와 대련해 주질 않는다. 내가 먼저 다가가서 제안을 해도 기겁을 하며 물러서니까.

‘……내 인상은 거의 대부분 벨페고르에게 일격을 먹인 그거구나.’

하기야 남의 입장이라면 칠죄를 박살 내는 힘을 휘두르는 놈과 싸우고 싶진 않을 거다. 수틀리면 뭔 짓을 할지 모르니.

내 순수 검술이라면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배울 것이 많은데,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는다.

“……음.”

“……으음…….”

그렇게 나와 아스터는, 뭔가 기묘한 침묵으로 여기 서 있다.

대련 상대가 없는 나와 아스터.

사실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있다. 하지만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나와 아스터가 함께 있는 이 순간, 슬금슬금 주위의 시선이 모여든다.

그렇다.

그냥 나와 아스터가 서로 대련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아스터의 검술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아스터에 대처 가능한 인물이 있다면 여기서는 그건 나뿐일 것이다. 나도 아스터에게 배우는 게 있을 테고.

게다가 서로 목제 무기를 들고 있고, 이성을 잃는 일은 없을 테니 나름대로 안전할 것이다.

다만 아스터는 나를 굉장히 높게 보고 있다.

실제의 내가 아닌 가상의 나를 그리며, 그것을 뛰어넘기 위한 시행착오와 훈련을 반복했다.

지금의 내가 그 가상을 깨뜨려도 되는 걸까.

무엇보다, 아스터는 지금 나와 대련하는 것을 바랄까.

“……음, 아스터.”

“좋아.”

아스터가 그때 나를 보고 자세를 잡았다.

“생각만 해도 어쩔 수 없지. 대련하자, 프론디어.”

“……그래.”

아스터도 생각이 같았던 듯, 자세를 잡고 나를 보았다.

그에 이끌리듯 나도 검을 고쳐잡았다.

순간 주변의 시선이 명백하게 이쪽으로 쏠리는 것이 느껴진다.

……패배가 정해진 대련에서 주목 받는다는 건 괴롭기 그지 없다.

탓!

먼저 파고드는 아스터. 나는 반발짝 물러나 검을 아래로 내린다.

휘익!

까앙!

아스터가 내지르는 검의 궤도를 읽고 맞부딪힌다.

‘끄윽!’

그리고 곧장 후회했다. 손아귀부터 어깨까지 저릿저릿하다.

힘이 맞붙었을 때 얼마나 대항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순수 근력에서 역시 상대가 되질 않는다.

타닥!

나는 옆으로 걸어 아스터의 힘을 비켜내고 칼을 회수했다. 잠깐 열린 틈을 채우듯 아스터가 내게 따라붙고, 연격이 날아든다.

탁! 타악! 탁!

나무끼리 부딪히니 조금 싱거운 소리가 나지만, 정작 내 입장에선 무섭기 짝이 없는 일격들이다.

하지만 ‘예측’이 있으니 속도가 조금 늦어도 대응할 수는,

툭.

“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스터가 돌연 비튼 발에 걸려 넘어졌다.

넘어진 내 위를 완벽하게 점해, 아스터의 칼이 내 목에 닿는다.

‘예측이 틀렸어.’

예측은 반드시 적중하는 건 아니다. 상대의 시선이나 근육의 움직임, 그리고 나 같은 경우 ‘육감’까지 동원해 흐름을 읽지만, 아주 세세한 것까지 읽어내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방금, 아스터의 동작은 내 예측과 완전히 반대의 움직임을 펼쳤다.

“……너, 그런 게 되는 거냐.”

“예측에 너무 의지하니까 그렇지, 프론디어.”

아스터가 씨익 웃었다.

근육과 시선, 기의 흐름까지를 전부 블러핑을 할 수 있다니.

“자, 일어서.”

아스터는 일어난 뒤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내가 그 손을 잡고 일어나, 아스터와 가까워진 한 순간.

아스터가 내 귀에 속삭였다.

“어쩌면 말이야. 프론디어.”

“응?”

“우리가 적이 될 수도 있겠어.”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는 오싹함을 조용히 감추고 아스터를 보았다.

아스터의 눈은 적의나 살기 같은 것도 없이, 그저 진중했다.

그런 얼굴로 내게 말했다.

“나는 어려운 건 잘 모르지만.”

아스터는 조금 겸연쩍은 듯 쓴웃음을 짓고는,

“감은 좋은 편이거든.”

“…….”

여전히 평온한 눈동자로 나를 본다.

나를 친구로 바라보는 그 눈빛 그대로.

“넌 너무 많은 걸 생각하지. 내가 상상할 수도 없는 거대한 걸. 그게 뭔지는 모르겠어. 어떻게 그런 생각이 가능한 건지도. 하지만 그렇기에 전쟁을 막아냈던 거겠지. 그러니까 더욱 알 수 있어.”

“……아스터.”

“프론디어 드 로아흐.”

어쩌면 아스터에게서 처음으로 불리는 나의 풀네임.

“나는 그렇게는 할 수 없어. 작은 것을 보기에도, 내 눈앞에 놓인 것을 해치우는 것만도 벅차. 하지만 적어도, 네 눈으로는 무언가 보인다는 것은 알겠어. 그러니 너는 할 수 있을 거야. 무언가가 크게 잘못되기 전에.”

그의 눈은 나를 믿는 눈이다.

적이 된다고 말한 뒤에도, 나를 신뢰하는 눈동자.

“프론디어, 세상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그는 나를 보며 웃었다.

티 한 점 없는 맑은 얼굴로.

아스터 에반스 그 자체로서, 그의 오롯한 마음으로서 웃으며.

“우리는 서로 적이 되자, 프론디어.”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