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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67

EP.366 15. 프랑켄슈타인의 후계자 (20)

“그렇게 본인의 욕심 때문에 남동생을 잃게 된 누나는 영원히 그를 그리워하면서 지금도 그의 기일만 되면 눈물을 흘린대.”

엘라는 ‘웃는 남자와 우는 여자’의 설화를 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은하수가 갈라놓은 쌍둥이에 대한 설화는 다들 지나가다 얼핏 들은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기승전결이 딱 맞아떨어지는 판본으로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단원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그녀에게 감사함을 표현하며 식사를 끝마쳤다.

2시간 넘게 떠드느라 지친 그녀는 쓰러지든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녀의 옆에 앉아 있던 원더스타인이 그녀의 컵에 음료를 따라주었다.

그녀는 고맙다고 말하며 그것을 마시려다가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 2시간 동안 자신이 음료를 몇 번이나 들이켰는데도 컵에 음료를 채운 기억이 없었다.

음식 또한 마찬가지였다. 개인 접시에 있는 것을 이야기 도중에 계속 먹었는데도 그곳에는 항상 음식이 계속 차 있었다. 그것도 딱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 위주로 말이다.

“왜 그러시죠?”

원더스타인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이제야 그녀는 스치고 지나갔던 장면들이 떠올랐다. 그는 자신이 이야기하는 내내 옆에서 자신을 돌봐주고 있었었다.

엘라는 미소가 떠오르려는 것을 꾹 참으며 그가 따라준 음료를 마셨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솔직히 그녀는 저녁 식사에 들어가지 전까지만 해도 기분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다름 아닌 알렌과 조의 입단 문제 때문이었다.

그녀는 원더스타인이 자신과 논의도 없이 그들의 입단을 결정한 것에 불만을 느꼈다. 대뜸 연락해서는 이렇게 됐으니 저렇게 해달라고 부탁했을 때, 그녀는 거절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었다.

인사 문제는 어디까지나 단장과 부단장인 그와 자신이 결정할 영역이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신년 추가 영입은 2주 전 둘이 인력거를 타고 갈 때 잠정적으로 결론 내린 사안이었다. 날이 풀리고 나서 공개채용을 하자고 말이다.

차라리 그가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면 그녀는 이렇게까지 거부감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레이나, 클라라, 미노바와 상의했다.”라는 말이 그녀의 기분을 거슬리게 했다.

미노바는 원래 단장이었으니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레이나와 클라라가 언제부터 이런 문제에 끼어들었단 말인가?

안 그래도 요즘 부단장으로서 입지가 점점 좁아져 간다고 느끼는 그녀였다. 원더스타인과 둘만 있는 시간도 예전에 비해 상당히 줄었다. 그런 와중에 또 자신의 영역이 침범당하자 분노를 느꼈다. 수아브에게 일부러 뒤에서 오간 거래에 대해 밝힌 것도, 알렌과 조에게 입단할 의무가 없다고 알려준 것도 반쯤은 그에 대한 화풀이를 겸하고 있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저녁 식사 자리를 주도해 단원들의 시선을 독차지한 데다가, 원더스타인도 옆에서 내내 자신을 시중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녀는 기분이 싹 풀리는 것을 느꼈다.

‘흥. 이것 보시지. 나를 무대에서 밀어내려면 아직 멀었다고. 이 남자 옆자리는 내 거야.’

[‘엘라’의 호감도가 1 상승했습니다.]

퀘스트 성공 알림이 뜨자 원더스타인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 그녀가 마지막으로 컵을 받아들 때, 뻣뻣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영 글렀나 생각했는데 다행히 퀘스트 조건을 충족한 모양이었다. 이제 그녀의 호감도는 3번째 보상이 나오는 50까지 딱 2만 남겨두고 있었다.

그녀가 빌리 앤 베티로 떠나고 싶다고 말하면 어떡하나 며칠간 전전긍긍했던 것이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역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할 바에 이렇게 작은 요소 하나하나 꾸준히 쌓는 게 더 가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의 자신감도 엘라의 다음 말이 깨트리고 말았다. 그녀는 식사가 끝나자마자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려는 친구의 뒤를 붙잡았다.

“마야, 벌써 들어가게? 조금 있으면 유라 언니가 후식을 내올 텐데.”

“먹고 싶지 않아.”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공중을 날아 자신의 텐트로 들어갔다. 엘라를 비롯한 몇몇 사람의 눈이 원더스타인을 향했다. 서커스단 사람들은 요 며칠간 마야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원인이 원더스타인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 또한 눈치챘다.

“쟤랑 진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제 실수 때문에……아니, 그것보다……알렌과 조와 대화를 나눠보니 어떻습니까? 엘라 양 기준에 충족하는 것 같던가요?”

“꽤 괜찮던데. 나는 솔직히 예전에 봤던 그 수준으로 가늠하고 있어서 반신반의했거든. 그런데 진짜 많이 성장했어. 아주 약간이지만 ‘눈물’도 배어있는 것 같고.”

“눈물?”

“일류 광대가 되는 데 필요한 경험이라고 하더라고. 나도 대충 감만 잡았지 정확히 뭐라고 설명 못 하겠어.”

“눈물이라……. 그게 뭔지 저는 조금 알 것 같은데요.”

“음? 뭔데? 뭔데?”

원더스타인은 자신이 방송하면서 본 경험을 적당히 녹여내서 ‘눈물’의 의미를 풀어냈다. 엘라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그에 대해 더 캐물었다.

“뭐야,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그러고 보니 저번에 3만 명 앞에 선 적 있다고 했지. 당신 광대였던 거야?”

“그……비슷한 거였죠.”

그렇게 두 사람은 오랜만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러다 엘라는 아까 빌리 앤 베티를 나올 때 부탁받았던 것이 떠올랐다.

“아, 맞다. 베티 단장님이 며칠 동안 자기네 서커스단에서 일해볼 생각 없냐고 하시더라.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수락했나요?”

“우리 단장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했지.”

“그런 거라면 그냥 하세요.”

“응?”

“그 정도 되는 곳에서 제안이 들어왔잖아요. 안 그래도 엘라 양이 어렸을 때부터 들어가고 싶어 하는 곳인데 하는 게 좋겠죠.”

원하는 것을 허락받은 엘라였지만 어딘가 기분이 찝찝했다. 예전 같았으면 자신이 며칠이나 다른 서커스단에 갈 엄두도 못 냈을 텐데. 이렇게 흔쾌히 허락하는 건 역시 지금은 나를 대체할 인력이 많으니까…….

그녀는 괜한 심술이 도졌다.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고 은근한 말투로 그에게 속삭였다.

“정말 괜찮아? 이대로라면 나 뺏길지도 모르는데? 안 그래도 베티 단장님이 나보고 서커스단에 들어왔으면 하더라고. 내가……부단장이었으면 좋겠다고.”

“……거절했나요?”

원더스타인은 자신이 걱정했던 일이 현실로 일어난 것에 놀라 되물었다.

엘라는 그의 대답이 아까보다 한 호흡 느려졌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되묻는 말도 바뀌었다. 아까는 ‘수락했나요?’였다면 지금은 ‘거절했나요?’였다. 그녀는 그에게서 그런 반응을 끌어낸 것에 만족했다. 비록 베티는 그런 제안을 한 적이 없지만 말이다.

그녀는 실실 미소가 떠오려는 것을 참으며 짐짓 심각한 목소리로 답했다.

“당연히 안 된다는 거 알아. 할아버지와 남은 친구들 목숨이 당신에게 붙잡혀 있잖아. 당신이 날 보내줄 리는…….”

“떠나셔도 되는데요.”

“……뭐?”

엘라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녀는 자신을 보며 미소 짓는 남자를 바라봤다.

“그, 그게 무슨 말……?”

“떠나셔도 된다고요.”

그의 표정은 평온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을 수 없었다. 자신의 마음을 다 알고 장난으로 이러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자신이 떠나도 상관없어서 이러는 건지.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풀며 되물었다.

“나를 그냥……놓아주겠다고?”

“엘라 양도 그편이 좋지 않나요?”

그건 마야에게 경멸받은 후부터 그가 계속 고민하던 문제였다. 그녀 역시 떠나고 싶은데 자신이 붙잡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떠나고 싶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계속 악당 연기를 해야 할까? 그녀의 가족들을 인질로 그녀를 붙잡고 있어야 할까? 자신이 그녀의 증오를 계속 이고 가는 게 맞을까?

그는 그 문제에 대해 확실히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가 지난 며칠간 계속 이 상황을 예행 연습했던 게 문제였다. 그의 입은 관성을 받아서 준비했던 대로 말을 이어나갔다.

“떠나신다면 제가 기존에 했던 말들도 다 무효로 해드리겠습니다. 누가 더 죽거나 하는 일도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떠나고 싶으면 떠나세요.”

그리고 그는 다음과 같은 말도 덧붙였다. 떠나려는 그녀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어차피 이제 엘라 양 없이도 서커스단은 문제없이 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엘라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건 그녀가 지난 몇 주 동안 안고 있던 고민을 헤집고 들어오는 말이었다.

그녀는 두 눈을 부릅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원더스타인을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거기에는 그녀가 지금까지 한 번도 입에 담지 않았던 온갖 상스러운 욕이 다 섞여 있었다.

야영장에 정적이 찾아왔다. 엘라가 내지른 고함에 놀라 다들 무슨 일인가 싶어 두 사람을 돌아봤다.

원더스타인은 그녀에게 무슨 대꾸를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언제나 자신을 떠나고 싶어 했던 그녀였다. 2년 뒤 풀어주겠다는 약속을 지금 지킨다는 것뿐이다. 그런데 그녀가 왜?

“나 나간다. 됐지? 붙잡지 마.”

그가 멍하니 있는 사이 엘라는 어느새 자신의 천막에서 짐을 챙겨 나왔다. 그녀는 후식을 가지고 나오다 말고 놀라서 멈춰선 유라크네를 지나쳐 야영장을 빠져나갔다.

“이게 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엘라 목소리가 크게 들렸는데…….”

“우리도 몰라요.”

“쟤 어디 가는 거냐?”

“모르겠군. 아까 다른 서커스단 일을 며칠 돕는다는 건 옆에서 들었는데…….”

그때까지 원더스타인은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감을 잡지 못했다. 상태창에 알림이 뜨기 전까지는.

[‘엘라’가 단원 목록에서 제거되었습니다.]

***

야영장을 떠난 엘라는 무작정 발걸음을 시내 쪽으로 옮겼다. 그곳이 빌리 앤 베티의 숙소가 있는 방향이라는 것은 호숫가를 완전히 벗어나서야 깨달았다.

그녀는 원더스타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떠나도 좋다고? 붙잡지 않겠다고?

그녀는 두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그녀는 자신이 왜 이렇게 분노한 건지 알 수 없었다. 기껏 서커스단을 바닥에서부터 키워놨더니 토사구팽당하는 것 같아서 그런 걸까? 아니면 자신 같은 일류 곡예사를 쉽게 다른 서커스단에 넘겨준다는 그의 짧은 소견머리에 질려서 그런 걸까?

그렇게나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했던 자신인데.

왜?

엘라는 이를 악물었다. 사실 그 이유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다. 그저 인정하기 싫을 뿐이었다.

그의 존재는 어느샌가 엘라의 삶에 너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모든 것을 다 가져가 버렸다. 꿈, 일, 집, 가족, 증오, 그리고……사랑까지.

이제 그녀의 삶에서 그가 없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는 잔인하게도 자신의 옆자리 빼고는 그녀가 있을 만한 장소를 모두 없애버렸다. 그는 증오스러운 원수인 동시에 그녀가 의지할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그런데 그런 그가 그녀를 언제든지 버릴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그가 자신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은 자신의 착각이었을까?

그는 서커스 그랑프리의 결선에 오르는 것을 갈망했다. 자신은 그저 그의 눈에 우연히 들어서 목적에 도달하는 수단으로서 대접받았던 뿐인 걸까? 그 효용이 떨어진 지금은 떠나도 아무 상관 없는 존재인 걸까?

그렇다면 친구들은 왜 죽은 걸까? 마을 사람들은? 찰리는?

그녀는 몇 번이나 걸음을 멈춰서고 눈물을 닦았다.

찰리. 자신이 죽인 친구.

모두를 위해서라고, 어쩔 수 없다고, 그가 자초한 죽음이라고 애써 합리화를 했는데…….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속에 있는 감정을 다 토해내고, 눈물도 다 말랐을 무렵. 그녀는 빌리 앤 베티의 천막 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무작정 베티를 만나고 싶다고 했고, 단원은 그녀를 베티의 방 앞으로 안내했다.

“어머, 엘라? 이 시간에 네가 여긴 웬일이니?”

잠옷 차림으로 달려나온 그녀에게 엘라는 애써 웃어 보이며 답했다.

“단장에게……허락받았어요. 며칠……갔다 오라고 하네요.”

“그렇다고 이렇게 밤 늦게?”

“그게……내일 새벽에 야행성 동물 훈련이 있다고 했잖아요? 그거부터 참가해보고 싶어서 일찍 왔어요…….”

그녀의 표정과 행생을 보면 거짓말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필경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리라. 하지만 베티는 그에 대해 캐묻지 않았다. 그녀가 그쪽 서커스단이랑 문제가 생긴 것은 오히려 그녀에게 반가운 일이었다.

“그래? 일단 지금 방을 마련하기는 힘드니까 오늘은 내 방에서 같이 자자.”

“네? 하, 하지만……그냥 객석에서 자도 되는데…….”

“에이, 우리 차세대 유망주에게 그런 자리를 줄 수는 없지. 자, 어서 들어오렴. 니나, 짐 좀 들어줄래?”

“우오! 우오!”

고릴라가 엘라의 짐을 품에 안았다. 베티는 그녀의 손을 잡고 천막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자, 모두가 널 환영하는걸?”

그 안에는 그녀가 키우는 곰, 호랑이, 표범 등이 어슬렁대고 있었다. 저런 맹수들을 우리에 가둬두지 않고 함께 자는 것에서 동물들에 대한 그녀의 신뢰가 엿보였다.

“어서 오세요, 엘라 님!”

앵무새 에드워드가 횃대에서 내려와 그녀에게 인사했다. 천막 안에 진하게 배여 있는 동물들의 냄새가 그녀는 너무 반가웠다. 울적했던 기운이 가시는 것을 느꼈다.

“그럼 며칠……신세 지겠습니다!”

엘라의 인사에 동물들이 각자만의 방식으로 호응해주었다. 다들 그녀를 반기는 것 같았다. 자신이 늘 바라던 꿈만 같은 공간이었다. 그녀의 입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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