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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70

367. 레나 Ep – 발음 기호

“용사님. 일어나셨어요? 좋은 아침이에요.”

오늘도 나는 웃는다.

성녀님의 맑은 미소를 흉내 내면서. 앞으로도 이래야 한다는 생각에 탄식이 절로 나오지만 이건 내 수양이 부족하기 때문이겠지. 레라 씨가 머리를 털며 다가와 말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그런데 사제님. 어제는 깜박 말씀을 못 드렸는데, 그 용사님이라는 호칭은 그만둬 주세요. 듣기 거북…”

“네. 그럴게요.”

아이고, 고마워라.

나도 좋아서 하는 게 아니었으므로 호칭 얘기가 나오기 무섭게 받아들였다. 그러자 되려 용사님이… 아니지. 나까지 왜 이래. 그러자 되려 레라 씨가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그러면 그… 흠흠. 레라라고 불러주세요. 레-라요.”

“레에라요?”

“아뇨. ‘레-라’요. ‘ㅔ’ 발음이 길어요.”

“철자가 어떻게 되죠?”

“R, e, l, a요. 아니 근데, 오면서 만난 벨리타 왕국 사람들은 다 레에라라고 잘못 부르더라구요.”

“흠. 철자대로라면 레라가 맞는데… 지역마다 발음에 차이가 있으니까요. 아,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북부에선 단모음1)을 길게 내곤 한다고 들었어요. ‘레티이’ 여왕님처럼요.”

“저희 레티이 여왕님이 왜요?”

레라 씨의 눈빛이 샐쭉해졌다.

타국민이 자기네 왕국의 영웅을 언급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그녀는 건너편 의자를 조금 거칠게 당겨 앉았다.

물론 나는 그분을 욕되게 할 생각이 없었다.

“레티이 여왕님의 이름 표기에 관한 이야기가 있거든요. 원래는 아카이아 제국의 발음표기에 따라 ‘레티’로 표기하고 발음해야 하는데, 레티이 여왕님 본인께서 이를 거부하셨대요. 자기는 레티이라고 불리는 게 좋다면서요.”

“오… 그래서요?”

“그래서 갑론을박이 벌어졌었다고 해요. 이걸 어떻게 표기해야 할지에 대해서. 그냥 아카이아 제국 방식대로 하기엔 그분이 제국으로부터 북부를 독립시킨 분인데, 그럴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이것 때문에 발음체계를 뜯어고칠 수도 없어서 기호를 추가하는 거로 타협했죠. 우리는 그분을 이렇게 표기해요.”

/ Reti’ /

어제 은화를 잔뜩 줘서 그런가, 우리가 앉은 식탁에 냅킨이 깔려 있었다. 역시 돈이 좋긴 좋다고 생각하면서 냅킨에 글씨를 적어주었다.

레라 씨는 그걸 멀뚱멀뚱 들여다봤다.

“이 기호(‘)는 뭐예요?”

“고대의 발음 기호예요. 아카이아 왕국을 세웠다고 알려진 레오넬 님의 동생, 레이시아가 만든 기호체계에서 빌려왔다네요. 이게 모음에 붙어 있으면 해당 발음을 길게 하라는 뜻이에요. 당연히 자음에는 붙이면 안 되고요.”

“…”

나는 의외라고 생각했다.

레라 씨는 이렇게 학술적인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으로 판단해선 안 되나 보다.

그녀는 냅킨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품에 집어넣었다. 그즈음에 레브와 레이 씨가 내려와서, 우리는 그들을 각자 반갑게 맞이했다.

내가 속삭여 물었다.

“둘이 뭔 얘기 하다 왔어?”

레브도 속삭임으로 답했다.

“나중에. 레라… 님 없을 때 알려줄게.”

나는 이때 레브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남들 눈치 보지 않고 포옹하는 레라 씨와 레이 씨가 부럽다고 생각했다.

난 어쨌건 지금은 사제인 것이다.

나는 레브의 손에 약지를 걸어 옆자리에 앉혔다. 한 박자 늦게 내려온 오필리아 사제님의 눈을 피해서.

우리는 다 함께 식사했다.

사제라고 해서 먹는 게 다르지는 않다.

특별히 채식이 권장되지도, 육식을 멀리하라 하지도 않아서 나는 레브가 주문한 요리를 조금 뺏어 먹었다.

메인메뉴를 먹어치우고 (숙소 주인장이 돈 냄새를 맡았는지 무려 코스 요리가 나왔다), 간단한 음료를 맛볼 무렵에 레라 씨가 질문했다.

“그런데 사제님. 그 악신이란 거 말이에요. 왕궁에 있다고 했죠? 쎄요?”

레라 씨는 아무래도 궁금한 게 많았다. 나와는 달리 이 사태의 전말을 알지 못해서다.

꿈을 안 꾼다니.

어떻게 보면 부럽기도 하고 안 부럽기도 한 특징인데 적어도 지금은 부러운 게 맞았다. 왜냐하면…

‘나도 몰라!’

덕분에 나만 덤탱이를 썼으니까.

난 레브와 레이 놈님 입가에 기대 어린 미소가 걸리는 걸 가증스럽게 여기며 대답해주었다.

“무척요.”

아마 세겠지. 엄청 세니까 레브랑 저 새끼랑 그 왕자님이 여태 해결을 못 한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용사님은 거뜬히 이겨내실 거랍니다. 저도 있는 힘껏 돕겠어요! 아, 맞다. 오필리아 사제님. 어제 교회에 다녀오신 건 어떻게 됐나요?”

오필리아 사제님이 빈 잔을 밀어 놓으며 대답하셨다.

“추기경님을 뵙고 왔어요. 일단은 성녀께 연락해보시겠다네요.”

오필리아 사제님은 어제 내가 레라 씨를 설득하는(?) 동안 오르빌 교회에 다녀오셨다.

사제와 성전사를 지원받기 위해서였는데, 대사제 급의 고위 성직자인 오필리아 사제님은 추기경쯤은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성녀님께서는 분명 우리를 지원해주라 하실 테고, 이것으로 오필리아 사제님의 역할은 끝난 듯하다.

신입 사제인 나는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추기경님을 어떻게 뵙고 말씀드려야 하나 걱정했는데, 사제님 덕분에 큰 부담을 놓았어요. 감사합니다.”

오필리아 사제님은 내 합장을 마주 받으며 상냥하게 말해주셨다.

“당연히 도와드려야 할 일인걸요. 그리고 제가 없었더라도 레아 님께서는 잘 해내셨을 거예요. 자신을 가지세요.”

“사제님…!”

내겐 스승 같은 분이시다. 그런데 옆에서 초를 치는 것들이 있었다.

“오~ 레라. 이제 본인이 용사라는 걸 인정하기로 한 거야? 아까까지만 해도 사기꾼 같다고…”

“좀 닥쳐봐. 나 지금 심각하니까.”

레이랑 레브였다.

레이. 저 인간은 레라 씨를 놀리는 데 혈안이 된 듯했고, 레브는 날 웃음기 가득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나는 욕 실력이 절로 느는 걸 느꼈다. 욕이란 것의 기원과 필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데, 레라 씨가 꽤 뾰족한 질문을 던져왔다.

“근데 왕궁엔 어떻게 들어가죠? 무기도 반입해야 하잖아요.”

“아, 그건 왕자…”

“방법을 찾는 중이에요.”

내가 말하려는데 레브가 끼어들었다. 나는 레안 왕자님이 오면 그 일행에 끼어 들어가는 게 아니었나? 생각하면서 입을 다물었다.

레브가 이어 말했다.

“일단은 확실하게 확보한 방법이 있긴 한데, 그게 리스크가 있는 듯해서 다른 길을 찾고 있어요. 조만간 찾아서 알려드릴게요.”

“음… 알았어요. 하지만 제 검이 좀 특이하게 생겼다는 건 알아두세요. 반입하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사실 모양을 떠나서 왕궁에 무기를 반입하는 게 가능하기나 한지도 모르겠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방법을 마련해 올 테니까.”

“올~ 레라 똑똑한데~.”

“아 진짜. 나 심각하다니까! 너 잠깐 이리 따라와 봐.”

레라 씨가 레이 놈의 멱살을 잡아끌었다. 그녀는 저 멀리에 가서 제 검과 냅킨을 들어 보이며 뭐라 뭐라 소리치고는 금방 되돌아 왔다.

그녀는 어제와 달리 퍽 진지해 보였다.

하지만 당장은 더 나눌 이야기가 없었다. 레브가 방법을 알아온 다음에나 논의할 게 생길 터였다.

‘그럼 오늘은 뭐 하지?’라는 고민이 생길 즈음에 레이 씨가 적절하게 입을 열었다.

“레라. 내가 오르빌에 가면 기사랑 마음껏 대련할 수 있을 거라고 했던 거 기억하지?”

“당연하지. 근데 어떻게? 와보니깐 여기도 그런 분위기가 아니구만.”

“한 명 찾았어. 카트리나라는 제2 기사단 출신 기사님인데 육아 문제로 은퇴하셨다네. 한동안 의뢰를 받아 생활하시다가 지금은 누굴 호위하는 업무를 보고 계신대.”

“오! 그래? 그러면 대련을 받아 주시나?”

“응. 돈만 주면 가능하대.”

“얼마?”

“대련 한 판에 은화 열 닢.”

레라 씨의 표정이 뜨악해졌다.

“비싸!”

“그 정도면 괜찮지 않나? 어디 자잘한 귀족가 출신 기사님이면 몰라도 제2 기사단 소속이었으면 대단한 거야.”

“그것도 기사 나름이지. 기사단 출신이라고 다 강한 건 아니야. 그리고 솔직히 우리도 웬만한 기사쯤은 가뿐하게 이겨. 우리가 누구한테 막 지고 다닐 실력이 아니…”

레라 씨의 눈동자가 레브에게 닿았다. 우승자. 그녀는 말을 돌렸다.

“…긴 한데, 내 말은 그 카트리나라는 기사님이 그만한 실력이 되냐는 거야. 여자 맞지? 애 낳아서 은퇴했으면 실력이 많이 죽었을 건데. 은화 열 닢은 과해.”

“그럼 이기면 되지 않겠어? 설마 지고서는 대련비를 내놓으라 하진 않겠지. 그리고 나 돈 많아.”

레이 씨가 제 주머니를 두드렸다.

은화가 출렁이는 게 밖에서도 보인다. 주방 쪽 카운터에 있던 숙소 주인장의 눈빛이 더 강렬해진 느낌이다. 나는 곧 후식이 오리란 걸 예감했고, 틀리지 않았다.

“서비스입니다!”

말이 서비스지, 양심이 있으면 돈을 내야 하는 후식이 도착했다.

제공된 후식은 무려 ‘샤 바트’.

아이스크림이었다. 겨울이라 눈을 구해오기가 그나마 쉽긴 했겠지만, 사치스러운 음식임은 부정할 수 없었다.

우리는 하얀 얼음에 뿌려진 꿀을 싹싹 섞어 먹었고, 그러는 동안 레이 씨가 말했다.

“저희는 대련하러 다녀오겠습니다. 레브 님도 같이 가시죠.”

“흠. 그럴까요?”

“?”

이 새끼 눈빛이 또 아련해진다.

나는 그 카트리나인지 뭐시긴지 하는 사람이 이놈들과 관련이 있는 여자임을 알아차렸다. 나는 와아~! 손뼉 치면서 끼어들었다.

“저도 갈래요. 용사님께서 대련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오필리아 사제님도 같이 가실래요? 오늘은 한가하시잖아요.”

훼방꾼은 많을수록 좋겠지! 오필리아 사제님은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리고 잠시 후, 오필리아 사제님과 레라 씨가 나갈 채비를 하러 올라간 틈에 물어보았다.

물론 카트리나가 누구냐는 질문은 아니었다. 나는 그렇게 하수가 아니다.

“왕궁에 들어가는 거 말이야. 레안 왕자님이 오시면 그 일행에 숨어서 들어가려는 게 아니었어? 다른 방법이 있나?”

“음. 안 그래도 아까 레이랑 그 얘기를 하다 온 거였어. 내가… 라고 말하긴 뭐하지만 여기 왕궁 근위기사로 일했던 적이 있거든.”

“레안 왕자님의 경험을 말하는 거지?”

“응. 암튼 근위기사로 일해봐서 아는데, 엄청 철저해. 수행 인원이 누구누구인지 국경을 넘을 때 조사해 둔 걸 가져다가 비교하거든. 입궐할 때 무기를 거둬가는 건 당연하고. 그래서 그 방법은 어려울 거야.”

“그럼 어떻게 하려고?”

“사실 알아둔 비밀통로가 있기는 해. 왕가의 정식 비밀통로는 아니고 라우노 패밀리 저택 지하에 있는 통론데… 이게 영 미심쩍단 말이지.”

“왜?”

“아스타로트가 아는 통로일 수도 있어. 어쩌면 아스타로트‘만’ 아는 통로일 수도 있는 데다가 우리도 안 들어가 본 거라 불안해. 가능하면 그 통로는 이용하고 싶지 않네.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고.”

“흠.”

나는 하수다.

“근데 혹시 그 카트리나라는 사람, 레안 왕자님이랑 관련이 있는 사람이야? 아니면 너랑?”

“레안이랑 저한테 관련이 있었죠. 레브는 실제로는 만나본 적도 없을걸요?”

레이 씨가 대답했다. 나는 멋쩍게 머리를 긁었다.

‘레브랑 관련이 있는 여자가 아니었구나. 난 또.’

괜히 쫓아가겠다고 했나 보다.

그것도 하필 오필리아 사제님까지 동원해서는… 검술에 문외한인 나랑 사제님은 대련하는 걸 봐도 하나도 재미없을 터였다. 레브가 내 속을 읽었는지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레이. 카트리나 씨의 ‘새집’으로 가는 거지? 굴레에서 벗어나면서 사는 곳이 변했잖아.”

‘굴레?’

“응. 크세니아네 옆집 거기.”

“잘됐네. 레아, 거기 근처에 아릴레이 극장이라는 곳이 있어. 우리 대련하는 거 잠깐 보고, 오필리아 사제님이랑 연극을 보러 갔다 와. 몇 번 봤는데, 재미있더라.”

“연극? 우와! 연극?! 나 연극 한 번도 못 봤어! 꺄악!! 어떡해. 연극! 연극! 신난다!”

이럴 때가 아니지.

나는 방으로 달려갔다.

극장에 사제복을 입고 가긴 좀 그래서 사복으로 갈아입고, 오필리아 사제님께도 말씀드렸다.

사제님은 살짝 고민하더니 웬일인지 본인도 옷을 갈아입으시겠다고 했다. 부끄러운지 깜박 윙크하면서 말씀하신다.

“제 고향 왕국 수도에 와보는 건 사제가 되기 전에도 못 해본 일이어서요. 기분이라도 내보고 싶네요.”

아니 그런데 세상에.

나이에 비해 고우신 건 알았지만, 엄청 예쁘시잖아?

단출한 사복을 갖춰 입었을 뿐인데도 오필리아 사제님은 사람이 달라 보였다.

뚝뚝 묻어나던 경건함은 여염집 부인의 단아함으로, 신앙이 깃든 눈빛은 어머니의 단호함으로 돌변해 사제님은 누가 봐도 참 잘 살아온 여인네로 인식될 듯했다.

나는 감상평을 아낌없이 말했다.

“정말 예쁘세요!”

“레아 님도요.”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요.”

“저도 빈말이 아니랍니다.”

아, 세상에.

말솜씨마저도 이렇게 또박또박, 진심을 담아 훌륭하게 하시니 이분이 섬기는 신께서는 기쁘시리라.

물론 저는 레브한테 시집갈 겁니다. 죄송하지만.

나는 내심 발칙한 생각을 하며 내려갔다. 레브, 레라 씨, 레이 씨는 준비가 끝나 있어서 바로 출발했다. 숙소 주인장은 우리가 시야에서 벗어날 때까지 고개를 조아렸다.

나랑 레브, 오필리아 사제님은 교회에서 준 마차가 있어서 그걸 타고 갔다. 레이 씨랑 레라 씨는 말을 타고 쫓아왔다.

이윽고 아담하게 지어진 저택에 당도하였는데, 지붕이 파랬다.

왼편에 붙은 똑같이 생긴 저택은 크세니아라는, 레안 왕자님이 좋아하는 분이 사는 곳이란다.

우리는 지붕이 파란 저택 마당으로 들어갔고, 이내 머리가 타오르듯 붉은 여인을 만났다.

카트리나라는 사람이었다.

“구경꾼이 많군. 돈을 더 받아야겠는데?”

─ 라고 당당하게 선언한 그녀는 집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자마자 사라졌다. 문을 박차고 들어가더니 아이를 업고 나왔다.

레라 씨와 레이 씨가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레이. 나 저 아줌마 실력을 못 믿겠어.”

“여기까지 왔는데 한 판이라도 붙어 봐. 혹시 모르잖아.”

“휴. 알았어.”

레라 씨를 저 사람이랑 맞붙게 하는 거에 무슨 이유가 있는 걸까?

내 의문과는 별개로 우리는 그녀가 아들내미 똥 닦아주는 것까지(!) 구경하고서야 대련을 시작할 수 있었다.

– 챙챙!

한두 합이 오가면서 레라 씨의 눈은 반짝반짝해졌지만 내 눈은 감기기 일보 직전이었다. 정말로 잠들어버리기 전에 나는 오필리아 사제님과 밖으로 나왔다.

“제가 괜히 대련을 보겠다고 했나 봐요. 그냥 바로 극장으로 갈 것을. 사제님까지 괜히 끌고 갔네요.”

“아니에요. 덕분에 보기 힘든 걸 구경했어요. 연극, 기대되네요.”

하지만 기껏 찾아온 극장에서는 한동안 연극을 공연하지 않는다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사제님을 진짜 괜히 데려왔다!’라는 자책이 들려는 순간 다행히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연극 대신 전시회가 열려 있다는 팻말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며 우리는 전시회장 티켓을 끊고(뭐가 이렇게 비싸!!), 입장했다.

엘런이라는 화가의 전시회라는데, 그곳에서 나는 깨닫게 되었다. 내게 나도 모르는 길잡이 역할이 부여돼 있었다는 것을.

오필리아 사제님을 수도교회에서부터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이 정해져 있던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햄릿.”

“오필리아.”

전시회장에 먼저 와 있던 중년의 사내와 오필리아 사제님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아직 먼발치, 거리가 충분히 가깝지 않음에도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빠져나간 느낌이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그는 오필리아 사제님의 고향 친구이자 첫사랑이었다.

그에게 오필리아 사제님도 마찬가지의 존재로, 그들은 오필리아 사제님이 사제가 되기 위해 수도교회로 떠나기 전날 함께 밤을 지새우셨다. 아무도 오지 않는 창고에서.

그리고 이것보다는 더 빨리 알게 된 것이지만 이 햄릿 올덴부르크란 사람은…

타탈리아 왕가의 근위기사단장이었다.

1) 소리를 내는 도중에 입술 모양이나 혀의 위치가 달라지지 않는 모음.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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