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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71

EP.370 15. 프랑켄슈타인의 후계자 (24)

부두에 설치된 특설무대 위에는 교회의 성가대가 한 해를 떠나보내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멀리 호수 건너편에서는 폭죽들이 시시때때로 치솟았고, 호수 위에는 가족과 연인들을 태운 수백 척의 배들이 불빛들을 한 아름씩 싣고 이리저리 떠다녔다.

원더스타인이 루미를 데리고 찾은 곳은 바로 그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부두 옆 절벽이었다. 안전을 이유로 경비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지만 루미가 마법을 써준 덕분에 두 사람은 안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은막은 오늘 공연이 없습니까? 혹시 땡땡이친 것은 아니죠?”

그는 이곳으로 오는 동안 거리 곳곳에서 연말 공연이 벌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루미는 그를 가볍게 흘겨보며 툴툴거렸다.

“나를 뭐로 보고 그러는 거야! 수십만 개의 풍등이 하늘을 나는데, 가짜 불빛을 보러 올 관객이 있겠어? 오늘은 휴업이야.”

두 사람은 절벽 끝에 나란히 걸터앉았다. 자정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30분. 호숫가 곳곳에 사람들이 운집하고 있었다. 성급한 사람들을 벌써 등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중 몇 개는 주인의 손을 빠져나와 밤하늘을 홀로 날아다녔다.

“자유로워 보이는군요.”

“외로워 보이는걸.”

원더스타인과 루미는 밤하늘을 꼬물거리는 풍등에 대해 각자의 감상을 말했다. 두 사람 다 한 마디씩 내뱉고 나서 입을 다문 것은 상대방의 감상이 조금 더 일리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원더스타인은 아무 말 없이 점점 멀어져 가는 외로운 별빛의 꼬리를 눈으로 좇았다. 루미는 그런 그의 얼굴을 조심히 살펴보다가 입을 뗐다.

“무슨 일이 있는 거야?”

“네?”

“난 네 영혼의 모습을 알아. 조금이지만 네 마음이 짓는 표정을 볼 수 있어. 아까 만났을 때부터 울적한 기운이 느껴지는 건 내 착각이 아니지?”

웃는 남자가 적용되는 건 육체뿐. 영혼은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반은 영계에 몸을 담고 있는 그녀는 그의 육체적 모습 뒤에 드리워진 허수아비의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그의 혼은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음……그랬나요? 이거……들켜버렸군요.”

자신의 속내를 인정하면서도 그는 여전히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눈에는 그가 짓는 웃음이 그렇게 처량해 보일 수 없었다. 자신은 웃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을 즐겁게 하려고 노력하는 피에로 같았다.

“무슨 일인데 그래?”

“음, 그게 말입니다. 사실…….”

원더스타인은 그녀에게 어제 엘라와 있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에게 동정적인 눈빛을 보내고 있었던 루미는 곧 화난 표정으로 그를 노려봤다.

“정말 엘라한테 그런 말을 했단 말이야? 네가 나빴네!”

“맞습니다. 제 잘못이죠.”

“어휴, 백 번 사죄해도 모자라. 내일 당장 무릎 꿇고 빌어서라도…….”

루미는 그에게 조언하려다 말고 입을 딱 다물었다. 기시감 때문이었다. 사이 나쁜 두 친구를 중간에서 주재해 주는 건 예전의 자신이 자주 하던 일이었다. 그런데 그러다가 자신은 결국 어떻게 됐더라? 그 일을 떠올린 그녀는 토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에잇! 알 게 뭐야! 지금은 나랑 놀고 있잖아! 즐겁게 해주기로 약속하고선……. 고민은 나중에 해!”

“죄송합니다. 풍등을 보고 잠시 감상에 빠졌었네요.”

루미는 자신을 향해 사과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그는 역시 그녀가 사랑하던 남자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어딘가 헤퍼 보이는 미소와 깊지 못한 언행 때문에 첫인상은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그 내면의 모습은 상당히 달랐다.

그런데 어째서 자신은 지금도 그에게서 첫사랑의 모습을 보는 것일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때, 저 아래 무대에서 사람들이 큰소리로 숫자를 외치는 것이 들렸다.

“10! 9! 8!”

“뭐야, 벌써 다들 불을 붙였잖아!”

루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느새 호숫가 전체는 수만 개의 불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두 사람은 서둘러 들고 있던 풍등에 불을 붙였다. 등에 단 창호지의 색대로 파란색 불빛이 바람에 일렁거렸다. 그 사이 초읽기가 끝나고 호숫가를 둘러싼 불빛들이 일제히 하늘로 치솟기 시작했다.

“이익! 등이 너무 기울어졌어! 이러다 호수에 처박히는 거 아냐? 우리 키 차이가 너무…….”

“이렇게 하면 되죠?”

원더스타인이 루미의 허리를 번쩍 안아 들었다. 그러자 풍등을 받치는 두 사람의 손이 같은 높이에 있게 됐다. 루미는 뭐하는 짓이냐고 잠시 버둥거렸지만, 그가 미소지으며 바라보자 곧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둘은 “하나, 둘, 셋!”을 외치며 동시에 풍등을 위로 던졌다. 부력 때문에 등은 그들의 손을 빠져나가자마자 둥실하고 하늘로 떠올랐다.

호숫가에서, 도시 안에서, 저 멀리 성 위에서. 수십만 개의 별들이 검은 하늘 위로 쏟아졌다. 마치 은하수를 뱉어내는 것 같았다. 루미는 눈을 크게 뜨고 그 광경을 바라봤다.

“우와!”

두 번 다시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좌절감 때문에 그날 이후로 다시 찾은 적 없는 아무르 지방이었다. 그녀와 두 친구의 마지막 행복한 추억이 남은 곳. 20년 만에 그녀는 다시 이곳에 서게 되었다.

그렇게 풍등들이 하늘을 메우는 것을 지켜보기를 10여 분. 루미는 주춤거리는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와 말을 꺼냈다.

“저……이제 날아 보면 안 될까?”

오늘의 약속은 그녀를 품에 안고 저 별빛 바다를 헤엄치기로 한 것이었다. 원더스타인은 기대감에 더듬이를 까딱이는 그녀를 보며 미소지었다.

“그런데 요정의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면 눈에 띄지 않을까요?”

“거, 걱정하지 마. 투명화도 쓸 거야.”

“그 정도 마법을 동시에 쓰면, 감상에 방해되지 않겠어요?”

“그렇긴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네가 나를 안고 나는 모습을 보이면 여러 가지 엉뚱한 소문이 돌 거라고……. 자칫 잘못하면 내가 페어리라는 것을 들킬지도 모르고…….”

“흐음, 제게 방법이 있는데 한 번 들어보시겠어요?”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은 그의 제안을 두고 잠시 실랑이를 벌이다가 얼마 후 절벽 끝에 섰다. 루미는 그의 가슴에 안긴 채 겁먹은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밤하늘이 비친 호수는 마치 또 다른 하늘 같았다.

“천천히 날아줘. 하늘을 나는 건 오랜만이란 말이야.”

“원더랜드에서는 날아봤잖아요.”

“거기랑은 다르다고! 여기는 물질계잖아. 같은 높이에서 떨어지면 몇 배는 아파!”

“제 날개는 요정의 날개와 달리 활공하는 거예요. 제자리 비행 같은 건 못해요. 꽉 잡으세요. 좀 빠를 겁니다.”

“우왓, 야, 너 진짜! 꺄악!”

원더스타인은 루미를 안고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그와 동시에 그는 어깨에서 날개를 뽑아냈다. 뼈가 우드득 소리를 내며 몇 미터 길이로 자라났고 그 사이로 얇은 피막이 펼쳐졌다. 마치 박쥐의 것과 같은 날개였다.

‘설마 내가 이 모습을 취할 줄은 몰랐군.’

이 날개는 원작의 원더스타인의 상징적인 기술 중 하나였다. 원더스타인은 최종 보스답게 항상 3단 변신으로 덤벼 왔는데, 1번째 패턴이 검은 정장에 검은 망토를 입은 인간 형태로 변칙적인 공격을 하는 것이라면, 2번째 패턴은 좀 더 괴물 같은 모습으로 변해 육탄전을 벌이는 것이었으며, 3번째 패턴은 흉측한 초거대 괴물로 변하여 필드 전체에 광역 공격을 퍼붓는 것이었다.

팬덤에서는 1번째 패턴을 마술사 모드, 2번째 패턴을 전사 모드, 3번째 패턴을 마왕 모드라 부르며 그 단계를 구분했다. 지금 그가 등에서 뽑아낸 ‘브라큘의 날개’는 원더스타인이 2번째 패턴인 전사 모드에서 항상 사용하던 것이었다.

“우와아아, 너무 빨라!”

“눈을 떠 보세요.”

“바람이 너무 강한걸!”

원더스타인은 자신의 품에 안겨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그녀의 앞을 망토로 가려주었다.

“자, 이러면 됐나요?”

바람이 멎은 걸 감지한 그녀는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공중을 상하좌우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요정의 날개만큼 비행이 안정적이지는 못했지만, 속도는 과연 빨랐다. 그들은 어느샌가 까마득한 상공에 도달해 있었다. 저 아래로 도시, 강, 호수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우와아아아!”

루미는 고함을 내질렀다. 그것은 감탄의 의미로 내지르는 것임과 동시에 해방감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억누르고 있던 과거의 결박이 또 한 차례 벗겨지는 것을 느꼈다.

사방을 둘러봐도, 아래를 내려다보고 위를 올려다봐도 그곳에는 풍등들이 가득했다. 수십만 개의 별빛이 세상 전부를 채우고 있었다. 그녀는 그렇게 몇 차례 더 고함을 지르며 별의 바다를 헤엄쳤다.

“정말 오랜만이야.”

한참 비행을 즐기던 그녀가 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속삭였다. 원더스타인은 거기에 섞인 울음기를 모른 척하며 그녀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네 말대로 날개 마법에 투명화 마법을 쓰는 채 움직였다면 이렇게 마음 놓고 감상하지 못했을 거야. 고, 고마워…….”

“천만에요.”

“그런데……정말 우리 안 들킨 거 맞지?”

“네. 어두운 밤하늘에 빠르게 지나쳤으니 누구나 ‘새’라고 생각할걸요.”

원더스타인은 자신과 그녀의 가슴에 단 이름표를 재확인했다. 대상을 자세히 관찰하지 못할 때, 배역 이름표의 인식 왜곡이 깨질 확률은 거의 없었다. 그는 어린애처럼 웃으며 경치를 즐기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무심코 말을 꺼냈다.

“이 장면도 메모리 디스크에 기록하실 겁니까?”

“……뭐?”

“취미잖아요. 이런 장면들 디스크에 담아서 모으시는 거.”

그녀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그를 바라봤다.

“어……그거 어떻게 알았어?”

“아 그건…….”

원더스타인은 잠시 고민하다가 재빨리 둘러댔다.

“예전에 잡지에서 인터뷰를 본 기억이 있네요. 그런 취미가 있으시다고…….”

“그런 인터뷰는 한 적 없는데.”

“그게…….”

“너 혹시 이전부터 날 알고 있던 거 아냐?”

정곡을 찔러 들어오는 그녀의 질문에 그는 입을 다물었다.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당황해하는 그를 향해 루미는 이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야. 아마 마야 그 애가 흘린 모양이지? 제 아빠가 말해줬겠지.”

“아……맞습니다. 들켰네요.”

“그 자식 은근 입이 싸단 말이야. 아무리 딸이라고 해도…….”

루미는 오랜만에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되새겨봤다. 그동안 괴로워서 들춰보기 힘들었던 것이었다.

자신은 왜 그에게 반하게 됐더라? 날개를 달고 있을 때의 기억은 인간에게 있어 어린 시절의 추억처럼 선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충격적이고 강렬한 사건들은 기억에 깊게 남았다.

귀족 소녀에게 팔려가 그녀의 손에 노리개처럼 취급되었던 일.

거기서 탈출해 괴물 서커스에 들어가 처음으로 친구들을 사귀게 됐던 일.

그리고 괴물 서커스단을 탈출하던 날의 일까지……아!

루미는 속으로 탄식을 삼켰다. 기억이 났다. 그때부터였다. 그녀가 레오나르도를 남자로 느끼게 된 것은.

그날, 그는 목숨을 걸고 자신을 구해주었다. 정확인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때 자신은 무사히 탈출한 것에 만족하고 그날의 일에 대해 자세히 캐묻지 않았다. 괴로운 일은 금방 떨쳐 버리고 즐거운 일에만 몰두하는 요정의 천성다웠다. 어쨌든 그녀는 그가 자신을 구해주는 모습에 반했다는 것은 확실했다.

생각이 거기까지 도달하자 그녀는 심장을 감도는 싸늘함을 느꼈다. 그녀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원더스타인이에게 말했다.

“내려가자.”

“벌써요?”

“추워.”

“알겠습니다.”

루미는 원더스타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으며 죄책감에 휩싸였다. 자신은 아직 첫사랑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지 못했다. 이 남자를 첫사랑을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말았다.

그런 주제에 아까 그에게는 자신과 데이트하는 도중에 다른 여자 얘기를 꺼내지 말라고 질책까지 했다. 누가 누구보고 할 소리인데? 자신에겐 그럴 자격이 없었다.

“나 돌아갈래.”

지상에 내려오자마자 루미는 그에게서 재빨리 떨어졌다. 원더스타인은 갑자기 돌변한 그녀의 태도에 당황해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준비했던 부탁을 꺼냈다.

“내일 있을 신년 공연……빌리 앤 베티 이전 차례라고 하셨죠?”

“응.”

“혹시 그걸 핑계로 빌리 앤 베티에 들러 엘라 양 좀 만나 얘기를 전해주실 수 있나요? 제가 정말 후회하고 있다고, 다시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고요.”

아까라면 중간에서 남 좋은 일은 시켜주기 싫다고 그의 요청을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이 뭐라고 둘 사이를 방해한단 말인가?

“알았어.”

“저 숙소까지 바래다 드릴…….”

“필요 없어.”

루미는 매몰차게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는 재빨리 모습을 감추고 사라졌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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