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371

368-1. 햄릿 올덴부르크 외전

오필리아가 떠났다.

햄릿은 수레바퀴로 인해 뭉실뭉실 일어난 먼지구름을 죄다 들이마셨다.

어젯밤의 뜨거웠던 열기가, 사랑이, 모난 얼음 조각이 되어 폐부를 찔러왔다. 떠나지 말라고. 나 사실 귀족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자책을 뒤로하고 저택으로 돌아온 햄릿. 아버지는 아들이 외박한 것을 책하지 않으셨다.

그의 아들은 가문을 위해 막중한 과업을 수행해야 하므로.

실연의 상처가 미처 다 벌어지기도 전에 햄릿은 올덴부르크를 떠났다. 오필리아가 떠난 방향과는 정 반대 방향이었다.

“베나르 타티안 님이라고 했죠?”

“네. 그렇습니다.”

“어떤 분이신가요?”

타티안 가문에서 보내온 집사에게 한 질문이었다. 그 집사는 마차의 격한 흔들림에도 꼿꼿한 자세를 거뜬히 유지해 냈다.

“상냥하고 어여쁜 공자님이십니다. 햄릿 올덴부르크 공자님과 나이가 같으시지요.”

“상냥한 분이시라니, 다행이네요. 친구가 되어 주라 하셨는데, 제가 잘 해낼 수 있을까요?”

집사는 상냥하게 말했다.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책을 좋아하는 분이니 가는 길에 읽어보라며 책 몇 권을 추천해주었다. 하지만,

“친구라고? 하하하! 둘째 형님이 하신 일인가?”

“네, 네. 공자… 아, 아니, 후, 후작 저하.”

우리가 도착했을 때, 타티안 후작가는 피로 점철돼 있었다.

후계 자리를 놓고 다투던 첫째와 둘째 아들들은 다진 고기가 되어 널브러져 있었고, 후작은 마차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집사는 안색이 새하얘져선 말을 더듬었다. 책을 좋아하고 어여쁘다던 셋째 공자님은 어디에도 없었다.

푸른색 눈동자를 싸늘히 빛내는 소년만이 있을 뿐. 타티안 후작은 나를 눈여겨보며 말했다.

“친구라… 흐하하흐흐흐. 뭐, 좋아. 둘째 형님의 성의를 받아줘야지. 하지만 지금은 피곤해서 안 되겠어. 물러가 있게.”

나는 공손히 인사드리고 자리에서 벗어났다. 아직도 뻣뻣하게 굳어 있는 집사를 보며 생각했다.

단 하루만 일찍 도착했어도 죽었겠다고. 오필리아와의 하룻밤이 날 살렸노라고. 타티안 후작과의 첫 만남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 * *

당연히, 베나르 타티안 후작에게 친구 따윈 필요 없었다.

하지만 나는 올덴부르크로 돌려 보내지지 않았는데, 그건 타티안 후작이 날 특별하게 여겨서가 아니라 단순히 잊었기 때문이었다.

누가 나에 관해 질문해주면 좋으련만. 피로 권력을 쟁취한 후작에게 이런 사소한 문의를 넣어 줄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집사들과 시녀들, 시종들도 물갈이되는 판이었고, 나는 작은 손님방을 배정받은 채 3년을 보냈다.

타티안 후작가의 거대한 저택에 방치되었다.

사용인과 손님들의 이용 가능 동선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더 오래 방치될 수도 있었는데, 날 데려왔던 집사가 용케 총관이 되면서 나를 언급해줬다.

3년 만에 만난 베나르 타티안 후작은 처음 만났을 때보단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

결혼했기 때문일 것이다. 총관도 그 틈을 타서 날 언급한 것이고.

타티안 후작이 말했다.

“햄릿 올덴부르크.”

“네.”

“검술 솜씨가 제법이라고 들었네.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

“하명하십시오.”

그는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눈꼬리를 세우며 질문한다.

“대가는 묻지 않는가?”

후작이 이렇게 묻는 까닭이 있었다.

내가 그에게 아랫사람임은 분명하지만 어쨌든 귀족이기 때문이다.

허나 그러한 인식은 이곳에 머무르면서 많이 희석된 상태였다. 내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우리 올덴부르크 가문은 타티안 후작가에 속해 속령을 대리 통치하는 집안에 불과하였다.

나는 나의 처지를 이해하여 선선히 답했다. 대가는 무엇이든 달게 받겠으니 편히 하명하시라고. 타티안 후작은 빙긋 미소 지었다.

“몇 주일 뒤에 근위기사단 입단 시험이 있을 거야. 거기에 들어가 주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좋아. 가보게.”

이유는 묻지 않았다. 후작도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고.

몇 주일 뒤, 나는 자력으로 근위기사가 됐다. 그 이후로는 타티안 후작을 만날 수 없었다.

* * *

카로만 드 타탈리아 재위 1년.

근위기사가 된 나는 처음엔 아주 숨 막히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지체 높은 왕족들을 모시는 일이 부담되고 어려워서인 것도 있지만, 베나르 타티안 후작이 내게 시킨 일 때문이었다.

그는 왕궁 내의 동태, 특히 왕의 행동을 감시해주길 바랐다.

/ 카로만 드 타탈리아 왕께서 대장장이를 구했습니다. 왕관을 똑같이 생긴 것으로 바꾸셨습니다. /

/ 왕께서 야간에 왕실 비밀통로를 이용하셨습니다. 북쪽 통로를 이용하신 것으로 보이는데, 어딜 다녀오신 건지는 저도 알지 못합니다. /

전달할 내용은 암호로 적어 빨래에 섞어 보내면 됐다.

포섭된 사람이 나뿐만은 아닌 듯했다. 그리고 이 일은 해가 갈수록 하품이 나올 정도로 쉬워져 갔다.

궁내 사용인들 대부분이 타티안 후작가의 사람으로 채워졌기 때문이었다. 왕께서 어느 순간부터 심처에 틀어박혀 활동하지 않으시면서 내 일감도 줄어들었다.

상대적으로 클로에 드 타탈리아 공주님의 활동이 많아졌는데, 타티안 후작님께서는 어린 공주님에겐 관심이 없는지 이렇다 할 지원을 해주지 않으셨다.

나도 구태여 파헤치지 않았다.

이것으로 된 것인가. 나는 어느덧 근위기사단장 자리에 올라 있었다.

내가 단장직을 맡으면서 왕가의 근위기사단은 점차 타티안 후작의 입김이 닿은 기사들로 채워졌고, 이제는 왕궁에서 후작의 눈길을 피할 수 있는 곳이 없는 듯했다.

오직 나, 햄릿 올덴부르크 근위기사단장의 이 책상 서랍만이 후작의 눈길로부터 안전해 보인다.

나는 내 앞자리에 있는 행정기사의 눈길을 피해 서랍 고리를 잡아당겼다.

안에는 먼지가 뽀얗게 쌓인 편지 한 통이 들어 있었다.

Ophelia.

정말 오래전에 쓴 편지다.

타티안 후작가 저택에 머물 적에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 것으로, 아직도 보내지 못했다.

결혼을 했어야 했다. 누구하고든.

후작가에 방치돼 있던 3년이 너무 길어서 나는 결혼 적령기를 놓쳤다.

그러지 않았더라도 당시에는 누굴 만나고픈 마음이 없었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그녀는 잘 있을까.

때때로 나를 떠올려줄까.

아직껏 그녀를 잊지 못하는 내가 참담하게 어리석은 것일까.

나는 영영 부치지 못할 편지를 도로 서랍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네도 그만 퇴근하게.”

“네. 먼저 들어가십쇼. 저는 이것만 마무리하고 들어가겠습니다.”

행정기사는 곧 오르빌에 도착한다는 레안 드 예리엘 왕자의 수행원 총원을 확인하고 있었다. 조만간 서류로 올라올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주곤 사무실을 떠났다. 바로 집으로 가려 했으나 아침에 들은 것이 떠올랐다.

‘엘런의 전시회가 다시 열렸다고 했지. 올해는 그림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작년 즈음 혜성처럼 등장해 오르빌을 열광케 한 화가가 있었다.

그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그대로 뽑아온 듯한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부인으로 보이는 여성과 아이를 특히 잘 그렸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오필리아와 재회하는 것만 같아서, 작년에는 전시회장을 매일같이 드나들었다.

안타깝게도 그림이 너무 비싸서 근위기사단장의 재력으로도 단 한 점을 구입하지 못했다. 올해는 어떻게든 구입할 요량이었는데…

“…햄릿.”

“오필리아.”

허상이 보였다. 저것은 분명 허상일 것이었다.

전시회장 저 멀리에 오필리아가 서 있었다.

어릴 적의 싱그러움 대신 단아한 몸가짐으로. 떠나던 그 날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그리움으로.

허상은 내게 다가와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녀의 손을 붙잡았을 때, 비로소 나는 그녀가 허상이 아님을 깨달았다.

“오필리아!”

“햄릿.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만나면, 만약 만난다면 꼭 하고픈 말이 있었다.

하지만 혀끝에서 부질없이 사라지고, 가까스로 입 밖에 낸 말이 이것이었다.

사제가 되었느냐고. 그녀가 예쁘게 차려입은 사복에 속아, 본심을 반쯤 비춰버렸다.

오필리아는 처연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론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바보같이 축하한다고 말했던 것 같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