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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74

EP.373 15. 프랑켄슈타인의 후계자 (27)

“왜……왜 그렇게 보시오?”

루미는 자신을 향해 야릇한 미소를 지어 오는 베티를 보며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녀는 떨려오는 몸을 꽉 붙들었다.

아까 베티의 피리 소리를 듣는 순간, 그녀의 몸은 한순간 그녀의 의지를 벗어나 제멋대로 움직였다. 몸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한 지금도 어딘가 이상하긴 마찬가지였다. 심장이 쿵쿵 뛰고 식은땀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환상은 마음의 작용. 그녀의 동요는 아르노의 환상에 그대로 전달되었다. 베티는 자신을 보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그를 보고 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다.

혹시나 했는데 설마 진짜……?

둘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다. 루미는 비록 그 방법은 알 수 없었지만, 상대가 무슨 수작을 부렸다고 확신했다. 그녀는 마력을 끌어올려 베티의 공격에 대응할 준비를 했다.

베티의 손이 허리에 찬 피리로 향하는 순간, 루미는 쇠사슬을 만들어 그녀에게 날렸다. 환상 마법의 대가다운 재빠른 솜씨였다. 그러나 베티의 동작이 더 빨랐다. 그녀는 쇠사슬이 몸에 닿기 직전에 피리를 부는 데 성공했다.

삐익. 이번에 그녀는 무릎을 꿇으라는 의지를 담아 보냈다. 그녀의 피리 소리를 들은 막사 안의 동물들은 모두 바닥에 배를 대고 엎드렸다. 그리고 놀랍게도 아르노의 환상 역시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것은 루미의 본체 움직임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녀는 누군가 위에서 강제로 누르는 것 같은 압력을 느끼며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베티의 몸을 휘감던 쇠사슬의 환상은 사라져버렸다. 아르노의 환상은 물감의 빛이 바랜 것처럼 흐릿해졌다. 베티는 그 안에 웅크리고 있는 작은 존재의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이, 이게 무슨 짓……. 큭, 내게 무슨 수작을 부린 거요?”

여전히 인간 남자 흉내를 포기하지 않는 요정을 보며 베티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그녀는 상대의 정체에 대해 확신하고 있었다.

“이봐요, 아르노 단장님.”

베티는 그를 향해 느릿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제 인스피라인 ‘조련사의 피리’는 말이죠.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해요. 첫 번째로 이건 제기 소유한, 제가 길들인 동물에게만 적용돼요. 그리고 또 하나. 이건 인간에게는 통하지 않아요. 예전에 노예를 사서 한 번 시험해 본 적 있거든요.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요? 당신은 여기에 왜 영향을 받는 거죠?”

소유한……길들인……동물?

그녀가 입에 담은 단어들을 되새겨 본 루미는 아까부터 전신을 옥죄는 두려움의 정체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악몽들이 떠올랐다.

그녀는 30여 년 전, 대륙에 놀러 나왔다가 노예 사냥꾼들의 손에 붙잡혔다. 그녀는 새장에 갇힌 채 어느 귀족 가문의 애완동물로 팔려나갔다. 귀족은 딸에게 그녀를 선물로 주었다. 그리고 귀족 소녀는 그녀를 잔인하게 고문하며 그녀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즐겼다.

-얘 반응 진짜 웃긴다, 베티!

-근데 요정을 이렇게 괴롭히면 나중에 벌 받지 않을까?

-흥. 얘 진짜 요정 아니야! 나를 ‘동물 왕국’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는데 못 간다고 하더라고!

그녀 생애 있어서 가장 끔찍한 기억이었다. 그곳에서 도망쳐 나온 이후로 루미는 그 시절의 일을 되도록 떠올리지 않으려 애썼다. 그런데 상대가 누군지 알게 되자 그때의 악몽들이 한꺼번에 그녀의 머릿속으로 들이닥쳤다.

“히끅!”

루미는 딸꾹질을 하며 몸을 벌벌 떨었다. 아르노의 환상도 어느새 해제되어 버렸다.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환상을 만들 수 있는 그녀가 제일 익숙한 아르노의 환상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은 그녀가 받은 충격이 그만큼 크다는 걸 의미했다.

“어머, 그때보다 많이 커졌네. 응? 날개는 어디 갔니?”

베티도 오랫동안 그녀를 잊고 지냈었다. <동물 왕국>의 주인공이 요정의 안내를 받아 동물 왕국의 세계로 넘어갔다는 사실에 착안해 그녀는 아빠에게 여섯 번째 생일선물로 요정을 사달라고 졸라 그녀를 받아냈다.

그때 그녀는 아직 조련사가 되겠다는 꿈을 꾸기 전이었다. 무작정 요정에게 동물 왕국으로 데려가달라고 부탁하면 될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상대는 그런 곳은 모른다고 버텼고 베티는 그녀에게 화풀이 겸 여러 고문을 가했었다.

그녀가 조련에 흥미를 붙인 것도 그때부터였다. 그녀는 요정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망가뜨려 가면서 힘으로 동물들을 복종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 으으……어, 어째서…….”

루미는 이를 딱딱 부딪치며 절망감에 가득 찬 눈으로 베티를 올려다봤다. 과거의 기억들도 기억들이지만, 상대의 명령에 너무나도 쉽게 복종해버렸다는 점이 그녀를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트렸다. 그녀가 ‘아르노’로서 25년 동안 쌓아온 자아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꼈다.

“이야, 오늘 무슨 날인가? 대단한 우연이네. 설마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

베티는 바닥에 쪼그려 않은 여자아이의 배를 있는 힘껏 걷어찼다.

“컥!”

우직. 루미는 가슴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뒤로 데굴데굴 굴렀다. 베티의 입에 잔인한 미소가 걸렸다. 폭력으로 상대에게 절망을 안기는 이 감각. 정말 오랜만이었다.

“돌아온 걸 환영해, 루미.”

베티는 27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애완동물을 향해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

빌리 앤 베티의 훈련 프로그램들을 차례대로 참관한 엘라는 점심 무렵에 베티의 훈련장을 찾았다.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그녀가 기르는 동물들을 언제든지 봐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는 동물들과 어느 정도 수준까지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 그 한계를 탐구해 나가는 일에 심취해 있었다. 그녀는 그들이 생각보다 많은 어휘를 알고 있지만, 사고방식은 동물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그 사실에 실망하지 않았다. 아니, 그녀는 오히려 그로 인해 베티를 더욱 존경하게 되었다. 동물들이 특별하게 지능이 뛰어난 돌연변이라서 언어를 습득할 수 있었던 게 아니라, 베티가 순수한 실력으로 그들을 길들였다는 증거니까 말이다.

“나도 실력을 쌓으면 구돌이와 찍순이에게도 언어를 가르칠 수 있겠지?”

그러나 그것은 엘라의 착각이었다. 베티가 길들인 동물들은 모두 사람의 인격을 가지고 있었다. 다들 사람 수준으로 사고하고 대화하고 행동하는 것이 가능했다.

엘라 같은 뛰어난 조련사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 것은 그들의 동물 연기가 완벽했기 때문이다. 그들도 한때 업계 최고로 추앙받던 일류 조련사들이었고, 그들의 현재 모습은 한때 그들이 길들이던 동물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이 그들의 흉내를 못 내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다.

“응? 왜 그래? 모두 뭔가에 놀란 것 같은데…….”

아이들의 점심을 챙겨주기 위해 막사에 들른 엘라는 동물들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모두 뭔가 못 볼 것을 본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방금 베티가 루미를 어떻게 짓밟는지 모두 지켜본 참이었다. 어린애가 성인 여성에게 걷어차이고 채찍으로 맞는 장면을 지켜보는 게 유쾌할 리 없었다.

거기다 그 ‘은막 아르노’가 베티에게 목줄이 채워졌다는 사실 또한 그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그들은 모두 업계에 몸을 담고 있던 사람들이었고, 은막 아르노가 업계에서 가지는 위상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저 악녀의 악행이 어디까지 뻗어나가는지 다들 두려워하며 몸서리쳤다.

원래 그들은 엘라 앞에서 이런 티를 내면 안 됐다. 그런데 오늘 그들이 베티의 당부를 어길 수 있었던 것은 베티가 오늘치 ‘명령’을 그들에게 내리고 가는 것을 깜빡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피리를 통해 내리는 절대명령은 일종의 암시였다. 복종 정도에 따라, 명령의 강도에 따라 개체마다 유지되는 정도가 달랐다.

베티는 엘라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 매일 훈련장을 찾아서 그들에게 ‘엘라 앞에서 철저하게 동물을 연기하라’라는 명령을 내리고 갔다.

다른 사람 앞에서 인간 티를 내지 말라는 명령은 수년 동안 그들 몸에 밴 터라 굳이 매일 명령을 내릴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엘라의 동물 보는 눈썰미가 워낙 대단했던 터라 베티는 매일 그들에게 명령을 내려 암시를 강화해야 했다.

원래 베티가 아까 루미와 찾아왔을 무렵에 그들에게 오늘치 명령을 내리고 갔어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오늘 오랜 인연을 둘이나 만난 터라 흥분한 탓에 미처 그것을 까먹고 말았다. 며칠 동안 누적된 암시가 있어서 엘라 앞에서 인간 티를 낼 수 없는 건 여전했지만, 약해진 암시로 인한 그 1, 2%의 느슨함을 엘라는 감지한 것이다.

물론 엘라도 그 정도 미묘한 변화를 두고 그들이 사실 인간이었다는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녀는 아까 아르노가 이곳에 들렀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그들이 아르노의 환상을 봐서 놀란 것으로 추측했다.

“혹시 환상 마법을 봐서 그런 거야? 많이들 놀랐니? 헤헤, 자, 착하지.”

동물들은 엘라가 그들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는 행동을 취하자 한결 가라앉은 태도로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호랑이, 코끼리, 고릴라, 표범 등 각 생물의 특성에 맞게 눈빛, 말투, 동작을 조절해가며 그들을 대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동물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조차 순간 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베티의 명령 때문에 동물 연기를 철저히 하는 와중에 엘라가 그들을 이렇게까지 다룰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그녀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아이……. 재능이 우리 이상이군.’

‘열정도 대단하고.’

‘좋은 조련사의 재목이야.’

‘아니, 이미 모든 면에서 일류다.’

불과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동물들은 지극정성으로 자신들을 돌보는 엘라의 솜씨에 감탄했다. 지금까지 그들 보고 알아서 자신을 돌보라고 방치한 베티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설마 베티는 이 아이도 우리처럼 만들 생각일까?’

‘그럴 리 없어. 이 아이가 기르는 동물은 쥐와 비둘기뿐이던데?’

‘내가 보기에 뭔가 다른 흉계를 꾸미는 것 같았어.’

‘젠장, 또 희생자가 추가되는 건가? 그 망할 보석만 없었어도…….’

현재 그들을 이렇게 만든 것은 바로 베티가 들고 있는 트릴의 파편이었다. 그녀는 그것의 힘으로 조련사들과 그들이 길들인 동물들을 하나로 만들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희귀한 동물들을 탄생시켰다.

동물로 변한 그들은 모두 그녀가 소유하고 길들인 동물들로 취급돼 그녀의 피리에 육체적으로 구속되었다. 거기에 저항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소극적으로 명령을 회피하는 기만도 허용되지 않았다.

그녀의 피리 소리는 의지가 섞인 명령이었다. 오히려 그들은 인간의 사고능력을 가진 것 때문에 그 명령의 숨겨진 함의까지 파악해 거기에 맞춰 행동해야 했다.

그래서 그들이 아무리 엘라를 돕고 싶다고 해도 베티의 의지를 거스르는 발상을 행동으로 옮기는 건 할 수 없었다. 일부러 그녀를 다치게 해 그녀의 서커스단으로 돌려보낸다거나 실수한 척 몇 가지 단어 카드를 그녀의 눈앞에 흘려 힌트를 주는 식으로 말이다.

“저기……오늘 오후에 나 수영하러 인공폭포 연습장에 들어갈 건데……같이 가고 싶은 애들 있어?”

엘라가 기대에 찬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동물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는 저 표정을 보면 그들은 마치 여동생이나 딸, 손녀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재능있는 후배의 사랑스러운 눈빛 공격에 그들은 못 이기는 척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엘라는 날 듯이 방방 뛰며 그들의 대답을 반겼다.

“좋아! 내가 너희들의 특성에 맞춰서 물에서 할 만한 재주를 몇 가지 구상해 봤는데 말이야. 우선 코끼리 멱감기를 역으로 이용해……”

그들은 부디 자신들의 걱정이 기우이길, 그녀에게 아무 일도 없기를 바랐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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