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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76

EP.375 15. 프랑켄슈타인의 후계자 (29)

축제 기간 내내 따로 행동했던 괴물 서커스단 사람들은 마지막 날만큼은 다 함께 모여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들은 칼디르의 중앙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5층 테라스 전체를 빌렸다. 가장자리에 큰 화덕과 중앙에 석탄 난로까지 있어서 야외치고 상당히 따뜻한 곳이었다.

그들은 화덕과 난로를 중심으로 둘러앉아 광장을 내려다보며 담소를 나누었다. 광장 중앙에 세워진 무대에는 이번 축제의 주역을 맡았던 일곱 개의 전문 서커스단이 차례대로 올라와 마지막 공연을 펼쳤다.

힘자랑의 대표인 스맥다운 서커스가 준비한 것은 30인의 차력사가 시간 간격을 두고 차례대로 링 위에 올라와 최종 1인을 가리는 경기였다. 협력과 배신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한 치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온갖 변칙 기술들이 쏟아졌다.

이날 최후의 승자는 부단장인 ‘엠바밍 퀸’이었다. 아내 업고 달리기 대회에서 단장인 ‘렉스 로건’의 파트너로 나왔던 여자였다. 그녀는 비키니를 입고 있었지만, 워낙 키가 크고 근육이 발달한 사람이라 그런지 그녀의 복장을 선정적이다고 느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땅재주의 대표인 파파엘 서커스는 역시나 평소처럼 검은 쫄쫄이를 입은 단원들이 올라 서로 몸을 엮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기예를 선보였다. 이번에 그들이 준비한 것은 ‘몸 글씨’라는 새로운 재주로 단원들이 몸으로 글자들을 만들어 관객들과 대화하는 공연이었다.

수십 명의 사람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글자를 만들어내 관객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모습은 경이롭기 그지없었다. 그 협동력과 능숙함은 분명 장미 풍차 카바레 때보다 발전된 것이었다.

“성장한 것은 우리뿐만이 아니라는 거네요.”

“핫핫, 이거 긴장해야겠군요.”

“엘라가 있었으면 몇 점을 주었을까요?”

“저번이 68점이었으니까……지금은 최소 70점 이상은 되지 않을까?”

광대놀음의 대표인 르 보드빌리앙은 그들의 대표 프로그램인 ‘원더랜드 학당’을 들고나왔다. 공연계 사람들이 죽어서 원더랜드에 있는 학교에 모여 공부를 한다는 설정의 풍자극이었다.

그들은 영리하게도 이번 학당의 등장인물들을 모두 이번 축제에 참여했던 사람들로 채워 넣었다. 덕분에 업계에 문외한인 관객들도 해당 캐릭터가 어떤 인물을 패러디한 건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7명의 단장에다 축제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던 몇몇 인물이 더해졌다.

“우리 서커스단 캐릭터들도 있네요.”

“엥? 우리는 이번에 공연 안 하지 않았는가?”

“화제가 되었던 인물들이니까요.”

스벤이 막 그 말을 꺼냈을 무렵 무대 위에서 2명의 배우가 바닥을 뒹굴며 진한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금발의 남자와 아무르 전통복을 입은 회색 머리의 여자였다.

그것이 어떤 사건을 패러디한 건지 단원들 모두 알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테라스 한쪽으로 쏠렸다. 그곳에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니카가 있었다. 그는 하필 경기 날 입었던 옷과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쳐다보지……말아주세요…….”

니카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 힘겹게 말을 꺼냈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박장대소를 했다. 그가 사실(?)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이나 구분 없이 그에게 한 마디씩 던지며 그를 놀려댔다.

‘젠장, 수치스러워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니카는 오늘 서커스단 사람들 모두가 한곳에 모여 공연을 볼 예정임을 잊고 있었다. 그걸 알았다면 여장 따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슨 마가 꼈는지 약을 먹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혀서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단원 중에서 웃지 않는 사람은 2명뿐이었다. 한 명은 바로 그의 시녀로 따라온 정보부 상급 요원 나타샤였다. 그녀는 딱한 눈빛으로 그녀의 주군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이 니카를 더 수치스럽게 만들었다. 며칠 전에도 겨우 자신은 그런 게 아니라고 그녀를 설득했었는데, 며칠 가지 않아서 이런 꼴을 한 걸 들키고 말았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웃지 않는 또 다른 한 명은 마야였다. 그녀야 원래 평소에도 표정 변화가 없었던지라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원더스타인의 환영을 소환한 뒤에 저번처럼 지근지근 밟아주고 싶었다. 가짜로나마 그가 상처받는 표정을 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초인적인 자제심으로 그 욕구를 억눌렀다.

그렇게 줄타기의 대표인 모르타 서커스, 쏴의 대표인 전갈 서커스의 공연이 차례로 지나가고 이제 남은 것은 은막 서커스와 빌리 앤 베티의 공연뿐이었다.

“엘라 누나는 저거 다 끝나면 돌아오는 거죠?”

“응. 저기 빌리 앤 베티 쪽에 엘라가 주도해서 준비한 프로그램이 있다나 봐.”

“어서 오면 좋겠군. 녀석이 없으니 흥이 살지 않는다는 말씀이야.”

고작 며칠이었지만 다들 엘라가 빠진 빈자리를 체감하고 있었다. 심지어 새로 들어온 알렌과 조도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두 사람이 그녀와 함께 있었던 것은 고작 몇 시간밖에 안 되지만, 엘라는 그들이 서커스단에 업무적으로 인간적으로 섞여 들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잘 조성해 주었다. 그러나 그녀가 없으니 그 역할을 해줄 사람이 없었다.

아나이스는 사람들을 지휘하는 능력은 엘라만큼이나 뛰어났지만, 단원들과 인간적으로 어울리는 일은 힘들어했다. 유라크네와 레이나는 사람들을 사려 깊게 보살필 줄 알았지만,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이끄는 일은 할 수 없었다. 클라라는 계획 짜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을 줄도 알았지만, 특유의 덤벙대는 성격 덕에 믿을 수 있는 지도자감은 못 됐다.

개인주의를 표방하는 마야, 도스빌, 설리반, 니카는 단체 생활과 거리를 두고 지냈다. 3명의 노인 단원들은 보조 전문 인력으로서 본분을 벗어나지 않으려 했다. 괴물 단원들은 기본적으로 인간관계에 있어서 수동적이었다. 그나마 미노바가 전직 단장으로서 사람들을 잘 이끌긴 했으나, 엘라보다 성향이 거친 탓에 사람들과 부딪히는 경우가 잦았다.

아무도 ‘부단장 엘라’의 자리를 대체하지 못했다. 그녀에게 떠나도 좋다고 말했던 원더스타인조차 지난 며칠간 그것을 확실하게 느꼈을 정도였다. 이 개성 넘치는 무리를 문제없이 이끌기 위해서는 그녀가 있어야 했다.

“어, 그러고 보니 단장님이 어디 가셨지?”

“아르노 단장님이랑 잠시 만나러 가셨어요. 끝나고 엘라를 데리고 함께 돌아오신대요.”

“오, 그러면 샴페인은 그때 터트리면 되겠군.”

“알렌 군, 조 군, 조금만 기다리게. 그대들의 정식 입단식도 그때 치르지.”

“넵!”

“알겠습니다!”

무대 위에 색색의 빛들이 쏟아지며 환상들이 형상을 갖춰갔다. 은막 서커스의 공연이 시작되고 있었다.

***

은막의 공연은 수십 명의 환상 마법사가 몇 개의 핵심 메모리 디스크를 중심으로 환상 마법을 펼치면서 전개되었다. 메모리 디스크는 용량이 정해져 있기에 극의 중심 내용을 압축해서 담는 것만으로 벅찼다. 배경이나 소품, 특수효과, 조명 등의 세부적인 요소를 다 집어넣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한 부분은 환상 마법사들이 실시간으로 직접 채워 넣어야 했다.

그래서 같은 메모리 디스크에 무작정 마력만 공급한다고 해서 일정한 영상이 뽑혀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각 부문을 맡은 마법사들끼리 협업과 조율이 완벽하게 이루어져야 했다. 그것은 수십 명의 연주자가 동시에 악기를 켜는 일과 비슷했다.

은막 서커스의 삼인자인 크레오가 맡은 역할은 바로 그 합주단의 지휘자라고 할 수 있었다. 은막의 공연은 단원들이 만들어 낸 수십 명분의 환상을 그가 조율하고, 부단장인 루미온이 거기에 소리를 입히고, 단장인 아르노가 거기에 전체적으로 보정을 가해 관객들 앞에 내놓는 구조였다.

크레오는 역할 상 일단 하나의 막이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잠시도 집중력을 흐트러트릴 수 없었다. 그러나 오늘따라 그의 눈동자는 그가 지휘하는 단원들을 떠나 다른 곳을 향하기 바빴다. 바로 단장인 아르노와 부단장인 루미온이 있는 방향이었다.

두 사람의 작업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아니, 정확히 말해 그녀는 평소처럼 완벽하게 맡은 일을 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공연 직전에 보였던 그녀의 모습이 그를 심란하게 만들었다.

-부단장님, 갑자기 메모리 디스크는 왜 수정하는 겁니까?

-응? 크레오? 아, 걱정하지 마. 저번에 보니까 약간 틀어진 부분이 있더라고. 그 부분만 살짝 고쳤어.

-아니, 공연을 앞두고 갑자기 그러시면……. 예행연습을 할 시간도 없는데요.

-걱정하지 말래도. 정말 아주 약간 수정을 가했을 뿐이야. 단원들은 그대로 환상을 만들어내면 돼. 혹시나 문제가 있어도 내가 다 보정을 할 테니까.

-어, 부단장님이요?

-응. 내가.

보정은 분명 단장인 아르노의 역할이었다. 그런데 루미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이 하겠다고 대꾸했다. 지난 20년 동안 철저하게 두 사람으로 분리해서 지내 온 그녀였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석연치 않은 일은 그뿐만 아니었다. 갑자기 빌리 앤 베티와 공연 순서를 바꾼 것도 마음에 걸렸다. 원래 자신들은 축제 마지막 날에 여섯 번째가 아니라 일곱 번째에 무대에 오르기로 되어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무대의 마지막 자리를 베티에게 양보한 것이다.

축제의 피날레를 따내기 위해 그렇게 노력해놓고 선뜻 다른 서커스단에 내준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리 물어봐도 상대와 어떤 말이 오갔는지 아르노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 기이할 정도로 태연한 태도는 자신이 아르노와 동일 인물이라고 인정할 때의 루미가 보였던 모습과 비슷했다.

크레오는 불안한 눈으로 아르노 옆 자리를 바라봤다. 괴물 서커스단의 단장인 원더스타인이 그곳에 앉아 있었다. 원래 공연 중에는 그들이 있는 공간으로 외부인을 들이는 법이 없는데 오늘 아르노는 그를 초대했다. 저 남자 때문일까? 저 남자가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일까?

공연이 진행될수록 그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혹시 아까 메모리 디스크에 가한 수정에도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 것이다.

오늘 그들이 준비한 공연은 축제의 마무리에 걸맞게 서사보다 눈요깃거리 위주였다. 인간 소년이 요정들의 연회에 참여했다가 겪는 소동을 소재로 한 것인데 루미가 손을 댄 부분은 수천 마리의 페어리들이 관중들 앞에 다가가 춤을 추는 장면이었다.

마침 무대 위에는 그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별문제가 없어 보였다. 사람 손바닥만 한 크기의 페어리 수천 마리가 무대 위를 떠나 관객들 앞으로 날아갔다. 사람들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페어리들이 춤추는 모습을 바라봤다. 일부 천진한 이들을 그들을 잡아보려고 손을 내뻗기도 했다.

딱 기대했던 상황이 그대로 연출되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기우였던 것일까? 크레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순간, 그는 환상에 이변이 일어났음을 감지했다.

“모두 마법을 멈춰라!”

그가 서둘러 소리쳤으나 그의 명령에 즉각 따른 사람은 없었다. 다들 연습했던 대로 마법을 관성으로 전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환상의 변화를 감지했을 때는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관객들 앞으로 빛을 흩뿌리며 다가왔던 페어리들의 모습이 갑자기 기괴하게 변해버렸다. 그들의 골격이 뒤틀리고 피부가 찢어지면서 안에서 벌레의 형상을 한 괴물들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사방에 피와 살점이 묻은 알들을 뿌려댔는데, 그곳에서 사람 손가락만 한 크기의 구더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끄아악!”

“사람 살려!”

“으아아악!”

비록 환상에 불과했지만 끔찍한 광경이 눈앞에서 벌어지자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빼고 말았다. 그 탓에 수천 명의 인파가 도미노처럼 와르르 쓰러졌다. 그중에는 환상을 목격한 충격으로 입에 거품을 물고 졸도한 사람도 많았다. 대혼란이 광장을 덮쳤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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