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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77

EP.376 15. 프랑켄슈타인의 후계자 (30)

은막의 단원들이 상황을 알아차리고 환상을 거두기까지 5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 동안 사태는 수습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커져 있었다.

즐거웠던 축제의 현장이 한순간에 참사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곳곳에서 곡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쓰러진 가족, 연인, 친구를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 다치지는 않았더라도 정신적 충격 때문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 광대 놈들이 도대체 무슨 짓이야!”

“설마 이걸 재밌으라고 한 건가? 응?”

“단장 나오라고 해!”

사고의 충격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가장 먼저 표출한 감정은 바로 분노였다. 수백 명의 사람이 무대 앞으로 몰려가 방금 은막 서커스단을 벌인 일에 대해 거칠게 항의했다. 그 기세가 어찌나 험악했던지 경비병들이 없었더라면 그들은 무대 위로 뛰어 올라가 단원들은 끌고 내려왔을지도 몰랐다.

“뭐야!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메모리 디스크에 무슨 오류가 생긴 것 같습니다.”

사고를 일으킨 당사자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분명 어제 연습 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터지고 말았다.

“이제 어쩌죠?”

“단장님께 여쭤봐야지!”

그들은 급하게 단장인 아르노를 찾았다. 그러나 아르노가 있어야 할 자리에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뭐야, 단장님 어디 가셨어?”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저기 계셨는데…….”

크레오는 아르노뿐만 아니라 그의 옆에 있던 원더스타인 역시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광장에서 벌어지는 일에 시선을 뺏기는 불과 10초 남짓한 사이에 두 사람이 없어진 것이다. 둘은 사태가 터진 직후 바로 빠져나간 게 분명했다.

그의 추측대로 루미는 극이 막 예정된 장면으로 넘어가려는 순간, 원더스타인을 끌고 막사를 빠져나갔었다.

“아르노 단장님?”

“어서 따라 나와.”

그녀의 사뭇 심각해 보이는 목소리에 그는 일단 그녀의 말을 따랐다. 그러나 막사를 나서는 순간, 광장에서 고함과 비명이 터져 나오는 것을 듣고 발걸음을 멈춰 섰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그들이 있는 곳은 무대 옆에 마련된 대기실의 뒤편이었다. 여기서는 광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루미는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이 만들어낸 끔찍한 환상들이 사람들을 덮쳤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베티가 그녀에게 내린 명령이었다. 그녀는 루미에게 관객들의 경탄과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상황에서 사람들을 경악시킬 끔찍한 환상을 만들어내라고 했다.

얼마 안 가 사람들이 무대 앞으로 몰려와 욕설을 퍼붓는 소리가 들렸다. 루미는 주먹을 꽉 쥐며 손을 부르르 떨었다. 은막 서커스단은 루미가 평생에 걸쳐 쌓아 올린 자부심이었다. 그것을 그녀 스스로 무너뜨리고 말았다.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밀려왔다.

“나 좀 잠시 안아 줄래?”

그러나 그녀의 마음과 달리 그녀의 몸은 베티의 다음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방금 입에서 나온 말도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는 것이었다. 정신을 차린 루미는 어떻게든 몸을 통제하려고 해봤다. 그러나 아까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베티가 아무 목적 없이 지난 며칠 동안 그녀를 불러내 괴롭힌 것은 아니었다. 거부감이 덜한 명령부터 차근차근 행하게 하면서 그녀에게 무기력을 학습시킨 것이다. 거기에 폭력이라는 도구까지 더해 스스로 힘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그녀 마음속에 심어주었다.

그런 상황을 겪을수록 베티에 대한 루미의 공포가 더욱더 커졌고 그것은 베티의 인스피라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지금의 그녀가 베티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원더스타인은 갑자기 안겨드는 그녀를 이상하게 여겼지만, 밖에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그녀에게 뭔가 문제가 생긴 건가 싶어 일단 그녀의 포옹을 받아주었다. 그녀는 그의 품에 안긴 채 그의 허리를 꽉 껴안았다.

‘안 돼. 안 돼. 안 돼…….’

그녀는 자신이 이제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고 있었다. 베티가 내린 명령. 그것은 바로 원더스타인을 죽이는 것이었다.

루미는 원더스타인의 등 뒤에 떠오르는 환상 칼날들을 바라보았다. 실체화된 날붙이들이 날카로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거기에 담긴 마력 역시 충만했다.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한 부대 오더라도 충분히 도살할 만한 힘이 담겨 있었다.

죽는다. 원더스타인이 곧 죽는다. 자신을 20년 만에 환상의 감옥 속에서 꺼내준 남자를 자기 손으로 죽이게 된다.

원더스타인이 저 공격을 맞고 살 수 있을까?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힘을 발휘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그마저 무력화하는 힘이 있었다. 차가운 금속이 그녀의 오른손에 잡혔다.

그것은 빛의 힘이 담긴 단검이었다. 이것에 찔리면 마도의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암흑가에서는 마도사와 마도구에 대항하기 위해 축복받은 십자가를 녹여 만든 무기들이 나돌았다. 일전에 찰리가 원더스타인에게 쐈었던 신성 탄환도 거기서 구한 것이었고, 지금 루미가 손에 쥔 단검도 거기서 나온 것이었다.

이것으로 그의 배를 찌르고 환상 칼날로 그의 몸을 썰면 끝이었다. 그러면 그는 죽는다. 그가 죽는다. 그를 죽인다. 검을 쥔 그녀의 손이 덜덜 떨렸다.

원더스타인은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녀를 바라봤다. 이상한 광경이었다. 그녀의 입은 빙그레 미소를 그리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루미 씨……?”

그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루미는 아주 약간이지만 육체의 구속을 이겨낼 수 있었다. 그녀는 간신히 뗀 입술로 그에게 속삭였다.

“피, 피해…….”

“네?”

차가운 비수가 빛을 발했다. 그것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루미는 필생의 힘을 쏟아부어 소리쳤다.

“피, 피하란 말이야……이 바보야……!”

단검이 배를 깊숙이 찔러 들어갔다. 바람 빠지는 것과 같은 소리가 원더스타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동시에 주변에 떠 있던 칼날들이 그를 향해 쏟아졌다.

***

베티는 광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혼란을 즐거운 표정으로 감상했다. 이것이 키르쿠스의 눈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었다. 공연을 통해 관객들을 흥분시킨 상태에서 한순간에 부정적인 감정으로 분위기를 뒤집어버리는 것이다. 이것으로 키르쿠스를 향한 거대한 통로를 열 수 있었다.

두 번째 조건인 뼛가루 역시 만족시켰다. 키르쿠스의 힘을 지상에 묶어두기 위해서는 인스피라를 지녔던 사람의 뼛가루가 필요했다. 그것이 곧 ‘트릴’이라는 보석의 몸체를 구성했다. 즉, 트릴은 일종의 유골 보석이라 할 수 있었다.

서커스 그랑프리의 주최자들은 유족들의 동의를 얻어 작고한 선인들의 유해를 이용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그럴 만한 시간적 여유도 그렇게 고상하게 굴 이유도 없었다. 그녀는 뼛가루를 서커스단 내부에서 ‘조달’했다.

이제 남은 것은 세 번째 조건뿐이었다. 바로 첫 번째 조건을 만족시킨 ‘키르쿠스의 눈’을 파내어 두 번째 조건 속에 던져 넣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뼛가루들이 눈을 중심으로 모여들면서 보석을 형성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게 바로 트릴이고, 그 과정에서 키르쿠스의 영향을 받고 남은 가루들이 별빛이었다.

“베티 단장님……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엘라는 현재 베티와 함께 어느 건물의 옥상에 서 있었다. 그곳은 칼디르의 중앙 광장에 있는 건물 중에 제일 높은 곳이었다. 광장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오늘 베티는 이곳에서 서커스단이 보유 중인 새들과 함께 등장할 예정이었다. 그녀의 신호와 함께 수십 마리의 새들이 관객들의 머리 위를 지나 무대 위로 활강하면서 피날레의 막을 여는 것이 계획이었다.

엘라는 그녀와 함께 그것을 담당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우상인 베티와 함께 이런 큰 무대에서 페어를 이룰 수 있다니! 그녀는 당연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지금 아래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봤을 때, 공연이 계속 진행될지 의문이었다. 사람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은막 쪽은 단장도 부단장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분위기가 점점 험악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설마 아르노 단장님이 이걸 깜짝 쇼로 준비한 건 아니겠죠? 사람들 반응이 절대로 좋을 리 없는데……. 베테랑분이 왜 이런 실수를…….”

그녀가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베티가 다가와 부드럽게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나는 왜 그랬는지 알고 있어.”

“네? 어, 그러면 베티 단장님은 뭔가 들으신 게 있는 건가요?”

그녀의 질문에 베티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내가 꾸민 일이니까.”

“네? 그게 무슨……흡.”

엘라는 갑자기 머리가 어질해지는 것을 느끼며 비틀거렸다. 베티는 그녀의 몸을 붙잡더니 난간에 몰아붙였다.

“몸에 힘이 안 들어가지? 아까 마신 차에 내가 약을 탔거든.”

“왜……단장님이 왜……?”

엘라는 배신감에 찬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나 베티는 그녀의 그런 눈빛을 보고 오히려 즐겁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엘라, 넌 모르는 모양이네. 혹시 ‘키르쿠스의 눈’이라고 들어봤니?”

“그건…….”

엘라는 원더랜드에서 들었던 정보들을 떠올렸다. 지상에서 벌어지는 공연을 더 잘 들여다보기 위해서 키르쿠스가 본인의 눈으로 선정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베티는 그녀가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키르쿠스의 눈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그건 그녀가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연구서에서 읽은 것으로 엘라가 알고 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이어서 말하는 것은 그녀도 처음 듣는 것이다.

“그래. 트릴. 서커스 그랑프리의 성화라고 할 수 있는 그 보석. 그걸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가 뭔지 알아? 바로 키르쿠스의 눈이야. 그래. 바로 네 눈 말이야.”

엘라는 그녀의 말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키르쿠스의 눈이라고?’

그녀는 뜻밖의 사실에 할 말을 잃고 눈을 껌뻑거렸다. 베티는 품에서 단검을 꺼내 그녀의 눈앞에서 흔들며 속삭였다.

“자, 이제 내가 왜 이러는지 궁금하겠지? 나는 말이야. 네 눈을 이용해서 트릴을 만들 생각이야.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들이 필요한데, 나는 방금 그것들을 완료했어. 이제 남은 것은 네 눈을 파내는 것뿐이지.”

베티는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미소를 지은 채 신음을 흘렸다. 당장이라도 웃음을 터트리고 싶지만, 혹시나 주변의 이목을 끌까 봐 자제하는 것 같았다.

엘라는 허탈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우상으로 생각했던 사람이 설마 이런 비열한 악당이었다니.

그녀가 보통의 여자애였다면 연이어 터지는 비밀들과 죽음의 위기에 공황 상태에 빠졌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무수한 지옥도를 헤쳐온 몸이었었다. 이런 고약한 상황에는 어딘가 익숙함마저 느꼈다.

“자, 엘라. 비명을 지르고 싶겠지만, 힘이 잘 안 들어갈 거야. 얌전히 있어.”

좋아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버려지고, 우상으로 여겼던 사람에게 이용당하고 살해당할 처지에 몰렸다. 그러나 상황을 받아들이는 그녀의 태도는 어딘가 차분했다. 마치 죽어도 상관없다는 듯 무심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사고가 마비된 것일까. 그럴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런 것치고도 그녀의 마음은 기이할 정도로 평온했다.

어쩌면 그저께부터. 원더스타인이 더는 자신을 찾으러 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그녀의 마음속에는 생을 향한 무언가가 끊어져 있었을지도 몰랐다.

-어차피 이제 엘라 양 없이도 서커스단은 문제없이 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첫날은 어쩌면 단원들에게 등이 떠밀려 억지로 그녀를 찾으러 온 척했을지도 몰랐다. 평범한 서커스 단장인 척 연기하기 위해서. 그리고 한두 번 그런 이후에는 본심대로 찾아오지 않은 것이다.

‘나는 더 이상 필요 없는 거야? 그래서 당신한테도 버려진 거야?’

자신의 꿈, 가족, 증오, 사랑 등 모든 것을 가져간 남자. 그가 없으면 살겠다는 의지도 잃어버릴 정도로 그는 그녀의 삶에서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해버리고 말았다.

칼날이 그녀의 눈앞까지 다가왔다. 그녀는 그것을 보며 각오를 다졌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악당 년의 뜻대로만 휘둘리기는 싫었다.

‘내 눈이 필요하다고 했지? 2개 다는 못 가질 거야.’

그녀는 다가오는 칼날을 향해 있는 힘껏 머리를 내밀었다. 원래라면 마취제 때문에 그녀는 몸을 움직이지 못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녀가 광장의 상황을 눈에 담기 전에 잠들기라도 하면 안 되었기에 마취제를 적게 쓴 탓에 그녀는 마지막으로 힘을 짜낼 수 있었다.

베티가 비명을 질렀다. 엘라는 뒤이어 찾아올 고통을 각오하며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1초, 2초. 아무리 기다려도 그녀가 예상했던, 칼날이 눈알을 후벼파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그녀는 눈을 살며시 떴다. 단검은 그녀의 코앞에서 멈춰 서 있었다. 누군가 맨손으로 그것의 칼날을 잡아 멈춰 세운 것이다.

그녀는 그 손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감싸는 이의 체온 역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코끝을 간질이는 냄새 역시 기억하고 있었다.

익숙했다. 너무나 익숙한 사람의 품이었다.

“제 부단장에게서 떨어지시죠.”

원더스타인이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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