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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77

373. 레나 Ep – 클로에 공주

나는 매사에 의심이 많고 철두철미한 편이다. 혹자는 그렇지 않다고 하겠지만, 내 나름의 기준이 있다는 걸 몰라서 그렇다.

이번 일만 해도 그렇다.

왕궁에 칼을 반입해 들어가는 이 일, 자칫하면 옥에 갇힐지도 모를 대죄다.

기사가 될 이 몸이 감옥에 갈 수는 없지. 해서 난 엄밀하고 정밀한 검증을 시작했다.

그 검증 과정의 첫 번째는 레아. 그 귀엽게 생긴 아가씨가 진짜 사제님이 맞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었다.

– “진짜 사제 맞아요.”

– “오케이. 맞다 이거지? 그럼 나한테 거짓말하고 있는지만 알아보면 되겠네. 고마워!”

이건 레브라는 사람한테 물어서 확인받았다. 맞다고 한다. 이것으로 그녀의 신원은 확실해졌다.

하지만 그것이 그녀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증거는 될 수 없었다.

사제님도 거짓말할 수 있고, 사기꾼일 수도 있는 거다.

아~ 사람이 이렇게 냉정하면 못 쓰는데. 어쩔 수 없지. 나는 그녀와 다시 대화를 나눠보기로 마음먹었다.

– “용사님. 일어나셨어요? 좋은 아침이에요.”

일단 외모는 그럴듯하다. 코, 볼, 눈가. 하나같이 보드라워서 저 애가 사기꾼이면 이 세상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을 터였다.

따라서 난 그녀가 사기꾼이 아니라는 데에 1점을 달아두었다.

물론, 난 아직 저 사제님을 믿지 않는다.

– “좋은 아침이에요. 그런데 사제님. 어제는 깜박 말씀을 못 드렸는데, 그 용사님이라는 호칭은 그만둬 주세요. 듣기 거북…”

– “네. 그럴게요.”

사제님이 냉큼 대답했다.

흠. 의외라고 생각하겠지만 난 이것으로 그녀가 사기꾼이 아니라는 데에 1점을 더했다.

그녀가 진짜 사기꾼이고, 나를 속여먹으려 하고 있다면 저렇게 말을 싹둑 자르지 않을 것이다.

역시, 말을 나눠보길 잘했다.

아직 경계해야겠지만, 아주 조금은 마음을 놓아도 될 듯해서 날 이름으로 부르라 말씀드렸다.

– “레에라요?”

– “아뇨. ‘레-라’요. ‘ㅔ’ 발음이 길어요.”

벨리타 왕국 사람들은 죄다 바보들이다. 내 이름 하나 똑바로 못 불러서 두 번 세 번 가르쳐줘야 했다.

혹시 사제님도 그런 건가, 내심 걱정했는데 사제님은 의외의 말을 꺼냈다.

– “북부에선 단모음을 길게 내곤 한다고 들었어요. ‘레티이’ 여왕님처럼요.”

뭬야? 우리 레티이 여왕님이 뭐 어쨌다고. 이년은 사기꾼이다.

더 얘기할 것도 없었다.

나는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아서 “당신은 사기꾼이 분명하고, 그 신탁인지 뭐시긴지 내 알 바 아니니 알아서 하시라”라고 말하려 했다.

– “레티이 여왕님의 이름 표기에 관한 이야기가 있거든요. 원래는 아카이아 제국의 발음표기에 따라 ‘레티’로 표기하고 발음해야 하는데, 레티이 여왕님 본인께서 이를 거부하셨대요. 자기는 레티이라고 불리는 게 좋다면서요.”

잠깐. 흠. 조금만 더 들어보자.

그래도 레티이 여왕님한테 꼬박꼬박 존칭을 붙이네.

– “그래서 갑론을박이 벌어졌었다고 해요. 이걸 어떻게 표기해야 할지에 대해서. 그냥 아카이아 제국 방식대로 하기엔 그분이 제국으로부터 북부를 독립시킨 분인데, 그럴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이것 때문에 발음체계를 뜯어고칠 수도 없어서 기호를 추가하는 거로 타협했죠. 우리는 그분을 이렇게 표기해요.”

그렇지 그렇지. 그분이 얼마나 대단한 분인데. 나는 사제님이 냅킨에 뭘 적어주시는 동안 생각했다.

‘그럼 내 이름도 레티이 여왕님처럼 ‘레에라’라고 써야 하는 건가? 그건 좀 별론디…’

다행히 그렇지는 않은 듯했다.

사제님이 냅킨을 건네주셨다.

/ Reti’ /

머리가 마게레 수준만 돼도 이게 무슨 뜻인지 안다. 하지만 난 이 기호(‘)가 무엇이냐고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 “고대의 발음 기호예요. 아카이아 왕국을 세웠다고 알려진 레오넬 님의 동생, 레이시아가 만든 기호체계에서 빌려왔다네요.”

A’ bota.

왜냐면 이건 내 검에 새겨져 있는 기호이기 때문이었다. 보리스 할아범의 술주정이 환청처럼 들려왔다.

– “네가 가진 그 검이 얼마나 대단한 건 줄 아느냐? 내가 그 검을 처음 봤던 건 안타로프 대협곡의 신비한 사원에서였지.”

사실 이것만으로는 확신하기 어렵다. 내 검이 엄청나게 오래된 물건 같아 보여도 고대 아카이아 왕국을 논할 정도로 오래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하물며 치매 걸린 노인네가 한 말이라면 더…

– “워낙 나이가 많은 양반이라 너희들이야 모르지. 아빠가 어렸을 때만 해도 대단한 전사였어.”

– “기록에 따르면 그렇더군요. 아이나르 부족의 전전대 대전사였고, 십자교회로부터 표창받은 것도 있고, 아이셀 왕국에서 추방당한 이력도 있고…”

– “레라야. 너는 위대한 일을 하게 될 거란다. 신의 무기를 가졌다는 건 그런 의미지. 정말이지 위대한! 위대한 일을 하게 될 거야. 이 나도 해보지 못한 엄청난 일을.”

순간 가슴이 울렁였다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 못 하겠다.

그러나 잠시 후, 난 사제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 “그런데 사제님. 그 악신이란 거 말이에요. 왕궁에 있다고 했죠? 쎄요?”

그렇다.

나는 끝내 사기를 당하고 만 것이다. 악신이라니. 그런 것이 있을 리 만무하지마는,

심장이 시키는 걸 어쩌라고.

* * *

그리하여 아침. 눈 뜨자마자 회상에 잠겨 있던 나는 몸을 일으켰다.

오늘이 바로 결전의 날이다.

어제 점심에 시원하게 술 한잔하고 저녁에 운동으로 땀을 흘려놔서 몸도 가뿐하니 좋았다. 최고다.

얼른 무장을 갖추고, 방을 나섰다.

입궐은 정오 즈음에 하지만, 왕자 일행에 숨어들고, 준비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일찍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우선 레아 씨를 깨우러 갔다.

“레아. 일어났어? 몸은 좀 어때?”

“괜찮아졌어요.”

레아 씨는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초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봐서는 아침 기도를 올리고 있었던 듯하다.

이런 사람이 어제 그 난리를 쳤다니.

술에 취했을 때와 평소의 모습이 극적으로 다른 사람이다. 나는 킥킥 실소하면서 이번엔 레이한테 갔다.

“레이. 일어났어? 들어간다.”

“어.”

문을 열고 들어가니 레이는 옷을 벗고 있었다. 마침 옷을 갈아입던 중이었나 보다.

나는 ‘으악!’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훈련하면서 한두 번 본 것도 아니고, 낯가릴 이유가 없다.

자, 자연스럽게 나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빨리 입어. 바로 나가야 해.”

“응. 잠깐만.”

레이는 옷을 입고 무장을 챙겼다. 그런데 그 행동에서 바짝 날이 선 긴장감이 느껴졌다.

신발 끈을 완전히 풀었다가 처음부터 묶고, 레안 왕자한테서 받은 콘라드 왕국의 근위병 복장을 사뭇 경건하게 차려입었다.

그런 그에게 한마디 해 줬다.

“쫄? 쫄았어?”

“…뭐?”

“쫄았네. 히히. 엄청 긴장하고 있잖아.”

이렇게 말하면 발끈하면서 웃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레이는 어깨만 으쓱하고는 별달리 반응하지 않았다.

“나가자.”

“어… 그래.”

살짝 민망하다. 장난 좀 쳐보려 한 거였는데.

하긴. 지금 우리가 하려는 일이 하하호호 웃으면서 할 일은 아니지.

이게 근위기사단장까지 가담해서 벌이는 일이라 해도 충분히 문제 될 소지가 많은 데다가, 만약 그 악신이란 놈을 찾지 못한 채 무기를 반입했다는 걸 들키면 레안 왕자라 할지라도 우리를 커버쳐주지 못할지도 몰랐다.

그러니 긴장해야 한다.

오케이. 긴장했다.

숙소 밖으로 나가니 레아 씨와 레브 씨가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오필리아 사제님도 나오셔서, 우리는 바로 출발했다. 목적지는 왕자 일행이 머무르고 있는, 타티안 후작이라는 귀족의 저택이었다.

“와, 씨. 집 더럽게 크네.”

우리는 그 거대한 저택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이윽고 왕자 일행 수십 명이 차례로 나와 길가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행진 준비를 갖추는 것이다.

우리는 개중 행정관이라는 사람에게 눈짓한 뒤, 행렬에 끼어들었다. 나와 레이, 레브 씨는 근위병으로 위장해 들어가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왜 이래? 입도 뻥끗 못 하겠네.’

콘라드 왕국의 근위병 중에서도 최고 정예만 골라왔나 보다. 행진을 준비하는 병사들의 절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옆에서 개다리춤을 춰도 눈길 한 번을 주지 않을 듯하다.

난 미동도 없이 답답한 행렬 중간에서 옴짝달싹 못 하고 끼어있었다.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상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라 목에 뻣뻣하게 담이 걸리려 할 때였다.

기수(旗手)가 외쳤다.

“일동~ 기립!”

‘서 있긴 아까부터 서 있었어!’

왕자님이 나온 것이다. 어제 숙소에서 만났을 땐 “우와! 왕자라니. 신기하다!” 하고 말았는데, 지금은 느낌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오지게 높은 양반이었구나!

나이가 한 살밖에 차이 안 나길래 좀 맞먹었었는데… 괜찮겠지? 설마 나중에 뭐라고 하는 거 아니겠지?

걱정돼서 난 눈알을 굴려보았다.

왕자는 후작으로 추정되는 중년의 사내와 이야기하며 정문을 나서고 있었다.

후작은 저쪽 앞에 있는 마차에 타서 행렬을 인도하고, 왕자는 이쪽 마차를 타러 다가왔다.

오메. 하필 내 앞으로 지나가네. 바짝 긴장했는데 왕자는 날 보더니,

“푸훗!”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왜. 뭔데. 내가 뭐 잘못했나? 나중에 혼내려 그러나. 말을 해 줘.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왕자는 혼자 웃고는 (그리고 레이랑 레브 씨를 돌아보고는), 마차에 탑승했다.

“일동~ 제 걸음으로 갓!”

기수의 외침과 함께 행진이 시작됐다. 사제인 오필리아 씨와 레아 씨는 뒤에 있는 마차에 타 있었다.

행진하는 동안 가끔 (겨울이라 꽃을 대신한) 지푸라기도 흩날리고, 시민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나는 왼발 오른발, 병사들과 발맞추기도 바빠서 감상할 여력이 없었다. 그냥 어느 순간 그늘이 지길래 고개를 들어보니 거대한 왕성 정문 아래를 지나는 중이었다.

병사들 바글바글한 것 좀 보소.

왕자에게 예를 다하기 위함인지 왕성 안 광장에선 근위기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그런데,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건 근위기사들뿐만이 아니었다.

“타티안 후작! 뭐 하자는 거요!”

한눈에 보기에도 높으신 귀족들이 와글와글 몰려 있었다. 그들은 왜인지 편이 갈려 싸우는 듯했다.

“콘라드 왕국의 왕자를 왜 당신 마음대로 초청한 것이오!”

“레안 드 예리엘 왕자님! 오르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놈들의 말에 귀 기울이실 필요 없으니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어딜! 이건 합의되지 않은 사항이오! 아이셀 왕국의 일로 포르테 백작님께서 그 고생을 하셨는데…!”

“흥. 전쟁에서 패해 돌아온 걸 고생했다고 하진 않소. 그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레안 왕자를 둘러싸고 귀족들의 아우성이 계속되었다. 물론 그것이 우리에겐 도움이 되었다. 그 북새통을 틈타 햄릿 올덴부르크 근위기사단장이 다가와 말했다.

“오필리아. 이쪽이오.”

“고마워요. 당신의 도움, 잊지 않을게요.”

원칙대로라면 우리는 왕궁에 절대 무기를 소지해 들어갈 수 없다.

하지만 근위기사단장의 묵인 하에 우리는 슬며시 일행에서 빠져 나왔고, 무기를 지닌 채 왕궁에 발을 들였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다. 이제 그 악신이란 놈을 찾기만 하면 되는 거겠지.

“이제 어떻게 하면 돼? 흩어져서 괴물을 찾으면 되는 거야?”

“아서. 그러면 큰일 나.”

레아 씨한테 물어본 건데, 레이가 답했다. ‘왜 네가 답해?’라는 눈으로 바라보자 그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그러다 큰일 난다고. 흩어져서 돌아다니다가 누구한테 들키면 곤란해지잖아.”

“맞아요. 저흰 흩어지면 안 돼요. 그리고 사실, 악신을 불러내는 건 레안 왕자님의 몫이에요.”

“엥? 왕자님이요?”

“네. 우린 기다리기만 하면 돼요.”

쩝. 레아 씨가 그렇다니까 그런 거겠지만…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나는 일단 기다렸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서 알게 되었다.

우리가 상대하게 될 그 악신이란 놈이 어째서 ‘신’이라 불리는지.

* * *

내겐 정신병이 있다.

클로에 드 타탈리아 공주는 수심에 잠겨 울상지었다.

그녀에겐 그녀 본인도 인지하고 있는 정신 질환이 있고, 언제 발작하는지 또한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오늘 같은 날이다. 베나르 타티안 후작이 왕궁에 입궐하는 날이면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으나) 거의 무조건 정신병이 도졌다.

제발. 오늘은 무사히 넘어갔으면. 사고 치지 말았으면.

클로에 공주는 옷 치장을 마치고, 방을 나서기 전에 기도드렸다.

그녀가 앓는 정신병이, 머리가 몽롱해져선 의도하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이어서 그랬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약간의 과식을 하는 정도에서 그쳤다.

이 또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방에 틀어박혀서 견과류를 화풀이하듯 퍼먹었다.

정신이 들었을 때 견과류 껍질로 난장판이 된 침대와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는 듯한 시녀의 눈총에 자괴감이 들지만, 그만하면 정말이지 잘 넘어간 것이었다.

만약 잘 안 넘어가면?

나라가 뒤집힐 일을 벌인다.

전에 정신을 차려보니 토턴 타티안 공자의 침실이었을 때, 그녀는 한스럽게 울었다.

헤르만 포르테 백작의 아들 길버트 포르테와 느닷없이 키스했을 땐 방에 틀어박혀 몸서리쳤다.

죽자. 제발 그냥 죽어버렸으면.

그러나 그마저도 하지 못했다.

시녀들이 많아서 자살할 물건을 구하기도 어렵거니와 창문에서 뛰어내리려 할 때마다 정신병이 도졌다. 의식을 잃어버렸다가 침대에 곱게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나마 미치지 않은 건 오라버니인 클리안 왕자가 그녀를 이해하고, 마음 깊이 위로해준 덕분이었다.

시간이 약일 거라고.

언젠가는 나아질 테니 죽기보단 시간을 견뎌내고, 언제고 성녀님을 찾아가 치료해 달라 하자며 다독여주었다. 아바마마께선 허락해주지 않으시니 자신이 왕이 되면 그렇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공주님. 지금 나가셔야 합니다.”

“네. 갈게요.”

클로에 드 타탈리아 공주는 ‘제발. 오늘만은 제발.’ 기도하며 방을 나섰다. 오늘은 타티안 후작이 콘라드 왕국의 왕자를 데려온 날이었다.

그녀에게 왕자를 만나지 않겠다는 선택을 할 권한 따윈 없었다.

또 전쟁을 일으킬 게 아니라면 얼굴이라도 비춰야 했고, 예의를 다해 아직은 결혼할 생각이 없노라 말씀드려야 했다.

지난번에도 그러려 했는데… 대형 사고를 쳐서 전쟁의 빌미가 되었다.

클로에 공주는 가면서 숨을 가다듬었다. 숫자를 세고, 오르빌 북쪽에 있는 호수를 상상했다.

이렇게 하면 정신을 다잡을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따르는 것이었다.

“클로에 드 타탈리아 공주님 납시오!”

제발.

눈을 질끈 감았다 뜨니 연회장의 문이 열려 있었다. 다행히 들어서는 순간까지도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그래. 한 반년 넘게 잠잠했잖아. 이제는 괜찮아진 걸지도 모르…

‘아.’

큰일 났다.

레안 드 예리엘 왕자가 눈에 들어온 순간, 머리가 뿌예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그냥 뿌예지는 게 아니라 몸이 급속도로 달아오른다. 레안 드 예리엘 왕자가 미친 듯이 사랑스럽고, 달려들고 싶은 충동에 걸음마저 오락가락한다.

이, 이대로는…

클로에 드 타탈리아 공주가 레안 드 예리엘 왕자 앞에 섰다.

왜 이리 시끄러운지 구름같이 몰려든 귀족들을 무시하고, 그에게 입 맞추려 할 때였다.

“오랜만이다. 아스타로트.”

네?

왕자가 내 어깨를 잡아 멈춰 세웠다. 황금색 눈동자를 번쩍이며 날 들여다보았다.

“나다. 레오넬. 약속을 지키러 왔으니 썩 튀어나와.”

“꺄악!!”

그리고, 난 신을 보았다. 연회장 천장을 찢으며 드러나는 추악한 신의 얼굴을.

사람을 닮은 거대한 회색 얼굴이 연회장을 굽어보았다.

– 레오넬. 기다렸노라.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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