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378

EP.377 15. 프랑켄슈타인의 후계자 (31)

“당신이 어떻게…….”

엘라는 그의 품에 안긴 채 반쯤 감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는 언제나처럼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엘라와 눈을 마주치더니 정장 앞주머니를 가리켜 보였다. 그곳에는 흰색 쥐와 비둘기가 한 마리씩 들어앉아 있었다.

-찍찍!

-꾸르륵!

그녀가 기르는 두 마리의 동물. 찍순이와 구돌이였다.

“이 친구들 덕분이죠. 엘라 양을 찾으려는데 갑자기 나타나서 이리로 이끌지 뭡니까.”

“아…….”

엘라는 탄성을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위험에 빠진 상황인데 둘이 너무 잠잠하다고 했다. 자신들로 베티를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고 그에게 도움을 청하러 간 것이었다.

“덕분에 엘라 양이 이 건물 옥상에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죠. 상황이 급박해 보여서 외벽을 그대로 뛰어 올라왔습니다. 아, 잠시만요. 급한 일부터 처리하죠.”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벌어진 입속으로 손가락을 불쑥 집어넣었다. 잠에 빠져들던 그녀는 혀에 닿는 감촉을 느끼고 눈을 번쩍 뜨며 소리쳤다.

“무, 무흔 힛히야!”

“엘라 양이 먹은 마취제의 성분을 분석하려는 거예요. 혹시나 저 여자가 쓴 약이 후유증이 남는 독한 물건일 수도 있으니까요.”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입에서 손가락을 빼내더니 그것을 본인의 입에 넣고 쪽쪽 빨았다. 엘라의 얼굴이 터질 듯 붉게 변했다.

“야, 이……이……벼, 변태……!”

“아니, 전 약을 분석하기 위해서…….”

“거, 거짓말. 평소에는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다 했으면서…….”

“엘라 양의 것은 특별하거든요.”

그가 손가락에 남은 침을 마저 핥아 마시며 속삭였다. 엘라의 얼굴이 더욱더 붉게 달아올랐다.

“뭐……? 아, 씨, 이 변태가 진짜…….”

변태라 매도당한다고 해도 원더스타인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상대가 보통 사람이었다면 진화연구소를 켜고 슬쩍 보는 것만으로 몸 상태를 분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엘라는 데볼루트 면역자라 진단 기능이 먹히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시료를 검사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침에 섞인 성분들이 상태창에 좌르륵 나열되었다. 그는 입맛을 다시며 떠오르는 정보들을 읽어 내려갔다.

“낮에 피자 드셨네요? 바질과 드라이 토마토가 들어간…….”

“윽, 그런 것까지……양치도 했는데……. 아, 아니, 장난 그만하고……치료나 해줘……!”

“후후, 이미 해독제 제조에 들어갔습니다. 악질이군요. 간에 영구적인 손상이 가는 약을 썼습니다. 다행히 지금 해독하면 문제없네요.”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엘라 본인의 몸에 직접 해독 작용을 일으킬 수 없었다. 그러나 분석한 시료를 바탕으로 해독 물질을 만들어낼 수는 있었다. 그것을 엘라에게 먹이면 되는 것이다.

“해독제를 완성했습니다. 그러면…….”

“자, 잠깐! 그거 어떻게 먹이려는 거야?”

“네? 당연히 체액을 생성하기 쉬운 부위로…….”

그의 대답을 듣고 엘라는 숨을 헉 들이켰다. 설마 키스를 하겠다고? 불과 1초 남짓한 시간 동안 온갖 번뇌가 그녀의 머릿속에 들끓었다. 그녀의 본능은 어서 고개를 끄덕이라고 고함을 쳐대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기에 그녀는 자신을 보며 히죽대는 저 밉살맞은 미소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반응을 떠보면서 즐기는 거겠지. 고약한 인간 같으니.’

이런 인간에게 절대 입술을 허락할 수 없었다. 그가 애걸하고 사정하면 한 번 고려해 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 하기는 싫었다.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지, 징그럽게……. 그냥 손으로 떠먹여 줘.”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돌려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와 계속 얼굴을 마주치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내밀고 말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 손가락을 빠세요.”

“뭐? 자, 잠깐……읍!”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입속에 손가락을 쑤셔 넣었다. 그것은 압력을 가하면 체액이 나오도록 개조를 마친 상태였다. 그녀는 그를 밀쳐내고 싶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그에게 몹시 화가 난 척 눈을 부라리며 그의 손가락을 빨았다.

쭙쭙. 진화연구소에서 제작한 약답게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그녀는 나른한 기분이 온몸을 감싸는 것을 느끼며 잠에 빠져들었다.

아마 5분 정도 숙면을 하고 나면 다시 쌩쌩 기운을 차릴 것이다. 원더스타인은 그녀를 바닥에 눕혀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베티를 바라봤다. 그녀는 현재 그가 내뿜은 섀바인의 촉수에 의해 전신이 구속된 상태였다.

그는 그녀의 입을 막고 있는 촉수를 풀어주었다. 그녀는 곧바로 그를 보며 이 가는 소리를 냈다.

“당신이 여긴 어떻게……. 루미 그 계집이 실패한 건가? 이 멍청한……. 그 비싼 축복받은 무기도 줬는데…….”

“아, 이것 말인가요?”

원더스타인은 품에서 단검 한 자루를 꺼내 보였다. 거기에는 흘린 지 얼마 안 된 것으로 보이는 새빨간 피가 묻어 있었다.

“뭐야. 당신에게는 그것도 먹히지 않은 건가?”

그녀의 질문에 원더스타인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싸늘하기 그지 없었다.

“제 피가 아닙니다. 루미 씨의 피죠.”

원더스타인은 몇 분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루미는 그에게 단검을 찔러넣는 순간 최대한의 의지력을 발휘하여 그 궤도를 비틀었다. 그녀가 그것에 얼마나 힘을 쏟아부었는지는 그녀의 부러진 팔을 보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궤도가 비틀어진 단검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녀의 배를 찔렀다. 마도의 힘을 배척하는 힘이 담긴 검은 루미의 몸을 찌르면서 그녀를 피리의 저주에서 해방해주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의 영체에도 손상을 입히고 말았다.

원더스타인은 그녀가 자기 자신을 찌른 것을 보고 바로 치료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의 혼이 다쳤을 때처럼 그녀도 육체는 회복되었지만, 혼의 상처는 바로 낫지는 않았다.

-베티가 그런 거야……. 내가 그 피리에 조종당해서……. 그녀가 엘라를……. 구하러 가……어서!

엘라가 위험하다는 소식에 원더스타인은 다친 그녀를 내버려 두고 왔다. 그녀가 그의 등을 떠밀기는 했으나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멍청한 계집애. 감히 벌레 주제에 사람을 사랑한다고 까불더니. 그렇게 됐군그래.”

“닥치세요.”

원더스타인은 그녀를 향해 소름이 끼치도록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것은 그의 말에서 느껴지는 분노와 상반된 것이었다. 그 어긋난 미소는 보는 사람이 절로 공포를 느끼게 했다. 그에게 독기어린 눈빛을 발산하던 베티조차 순간 얼어붙고 말았을 정도였다.

“루미 씨를 조종하고, 엘라 양을 죽이려 하고. 제가 좋아서 당신을 살려두는 줄 아십니까? 당신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TT2의 프롤로그 스테이지에 보스로 등장한 그녀는 트릴의 파편을 손에 넣어 원더스타인의 힘을 얻기 위해 폐허를 뒤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따지고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었다.

트릴의 파편이 어떤 힘을 지녔는지는 TT2의 메인 스테이지가 진행되면서 밝혀졌다. 그런데 프롤로그 시점에서 일개 서커스단 단장이었던 그녀가 파편에 그런 힘이 있는 것을 어떻게 알고 트릴을 찾으러 나선 것일까?

팬들 사이에서 여러 추측이 오갔지만 명확하게 내려진 해답은 없었다. 하지만 원더스타인은 이 세계에 넘어와서 얻은 몇 가지 정보를 바탕으로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었다.

바로 베티는 본편 시점 이전에 트릴의 파편을 사용한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모든 게 설명됐다. 트릴의 파편은 어디에서 구했냐고? 그녀가 18년 전 테러 현장에서 구조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당신, 트릴의 파편을 가지고 있죠?”

그가 베티를 만나자마자 그녀를 때려눕히지 않은 것은 자신의 추리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아니, 그는 그 질문을 던진 순간, 상대가 트릴을 가지고 있음을 확신했다. 왜냐면 그녀를 구속하고 있던 촉수가 마치 바늘에 찔린 풍선처럼 펑펑 터져 나갔기 때문이다.

원더스타인은 무엇이 그런 일을 가능하게 했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녀가 손에 쥔 붉은색 보석. 그가 그것을 못 알아볼 리 없었다. 게임에서 나온 것과 크기 차이는 있었지만 저건 트릴의 파편이었다.

“쳇, 방심하게 만든 뒤 기습할 생각이었는데. 언제부터 알고 있었지?”

“얼마 안 됐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엘라 양이 당신에게 간 이후죠.”

그의 말에 베티는 당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쩐지 키르쿠스의 눈을 지닌 애를 순순히 밖으로 내돌린다고 했더니……. 엘라를 그녀 쪽으로 보낸 것은 자신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가 던진 미끼였다. 그리고 자신은 거기에 보기 좋게 걸려들고 말았다.

“그렇군. 다 계산된 거였군.”

“네? 그게 무슨 말이죠?”

“시치미 떼지 마! 내게서 이것을 뺏을 속셈이지?”

그녀가 보석을 쥔 손을 품속으로 끌어당겼다. 그는 그것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건 예전부터 제가 찾아다니던 물건이거든요.”

원더스타인이 트릴의 파편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품었던 의문은 그것이 3번째 메인 퀘스트의 달성 조건을 만족할지 그 여부였다.

*메인 퀘스트-트릴

: 당신이 손에 넣기를 원했던 그것입니다.

달성조건

: 트릴이 완전한 붉은색이 된 이후에 그것을 먹어 치우십시오.

성공 시 보상

: ‘마인화 페널티’ 없이 ‘고유 특성’ 조작 가능

실패 시 페널티

: 없음.

트릴이 있으면 마인화 페널티 없이 고유 특성을 조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트릴의 파편으로도 그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그의 궁금증은 베티에게 트릴의 파편이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 풀렸다. 메인 퀘스트와 별개로 새로운 서브 퀘스트가 방금 막 떠오른 것이다.

*서브 퀘스트-트릴의 파편

: 당신이 손에 넣기를 원했던 그것의 조각입니다.

달성조건

: 트릴의 파편이 완전한 붉은색이 된 이후에 그것을 먹어 치우십시오.

성공 시 보상

: ‘마인화 페널티’ 없이 ‘고유 특성’ 1가지 조작 가능

실패 시 페널티

: 없음.

비록 완전한 트릴만큼의 효과는 없지만, 고유 특성 1가지를 조작할 수 있었다. 그것은 그가 예상했던 것과 같았다. 별빛을 먹으면 일정 시간 동안 고유 특성을 무력화할 수 있으니, 파편은 트릴과 별빛 그 사이의 힘을 지니고 있다고 추측했었다.

그는 파편으로 웃는 남자의 저주를 푸는 것을 순간적으로 떠올렸지만, 곧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주변에 더 심각한 사정들이 많은데 안면근육 장애 따위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트릴의 파편을 순순히 내어놓으시죠. 그건 제가 좋은 일에 쓰겠습니다.”

그의 등에서 칼날이 달린 거미 다리들이 자라났다. 그의 팔에서는 새하얀 가시들이 솟았고, 그의 양어깨는 이빨을 쩍 드러내며 갈라지더니 길쭉한 뱀장어 같은 혀들이 그곳에서 튀어나왔다.

18년 전 그녀가 반했던 그의 모습이 일부나마 다시 드러나는 것을 보고 베티는 잠시 그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다 곧 마음을 다잡고 상대를 향한 적의를 되새겼다.

“좋은 일? 웃기는군. 당신 정체를 내가 모르는 것 같아? 검은 마도사!”

그녀의 외침에 그녀에게 달려들던 그가 멈칫했다. 그녀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품에 든 보석을 앞으로 내밀었다. 거기서 뿜어져 나온 붉은 빛에 노출되자 원더스타인이 꺼냈던 개조 신체들이 아까 전의 촉수들처럼 펑펑 터져 나갔다.

“큭!”

그가 주춤하는 사이 베티는 품에서 피리를 꺼내 불었다. 그러자 길 너머 건물 옥상에서 자신들이 등장할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서커스단의 새 떼들이 날개를 펼쳤다. 모두 빌리 앤 베티에서 길들이고 있는 날짐승들이었다. 베티가 피리를 통해 그녀의 앵무새에게 명령을 내리면 앵무새가 새들에게 신호를 보내 그들을 움직이는 구조였다.

“자, 가자 얘들아!”

앵무새가 소리치자 새 떼들이 일제히 옥상을 덮쳤다. 베티는 그중 가장 덩치가 큰 맹금류 2마리의 다리를 붙잡고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원더스타인은 다시 공격용 개조 신체들을 꺼내 걸리적거리는 새들을 모두 치워버리고 그녀의 뒤를 쫓으려 했다. 그러나 어느샌가 깨어난 엘라가 그를 말렸다.

“그만! 얘들은 죄가 없어!”

“엘라 양, 하지만 베티가…….”

“내가 달랠 수 있어! 조금만 기다려 줘! 자, 착하지! 얘들아!”

그녀가 나서자 날뛰던 새들이 확실히 얌전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사이 베티는 어둠 저편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