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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78

374. 레나 Ep – 굴레

신비로운 일. 마수의 출현과 사냥. 요정을 봤다는 소문, 만났다는 소문. 축복. 기적.

이 모든 건 어느 정도 실재하며 흔하게 접할 수 있어 익숙하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만은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왕궁에 거대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나타났다’라는 표현을 대체할 방도가 없이 나타난 것인데, 저 거대한 것이 벽이라도 부수면서 등장했다면 다른 표현이 가능했을 터였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눈을 감았다 뜨니 벽에 어깨 같은 것이 돌출돼 있었다.

울렁, 솟아오른 바닥이 저 어깨와 이어져 마치 팔처럼 보였다. 아니, 마치 팔이 움직이는 것처럼 바닥이 물결친다.

연회장에 들어갔을 땐 더했다.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들은 양옆으로 밀려나고, 누가 봐도 사람 얼굴 같은 것이 튀어나와 레안 왕자와 마주하고 있었다.

왕자는, 안색이 창백했다.

“내가 오리란 걸 알고 있었구나, 아스타로트.”

– 그래.

이목구비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는 그 회색 얼굴은 인내하듯이 말을 뱉었다.

– 네가 약속을 지키러 온 게 아니란 것도 안다.

“어떻게 알았지?”

– 전에도 이랬으니까. 그만 됐다. 한낱 복제품 따위와 대화하고 싶지 않구나. 지쳤다. 질렸고, 화가 난다. 죽어라. 어차피 살아나겠지만.

“뭣?”

바닥에서 손이 파도처럼 일어났다.

사실 손이라기보단 독수리의 갈퀴 발톱처럼 생긴 것이었는데, 그것이 왕자를 찍어 죽이려 했다.

그 순간 레이가 뛰쳐나갔다. 난… 레이가 뛰어나가는 걸 바라만 보고 있었다.

몸이 안 움직여서다. 솔직히 말해 무서워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나뿐만 아니라 현장의 모든 귀족, 기사, 병사들도 공포에 질려 천장을 올려다만 보고 있었다.

뱀과 눈이 마주친 쥐새끼처럼.

개중에서 움직이는 사람은 레안 왕자님과 레이, 레브 씨, 레아 씨, 그리고… 타티안 후작과 소드마스터 뿐이었다.

후작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뭡니까, 저게.”

백작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뭐에 홀린 것처럼 달려들었고, 오러블레이드가 천장을 갈랐다. 거대한 얼굴이 반으로 쪼개졌으나, 속은 비어 있었다.

상황이 나아지진 않았다.

얼굴은 갈라진 채로 움직였으며 갈라진 틈으로 공포가 흘러나왔다. 검은색 이끼가 번져 나와 천장과 벽, 바닥을 뒤덮어 간다.

사람들은 심약한 순서대로 쓰러져 갔다. 심장마비가 왔는지 가슴을 부여잡은 이도 있고, 과호흡으로 경련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그들과 다를 바 없었다.

스스로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자부해 왔거늘, 두려움에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못했다. 우리가 느끼는 건 용기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생(生)과 사(死)의 거대함에서 비롯한 공포였기 때문이었다.

죽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게 무섭다.

공포는 그렇게 우리를 갉아먹어 갔다. 복종과 우러름을 자연스럽게 깨치며 하나둘씩 무릎을 꿇으려는 순간이었다.

“레안! 왜 멍하니 있어. 괜찮아?”

레이가 왕자를 걸쳐 메었다. 그를 찍으려 하는 갈퀴를 피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소리쳤다.

레안 드 예리엘은 그제야 정신이 든 모양이었다.

“덕분에. 그보다 큰일이네. 최악이야.”

“왜?”

“지난 회차에서 내가 레리아나랑 결혼했다고 네가 어제 그랬잖아. 왜인지 알았어. 동생과 결혼한 그건 내가 아니었던 거야. 저놈이지.”

“말도 안 돼. 그게 어떻게 가능해? 지난 회차에서 우린 아스타로트한테 접근조차 안 했어!”

“나도 그걸 모르겠어. 일단은… 싸우자. 레브부터, 지금 해.”

레브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곤 외쳤다.

[ 업적 : 왕 6/6 – 레오들에게 <사기 고취> 능력이 부여됩니다. time(1y) ]

왁하-!!

워우! 하!!

그건 전투의 극의에 오른 전사가 지른 함성 같으면서도, 백만 대군의 선봉에 선 장군의 고함 같기도, 멸국의 위기에 놓인 왕이 쥐어 짜낸 외침 같기도 했다.

그게 무엇이었든, 공포가 가셨다.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허덕여 연회장이 시장통이 되려 하는 그때, 레아 씨가 소리쳤다.

“성녀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착해빠지게 생겨서 평소엔 다소 호구 같아 보이기까지 하는 그녀가 아니었다.

{신성}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목소리는 단호하고 힘이 실려서, 듣는 이들의 귀를 잡아끌었다.

“오르빌에 드리운 악을 물리쳐라! 빛이 있을 것이다! 두려움을 떨치고 일어나라! 영광이 따를 것이다! 십자교회는 준비되었으며, 당신들과 함께합니다!”

“추, 추기경님 납시오!”

“성전사단이다!”

왕궁에 들어온 뒤 근위기사단장을 따라 어디론가 사라졌던 오필리아 사제님이 추기경과 오르빌의 사제들, 성전사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그 시기가 너무 적절해서 감탄이 나왔다.

어두워진 연회장에 빛이 내리고, 검은 이끼로 뒤덮이던 바닥에 십자교회의 문양이 고요히 떠올랐다.

종교는 위대하다.

두 패로 갈려 싸우던 귀족들에게 힘을 합칠 명분을 주고, 누가 적인지를 인지시키는 힘이 있었다.

귀족들은 제 호위기사를 부르고, 시종에게 지원을 불러오라 재촉했다. 공포에서 벗어난 기사들은 이미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칼을 뽑아 들고, 지시를 기다렸다. 병사들도 각자의 위치를 지켰다.

다만 아스타로트는, 그 모든 걸 따분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인간들의 발악이 보잘것없기도 하거니와, 이것이 더러운 주신이 만든 역사의 한 페이지에 불과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언제든 찢어서 빼버릴 수 있는, ‘변경 가능한’ 역사 말이다.

+ + +

아스타로트가 이상을 감지한 건 재작년 여름이었다.

아이셀 왕국의 왕자가 오기를 기다리며, 갈갈 씹어먹어도 시원찮은 타티안 후작에게 어떻게 엿을 먹일까 궁리하던 참이었다.

그때,

‘어? 오리아스? 마르하스?’

자신과 비교할 건 못 되지만, 힘깨나 쓰는 아신 둘이 돌연 사라졌다.

물론 아신은 곧잘 사라진다.

더는 믿는 이가 없거나 신력이 고갈돼서 소멸하는 거야 잊을만하면 어디선가 발생하는 일이라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둘은 마치 기억에서 도려내진 듯이 ‘없어져’ 있었다.

정확히 어느 시점에 소멸한 건지 떠올릴 수 없었고, 그들이 뭘 하고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마르하스야 뭐… 그럴 수도 있어. 둘로 쪼개져선 얼음섬인가 하는 곳에 틀어박혔으니 그대로 아무것도 안 하다가 소멸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오리아스는 곱게 소멸할 놈이 아닌데?’

오리아스는 만 년도 훨씬 전에 자신을 믿는 신도를 다 잃어버리고도 쭉 존재해왔다.

아마도 세상에 강림한 적이 있어서 어떤 요령을 터득한 듯싶은데, 그런 녀석이 인제 와서 조용히 소멸한다는 건 바다가 오늘 밤에 마르는 것만큼이나 일어날 가망이 없는 일이었다.

아스타로트는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왠지 전에도 이랬던 적이 있는 듯하다.

언제더라? 워낙 살아온 세월이 길어서 기억을 되짚는 데만 몇 달이 걸렸다.

그 사이 비비안 왕자가 왔다 갔고, 딸로 하여금 그의 면전에서 소드마스터의 아들놈과 키스하게 한 덕분에 바랐던 대로 전쟁이 터졌다.

언제지? 기억이 날 것도 같은데.

기억을 더듬는 동안에도 할 일은 했다.

타티안 후작을 곤란하게 만들 겸 딸년을 놈의 아들과 동침시켰다. 혹 그놈을 이용해 후작을 제거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 토턴 타티안에게는 매혹을 걸어 두었다.

설마 아들을 바로 죽여버릴 줄은 몰랐지만… 지독한 놈이다.

아스타로트의 기억은 자신이 어둠 속에서 태어난 순간부터 바위에 수천 년을 묶여있던 때, 레오넬과의 첫 만남, 레오넬이 자신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한 순간, 약속을 어긴 순간 등, 기타 등등의 기억을 지나쳐 아즈라 성인에게 쫓기던 시기에까지 이르렀다.

이럴 줄 알았으면 거꾸로 되짚을 걸 그랬다. 레오넬이 그리워 그를 먼저 떠올리는 바람에 이리되었다.

그래도 다행히 생각났다.

언제 이랬었는지.

하지만 이 떠오름은 섬뜩한 경고음과 같았다. 아즈라 성인이 나를 뒤쫓을 때와 같은 상황이다.

이천 오백 년 전, 아스타로트는 난데없이 등장한 아즈라 성인에게 두들겨 맞고, 아스트로 산으로 도망쳤다. 그런데도 곧장 뒤쫓아온 그에게 골병이 들도록 처맞았다.

놈은 상대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강해서 씨발, 더러워서 못 해 먹겠네. 황제의 몸을 포기하고 달아났다.

바도보나 성에 숨어서 아즈라가 포기하기만을 기다리는데, 바로 그때, 오늘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아신 한 놈이 기억에서 지워진 것이다.

그놈은 너무 오래돼서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녀석이 뭘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기억은 지워졌음에도 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산이라는 증거가 남아 있어서다. 놈은 산을 쌓고 있었다. 그래, 맞아. 녀석은 바다가 무섭다며 대륙을 삥 둘러 산을 쌓겠다던 거인이었다.

그 녀석은 남쪽 바닷가에서부터 시작해 서남쪽 넘어서까지, 거대한 산맥을 쌓아 나갔다.

그것이 바로 지금의 오른 왕국에 있는 로드란 산맥이고, 그 산맥은 아나톨레아 평원에서 맥을 다한다.

당시엔 녀석이 왜 산을 쌓다 말고 사라졌는지 알아보지 못했다. 아즈라에게 쫓기고 있는 내 코가 석 자라 그랬다. 하지만 이제는 알겠다.

산을 쌓던 거인은 아즈라의 손에 맞아 죽은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었다.

‘왜 기억에서 사라지지? 죽었으면 죽은 거지, 왜?’

하다못해 둘이 싸웠다면 그 여파를 느꼈을 것인데, 그런 기억조차 없었다. 그냥 어느 순간 사라졌다.

그때부터 아스타로트는 아즈라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딸을 움직여서 왕궁 도서관을 파헤치고, 그의 기억과 맞춰보았다. 아즈라가 레오넬의 환생인 건 아는데… 납득할 수 없는 문구를 포착했다.

‘아즈라가 젊을 적에 범죄자였다고? 심지어 술주정뱅이?’

내가 알지 못하던 이야기가 비사로 남아 있었다.

탈영병에 사기꾼이었던 아즈라가 젊은 시절을 방탕하게 살다 고향에 내려갔노라고. 노인이 된 아즈라는 농사나 지으며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오르빌로 여행을 떠났다. 나를 찾아와선 두들겨 팼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최초로 마주한 아즈라의 강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과거 레오넬의 전성기와 맞먹을 정도여서 나조차도 공포를 느꼈다. 그러니 도망갔지.

아스타로트는 이 비사(祕史)의 진위를 의심해보았다.

다른 서적과 교차해가며 검증했고, 이 비사의 원본이 토들러 지방의 한 교회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토들러.

왕위에 오른 레오넬이 스스로에게 붙인 이름이 토들러 아키우넨이다. 토들러 지방은 레오넬의 고향이고, 아즈라의 고향이기도 했다.

아스타로트는 토들러 지방에 남은 아즈라 성인에 대한 야사(野史)를 있는 대로 수집했다. 결과는 그가 사기꾼에 술주정뱅이였다는 비사가 대강 믿을만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럴 수가 있나.

그럼 이 내가 평생을 노력 않고 살아온 술주정뱅이, 겁쟁이 탈영병 따위한테 얻어터졌단 말이냐!

주신에게 힘을 부여받았을 거라 생각하면 편하지만, 주신 놈이 절대로 그러지 않는다는 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주신의 사랑을 한껏 받은 레오넬조차도 소드마스터가 되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으니까.

심지어 ‘마나’라는 것이 레오넬을 위해 만들어진 것임에도.3)

어쨌든, 그렇다면 어떻게 된 걸까.

아즈라는 어떻게 그렇게 단시간에 강해졌을까. 그렇게 갑자기 강해지는 건 불가능할 텐데.

잠깐. 명제를 분석해보자.

‘술주정뱅이 노인이었던 아즈라가 그렇게 갑자기 강해지는 건 불가능하다.’ ─ 이게 문제의 명제다.

일단 아즈라가 ‘그렇게 강해지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레오넬의 환생이니까. 그렇다면 위 명제에서 문제가 되는 요소는 ‘갑자기’, 이것 하나뿐이다.

다시 생각해보자. 갑자기가 아니라면 뭘까? 천천히? 에라이, 이것도 말이 안 되잖아!

아스타로트는 이 의문을 끝까지 풀지 못했다. 그러나 추론했다.

‘시간’에 문제의 원인이 있노라고. 일단은 유념하며 몸을 사렸다.

나를 잡으려는 사냥꾼의 체취가 사방에서 고약하게 진동하는구나.

+ + +

의문은 풀지 못했으나 그때까지만 해도 아스타로트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번엔 레오넬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털을 고르며 기대했다.

물론 레오넬이 평민의 몸에 깃들어(아즈라) 나타났던 건 정말이지 골 때리는 배신이었다.

인류 최초의 왕! 레오넬이 그럴 줄은 몰랐다. 옛일이니 유쾌하게 한 방 먹었다고 해 두자.

하지만 설마 이번에도 그럴까.

에이, 설마. 약속한 게 있는데.

아스타로트는 레오넬이 한 약속을 철석같이 믿었다.

믿었기에 힘을 빌려주었고, 믿기에 아즈라의 일을 겪고도 만 년 넘게 기다리는 중이다.

레오넬은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모든 걸 내게 주겠노라 약속했다.

그가 가지고 태어난 모든 것.

거기엔 주신으로부터 받는 사랑도 포함돼 있었다. 사실 그게 레오넬이 가진 전부이자 모든 것이다.

심지어 레오넬은 굴레에 묶이지조차 않았다. 묶이지 않은 걸 넘어서 굴레 자체가 없는 유일한 존재다.

따라서 그를 온전히 얻게 된다면 나는, 이 아스타로트 대공은, 완전한 자유를 얻게 될 터였다. 그런 기대를 품고 기다려왔는데…

‘농락당했구나.’

오늘, 레오넬이 셋이 되어 나타났다. 레오넬이란 인간은 아무리 환생일지라도 특수한 존재이기에 절대 둘이 될 수 없었다. 하물며 셋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여기서 아스타로트는 깨달았다.

시간이 중첩됐음을.

저 세 명은 각자 다른 시간 선에 뿌리를 둔 레오넬이다. 레오넬 스스로 이런 재주를 부렸을 리 만무하므로, 이건 주신의 농간이었다. 게다가 이건 시사하는 바가 컸다.

시간은 곧 역사이자 세계(世界)다.

주신이 시간을 마음대로 주무른다는 건 역사와 세계 또한 그러하다는 뜻이다.

추측건대 지금은 최소 세 개의 역사와 세계가 존재한다.

거인이 사라진 건 워낙 옛날 일이니 공통된 역사일 것이지만, 셋 중 어떤 것에는 마르하스가 없고, 어떤 것에는 오리아스만 없을 거다.

지금은 오리아스와 마르하스 둘 다 없는, 이 몸이 사냥감으로 전락한 세계인 것이고.1) 2)

아스타로트는 회한에 잠겼다.

주신이 세상을 이런 식으로 주무른다면 굴레라는 약속은 없는 거나 다름없었다. 제 입맛에 맞는 세상만 남겨두는데, 굴레에 매였든 풀렸든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결국 결과가 주신의 맘대로 재단되는 것을!

허탈하고 무의미하다.

아스타로트가 손을 들었다. 그가 오래도록 기다려온 레오넬을 죽여서 미련을 버리려 했다.

사실 그런다고 변하는 게 없음을 알면서도 당장은 저 복사체들을 눈앞에서 치우고 싶었다.

베나르 타티안. 저놈이랑 포르테 백작 저놈도 언제고 반드시 죽이고 싶었는데. 쯧, 의욕이 나질 않는다.

그렇게 어영부영하는 동안 더러운 주신의 종복들(사제와 성전사들)이 몰려들었다. 그때였다.

– 음?

“놈이 움직입니다! 경계를 늦추지 마시고, 축복을 마저 받으세요. 그런 뒤에 돌격합니다.”

아스타로트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역시 나는 굴레에 묶이지 않았다. 희망이 있다!

굴레에 묶이지 않았다는 건 과정도, 끝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해진 운명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주신이 미래를 결정할 수조차 없으며, 자신의 삶을 결정할 권한이 자유의지에 달렸음을 뜻했다.

그 말인즉슨 아스타로트에겐 그가 바라는 미래가

언제나,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존재해야 함을 의미했다.

아스타로트는 왕궁 지하에서 꼬물거리는 레이시아의 존재를 느꼈다. 팔을 뻗어 그녀를 움켜쥐고 가볍게 들어 올렸다.

레리아나가 비명을 질렀다.

1) 아스타로트는 레오들의 시간 선을 연속되게 해주는 민서의 존재를 모르므로 이렇게 생각했다.

2) 하지만 완전히 틀린 생각은 아니다. 아스타로트는 공간의 분리를 생각하지 못했을 뿐, 레오들이 각기 다른 시간 선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걸 알아맞혔다. 레브는 대륙 남서부에서, 레안은 동남부에서, 레이는 북부라는 시공간에서 태어났다.

3) 주신은 레오넬이라는 인간이 가진 특성(마나)을 달에 담았다. 청련달이 그걸 아직껏 실어 나른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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