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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79

EP.378 15. 프랑켄슈타인의 후계자 (32)

원더스타인은 옥상에서 뛰어내려 바로 그녀를 쫓아가려 했다. 그러나 난간에 발을 디디는 순간, 그는 뭔가를 떠올리곤 행동을 멈췄다.

현재 상대가 노리는 것은 엘라였다. 여기서 섣불리 그녀를 두고 움직였다가는 베티가 다시 습격해올 수도 있었다. 어쩌면 도망친 것은 속임수고 지금도 어디선가 이곳을 지켜보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는 난간에서 내려와 일단 엘라가 새들을 모두 진정시키기까지 기다렸다. 그녀는 불과 며칠 만에 그들과 모두 친해진 모양이었다. 다들 그녀가 말을 걸자 금방 흥분을 가라앉혔다.

“응? 뭐야, 난 당신이 아까 가버린 줄 알았는데.”

새들을 달래는 데 성공한 엘라는 원더스타인이 등 뒤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베티가 노리는 건 당신입니다. 함부로 두고 떠날 수 없죠.”

자신에 대한 걱정이 듬뿍 담긴 그의 말에 엘라는 자신도 모르게 히죽이려다가 재빨리 표정을 굳혔다. 그녀는 대신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쳇, 뭐야. 언제부터 내 걱정했다고……. 없어도 된다고 할 때는 언제고……. 첫날 이후에는 찾아오지도 않았으면서…….”

원더스타인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일전에 있었던 자신의 실언에 대해 사과했다. 지금까지 연락을 못 한 것은 베티가 중간에서 농간을 부렸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녀는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그래. 이거야. 내게 매달리라고. 안달이 나라고.

그가 구구절절 사정을 늘어놓으며 쩔쩔매는 모습을 충분히 즐긴 그녀는 마지못해 받아준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나도 더는 따지지 않겠어. 어쨌든 날 구해주기도 했고……. 이번만은 특별히 용서해줄게.”

알림음과 함께 엘라가 다시 단원 목록에 추가되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원더스타인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그녀를 향해 과장된 자세로 허리를 숙여 보였다.

“돌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단장님.”

“그, 그런 식으로 요란하게 군다고 누가 좋아할 줄 아나, 히힛, 아, 아니……흥. 그것보다 어서 베티 단장님, 아니, 베티 그년을 추적하자고.”

“일단 당신을 일행들이 있는 곳까지 바래다주고요.”

엘라는 코웃음을 치며 그가 내민 손을 쳐냈다.

“그러다 멀리 달아나면 어떡해. 나도 같이 가자. 만약 그년이 방금처럼 동물들을 이용해 소란을 일으키면 내가 대처할 수 있잖아.”

“하지만 그녀는 당신을 노리고 있는데요.”

“괜찮아. 어차피 지켜줄 거잖아. 당신이.”

그녀의 말에서 느껴지는 신뢰감에 원더스타인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엘라는 그의 시선에 민망함을 느끼고는 괜히 소리를 버럭 질렀다.

“무엇보다 내 짐들을 다 그쪽 숙소에 두고 왔단 말이야! 가지러 가야지!”

그녀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고집에 원더스타인은 항복하는 제스처를 취해 보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같이 가지요. 하지만 제 곁에서 되도록 떨어지지 마세요.”

“좋아!”

옥상에서 내려온 두 사람은 빌리 앤 베티의 숙소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베티가 사라진 방향도 그쪽이었고 정황을 고려해봤을 때 그녀는 그곳으로 갔을 확률이 높았다.

-단장님, 그 여자를 발견했습니다! 숙소 앞입니다!

때마침 알렌과 조에게서도 연락이 왔다. 원더스타인은 아까 루미를 치료하면서 단원들에게 위급 상황임을 알리고 베티와 엘라를 찾으라고 명령을 내렸었다. 다들 무대와 광장만 뒤지고 다니는 줄 알았는데, 알렌과 조는 숙소 쪽으로 향했던 모양이었다.

-베티는 방금 야영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엘라 양은 보이지 않는데요?

-엘라 양은 저하고 함께 있습니다.

-그러면 베티는 어떻게 할까요? 저희가 따라갈까요?

-아뇨. 제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베티는 방금 엘라 양을 죽이려 했습니다. 굉장히 위험한 마도구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니 일단 감시만……이런! 알렌 씨! 조 씨!

원더스타인은 두 사람의 호흡이 갑자기 변하는 것을 느꼈다. 그는 두 사람이 베티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뭐야? 무슨 일인데?”

“아무래도 두 사람이 빌리 앤 베티의 야영장 안으로 뛰어든 모양입니다.”

“두 사람이 왜……아.”

“맞아요. 수아브 씨를 걱정해서 그런 거겠죠. 베티가 위험하다는 것을 경고하려 했는데 역효과였군요.”

엘라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원더스타인에게 손짓을 해서 알렌과 조 쪽에 음성을 차단하라는 신호를 보낸 다음 입을 열었다.

“나, 사실……거기에 가 있는 동안 수아브 씨를 본 적이 없어.”

“……정말입니까?”

“응. 베티가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만나게 해주지 않았거든.”

“그런…….”

원더스타인은 이를 악물었다. 건너편에서 들리는 두 사람의 다급한 호흡 때문일까. 그는 괜히 불안한 예감을 느꼈다.

***

알렌과 조. 두 사람은 베가스의 암흑가에서 활동하던 칼잡이들로 ‘베가스의 두 검귀’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손속이 냉정하고 잔혹하기로 유명한 자들이었다.

두 사람이 그런 별명을 얻게 된 것은 베가스의 암흑가 조직들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에서였다. 두 사람은 거리 하나를 점거한 채 3일 동안 무려 300명이 넘는 암흑가 조직원들을 베어냈다.

당시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거리는 그야말로 지옥도가 따로 없었다. 건물마다 골목마다 칼자국과 핏자국이 즐비했으며, 부상자들과 시체들이 곳곳에 늘어져 있었다. 그런 와중에 두 사람만은 가벼운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으니 말 그대로 ‘검귀’다운 솜씨였다.

그런 두 사람이 검을 놓게 된 계기는 어느 날 길을 걷다 우연히 보게 된 한 광대의 공연이었다. 그는 과거 서커스 그랑프리의 코미디 무대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한 피에로의 유작을 연기하고 있었다.

그 작품의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은 바로 떠돌이 신사. 그가 실수하고, 다치고, 곤란을 겪을 때마다 구경꾼들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박장대소를 했고 무대 위로 동전들을 던져댔다. 언제나 완벽하고 무자비한 임무 수행으로 돈을 벌던 그들에게 그 광경은 낯설기 짝이 없었다.

떠돌이 신사는 연기하는 내내 한 번도 웃지 않았다. 알렌과 조는 그의 표정이 자신들이 살인할 때 짓는 표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반면, 자신들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주었다.

저렇게 되고 싶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 그것을 본 날 그들은 그렇게 마음을 먹었고, 칼을 버리고 코미디언이 되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그들은 헤진 싸구려 정장을 입고 지팡이를 쥐고 과거를 등진 채 정처 없이 걸으며 말 그대로 떠돌이 신사처럼 살았다. 대본 속의 그처럼 온갖 바보짓을 해대며…….

그러나 그렇게 반년을 그가 되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그들은 단 한 명의 관객도 웃게 만들지 못했다. 얼마 전까지 칼을 휘두르던 자들이 아무런 훈련도 받지 않고 코미디언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대본, 연기, 호흡 등 모든 게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의 감각이었다. 그들은 워낙 삭막하고 무정한 세상에서 자라온 탓에 보통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이 수아브였다. 지금까지 두 사람에게 다가왔던 사람들은 그들과 친해지려다가도 그들의 인위적인 멍청함 아래에 숨겨진 싸늘한 맨얼굴을 감지하면 그들을 멀리하곤 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손발이 없고 피가 차가운 생물들을 길들이던 몸이라서 그럴까. 사회적으로 뱀에 더 가까운 두 사람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었다. 둘은 그녀와 함께 여행하면서 그들의 삶에서 부족했던 것을 조금이지만 채울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야영장 안으로 들어가 베티가 사라진 천막 앞으로 다가갔다. 귀에서 원더스타인이 말리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그도 그들의 의지를 읽었는지 곧 베티의 능력과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었다.

야영장에서 홀로 외딴곳에 떨어져 있는 천막. 그 입구에는 목줄에 묶여있지 않은 개들이 있었다. 뼈다귀를 물어뜯고 놀던 그들은 두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몸을 일으켜 으르릉거리며 위협을 가했다.

두 사람은 그런 개들을 향해 검을 뽑아 들고 가만히 노려봤다. 그러자 개들은 깨갱 소리를 내며 겁을 집어먹더니 길을 비켜섰다.

천막 안으로 들어선 두 사람을 맞이한 것은 베티가 기르는 맹수들이었다. 그들은 입구에 있던 개들과 달리 두 사람과 눈을 마주하고도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좌우로 근위병처럼 사열해서 그들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들을 지나 천막의 중앙으로 들어서자 독한 향신료 냄새와 피비린내가 느껴졌다. 바닥에는 피로 그려진 마법진이 있었고, 그 중간에는 하얀색 가루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두 사람은 암흑가 생활을 하면서 이러한 광경을 몇 번 본 적 있었다. 이건 마신에게 치르는 공양 의식이었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누적되는 신앙이 아닌 인위적으로 신앙을 증명해 마신의 힘을 끌어내는 제사였다.

“너희는 뭐야!”

의식을 준비하고 있던 베티는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바로 피리를 불려다가 자신이 기다리던 사람이 아닌 것을 확인하고는 손을 멈췄다. 알렌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원더스타인에게서 그녀가 어떤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 들었다. 그의 손에서 벼락처럼 검이 쏘아져 나갔다.

화살처럼 쌩하고 날아간 검은 그녀의 손에 든 피리를 꿰뚫더니 건너편에 있는 가구에 꽂혔다. 베티는 꽥 비명을 내지르며 손을 감싸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입구에 있던 동물들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내린 명령은 제자리에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었다. 명령에 저항하면서까지 그녀를 구해줄 의리 따위 그들에게 없었다.

“그녀는 어디 있지.”

베티를 내려다 보는 알렌과 조의 시선은 싸늘했다. 평소와 같은 유쾌한 분위기는 조금도 느낄 수 없었다. 베티는 그들을 노려보며 으르릉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 누구를 말하는 거야?”

“수아브. 뱀 조련사. 며칠 전에 네 서커스단에 들어왔을 텐데.”

“아, 아아, 수아브. 그녀 말이지.”

베티는 눈알을 굴리며 그들의 얼굴을 살폈다. 그리곤 히죽 웃었다.

“그래. 너희가 누군지 알겠군. 그녀의 일행들이었지. 기억나. 시험장 입구까지 따라와서 야영장이 떠나가도록 응원을 해댔지. 그녀가 만류하는데도 말이야.”

그녀는 낄낄 웃음을 흘리다가 그들이 손에 든 검을 보더니 웃음을 가라앉혔다.

“안타깝지만 그녀는 내가 필요해서 써버렸어.”

“써……버렸다고?”

“그, 그게 무슨 말이냐!”

당황해하는 두 사람을 향해 베티는 씩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키르쿠스가 내게 선물을 준 줄 알았어. 그녀는 서커스단에 들어온 날 밤에 인스피라를 각성했거든. 엘라가 내 손에 딱 들어왔던 그 날 말이야. 밤에 내 숙소로 찾아와 신나서 자랑하더군. 뱀 두 마리를 양손에 쥐고 주문을 외우고 놓으면, 두 뱀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똑같이 움직이는 인스피라였어. 이름이 뭐였더라? ‘양손의 뱀’이라고 했던가, 킥킥.”

알렌과 조의 머릿속으로 추억들이 재생되었다. 그녀가 중간에서 뱀 조련을 하고 있으면 둘이 양쪽에서 동시에 바보짓을 하는 장면들이었다.

“그래서 그녀를 어떻게 했다는 거냐!”

조의 외침에 베티는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 안에 쌓여 있는 하얀 가루들을 가리켰다.

“저거 그녀의 뼛가루거든. 필요한 건 팔 한 짝 정도 양이었지만……허락해줄 리 없으니 죽이고 빼앗았지.”

그녀의 말에 알렌과 조는 눈을 부릅떴다. 그들은 손에 든 검을 들이밀며 소리쳤다.

“거, 거짓말!”

“우릴 조롱할 생각하지 말고 솔직히 말해! 그녀는 어디 있어!!”

두 사람이 동요하는 모습에 베티는 씩 웃었다.

“어머? 들어오면서 보지 못했어? 이거 그녀가 섭섭해하겠는데.”

알렌과 조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천막의 입구에 시립 해 있는 동물들을 지나 그 바깥.

그곳에는 개들이 뼈다귀를 물어뜯고 놀고 있었다. 아직도 피와 살점이 묻어 있는.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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