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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8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38화

10장 황후의 안목(4)

점심시간.

퀴니에 드 비에트는 식당으로 향하면서 친구인 안느의 얘기를 듣고 있었다.

“퀴니에, 너도 들었지? 3황녀가 전학을 왔다잖아.”

“너 무례하게 3황녀가 뭐니. 그러다 들으면 어쩌려고.”

“에이, 콘스텔 안에서 신분이 어딨어.”

그건 그렇다만.

퀴니에는 안느의 말이 참 정론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인간사 그렇게 되지가 않는다는 걸 실시간으로 깨닫는 중이었다.

아텐 테르스트.

그녀의 전학 소식이 들리자마자 주변 학생들은 난리였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어떤 선물을 줘야 할지, 방과 후 식사에 초대하는 게 맞을지 등등.

콘스텔의 모범이 돼야 할 3학년들이 더했다.

‘뭐, 마음은 이해하지만.’

사실 퀴니에 본인조차 자연스레 아텐 테르스트에게 접근할 방법을 모색 중이니.

상인이기에 인맥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안다.

황족의 인맥이라니, 설령 잘 되지 않더라도 시도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렇게 안느와 대화를 나누며 식당에 도착했는데.

“……엥?”

“허?”

둘은 식당의 광경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앞에는 굉장히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아니 그런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경이었다.

안느가 호들갑을 떨며 물었다.

“저, 저거, 프론디어 아냐?”

“……그러, 네?”

한 식탁 앞에 프론디어가 앉아 있었다.

그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야 프론디어는 평판이 안 좋으니까, 그게 뭐 놀랄 일이겠냐만.

……딱 한 명, 바로 옆에 딱 붙어 앉아 있는 사람이 있었다.

“저기 말이야. 퀴니에.”

“응.”

“내가 얘기만 들어서 실제로 보진 못했는데 말이야. 퀴니에.”

“응.”

“아텐 님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얗다고 했지? 머리카락, 눈썹, 눈동자, 피부까지 전부.”

“……응.”

둘은 다시, 프론디어 옆에 앉은 여자를 보았다.

“……그럼 저거, 아텐 님인 거네?”

* * *

피곤하다.

전투 중인 것도 아닌데 이 정도로 피로를 느끼는 건 오랜만이었다.

나는 모두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느끼면서 밥을 먹고 있었다.

……뭔 맛인지 모르겠다.

나는 옆을 슬쩍 보았다.

“…….”

“…….”

“…….”

내 옆에는 아텐이 앉아 있다.

교실에 있을 당시, 아텐은 점심시간이 된 뒤에도 내 옆자리에서 꼼짝없이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일어나면 따라 일어나고, 내가 걸으면 뒤따라 걸었다.

그러다가 급기야 식당까지 와서 내 옆에 앉아 있는 거다.

등을 꼿꼿이 세운 채, 그림으로 그린 듯한 완벽한 자세로.

황실에서 철저히 교육한 예법의 하나겠지.

……하지만.

“아텐.”

“네.”

“밥, 안 먹어?”

저 자세론 밥을 먹을 수 없다.

아텐은 내 말을 듣고 잠시 가만히 있다가, 아니 멍하게 있다가, 퍼뜩 깨달았다는 듯이 눈을 떴다.

“그렇군요. 식사를 섭취해야 합니다.”

“……아니, 꼭 그럴 필요는 없는데.”

꼭 그럴 필요는 없는데, 식판에다 밥을 퍼왔잖아. 니 손으로.

아텐은 내 말을 듣고 그제야 밥을 먹기 시작했다.

꼭 내가 밥 먹으라는 명령을 입력한 거 같다.

로봇이야 뭐야.

그렇게 잠자코 밥을 먹고 있는 얼굴만 보면, 흔히 비유하는 ‘설녀’ 그 자체다.

냉정하고 자비 없을 것 같은, 그럼에도 티끌 하나 없이 아름다운.

마치 누구의 접근도 허락지 않기에 그 아름다움을 발하는 듯한, 차가운 미녀.

‘왜 나한테 이러는 건지, 알기만 하면 마음이 좀 편할 텐데.’

나에게서 드래곤 하트의 정보를 캐내기 위해 필리가 보낸 게 아니었나?

그러면 나한테 살갑게 말을 붙인다거나 해서 은근슬쩍 물어보는 게 수순 아닌가?

나한테 말을 거는 것도 아니고, 뭘 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저 줄기차게 나를 따라다닐 뿐.

마치 나를 감시하는 거 같다.

이거 뭐야, 나 괴롭히는 거야?

악토버 놈들의 새로운 수법인가?

“어라……? 프론디어?”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자 사이벨이 당황한 얼굴로 서 있었다.

사이벨, 와줬구나!

구세주가 내려왔다!

“어? 아텐 테르스트 님? 어? 프론디어 대체 언제 아텐 님과…….”

“내가 뭘 어떻게 한 게 아니라고.”

나도 이유를 모르겠다고.

우리의 대화에도 아텐은 식사에 집중할 뿐이었다.

그 모습에 사이벨이 살짝 고개를 기울여 인사했다.

“어, 음, 아텐 테르스트 님? 안녕하세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사이벨의 몸짓과 표정.

그 인사를 받고 아텐은 수저를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

아텐은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 이름이 아텐 테르스트인 것은 맞으나, 착각하시는 게 있군요.”

오오, 이러고 있으면 확실히 설녀 같다.

게임에서 보고 있던 내 이미지가 아직은 유지되고 있다.

황족다운 고압적인 말투, 차가운 목소리와 태도로 사이벨을 묵살시키는 장면을 볼 수 있는 건가!

“차, 착각이요?”

“저는 이제 막 전학 온 1학년일 뿐이라, ‘님’이라는 호칭은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군요.”

“……어, 네?”

“그냥 편하게 불러주시길. 콘스텔은 신분의 고하를 따지지 않는다 들었습니다.”

아텐의 말에 벙찐 사이벨.

근데 벙찐 건 나도 그랬다.

곧 사이벨이 활짝 웃으며 아텐과 거리를 가까이했다.

“와아, 아텐은 친절하구나! 쌀쌀맞을까 봐 걱정했는데!”

“음, 그런가요?”

순식간에 친화력 최고 레벨을 찍어버리는 사이벨.

그런 사이벨을 편안하게 받아주는 아텐.

그 둘을 보며, 나는 옆에서 얼굴을 감싸 쥐고 절망했다.

이게 뭐야.

이게 그 아텐 테르스트야?

아스터로 플레이할 때 보여준 그 냉엄한 아텐은 어디 갔냐고.

“그러면 아텐, 전학하자마자 바로 여기로 온 거야? 그럼 잠은 어디서 자?”

“어제부로 근처에 저택을 마련해두었습니다.”

“그러면 여기 뭐가 있는지 잘 모르겠네?”

“네, 개인 비서에게 한 번 설명을 듣긴 했습니다만.”

“그러면 방과 후에 나랑 쇼핑하지 않을래? 내가 쭉 안내해 줄게!”

……대화가 연결이 되긴 하는데, 그야말로 부자와 서민의 대화였다.

내용은 이해가 가는데 스케일이 납득이 안 된다.

“음, 죄송합니다만 쇼핑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야 그렇겠지.

아무리 그래도 처음 보는 여학생과 쇼핑을 가진 않을 것이다.

근데 그렇게 말하면서 아텐은 날 쳐다보고 있었다.

……뭘 봐.

“왜냐면 저는 방과 후에 프론디어 씨와 동행할 거라.”

“……네?”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들어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물었다.

사이벨은 입을 벌린 채 날 보았다.

“프, 프론디어. 너 대단하다?”

“무슨 의미로 한 말이냐?”

무슨 의미든 간에 틀렸다 너?

‘아니 얘랑 얘기할 때가 아니잖아.’

정신을 차린 나는 아텐에게 말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아텐 님. 설마 방과 후에도 저를 따라다니실 거란 말입니까?”

내 말에 아텐은 냅킨을 집어넣고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프론디어 씨, 그게 아니죠.”

아 역시?

방과 후에 계속 따라다니는 건 아니지?

내 기대에 부응하듯, 아텐은 나긋하게 말했다.

“좀 전에 말했듯 저는 그저 콘스텔의 1학년이기에, ‘님’ 자를 붙일 필요는 없습니다.”

“야!”

“그렇다고 갑자기 그런 호칭으로 불리는 것도 좀.”

왜 대화가 통하질 않냐?!

* * *

-아스터, 프론디어 드 로아흐를 조심해라.

아스터는 생각에 잠겼다.

성소에서 마주한 발두르의 말.

‘무슨 뜻이지?’

아스터는 소문과 평판에 휩쓸리지 않는다.

자신의 눈과 귀를 더 믿는 편이다.

그 판단은 틀린 적이 없다.

프론디어 또한 그랬다.

‘인간늘보’ 어쩌니 해도, 실상 마주해서 몇 번 대화를 나눠보고, 같이 던전을 탐험하면서 그의 됨됨이는 충분히 알았다.

프론디어는 제대로 된 인간이다.

적어도 인간늘보라는 치욕적인 별명을 붙일 정도는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게으르면서 성실한 척하는 이들, 무능력한 주제에 뻗대는 사람들을 훨씬 많이 봐왔어.’

아스터는 콘스텔 내에서 프론디어를 가장 고평가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때문에 발두르의 말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신력의 주인인 발두르의 말을 허투루 넘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프론디어를 조심하라는 말은, 간단히 생각하면 프론디어가 내 적이라는 소리잖아.’

그러나 프론디어에겐 도움만 받아왔다.

가짜 미스틸테인 사건부터, 던전 탐험까지.

던전은 사실 미스틸테인 사건의 보답으로 동행을 권한 건데, 오히려 프론디어를 더 고생하게 했다.

그 와중에 사이벨을 구해준 것까지.

‘프론디어가 내 적이라면 어째서?’

일부러?

나를 속이기 위해?

그도 아니라면, 나는 신을 믿지 말아야 하는가?

아스터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아스터는 발두르의 신력이 없이도 충분히 강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 스스로가 발두르의 힘을 받았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잘 알고 있다.

신이 실존하는 세계.

신의 발언을 믿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무거운 일인지, 아스터는 충분히 체감하고 있었다.

“아스터, 아스터.”

아스터는 부르는 목소리에 상념을 접었다.

앞에서 같은 반 친구인 루니아 프리셀이 아이스크림을 내밀고 있었다.

“초코?”

“……어, 그래.”

아무거나 상관없었던 아스터는 무심코 아이스크림을 받았다.

루니아는 딸기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물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음, 루니아, 프론디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으윽, 또 프론디어. 요즘 걔 얘기만 하드라. 안 그래도 걔 때문에 여기 온 거 잊었어?”

그렇다.

시작은 사이벨 포르테가 하급던전 입장권을 획득했을 때였다.

당시 사이벨은 아스터를 지명했고, 아스터는 프론디어를 지명했다.

“너가 그러지만 않았어도 나도 던전에 같이 갈 수 있었는데!”

“그래서 사죄의 의미로 이렇게 쇼핑 따라왔잖아. 그리고 던전 보상 별거 없었어.”

의미 있는 거라곤 성소뿐이었는데,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 신력이 있는 사람뿐이니.

루니아는 신력이 없어 논외다.

하지만 루니아는 그 점이 마음에 안 드는 듯 아이스크림을 문 채 미간을 모았다.

“으움! 바보야! 보상이 문제가 아니라고! 눈치 없긴.”

“……그래?”

‘그럼 던전에서의 전투나 함정 해제 같은 경험을 못 해본 게 아쉽다는 건가?’

아스터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확실히 게임 주인공다운 생각이었다.

“그래서, 다시 묻는 건데 프론디어는 어떻게 생각해?”

“……너도 참 대단하다.”

루니아는 아스터를 어이없다는 듯 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루니아는 생각하는 듯 한쪽 눈을 치켜뜨곤 말했다.

“뭐, 직접 만나본 적이 없어서 뭐라 못하겠네. 평판대로라면 실망이고, 아니라면 그냥 그렇고. 마이너스에서 빵점 사이?”

“엄청 짜네.”

“게으르고, 무능력하다며. 그것도 자기가 명문 귀족이니까 그거 믿고 그러고 있는 거라며.”

루니아는 아스터의 소꿉친구다.

아주 높은 확률로 히로인이 되는 인물.

그렇기에 아스터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인물이기도 하다.

프론디어에 대해서는 아스터에게 많이 들었다.

평판과는 다른 남자다.

책임감과 배려가 있고, 다친 사람을 내버려 두지 않는 제대로 된 남자.

‘듣기는 했지만, 아스터의 말은 반만 믿어야 돼.’

루니아는 아스터에 대해 잘 안다.

아스터는 너무 착하다.

본인 딴에는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자부하지만, 아스터는 아직 진짜 악인을 못 만나봤다.

‘역시 아스터는 내가 옆에 있어야,’

루니아가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그녀는 눈앞의 광경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생각도 멈췄다.

아주 괴이한 광경이었기에.

“……아스터, 내가 그분의 생김새를 말로만 들어서 그런데.”

“응?”

“저 새하얀 사람, 아텐 테르스트 님이야?”

“……뭐?”

그제야 아스터가 앞을 주시했다.

길 건너편에 그야말로 새하얗게 걸어가고 있는 아텐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프론디어?”

“엥? 쟤가?!”

아스터의 중얼거림에 루니아가 놀라서 되물었다.

아텐 옆에서 걷는 저 남자가 프론디어라고?

저 졸려 보이는 얼굴이?

소문대로네!

‘게다가 아텐 님이 쟤 뒤를 졸졸 쫓아다니고 있잖아.’

저게 뭔 상황이야?

“응?”

그때 프론디어가 이쪽을 보았다.

그는 아스터를 발견하고 손을 들었다.

“여어, 아스터.”

그 허물없는 태도에 루니아가 조금 당황했다.

얘기만 들어서 몰랐는데, 아스터랑 진짜 친해졌나 보네.

“프론디어. 옆에는, 아니, 뒤에는 누구셔?”

“아, 보면 알겠지만.”

프론디어가 아텐을 소개해 주려던 순간, 그의 손이 멎었다.

아텐의 싸늘한 얼굴 때문이었다.

“……아텐?”

프론디어가 그녀를 불러보았지만, 아텐은 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차가운 눈빛은 아스터를 향하고 있었다.

그때 프론디어는 떠올렸다.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을.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그저 그의 ‘관점’이 틀렸다는 사실을.

──아스터로 플레이를 하고 처음 아텐을 마주하면.

언제나 그녀의 냉엄한 눈동자와 마주한다.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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