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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81

EP.380 15. 프랑켄슈타인의 후계자 (34)

베티가 자신의 업보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동안 원더스타인은 천막 뒤편에 마련된 별실을 뒤지고 있었다. 혹시 트릴에 대한 다른 단서는 더 없는지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수확을 얻을 수 있었다. 바로 그녀가 마법진을 그리는 데 참조한 것으로 보이는 연구서였다.

그것을 넘겨본 원더스타인은 마치 TTT의 설정집을 읽는 기분을 느꼈다. 그곳에는 트릴의 제조법, 데볼루트 조작법, 원더랜드 지하의 비밀 등 TTT의 핵심 줄기와 관련된 내용이 가득 실려 있었다.

그는 특히 데볼루트를 이용한 인공 사도 창조법에 눈이 갔다. 그곳에 그려진 인체 해부도는 총 4명의 인물을 가리키고 있었다.

머리에는 토끼 귀, 다리에는 토끼 발이 달린 여자. 등에 까마귀의 날개가 있는 여자. 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 그들이 원더스타인의 누이인 세 마녀라는 것은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하나 남은 남성의 해부도. 그가 누구인지는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진화연구소를 통해 지금까지 수천 번은 살펴본 몸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금 자신이 깃든 몸이었다.

각 창조물의 머리맡에는 대상이 어떤 마신의 힘을 지니고 있는지 적혀 있었다. 세 마녀의 경우는 원작에서 누구누구의 사도라고 이미 소개되었었기에 별로 놀랍지 않았다.

원더스타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명확히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예상했던 것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는 키르쿠스의 인공 사도였다.

네 남매의 창조주가 있었다니?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그는 연구서에 적힌 저자의 이름을 몇 번이나 곱씹어 봤다. 프랑켄슈타인 박사.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게 없었다.

원작에서 한 번도 언급이 없었던 인물이었다. 공동 저자이자 그의 조수로 명기된 ‘이고르’라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연구서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두 사람은 트릴 트릴로의 진짜 흑막이나 다름없었다. 어쩌면 발매 예정작이었던 트릴 트릴로4에는 이들이 나왔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연구서에 한참 몰입하던 중에 갑자기 밖에서 소란이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뛰어나온 그는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중심에는 상반신만 남아 두 팔로 땅바닥을 어기적거리고 있는 베티가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의 질문에 앵무새 에드워드가 답했다.

“베티가……움직이지도 않아서 이제 죽었구나 싶었는데……마, 마지막 힘을 짜내 자기 몸을 저기에 던졌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저렇게…….”

마법진 위에 있던 뼛가루들이 붉은빛을 발하며 베티의 가슴으로 모여들었다. 그것들이 집결하고 있는 곳은 그녀의 갈라진 몸뚱이 사이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붉은색 보석이었다. 그녀의 몸이 동강 나면서 아까 삼킨 트릴의 파편이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원더스타인은 직감적으로 저것을 마법진 안에 두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트릴을 빼내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마법진의 영역에 팔을 집어넣은 순간, 그의 손은 순식간에 모래처럼 변해 녹아버리더니 보석이 잠겨 있는 검은 늪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건?”

그는 그제야 트릴을 중심으로 꿈틀대고 있는 검은색 덩어리가 피와 장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것은 이 세계에 뚫린 구멍이었다. 어비스로 향하는 통로였다. 일전에 사신이 강림했을 때 허공에 나타났던 커튼과 비슷한 기운을 풍겼다.

“그아아아아악! 제, 젠장! 네, 네놈들 때문이야! 서, 설마 내 몸을 바치게 될 줄은……!”

베티는 목을 어느새 회복했는지 빽빽 고함을 질러댔다. 아니, 그녀의 목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전신에서 근육과 뼈가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의 몸을 원래대로 복구시켜주는 것이 아니었다. 장기와 근육들이 꾸역꾸역 솟아나면서 그녀의 몸집을 마구 불리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순식간에 인간의 형태를 벗어나 버렸다.

“이 마녀가!”

“무슨 수작이냐!”

알렌과 조가 그것을 향해 칼을 휘두르고 내질렀다. 피가 쏟아지며 살과 장기들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공격한 두 사람이 무색할 정도로 잘려 나간 부위는 곧바로 재생되었다. 떨어져 나간 부위도 근섬유가 실처럼 뽑혀 나오더니 원래 몸이랑 뒤엉키며 결합해 버렸다.

“일단 밖으로 나갑시다!”

점점 불어나는 그녀의 몸은 곧 천막을 가득 채울 정도가 되었다. 그들은 서둘러 천막을 빠져나갔다.

원더스타인은 이와 같은 모습을 이전에도 본 적 있었다. 원작에서 총 3번이나 나오는 장면이라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뭐야? 무슨 일인데?”

바람을 쐬러 나갔던 엘라가 소란을 듣고 달려왔다. 그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 무작정 천막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잡고 끌었다.

“왜, 왜 그래? 베티는 어디 갔어?”

“괴물로 변하고 있습니다! 제 예상이 틀렸으면 좋겠지만 저건…….”

원더스타인은 이를 악물었다. 설마 저 모습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원작의 원더스타인은 최종 보스전에서 항상 3단 변신 패턴을 보였다. 첫 번째는 인간 마술사의 모습으로 싸웠고, 두 번째는 전신에 전투 개조를 두른 인간형 괴물의 모습으로 싸웠다. 그리고 두 번째 패턴까지 쓰러트리면 그는 트릴을 부수면서 그 가루들을 흡수해서 초거대 괴물로 변했다.

-내 진정한 모습에 절망하라!

항상 존댓말을 쓰던 원더스타인이 그 순간부터는 반말을 썼다. 그 3번째 패턴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보통 이렇게 불렸다.

‘마왕 모드’라고.

원더스타인의 첫 번째와 두 번째 패턴은 매번 비슷한 전투 양상을 보였지만, 마왕 모드만은 매번 다른 모습으로 나와 강렬한 개성을 뽐냈다. 사실상 그의 최종 비기로 여겨졌기에 설마 베티가 저걸 쓰리라고는 그는 상상도 못 했다.

쿠웅. 산을 들었다 놓으면 이런 소리가 날까. 베티의 천막을 중심으로 땅거죽이 들썩이며 균열이 사방으로 쩍쩍 뻗어 나왔다. 도시의 견고한 지층이 종잇장처럼 찢어졌다. 호랑이와 표범을 비롯하여 몇 마리의 동물들이 애처롭게 울부짖으며 절벽 틈새로 굴러떨어졌다.

“맙소사.”

뒤를 돌아본 엘라는 발을 멈춰 섰다. 그녀를 붙잡고 달리던 원더스타인도 등 뒤에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존재감에 걸음을 멈추고 그곳을 바라봤다.

밤이었지만 그들은 불과 몇 초 전보다 주변이 더 어둡게 변한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어림잡아 대략 수십 미터 높이를 가진 거대한 무언가가 달빛과 별빛, 그리가 도시의 가로등 불빛을 가리며 솟구쳤다.

베티가 있던 천막은 이미 형태를 찾아볼 수 없었다. 무언가에 짓눌려 납작해진 개들의 사체만이 아까 그들이 들어갔던 천막이 그곳에 있었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었다.

“그와아아아아!”

현악기 초보자들이 모여 합주를 하는 것 같은 찢어지는 소리가 수십 미터 위에서 터져 나왔다. 어둠 속에서 엘라는 놈의 희미한 윤곽만 가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원더스타인은 그것의 모습을 머릿속에 똑똑하게 그릴 수 있었다. 그는 이전에 이와 같은 생물을 한 번 본 적 있었다.

TT2의 마지막 전투가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때의 원더스타인이 취했던 모습이 저 괴물과 같았다.

그 순간, 갑자기 주변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것은 광장 방향에서 터져 나온 빛이었다. 뒤이어 들리는 화약 터지는 소리로 보아 공연의 피날레 단계인 폭죽 쇼로 들어간 듯했다.

폭죽에서 나오는 빛 덕분에 야영장에 있는 사람들은 하늘을 향해 수십 미터 길이로 뻗은 생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세상에…….”

“저게 뭐야…….”

그것은 피와 살과 뼈로 된 갑주를 두른 거대한 붉은색 지네였다. 놈은 주변을 둘러보며 무언가를 찾는가 싶더니 한 쪽 방향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바로 폭죽이 터지고 있는 곳이었다.

***

칼디르 광장에서 벌어진 소요는 얼마 가지 않아 진정되었다. 은막 서커스단의 단장과 부단장이 나와서 관객들에게 허리 숙여 사과하며 모든 피해배상을 약속한 덕분이었다. 심각하게 다친 사람이 없는 것도 한몫했다.

간신히 상황을 정리한 일곱 서커스단의 대표는 무대 뒤에 모여서 긴급회의를 했다. 원래라면 일곱 번째 순서인 빌리 앤 베티가 공연을 이어서 하는 것으로 분위기를 수습해야 했다. 그러나 하필 단장인 베티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마지막에 하려고 했던 폭죽 쇼를 급하게 땜빵 용으로 투입하고 말았다.

“빌리 앤 베티는 무리라던가?”

“힘들다는군. 오늘 공연은 베티 단장이 전적으로 준비했다고…….”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이러면 단장들이 올라가서 뒷정리 토크쇼 같은 거를 할 수밖에 없나?”

“베티가 안 오면 그렇게 할 수밖에요.”

“끙. 하필 마지막 날에 이런 사고들이 연달아 터질 줄이야.”

“이런 날도 있는 법이지. 아르노 단장님도 상심하지 마십시오.”

아르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마법사다운 냉철함을 보였다.

그러나 그 속에 있는 루미는 상당히 울적해 있었다. 단순히 은막의 평판이 떨어졌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다. 팔이 부러지고 칼에 배를 찔린 것도 견딜 만했다. 그러나 마음에 입은 상처가 치명적이었다.

베티의 명령에 굴복해버린 자신의 몸뚱이가 너무 미웠다. 그것에 저항하지 못한 자신의 나약한 정신이 경멸스러웠다. 마음 같아서는 환상을 만들어내서 마구 자신을 베고 찌르고 싶었다.

겨우 이겨냈다고 생각한 인간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 밀려왔다. 이제 앞으로 계속 서커스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 그러면 나가 봅시다.”

곧 있으면 폭죽 쇼도 끝난다. 회의를 마친 단장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루미도 마음을 다잡고 따라 일어섰다. 그래도 20년 동안 서커스단을 운영해온 경험치는 어디 가지 않았다.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됐든 일단 지금 일부터 수습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들이 막 밖으로 나가려는 그때, 무언가가 천막 안으로 날아 들어왔다. 그것은 갈색의 깃털을 가진 매였다. 루미는 녀석을 알아봤다.

“첸 호크?”

루미는 원더스타인을 제외하고 호크의 정체를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그녀는 아르노의 환상을 조작해 매와 대화를 나누는 척하면서 본체로는 매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혼으로 직접 소통을 나눴다.

-당신이 여긴 무슨 일이야? 그 녀석이 보낸 거야?

-그렇다네. 그의 말을 전하러 왔네! 어서……어서 높은 곳으로 도망치게!

호크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거대한 괴물이 오고 있네!

-응? 괴물?

-그래.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그건 원더랜드 지하에서 봤던 키르쿠스와 같은 기운을 내뿜고 있어. 잠든 혼돈에서 비롯된 존재라고!

호크가 루미에게 소식을 전하고 있는 무렵, 원더스타인도 단원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모두 당장 주변 건물 중에서 제일 높은 곳으로 올라가세요!

-단장님?

-제자야, 그게 무슨 소리냐?

-엘라 누나는 찾았어요?

-그래. 나 여기 있어! 알렌도 조도! 그러니까 빨리 올라가기나 해! 소리 안 들려?

-소리? 무슨 소리?

단원들은 두 사람의 말에 어리둥절해했다. 아까부터 무대 뒤에 설치된 대포가 뻥뻥 지축을 흔들면서 폭죽을 쏴 올리고 있었고 무대 위에서는 합주단이 축제의 마무리에 걸맞은 신나는 곡을 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광장에 있는 사람들은 이곳으로 다가오는 거대한 진동의 존재를 느끼지 못했다.

-지금 지네 괴물이 그쪽으로 가고 있단 말이야!

-지네 괴물이라니?

-핫핫, 유라크네 씨의 파트너를 찾았군요?

스벤이 농담을 했고, 단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이 이렇게 느긋하게 구는 이유는 아까 엘라를 수색하면서 빌리 앤 베티의 단원들에게 오늘 있을 프로그램 내용을 대강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엘라는 베티와 함께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깜짝등장 한다고 했다. 높은 곳으로 빨리 올라가라는 그녀의 명령은 지금부터 자신이 벌일 쇼를 놓치지 말라는 뜻으로밖에 안 보였다.

-아이고, 우리 부단장님 애 많이 타나 보네.

-그래서 그 지네 괴물은 어디서 오는데?

-아, 씨, 진짜, 왜 이리들……호수 방향! 놈은 호수 방향에서 가고 있어!

단원들의 시선이 엘라가 말한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순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그곳에 서 있던 건물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매캐한 황색의 안개가 광장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그 뿌연 연기 속에서 수십 미터 길이의 거대한 지네가 몸을 일으켰다. 스벤의 턱뼈가 쩍 벌어지더니 떨어져서 바닥을 굴렀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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