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381

377. 레나 Ep – 혈통

‘내가 또 왜 이러지?’

그녀는 자기가 한 행동의 이유를 몰랐다. 서둘러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양 무릎은 땅에 달라붙은 듯 움직이질 않았다.

당황하며, 레라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릎과 마찬가지로 공손하게 굽혀진 허리가 펴지질 않아서 그녀가 볼 수 있는 건 양옆과 뒤, 그리고 가까운 정면뿐이었다.

눈알을 굴려 보니 주변의 사람들 모두가 무릎을 꿇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바로 오른편만큼은 누군가의 다리에 가려져서 볼 수가 없었으니…

“레라, 긴장하지 말고 천천히 몸을 풀어. 일어설 수 있어.”

레이의 다리였다. 그는 멀쩡하게 서 있었다. 울컥, 레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

[ 약혼관계 레나의 진명을 알고 있습니다. 그녀에게 {마나 육체}가 부여됩니다. ]

억지를 쓰니 몸을 조금씩 움직일 수 있었다. 그녀는

‘레이가 서 있으면 나도 서 있어야 해!’

─ 자존심에 입각한 오기로 무릎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누군가가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아마도 레이일 것이다. 그가 모두를 응원하듯 고함쳤다.

왁하-!!

워우! 하!!

가슴 깊이서 용기가 샘솟는다. 난 할 수 있다. 으으윽, 허리를 펴니 상쾌한 성취감마저 들었다.

“잘했어.”

“잘하긴. 근데 왜 이런 거야?”

레라는 그제야 제대로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다. 사제님들, 귀족 나으리들, 기사들과 근위병들, 왕궁의 사용인과 심지어 왕족들까지,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몸을 일으키려 애쓰고 있었다. 레이가 답했다.

“모르지. 하지만 내가 보기엔 마법 같아. 봐봐. 기사들이 그나마 잘 일어나잖아.”

그의 말대로였다.

사제를 포함한 거의 모든 인원이 상체만 좌우로 버둥거릴 뿐 일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조금이라도 몸을 일으킨 건 기사들이었다.

그 말인즉슨 우리의 적은 마법을 부릴 줄 안다는 건데… 레라는 어이가 없어서 혀를 차고 말았다.

“그럼 저건 너무한 거 아니냐? 마법만 부릴 줄 아는 게 아니잖아.”

그녀가 손가락질한 전방에서는 두 사람이 격돌하고 있었다.

하나는 조금 전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소년이고, 다른 하나는 (악신으로 추측되는) 카로만 드 타탈리아 왕이었는데, 왕은 마술뿐만 아니라 무술에도 조예가 깊은 듯했다.

호선을 묵직하게 그려내는 창날.

왕은 아주 오래된 창술을 쓰고 있었다. 몸을 회전하는 등의 과도한 동작을 배제하고 오직 팔과 허리, 다리만을 활용해 창을 회전시켰다. 그것만으로도 오러블레이드를 휘두르는 상대를 압도하고 있다.

물론, 정체불명의 소년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때때로 휘파람을 불었고, 허공에서 거대한 흑마가 튀어나왔다. 흑마는 왕을 짓밟으려 들었다.

그때마다 악신은 허공에 떠 있는 창을 사용했다.

수백 개의 창 중 하나가 쏜살같이 날아가 흑마를 찔렀고, 흑마는 구슬픈 울음을 내며 사라졌다. 그러나 소년이 다시 휘파람을 불거든 언제 다쳤냐는 듯 다시 튀어나와 왕에게 발길질을 가했다. 그 덕분에 소년이 버텨내는 거로 보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소년의 응전은 막바지에 달했다. 탐색이 끝났는지 왕이 성난 목소리로 고함쳤다.

“넌 레오넬이 아니다. 너는… 이 세상 사람조차도 아니로구나!”

저 소년이 대답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다. 소년의 대답은 들리지 않고, 악신의 고함이 이어졌다.

“너는 왜 여기 있느냐? 아니다. 더러운 주신의 화신을 불러온 것이 네놈이었지. 방해하지 말고 꺼져라! 레이시아는 내놓고!”

“그, 그렇겐 못 해!!”

마지막 아직 앳된 목소리가 귀에 잡혔다. 어쩐지 어디서 들어본 것도 같은데… 레라는 고개를 가로젓고는 외쳤다.

“누군진 몰라도 아군이잖아! 도우러 가자!”

그녀와 비슷한 생각을 한 기사가 많았나 보다. 어렵사리 몸을 추스른 기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달려갔다. 왕의 눈이 빛난 건 그 순간이었다.

“충성의 맹약! 반역 처단!”

푸왁! 사방에서 피가 터졌다. 기사들은 당황해 어쩔 줄을 몰랐다.

함께 달려가던 근위기사들이 확 돌아서더니 같은 편을 벤 것이다.

기사들이 왜 이러냐며 고함쳤지만, 동공이 하얗게 빈 그들은 차분하게 검을 놀릴 뿐이었다.

“이 자식들이…! 이익!”

“뒤! 뒤! 조심해!”

그뿐만이 아니었다. 무릎을 꿇은 채 일어나지 못하고 있던 근위병들도 합세했다. 왕은 그 틈에 영창을 연달아 쏟아내었다.

“제국의 규율! 오르빌 서약! 황실 초대! 의회 소집! 하하하하하!”

육칠십 명쯤 되는 근위기사와 천 이백 명쯤 되는 근위병들의 어깨에 황금빛이 내려앉았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바깥에서는 오르빌의 시민 열 중 하나가 병사로 징집됐으며, 일부 왕족들과 귀족들이 무릎을 털고 일어났다.

흉험하게 빛나는 황금빛.

왕족과 귀족이 뒷받침하고, 근위기사와 근위병을 필두로 하는 제국의 군단이 위용을 갖추기 시작했다.

레라는 왕이 의기양양하게 미소 짓는 걸 볼 수 있었다.

누군가가 지팡이를 들어 올리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 * *

“저, 저 빌어먹을 복제품 년이!”

레아는 아스타로트 대공이 열불에 받쳐 악을 지르거나 말거나 개의치 않았다. 지팡이가 이끄는 대로 팔을 놀려 사방을 점거하였다.

마나가 꽁꽁 얼어붙는다. 이제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으리라.

아스타로트 대공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는지 창으로 바닥을 마구 두들겨댔다.

그것도 그럴 것이, 마법이 대번에 풀리면서 이지를 잃었던 근위기사와 근위병들이 정신을 되찾고, 황금빛으로 솟구치던 제국 의회는 불러낸 보람도 없이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허공에 떠 있던 수백 자루의 창도 마법으로 부유하고 있던 것이었는지 땅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형편없이 무력화된 것이다.

레아는 그 틈을 타 소리쳤다.

“지금이에요! 거기, 도망쳐요!”

이름이 민서라고 했던가. 대공과 싸우던 소년이 레리아나 공주를 끌어안고는 뒷걸음질 쳤다.

용감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다가온 그는 벌벌 떨고 있었다.

“레리아나! 괜찮아? 레아 씨. 제 동생에게 축복을 내려주세요.”

“호들갑 떨지 마세요, 왕자님. 공주님께서는 그냥 놀라서 기절하신 것뿐이에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에이. 그냥 축복을 내려주는 게 속 편하겠다.

레아는 건성으로 공주를 축복해 줬다. 사실 그녀는 이쪽보다는 레브와 민서라는 자의 만남에 더 관심이 있었다.

레브와 몇 번의 생을 동고동락한 사람이라고 했으니, 무척 반갑겠지?

보자마자 얼싸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잉? 그들은 서로를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 있었다.

어… 저기요?

얘들아?

레아는 의아해하면서도 끼어들진 않았다. 이내 둘 사이에서 흐르는 복잡한 공기를 포착해냈다.

부끄러워하고 있다- 아니, 미안해하고 있는 건가? 서로한테?

둘도 없이 친한 친구가 의절했을 때, 그러고는 몇십 년 만에 다시 만났을 때 이러지 않을까 싶다.

“…”

“…”

다행히 레브가 짊어진 마음의 짐이 덜 무거운 것이었는지, 레브가 먼저 행동했다.

그는 악수를 청했고, 민서는 그걸 두 손으로 받았다. 레브도 곧장 두 손으로 그의 손을 맞잡았다.

행동은 봇물 터지듯 커져서 이내 그들은 와락 얼싸안으며 서로의 등을 주먹으로 쿵쿵, 두드렸다.

레아는 두 사람의 눈에 눈물이 맺힌 걸 보았지만 못 본 체했다. 뭐가 저렇게 미안하고 서러운 걸까. ─ 그녀로서는 알 수 없었다.

그때였다.

아스타로트 대공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보니 대공은 이번엔 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삿대질하고 있었다. 주신의 네 화신께 분통을 터뜨리는 거로 보인다.

“하! 나더러 룩 떼고, 비숍 떼고, 나이트 떼고 싸우라는 것이로구나! 예나 지금이나 더러운 놈들… 좋다! 원하는 대로 해주마!”

왕이 창을 허공에 ‘놓았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장식장에 진열하듯 세워놓더니 우리를 향해 팔을 크게 휘저었다. 그 행동에 움찔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우리에게 어떤 해를 가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바닥에 떨어져 있던 수백 자루의 창이 고요히 떠올라 허공에 빼곡히 진열되었다.

레아는 “어라?” 다시 지팡이를 휘둘러봤지만, 소용없었다. 이번에는 마법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아스타로트가 드디어 본인의 귀하디귀한 신력을 소모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스타로트는 창을 허공에 걸어놓고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어?”

“뭐, 뭐야? 없어졌다!”

왕은 문자 그대로 잿가루가 날리는 것처럼 몸이 붕괴하더니 자취를 감췄다.

천장이 뻥 뚫린 왕궁 홀.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끝났나?

이렇게 허무하게?

의문이야 어찌 됐든, 부상자를 사제님들께 실어 나르는 이가 생겼다. 악신에게 정신없이 달려드느라 엉망이 된 오와 열을 맞추려는 근위병 상관들도 있었다.

그리고, 화가 난 귀족들이 말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오, 레안 드 예리엘 왕자. 전말을 밝히시오.”

사람들은 수습을 원했다. 방금까진 명백한 적이 눈앞에 있었기에 한마음으로 뭉쳤으나, 적이 사라진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분열의 조짐이 보인다.

아군을 향해 칼을 휘둘렀던 근위기사, 근위병들로부터 기사들이 거리를 벌리고, 귀족들은 이 사태로 인한 파장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추기경과 성전사, 사제들도 웅성웅성 시끄럽긴 마찬가지였다.

“레아 씨. 잠시만 레리아나를 맡아주세요.”

하지만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음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레안 드 예리엘 왕자님이 나서서 사람들을 진정시키려 하는 순간이었다.

“왕이 미쳤다! 왕당파 놈들. 이건 왕당파의 흉계요!”

고성이 터졌다. 누군지는 알 수 없으나, 귀족들은 대번에 어느 편의 사람이 외친 것인지를 판단하였다.

소드마스터 파벌이 서로를 돌아보았다. 그러고 보니… 백작님!

“헤르만 포르테 백작님! 백작님은 무사하시냐!”

절레절레.

포르테 백작은 저 멀리 돌무더기 사이에서 발견됐다. 그가 그 거대한 괴물에게 맞서 싸우던 모습을 회상하며, 소드마스터 파벌의 귀족들은 눈물지었다. 울분에 차 소리 높이는 이도 있었다.

“개 같은 왕당파 새끼들!”

하지만 그것이 칼부림할 이유로 충분했을까? 한 소드마스터 파벌의 청년 귀족이 과한 행동을 했다.

주변에 둥둥 떠 있는 붉은색 창을 붙잡더니 왕당파의 귀족을 찌른 것이다. 기사가 막아섰으나 그는 창을 기묘하게 놀려 제쳐내고는 기어이 원하던 바를 이뤘다.

“으악!”

피. 그리고 죽음.

창을 휘두른 그 청년 귀족 본인도 놀란 듯했다. 하지만 상기된 표정으로 창을 들어 올리며 선동했다.

“싸웁시다! 왕당파의 흉계가 명백해진 지금 무엇을 망설이시오!”

“이게 무슨 짓거리냐!! 흉계라니!”

“우리 쪽도 타티안 후작님이 돌아가셨다! 얼토당토않은 소리 마라! 어? 자네 뭐 하는 건가? 잠깐!”

이번엔 왕당파의 귀족이 사방에 널린 붉은 창을 붙잡곤 소드마스터 파벌의 사람을 찔러버렸다. 그 직후 그도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잠깐! 잠깐! 멈추시오! 다들 멈…”

레안 왕자가 팔을 휘저으며 소리를 높였을 땐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죽여!” 기사에게 명령하는 이가 속출하면서 사방에서 칼부림이 벌어졌다.

한편 이 아리송한 사태는 십자교회의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도 발생하고 있었다.

부상당해 치료를 받으러 온 어느 근위병이 사제를 찔러버린 것이다. 병사는 칼을 떨구곤 당황해서 허둥거렸다.

“무슨 짓이냐!”

“제, 제가 한 일이 아닙니다요!”

병사는 성전사에게 순식간에 제압당했다. 그러나 근처에 있던 다른 부상병이 그 성전사를 찌르면서, 사태가 긴박해졌다.

“사제님들은 즉시 부상병들에게서 떨어지세요! 햄릿, 부상병들더러 뒤로 물러나라 해 주세요.”

오필리아 사제가 말했다. 그런데 그 순간, 그녀의 눈이 부릅떠졌다.

“오, 오필리아!”

“…”

햄릿 올덴부르크, 근위기사단장이 그녀의 목에 칼을 박았다. 오필리아는 자신의 옛 연인을 황망하게 올려 보았다. 마지막으로 눈을 마주치며 감싸주었다.

“이건… 당신이 한 게 아니…”

절규가 울렸다. 곳곳에서 고함과 저의 무고함을 알리려는 당혹스런 외침이 울려 퍼졌다.

분열로 인한 전투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레아는 레리아나 공주를 부둥켜안은 채 애가 타서 발을 동동 굴렀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레브, 사람들이 왜 저러는지 알아?”

“나도 몰… 앗!”

레아는 순간 숨을 삼켰다. 레브가 그녀를 향해 칼을 찔렀기 때문이다. 그녀의 얼굴로 날아든 칼날은…

“윽!”

귓가를 지나쳐 어느새 그녀의 뒤에 다가와 있던 병사를 찔렀다.

레아는 뒤를 돌아보았다. 피가 터져서 시야를 가리는 가운데, 그녀는 보고 말았다.

창을 움켜쥔 병사의 눈이 검붉게 타오르고 있던 것을.

히쭉. 아스타로트 대공이 그 안에 있었다. 아니, 있었었다. 무고한 희생자만을 남긴 채 그는 다시 사라져버렸다.

과거, 레오넬이 지은 죄.

아스타로트는 레오넬이 그에게 자신의 {혈통}을 넘겨주고, 그 안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해 준 걸 알뜰하게 써먹는 것이었다.

만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레오넬의 피를 이어받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으니까.

육체의 재능을 타고나 신체에 마나가 잘 쌓이는 것이 곧 최초의 소드마스터, 레오넬의 피를 짙게 물려받았다는 뜻이니까.

아스타로트는 그 누구의 몸에도 깃들 수 있었다. 어리석은 백성들아. 내가 사랑하는 인간들아.

너희가 곧 ‘나’이니라.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