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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82

EP.381 15. 프랑켄슈타인의 후계자 (35)

갑작스러운 괴물의 난입에 광장은 삽시간에 혼돈의 도가니로 변했다. 사람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앞다투어 광장의 출구를 향해 달렸다.

그 혼란 속에서 서커스단의 단원들은 인파의 흐름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들은 각자 근처에 있는 높은 건물 하나를 골라서 계단을 뛰어올랐다.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한 것은 원더스타인과 엘라가 지금 광장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괴물 주변에 자욱하게 낀 누런 안개는 놈의 배에서 나오는 마비 가스였다. 그것을 들이마신 사람들은 몇 초 지나지 않아 전신이 뻣뻣한 나무토막처럼 굳어서 바닥에 쓰러졌다.

지네는 광장보다 높은 지대에서 광장으로 내려왔다. 그러다 보니 광장 위쪽 거리에서는 아까 뿌려둔 가스가 밀려 내려오고 있었다. 지금 그곳으로 달아나는 것은 마비 구름 안으로 곧장 뛰어드는 것과 같았다.

단원들이 하나둘 건물의 옥상에 도달했을 때쯤 과연 광장의 출구로 마비 가스가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찍이 그쪽으로 빠져나갔던 사람들은 이미 골목 어디선가 가스를 흡입하고 바닥을 나뒹굴고 있을 것이다.

원더스타인의 지시 덕분에 그들은 거기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단원 중에 그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는 이는 없었다. 다들 두려운 눈으로 광장 중앙에 우뚝 솟아 있는 존재를 올려다봤다.

-맙소사, 도대체 저게 뭐죠?

-설마 저 지네가 빌리 앤 베티에서 준비한 동물은 아니겠지?

현재 괴물 지네는 그 파괴적이었던 등장과 다르게 얌전히 서서 불꽃이 터지는 것을 감상하고 있었다. 하늘을 넋 놓고 바라보는 녀석의 모습은 그 흉악한 생김새와 이 광장의 참상만 없었더라면 불꽃놀이에 정신을 빼앗긴 어린애 같다고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가스가 광장의 입구가 가스로 봉쇄되자 남아 있던 사람들은 부랴부랴 무대 쪽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곳의 통로는 매우 좁았기에 가스가 밀어닥치기 전에 다 빠져나가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가스가 점점 광장을 채우는 것 같은데.

-우리가 있는 곳까지 올라오는 거 아닐까요?

단원들의 걱정을 들은 원더스타인은 재빨리 그들을 안심시켰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독 구름은 공기보다 무거워서 아래로 가라앉는 성질이 있습니다. 무대 쪽이 지대가 낮으니까 아마 그쪽으로 계속 흘러 빠져나갈 겁니다.

게임에서도 이 광역 마비 공격은 그렇게 대처했었다. 그는 지네 괴물에 대해 몇 가지 주의할 점을 더 전달한 다음 단원 목록을 열었다.

-아, 그리고 잠시……인원 체크를 하겠습니다. 스무 명이나 되는 사람이나 한꺼번에 떠드니까 누가 누군지 분간이 힘들군요.

원더스타인은 채널 전체에 침묵을 적용하고 그들의 이름을 한 명씩 돌아가며 불렀다. 그들은 서로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고개를 돌려 다른 사람들은 어느 건물에 있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마침내 유라크네의 차례가 되었을 때, 그녀는 소리를 빽 내질렀다.

-단장님!

-아, 유라 씨? 무사하신가요? 건물로 올라가셨나요?

-저, 저는 괜찮아요! 올라왔어요! 그런데……그런데 마야 양이…….

-네? 마야 양이 어쨌다고요?

-아직 저 아래에 있어요!

-뭐라고?

-아래 어디?

단원들이 놀라서 광장을 내려다봤다. 그녀를 찾는 일은 매우 쉬웠다. 사람들이 전부 무대 쪽으로 몰려가면서 그녀 혼자 중앙에 덩그러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휠체어에 앉은 채 넘실대며 밀려오는 황색의 안개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저 계집애는!

엘라도 그녀의 모습을 확인하고 소리쳤다. 그녀가 날린 비둘기가 막 광장 상공에 도착한 것이다. 그녀는 스피릿 링크를 통해 비둘기의 눈으로 마야를 관찰했다. 그녀는 분명 모두의 음성을 듣고 있을 텐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마야 누나 거기서 뭐 해요!

-마야 양!

-휠체어 탄 애를 왜 아무도 안 챙긴 거야?

-당연히 평소처럼 날아서 갈 줄 알았지!

-혹시 마력이 떨어진 건 아닐까요?

-설마? 아니, 그래도 손으로 바퀴는 굴릴 수 있잖아!

-괴물을 보고 공황 상태에 빠진 건가?

-대답도 없는 걸 보니 정말 그럴지도…….

-이봐! 정신 차려!

단원들이 아우성을 쳤으나 마야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안개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물론 사람들의 걱정과 달리 그녀는 공황 상태에 빠진 것이 아니었다. 그녀도 원더스타인의 지시에 따라 건물 위로 몸을 피하려고 했었다. 염동력으로 몸을 띄워서 말이다.

그러나 아까부터 마력이 통제되지 않았다. 며칠 내내 간신히 억눌렀던 심마가 또 발작을 일으킨 것이다. 염동력은 그녀를 띄우기는커녕 오히려 그녀의 휠체어를 땅바닥에 단단히 묶어두었다. 팔에 아무리 힘을 줘도 바퀴가 움직이지 않았다.

물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휠체어를 버리고 뛰어가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랬다간 자신이 그동안 꾀병을 부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들통나고 말았다.

만약, 자신이 가짜로 다친 척했다는 것을 알면 단장님은 어떻게 나오실까?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눈빛에 싸늘함이 감도는 것을 상상하면 숨이 턱 막혀 왔다. 그분과 연인이 될 가망도 사라진 마당에 제자로서 버림받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다. 차라리 마비 가스인지 뭔지를 마시고 기절해버리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었다.

단원들은 그녀가 어떻게 그렇게까지 태연하게 굴 수 있는지 몰랐다. 그들은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굴렀다.

-제가 내려가고 싶지만……이미 제가 있는 건물이 가스에 둘러싸여 버렸어요!

-우리도 그래!

-나도!

-내, 내가 가깝긴 한데…….

-아나이스 님의 힘으로는 무리입니다!

-그러면 어떡하죠?

그러는 사이 노란색 운무는 마야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녀는 마력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이만 포기하고 눈을 감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안개 속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더니 누군가 불쑥 튀어나왔다.

“푸핫! 후아, 후아……. 겨, 겨우 통과했다.”

니카는 신선한 공기가 느껴지자 눈을 뜨며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마야는 그녀를 보고 눈을 깜빡거렸다.

그가 여긴 어떻게?

“아나이스 님 다음으로 제가 가까워서……뛰어 내려왔어요, 마야 씨…….”

마야는 소리 나지 않게 이를 꽉 물었다. 하필 와도 얘가…….

“인사는 나중에 하고……일단 여기서 빠져나가죠!”

니카는 그녀를 등에 업고 몸을 박찼다. 노란색 안개는 불과 1m도 안 되는 거리를 두고 두 사람을 놓치고 말았다.

-잘했어! 이 자식! 남자답구먼!

-니카 형 만세!

-핫핫, 멋지군요.

-니카! 니카! 니카!

단원들이 떠들썩하게 니카의 이름을 외치는 가운데 그녀의 시녀인 나타샤만큼 격한 반응을 보이는 이가 없었다. 그녀는 주군의 뒷모습을 눈물을 글썽이며 바라봤다.

‘전하…….’

처음 그가 안개 속으로 뛰어드는 것을 봤을 때는 놀라서 그녀도 당장 뛰어내리려 했다. 같은 지붕에 있던 다른 단원들이 말리지 않았다면 정말 그랬을지도 몰랐다.

황태자는 또래보다 체구도 작고 힘도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 자신도 그 대문에 지금까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왔다.

그녀는 그가 열등감 때문에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은 피하고 자꾸 안으로만 파고드는 것이 안쓰러웠었다. 육체적으로 나서는 일은 자신에게 안 맞는다면서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모습이 안타까웠었다. 그가 갑자기 여장에 취미를 붙였을 때는 그의 마음에 병이라도 든 줄 알고 걱정했었다.

그런데 그는 그녀의 예상을 뒤엎고 당당히 위험 속으로 뛰어 들어가 소녀를 구출해 보였다. 예전에는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과감하고 저돌적인 행동이었다. 그가 입고 있는 복장도, 위험 속에 뛰어드는 짓도 결코 일국의 황태자답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그가 자신의 한계를 깬 것 같아서 기뻤다.

‘역시 대단해! 그 영양제!’

한편, 니카는 별빛의 힘에 감탄하고 있었다. 비록 성별이 전환되는 부작용이 있긴 했지만, 이걸 먹으면 오랫동안 몸을 짓누르고 있던 무언가가 사라진 것처럼 몸에 힘이 펄펄 흘러넘쳤다. 이게 진짜 본인의 육체고 그동안 사실 억압되어 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야는 그의 등에 업힌 채 가만히 그의 뒤통수를 노려봤다. 단장님의 입술을 공개적으로 훔친 소년. 아르노와 더불어 사실상 그녀에게 이번 파피락스를 일으킨 원흉이나 다름없는 존재. 그가 단장님 앞에서 자신을 구했다고 으스댈 것을 생각하니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마법은 인간의 소망, 바람, 기원에서 탄생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체계적인 이론들이 더해지면서 학문으로 발전했지만, 마법의 작동 원리에 마음이 작용하는 것은 여전히 기본이었다.

그러나 마야는 엄마가 죽은 뒤로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이 너무 두려워 마음을 단단히 닫고 지냈다. 겨우 친해졌던 고양이가 세상을 떠난 뒤로 그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그렇기에 그녀는 마음의 작용을 배제한 채 마법을 논리와 계산으로만 익혔다.

하지만 작년부터 그녀의 마음에 걸려 있던 빗장이 풀리면서 그녀의 마법은 그것에 영향을 받아 예측불허로 움직이려고 했다. 사소한 마음의 작용에도 그녀의 마력이 요동치는 것은 그 때문이었다.

-마야 양, 괜찮습니까? 왜 그랬던 건가요? 설마 또 파피락스가 찾아온 겁니까?

-……아니요. 그냥 놀라서…….

그래서 원더스타인이 그에 대해 질문했을 때도 그녀는 솔직히 대답할 수 없었다. 당신 때문에 내 마음이 흔들려서 그렇다고 밝힐 수 없었다.

-다행이군요. 그러면 멀찍이 피해 계세요. 저희도 이제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그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광장 외곽의 어느 건물 지붕 위로 네 사람이 착지했다. 원더스타인, 알렌과 조, 그리고 엘라였다. 그들은 마비 가스가 깔린 거리를 피해 지붕 위를 뛰어온 것이다.

원더스타인은 지붕 위에 서서 베티의 모습을 살폈다. 그녀가 변한 지네의 형태는 확실히 TT2의 마왕 모드와 같았다. 그러나 그 크기는 훨씬 작았다. 이 정도면 자신의 힘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

“이 녀석은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다들 가만히 지켜보고 계세요!”

단순히 육체적인 사양만 놓고 보자면 마왕 모드와 지금의 자신은 차이가 컸다. 그러나 그에게는 게임의 경험이 있었다. 지네의 공격 패턴과 약점을 다 꿰고 있다는 말이었다. 어디를 부수면 될지 놈이 어떻게 대응을 해올지 그의 눈에는 훤히 보였다.

“워어어! 가세요! 단장님!”

“덤벼라! 괴물아! 우리 단장님 진짜 세다고!”

“원더스타인 만세!”

단원들은 응원에 원더스타인은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품에서 보온병을 꺼내 ‘유라크네의 정성’이 깃든 차를 마셨다. 그녀의 가호가 몸에 도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날개를 펼치고 지네의 목에 해당하는 부위로 힘껏 솟구쳤다.

그는 마왕 모드의 공략을 위한 몇 가지 특성을 꺼내기 위해 상태창을 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뭔가 불길한 텍스트가 그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그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멈칫하는 사이 마왕 모드의 방어 패턴이 작동했다.

지네의 목 주위에 마치 개목걸이처럼 자라 있던 가시들이 체액을 내뿜으며 튀어나오더니 그를 향해 날아왔다. 그는 아까 지네의 뒤를 쫓으며 놈의 외골격이 얼마나 단단한지 테스트했었다. 자신의 ‘근육 강도’와 ‘조직 경도’면 저 정도 공격은 그냥 얻어맞아도 상처 하나 없이 받아낼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자신 있게 들어댔던 것이 무색하게 그녀의 가시 공격에 적중당한 그의 몸은 너무나 쉽게 으스러져 버렸다. 그나마 그가 인간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첫 번째 가시에 맞는 순간, 그의 몸이 수백 미터나 멀리 튕겨 날아갔기 때문이다. 덕분에 뒤따라온 가시들의 공격은 피할 수 있었다.

흐릿한 의식 속에서 그는 방금 읽은 문구를 되새기며 헛웃음을 흘렸다.

이름: 유라크네의 정성

적용 대상: 유라크네가 탄 차

효과: [에로스와 타나토스]로 인해 일시적으로 효과가 반전되었습니다. 차를 마시면 원더스타인의 3대 기본 능력치가 1시간 동안 50% 감소합니다.

자원: 유라크네의 호감도 15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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