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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83

EP.382 15. 프랑켄슈타인의 후계자 (36)

유라크네의 마인화 페널티, 에로스와 타나토스.

이 저주는 짝지기 때 암컷 거미가 수컷 거미를 잡아먹는 것처럼 유라크네로 하여금 애정과 파괴 욕구를 혼동하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그는 지금까지 그녀와 잠자리를 함께하면서 몇 번이나 그녀에게 공격당했었다. 깨물고 때리는 것은 예사였다. 칼로 찌르거나 화로에 담겨 있던 부지깽이로 지지는 일도 있었다.

그녀는 그의 육체가 파괴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황홀경에 빠졌었다. 물론 나중에 쾌락에서 깨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눈물을 펑펑 쏟으며 그에게 사과하곤 했지만 말이다.

그는 그것을 가지고 한 번도 그녀를 책망한 적이 없었다. 어차피 그녀의 힘으로 그를 죽이는 건 불가능할뿐더러 그는 상태창을 통해 그것이 그녀의 의지가 아닌 마신의 저주로 인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죄책감에 시달릴 때마다 그는 그녀를 잘 다독여 주었다.

지금까지의 패턴으로 봤을 때, 그녀의 파괴 충동은 그녀의 애정이 충만할 때 나타났다. 자신을 공격한 것도 모두 그녀가 절정에 다다르던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전투 상황인 지금은 왜 저주가 발동된 것일까?

수백 미터를 날아간 원더스타인은 어느 건물의 2층 지붕을 뚫고 떨어졌다. 와지끈하는 소리와 함께 집 전체가 흔들거렸다. 모든 감각이 비명을 질러댔지만, 의식만은 잃지 않았다. 가시에 적중당하는 순간, 탄성력 있는 점액을 입에서 내뿜어 몸을 보호한 덕분이었다.

그는 자가 진단 결과 모든 장기가 손상되고 뼈와 근육 대부분이 파괴되었음을 확인했다. 그는 데볼루트를 투입해 망가진 몸을 즉시 재생시켰다.

그는 몸이 회복되는 동안 왜 ‘유라크네의 정성’에 페널티가 적용되었는지 고민했다. 그리고 몸이 거의 복구되었을 때쯤에는 그 나름대로 가설 하나를 도출할 수 있었다.

자신이 ‘유라크네의 정성’을 발동하고 그녀 눈앞에서 싸운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싸움에 나서는 자신을 향해 그녀가 응원과 격려를 보내는 것은 곧 ‘애정’의 표현이라 할 수 있었다. 그것은 저주의 발현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다. 즉, ‘유라크네의 정성’을 쓰고 그녀가 지켜보는 곳에서 싸우려 한다면 그녀의 차는 자신의 힘을 더해주는 게 아닌 깎아내리는 식으로 작동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다들 아무 일 없습니까?

몸을 완전히 회복한 그는 다시 채널을 열고 단원들에게 말을 걸었다. 걱정 섞인, 울먹거리는, 반가워하는 반응들이 뒤따라 나왔다.

-으아앙, 주인님!

-핫핫, 살아계셨군요?

-보, 보세요……! 제가 뭐, 뭐라고 했어요?

-후후, 아가씨, 방금 울려고 하지 않았습니까?

-으악, 켁켁! 으으, 방금까지 등에 업고 있는 우리 딸의 머리카락이 내 목을 조르고 있었어.

-흑, 으흑, 다, 다행이에요. 정말 다행…….

-단장님, 괜찮으신가요?

-당신 진짜 자꾸 사람 들었다 놓았다 할래? 어휴…….

아무래도 다들 무사한 것 같았다. 그는 단원들이 진정할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가 말을 이어갔다. 그는 자신이 뭔가를 실수해서 1시간 동안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1시간이나?

-네. 정확히 말하자면 56분 남았네요. 지네는 여전히 가만히 있나요?

-아니, 이제 움직이려 하는데? 주변을 둘러보고 있어.

자신이 자극했기 때문일까? 정말 그런 것이라면 낭패였다. 도시 한복판에서 녀석만 한 괴물이 날뛰면 피해가 얼마나 커질지 몰랐다.

물론 그가 놈을 쓰러트릴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기초 장비와 기본 기술만으로 TTT의 모든 보스를 물리쳐 봤다. 시간이 더 걸리긴 하겠지만 지금 몸 상태로도 충분히 같은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작업은 몇 시간은 걸릴 것이고 그 과정에서 수천 명이 죽을 것이다. 아니, 그 정도 시간을 들여서 잡을 바에 그냥 단원들을 데리고 도망치는 게 나았다. 어차피 동이 트면 놈의 힘은 급격히 약해질 것이다. 저만한 힘을 이끌고 현세에 나타난 부작용 때문인지 밤인 지금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몸이 마모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그게 최선일까?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1시간. 딱 1시간만 놈을 저기에 묶어둘 수 있다면…….

-그래서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하면 되는 건데?

엘라의 목소리에 원더스타인은 상념에서 깨어났다. 그러나 딴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그는 순간적으로 그녀가 무엇을 묻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어떻게 뭘 한다는 건가요?

-응? 당연히 저 괴물을 상대로 시간을 끄는 일이지. 1시간만 버티면 된다며?

-네? 그건 어디까지나……잠시만요. 그러니까 여러분이 놈을 상대로 시간을 벌겠다고요?

-물론이지! 그 부탁하려고 말한 거 아니었어?

엘라의 말에 단원들이 너도나도 그렇다고 호응을 보내왔다. 물론 불만을 표시하는 단원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우리가 언제부터 영웅이 된 거야?” 도스빌 남작이 투덜거렸다.-그런 단원들도 하려는 일에 반대할 생각은 없는 듯했다.

원더스타인은 무엇보다 괴물 단원들이 앞장서서 나선 것에 놀랐다. 그들은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그들은 차별받아왔던 기억 때문인지 단원들끼리는 끈끈한 정을 과시했지만, 외부인들에게는 기본적으로 냉담하게 굴었다.

애초에 그들이 원더스타인이 저지른 짓을 보고도 그를 쉽게 동료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도 그들에게 있어서 ‘우리’라는 개념이 일반인들보다 좁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살아온 삶을 고려해 보면 보편적인 인류애 같은 것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도덕에 대한 불신 때문인지 오히려 그가 사회에서 엇나간 사람이라는 것에 점수를 더 주는 것 같기도 했다.

분명 예전에는 그랬다. 마치 보육원 시절의 자신처럼 그들은 세상을 향한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변했다. 원더스타인은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자신 역시 비슷한 경험을 맛보았으니까.

그건 바로 서커스였다. 그것이 그들의 마음에 낀 안개를 걷어준 것이다. 무대에 서서 사람들의 환호와 갈채를 받으면서 그들은 세상을 향한 미움을 지울 수 있었다. 원더스타인은 이제 그들이 TT1에서 봤었던 그 괴물들로 변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는 진심으로 기쁘게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들의 단장이 된 게 자랑스럽군요.

우렁찬 함성을 지르는 단원들을 향해 원더스타인은 마왕 모드를 공략하기 위한 속성 강의를 시작했다.

***

한때 베티라고 불렸던 생물은 불꽃놀이가 끝나자 아쉬운 눈으로 밤하늘을 둘러봤다. 그렇게 하면 하늘에 매달린 별이라도 쏟아져 내리지 않을까 해서였다. 그러나 아무리 달과 별을 노려봐도 그것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주변에 자신을 즐겁게 해줄 새로운 볼거리도 보이지 않았다.

“다, 다른 곳으로……가, 가야겠어…….”

그녀는 다시 이동할 준비를 했다. 이곳 말고 다른 곳이라면 뭔가 더 재밌는 일이 벌어지고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몸을 숙이는 순간, 무언가 거슬리는 것이 그녀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본 그녀는 그것이 갈색 깃털을 가진 매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녀석은 그녀의 눈앞에서 다채로운 곡예비행을 펼쳤다. 그러다가 갑자기 휙 하고 위로 솟구쳤다. 그녀의 머리 역시 그를 따라서 위로 들렸다. 그 순간, 그녀의 약점인 목이 훤히 드러났다.

“지금이다!”

광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미노바의 외침에 따라 대기하고 있던 벤, 우몬, 루엘로가 커다란 창을 던졌다. 그것은 원더스타인이 ‘소품실’을 통해 소환해준 것이었다. 그 능력은 지금까지 그가 접촉했던 물건들을 복제해서 단원들 앞에 바로 대령할 수 있었다.

서커스단 내 괴력 3인방이 던진 창이었다. 그것들은 수십 미터를 화살처럼 쏘아져 나가서 그녀의 목 부위를 적중시켰다. 바로 희미하게나마 베티의 생전 모습이 남아 있는 곳이었다.

“크하악!”

세 자루의 창은 창대까지 깊숙하게 상대의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 피가 왈칵 쏟아져 나왔다. 베티는 뜻밖의 고통에 비명을 질러댔다. 그러나 그것을 치명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저 거대한 크기의 생물에 비하면 저 정도 상처는 손가락 끝이 조금 베인 정도에 불과했다.

“벌레들……주제에……. 여왕님인 나를…….”

지네의 머리가 광장 아래를 향했다. 자신에게 창을 날린 세 사람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다. 그녀는 몸 아래에 있는 촉수들을 움직였다. 짐승의 송곳니처럼 생긴 붉은색 뿔들이 그녀의 몸에서 쑥하고 미끄러져 나왔다. 그것들은 바닷속을 유영하는 뱀장어처럼 흐느적거리며 목표물을 향해 다가갔다.

-그건 ‘네기 수염’입니다. 흐느적거리는 채찍 부분은 신경 쓰지 마세요. 뾰족한 끝부분. 거기만 바라보세요. 그게 1초 정도 멈칫하면서 특정 방향으로 고정되는 순간이 올 겁니다. 거기서 일직선으로 총알처럼 날아오니 그때를 잘 포착하세요.

수십 개의 촉수가 세 사람의 주위를 맴돌았다. 그리고 그것들은 원더스타인이 말한 것처럼 어느 순간 멈칫하는 게 보였다. 그리고 1초 뒤, 그것들은 고무줄 튕기는 소리를 내며 세 사람을 향해 돌진했다. 그들은 원더스타인이 일러준 공략 덕분에 그 공격을 쉽게 피할 수 있었다.

-한 번 피하고 나면 패턴이 조금 어려워질 겁니다. 지금은 수십 개의 촉수가 모두 동시에 멈칫했죠? 하지만 다음부터는 몇 개가 엇박자로 날아올 겁니다. 나중에는 전부 그럴 거고요. 그러니 방심하지 마세요.

트릴 트릴로의 보스들은 상대의 대응을 학습해나갔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패턴을 계속 바꾸었다. 네기 수염의 경우 피하기를 선택하면 방금 말한 것처럼 엇박자를 추가했고, 막기를 선택하면 몇 개의 촉수가 나선으로 뭉쳐서 드릴처럼 회전 공격했으며, 채찍 부분을 자르려고 들면 몇 개의 촉수가 찌르기를 포기하고 상대에게 조르기를 시도했다.

고수들은 지형지물을 이용해 계속 막기를 시도해 촉수들을 모두 하나로 뭉치게 한 다음, 단번에 그것들을 잘라내어 이 패턴의 공격을 아예 봉쇄하는 것을 즐겼다. 그러나 처음 녀석을 상대하는 단원들에게 그런 고난도 공략을 권할 수 없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드릴 촉수의 공격 한 방에 죽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들에게 초보자의 정석을 권했다. 다른 패턴을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중 몇 가지는 공략의 궤를 벗어나는 것도 있었다. 그중 하나는 바로 지네의 등껍질에 계속 공격을 가하라는 것이었다. 지네 마왕에 피해가 잘 들어가는 부분은 원래 배였다. 등껍질을 때리는 것은 게임에서 하등 쓸모없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배는 몇 번 피해를 받으면 몸을 반 바퀴 돌리는‘꼬리 휩쓸기’ 공격을 가했다. 여기서 그런 기술을 쓰게 뒀다가는 광장이 초토화될 수 있기에 그는 단원들에게 배 공격은 자제시켰다.

거기다 지네 마왕은 등껍질을 공격받으면 공격이 들어온 방향을 향해 계속 쳐보라는 식으로 등을 들이대는 성향이 있었다. 그것을 역으로 활용하면 ‘목’에 해당하는 부위를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었다. 바로 공격수들이 배치된 쪽으로 말이다.

지네 마왕은 성가신 광역 공격 패턴을 몇 가지 더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목이 공격당하면 준비 중인 패턴을 취소시키는 ‘경직’이 걸리는 데다가 목표를 특정한 적으로 고정하는 요격 패턴을 사용하기 때문에 광역기를 봉쇄하는 효과가 있었다.

주의해야 하는 건 자신이 일방적으로 공격받는 중이라는 걸 깨달으면 사용하는 ‘지네철도’였다. 그것은 땅속으로 파고들어 사방을 헤집고는 다른 장소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이번 공략에서는 절대로 넘어가게 하면 안 되는 패턴이었다.

마야에게 베티의 공격에 적중당하는 단원들의 환상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할 수 있겠나요, 마야 양? 안 되겠다면 제가 더미 생물을 만들어서 날려도 돼요. 아니면……아르노 단장님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고요. 그분은 단원들을 대피시킨 다음 오겠다고 했거든요.

아르노의 이름을 듣자 그녀는 표정을 차갑게 굳히며 고개를 저었다. 그 남자에게 빼앗기는 자리는 하나만으로 족했다.

-제가 할 수 있어요.

그녀는 옥상에 앉아 지팡이를 손에 쥐고 가만히 정신을 집중했다. 그녀의 마음에 부응한 것인지 아까와 달리 마력은 그녀의 의지에 잘 따라주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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