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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84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384화

111장 고대어(4)

[잔 다르크의 깃발]

•등급 : 전설

•설명 : 잔 다르크가 전쟁에 나설 때 지녔던 깃발. 따로 붙여진 이름은 없으며, 주인이 잔 다르크라는 것으로 이름을 대신한다. 깃발은 잔의 상징이 되어 그녀가 생애 이끌었던 모든 업적과 신앙이 여기에 깃들었다.

신위를 넘볼 수 있는 아티팩트이나, 특성상 사용자가 잔 다르크여야만 능력을 발현할 수 있다.

깃대 끝에는 십자가가 있으나, 그녀가 어떤 신을 믿는지는 현재 알려져있지 않다.

능력 상세 >

– 잔의 성역 : 잔은 생애 전체를 인류를 위해 싸웠다. 영역 내 아군들은 임시의 생명력과 마나를 부여받으며, 인간일 경우 효과가 증폭된다. 반대로 인간을 적대하는 모든 대상의 능력치가 저하된다. 이 효과는 깃발에 가까이 갈수록 양 쪽 다 상승된다. 단, 소유자가 잔 다르크여야 한다.

– 구원의 깃발 : 깃발이 전장 위에 세워졌을 때 아군은 모든 저주가 사라지고 버프를 부여받는데, 이 버프의 종류는 잔 다르크가 결정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소유자가 잔 다르크여야 한다.

나는 직조를 통해 깃발의 설명을 잠시 읽었다.

아서왕이나 멀린과 마찬가지로 잔 다르크 또한 이 세계에서는 이전 세계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인물이다.

잔 다르크의 깃발은 엄청나게 유명하고 상징적인 아이템이다. 무기가 아니기에 적을 처치하는 업적을 담아내진 못하지만 영웅의 강력한 상징물은 그 생애를 담아 효과를 주는데, 잔 다르크의 깃발은 그 대표격이다.

설명은 단순하지만 게임 ‘에티우스’는 특성상 수치가 표시되지 않기 때문에, 설명에서 나오는 버프나 디버프의 효과가 어느 정도로 강력한지는 직접 체험해 봐야 안다.

그리고 에티우스에서는 ‘모든’이라는 수식어는 잘 붙지 않는다. ‘예외가 없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예시로 시구르드의 검 ‘그람’ 같은 경우 ‘대용종 특화’라는 능력이 붙었으나 ‘유니크 이하’라는 조건이 같이 붙었다. 이처럼 어느 능력이든 약간의 조건은 따라붙기 마련. 하지만 이 깃발은 그런 게 없다.

‘아니지. 그 대신 가장 큰 조건이 붙어 있잖아.’

신위를 넘보는 물건임에도 지금은 엑스칼리버보다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잔다르크의 깃발.

이유는 단순하다.

잔 다르크만이 사용 가능하기에.

그녀가 죽고 없는 이 시대, 깃발은 그저 상징으로만 남아 있고 사용할 수 없는 물건이 되었다.

“아쉬워. 하다못해 효과가 반감되더라도 사용할 수만 있다면…….”

이 깃발의 엄청난 능력이 그림의 떡이라는 걸 알고 고개를 들었을 때.

“다 봤니?”

“…….”

내 앞에 한 여자가 있었다.

프론디어도 키가 평균보다 큰 편인데, 내 눈앞의 여자는 나랑 키가 거의 비슷했다. 갈색의 단발, 말랐으나 탄탄한 체구. 또렷한 눈동자가 나를 보고 있었다.

“……설마.”

나는 잠깐 말을 잃고 눈앞의 여자를 보고 있었다.

지금 여기, 이 상황에서 등장할 여자. 단 한 명뿐이다.

허나 그게 도저히 말이 되지 않아서. 내 머리로는 납득할 수가 없는 것이라.

난 내가 무슨 환상에 사로잡힌 게 아닌가 오히려 긴장하고 있었다.

“안녕, 잔느야. 반가워.”

“……네. 프론디어라고 해요.”

나는 잔 다르크의 자기소개를 멍하니 듣고, 멍하니 대답하고, 또 멍하니 그녀의 깃발을 내밀었다.

잔느는 깃발을 받아들고 어딘가 그리운 듯이 살폈다.

이전 세계의 잔느가 어떤 생김새였는지 몰라도, 지금 내 눈앞의 잔느는 여리여리한 느낌이 하나도 없었다. 당차고 올곧은 눈빛과 자세였으며, 한 명의 전사와 같았다.

“흐음.”

잔느는 깃발을 보던 시선을 나에게 향했다.

자연히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 시선을 받은 느낌은 평범한 마주침과는 조금 달랐다.

나를 보았다기 보다, 내 눈과, 눈동자, 동공, 홍채 따위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눈빛이 마주했다는 것보다 더 깊숙한 것을 보는 듯이.

그러고는 잔느는 활짝 웃었다.

“응. 역시! 내가 맞았어. 생각보다도 훨씬 좋은 눈이잖아!”

“예……?”

“아니, 이쪽 얘기야. 그보다, 나한테 궁금한 게 있지 않니?”

잔느의 반응이 신경 쓰였지만 그녀의 말대로, 나는 일단 이 상황을 이해해야 했다.

“……어떻게 여기 계신 거죠?”

“좋은 질문이네. 되물어볼 필요도 없이 깔끔해. 응.”

잔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게 칭찬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대충 느끼고 있겠지만, 지금의 나는 생전의 나와는 조금 달라.”

“느끼고 있다기보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고 있죠.”

“그렇지. 여기는 메노소르포의 영역이잖아? 어느 정도의 ‘재현’이 가능할 뿐이지.”

잔느가 이곳에 있는 것. 그게 메노소르포의 힘이라고는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받아들이는 건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 마법진이 그 정도의 재현이 가능하다고요? 죽은 사람을 되살릴 정도로?”

“되살아난 건 아냐. 나는 이 마법진 밖을 나가지 못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이대로 오래 있을 순 없어.”

지금 잔느는 아마 마나의 집합일 것이다. 메노소르포에서 내가 만들었던 무기들이 그렇듯이.

“나는 지금 잔느라는 인물의 극히 일부분을 흉내내고 있을 뿐이야. 그 기억과 겉모습만이 있을 뿐, 이 깃발도 나도 생전의 힘을 쓸 수 없고, 기껏해야 이렇게 말동무나 되어주는 게 전부지.”

“……말동무.”

나는 그 말에 지금 잔느가 이곳에 있는 이유를 알았다.

잔느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모든 것을 대답해 줄 수는 없어. 과거의 ‘우리들’은 몇 가지의 발언을 금지 당했거든. 뭐, 특정 단어는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해 보겠지만.”

발언의 금지.

그렇다면 금지를 한 누군가는, 언젠가 이와 비슷한 상황이 올 것을 예견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나는 물었다.

“잔느께서는 다른 인간들과 함께 신과 전쟁을 했나요?”

“응, 맞아.”

“그럼 발언을 금지시킨 건 신입니까?”

“…….”

잔느는 대답하지 않고 미소를 유지했다.

여기서부터 이미 금지인가. 게다가 표정으로도 긍정과 부정을 알 수 없다.

허나 이것만으로도 난 중요한 걸 알았다.

‘누가 한 건지 몰라도 금지시키는 방식이 어설프네.’

나는 지금 이 순간, 대답을 듣진 못하더라도 어떤 대답이 ‘금지’되어 있는지를 명확하게 알았다.

이 기이한 침묵은 분명히 잔느가 나에게 충분한 대답을 해준 것이다.

“우리들이라고 표현한 건, ‘거인’이라는 단어가 금지되어 있군요.”

“…….”

여전히 침묵. 금지되었다. 하지만 여기서의 침묵은 긍정이나 다름없다.

즉 모르는 정보가 아니라 내 추리의 확인을 하는 거라면, 발언 금지는 거의 의미가 없다.

나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어떤 발언이 금지되어 있는지를 전부 아는 건 무리다.

하지만 잔느가 우리 편임을 믿는다면, 그녀는 그녀 나름의 힌트를 줄 터. 방금 발언 금지의 신호를 알려주었듯이.

나는 물었다.

“잔느께서 기다리신 건 저인가요?”

“질문이 정확하지 않아.”

잔느는 고개를 저었다. 허나 그 다음의 말은 없었다. 지금의 대답으로도 충분하다는 뜻일까.

“……잔느께서 기다리신 건, ‘프론디어 드 로아흐’입니까?”

“아니야.”

이번에는 고개를 저었다.

“‘직조’ 스킬을 가진 사람을 기다렸나요?”

“그렇기도 해.”

여전히 조금은 애매한 대답. 허나 분명히 긍정이다.

프론디어를 기다리진 않았으나, 직조 스킬을 가진 사람을 기다렸다.

틀림없다. 직조는 고대에서부터 있던 스킬이다. 허나 잔느는 지금 시대에서 그 스킬을 가진 자가 프론디어임을 모르고 있다.

직조의 등급은 ‘고유’. 고유 등급은 그 스킬을 가진 사람이 단 한 사람일 때만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잔느는 어떻게 직조를 알까. 그리고 그런 사람이 언젠가 나타난다는 걸 알면서, 왜 그것이 프론디어인지를 모르는 걸까.

머리가 팽팽 돈다. 허나 질문은 단순하게 나왔다.

“……직조라는 건, 대체 뭡니까?”

나는 아마 이 질문에 대한 답 또한 발언 금지라고 생각했다. 신이라면 이것을 금지시켰다고 생각한다.

한데 잔느가 말했다.

“정말이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좋은 질문이야.”

“발언 금지된 게 아닌가요?”

“신은 이 발언을 금지시킬 수 없어.”

잔느는 후후, 하며 손가락으로 자기 입가를 갖다대었다.

“그들도 모르니까.”

“……!”

“그들은 직조의 위험성만을 알고 있을 뿐. 자기들 무기를 복제하니까. 허나 그 정체를 몰라.”

“……잔느는 알고 있습니까?”

“완전히 다 아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잔느는 그렇게 말하며 에헴,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그러곤 내게 물었다.

“내가 반대로 물어보자면, 너는 직조를 뭐라고 생각해?”

“……말 그대로, 대상을 복제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단, 허상으로.”

그렇다.

직조는 복제는 하되, 허상으로 복제한다. 현실에 아무 영향을 주지 못하는, 나의 눈으로만 보이는 허상.

즉.

“가짜인 거죠.”

“……후훗.”

헌데 잔느는 내 말을 듣고 웃었다.

“가짜라. 하긴,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한가.”

“아닌가요?”

“틀리진 않았어. 하지만 넌 여기까지 오면서, 실제로 직조를 사용했을 텐데?”

맞는 말이다.

아니, 오히려 직조가 내 힘의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세월 동안 각종 훈련과 무기술을 배웠지만, 결국 내가 강적을 이기기 위해 직조를 빼놓을 수 있느냐 하면,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네, 그렇습니다.”

“직조의 소유자는 말야. 취득 조건이 있어.”

“……예?”

“스킬이란 건 대개 그렇잖니? 배우고, 훈련하고, 학습하여 조건을 충족해야만 스킬을 얻는 거지. 직조도 마찬가지야.”

……?

나는 꽤 긴 설명을 들었음에도 이해가 가지 않아 머리를 기울였다.

직조에게 취득 조건이 있다고? 프론디어가 처음부터 갖고 있었는데?

‘아냐. 확신할 순 없지. 나는 프론디어의 몸에 도중에 빙의했어. 그 전에 프론디어가 먼저 조건을 충족한 거구나.’

나는 나름의 추측을 끝내고 다시 물었다.

“취득 조건이 뭔가요?”

“직조에서 만들어지는 허상, 실제론 왜 그렇게 된다고 생각해?”

“……글쎄요.”

나는 직조가 사물을 복제하고, 그것이 실제가 되진 않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없는 걸 있게 할 수는 없다. 그냥 그런 상식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미지로서는 분명히 존재하는 직조의 허상. 그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걸까.

“직조가 허상으로 만들어지는 건 가짜라서가 아냐. 유령 같은 거지. 있는지 없는지 모호하고, 만질 수 없고, 보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그런 것. 하지만 거기에 분명히 있지. 지금의 나처럼.”

“……그렇, 군요.”

대답은 그렇게 하지만, 잘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그 둘의 차이를 알 수가 없다. 결국 가짜라는 듯 아닌가.

“유령은 실제로 있잖아? 만나본 적 있니?”

“……뭐, 악령이나 잡귀들은, 실제로 보긴 했습니다.”

“어떻게 만났어? 걔네들은 보이지도 않고 잡을 수도 없는데.”

“그때는 헬하임의 마나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거기서.

나는 잔느가 ‘유령’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를 알았다.

잔느가 빙긋 웃었다.

나는 표정을 잃고는 중얼거렸다.

“……다른 세계.”

“그래. 그런 거야.”

“다른 세계니까 만질 수 없고, 허상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만든 것은 너니까,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그것을, 너만은 관측하는 거지.”

한기가 등줄기를 타고 오른다.

잔느는 말했다.

“직조의 취득 조건, 다른 세계를 이미 경험했을 것.”

그러고는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조건을 충족한 건 ‘프론디어 드 로아흐’가 아니야.”

나의 눈빛을 넘어서, 내 동공과 홍채, 그 저편까지 바라보는 듯한 그 눈빛으로.

“바로 ‘너’란다.”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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