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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84

EP.383 15. 프랑켄슈타인의 후계자 (37)

마야는 단원들의 환상을 만들어 광장 곳곳에 뿌렸다. 그녀의 역할은 엄호와 견제였다. 단원이 적의 공격 표적이 되었을 때, 단원의 환상을 대신 내밀어 적이 그것을 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이는 단원을 지키는 동시에 적의 가장 위험한 기술 하나를 봉인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렇게 간간이 환상을 때리게 해준다면 지네 마왕은 자신도 공격에 성공하고 있다고 믿게 되어 주변을 뒤엎는 광역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은 환상에 적당한 타격감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아무리 마왕의 눈에 그들이 작은 벌레처럼 보인다고 해도 공격이 그냥 통과해버리고 환상이 허무하게 사라져 버린다면 가짜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래서 원더스타인은 마야에게 공격에 맞는 순간 환상에 염동력을 더해 적에게 손맛(?)을 느끼게 해주고, 환상 또한 적절한 연출로 파괴될 것을 요구했다. 그녀는 천재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게 그가 내린 지시 사항을 완벽하게 해냈다. 그녀가 만든 환상들이 어찌나 실감 넘치게 당하던지 단원들은 환상이 찢겨나갈 때마다 마치 본인이 당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렇게 괴물 서커스단의 단원들은 이 무지막지한 괴물을 상대로 아무도 다치는 사람 없이 15분을 버텨낼 수 있었다. 단원들은 그것이 자신들이 잘나서 그럴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단장과 부단장의 지휘 덕분이었다.

원더스타인은 적의 모든 것을 낱낱이 꿰뚫고 있었다. 상대가 어떤 능력을 사용하는지, 이쪽의 움직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마치 예언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가 말한 것은 맞아떨어졌다.

반대로 엘라는 아군의 모든 능력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떤 단원이 원더스타인이 내린 전략을 수행하는 데 적절한지, 어떻게 단원들을 배치해야 그가 말한 그림이 나오는지 순식간에 판단해냈다.

-허리를 숙이면 등껍질의 틈이 벌어집니다! 거기에 뭔가 관통력이 좋고 단단한 것을 찔러 넣으세요!

-우몬! 3시 방향으로 창 던지기 준비!

-이 시점에서 공격을 감지하면 호위병 역할을 하는 날벌레들이 튀어나옵니다!

-자작님과 니카 군, 나타샤 씨! 사격으로 엄호!

-푸른색 빛을 띠는 개체를 주의하세요! 죽으면 터지면서 산성 액을 내뿜습니다!

-유라 언니! 올가미로 자작님을 그 자리에서 대피시켜요!

그렇게 속사포처럼 지시를 쏟아내는데도 둘의 말이 겹치거나 엇갈리는 일은 없었다. 듣고 있던 단원들이 두 사람이 미리 대본을 보고 연습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을 정도였다.

-역시 우리 단장과 부단장이라니까.

-호흡이 척척 맞아.

엘라는 단원들이 쑥덕대는 소리를 못 들은 척 지시를 이어갔다. 그러나 입가에 떠오르는 미소만은 숨길 수 없었다. 보라고. 역시 그의 옆에 제일 잘 어울리는 사람은 나라니까.

그렇다고 그녀는 이번 작전을 모두 자신과 그의 공으로 돌릴 정도로 뻔뻔하지는 않았다. 자신들의 지시를 잘 따라준 단원들의 덕도 컸다.

지난 3개월 동안 빡빡한 일정으로 강행군을 해온 경험이 그들의 전술 수행에 큰 도움이 되었다. 실제로 그들이 지금 하는 일은 무대에서 그들이 평소에 하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단장이 전체적으로 일을 감독하고, 부단장이 그의 판단을 바탕으로 지시를 내리며, 단원들끼리 차례를 돌아가며 재주를 펼치고, 보조 인원들은 그들이 무사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이와 같은 작업을 1시간 동안 집중력을 잃지 않고 유지하는 것. 그것은 괴물 서커스단의 일상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고 또한 일상에서처럼 반드시 찾아왔다. 이 정도면 남은 40분도 해볼 만하는 생각이 단원들의 머릿속을 스칠 때쯤, 첫 번째 실수가 발생했다.

“컥!”

마왕이 휘두른 촉수 하나가 집사 바텔의 허리를 후려쳤다. 지네의 뒤편을 뛰어다니며 소품실이 보급해준 투척용 폭약을 놈의 등껍질에 던져대던 그는 상대가 허리에서 뿔 달린 촉수를 뽑아내는 걸 봤다. 비록 몸은 노쇠했더라도 전직 군인 출신인 그는 충분히 그것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마야의 환상이 끼어들었다. 바텔은 자신과 똑같이 생긴 환상을 보고 그것이 아까처럼 공격을 대신 받아 내줄 거라 여기고는 걸음을 멈췄다.

그러나 그의 환상은 갑자기 사라졌다. 그의 모습을 가려줄 신기루 커튼 역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촉수는 멈춰 서 있는 그를 그대로 후려쳐 버렸다.

“집사!”

“어이, 바텔!”

“꺄악! 할아버지!”

단원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는 가슴뼈 몇 개가 부러진 것을 느꼈다. 거기다 허리도 삐끗했는지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쓰러진 그를 향해 촉수가 이번에는 뿔로 찌르려 들었다. 저기에 적중당한다면 아무리 그라도 무사하기 힘들었다.

그가 죽음을 직감한 순간, 황금색 번개가 바텔의 앞으로 날아들었다. 그것은 바로 우는 여자의 가면을 쓴 레이나였다. 그녀는 긴 금발을 휘날리며 손에 든 거대한 검을 휘둘렀다. 그것은 줄타기 곡예사들이 ‘칼날 걷기’ 묘기를 보일 때 쓰는 작두였다. 촉수는 그녀의 대도와 부딪치면서 가벼운 금속성 마찰음을 내더니 그대로 싹둑 썰려버렸다.

“우와아아아!”

“역시 우리 선생님!”

“레이나 만세!”

단원들은 그녀가 보인 무위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까부터 그녀가 펼치는 활약은 보통 사람을 초월한 것이었다. 방금도 그녀는 수십 미터나 되는 거리를 두세 번의 도약으로 단숨에 주파하더니 저 단단한 촉수를 별 어려움 없이 일도양단해 버렸다.

이름: 부전여전

적용 대상: 페르소나-우는 여자

효과: 가면을 쓰면 원더스타인의 3대 기초 능력치만큼 신체 능력이 증강합니다. 가면을 벗을 때마다 최대 레이나의 호감도(분)만큼 시간이 충전됩니다.

자원: 레이나의 호감도 30

얼마 전에 그녀의 그림자가 8살을 달성하면서 호감도 역시 30을 돌파해버렸다. 그때 받은 그녀의 보상이 바로 이것이었다. 부전여전이라는 이름 그대로 아빠의 신체 능력을 딸이 물려받는다는 논리인지 그녀는 가면을 쓰고 있는 동안 원더스타인의 3대 기초 능력치만큼 힘이 상승했다.

그녀 정도의 기술을 익힌 사람이 원더스타인의 육체 능력까지 얻게 되자 게임에 나오는 기사나 도적 수준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방금까지도 마왕의 공격을 제일 많이 받아치고 놈에게 가장 큰 피해를 준 것도 바로 그녀였다.

그녀의 특성은 유라크네의 정성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확인했기에 지금 그녀의 육체는 원더스타인의 것보다 강했다. 그녀는 후속으로 날아오는 마왕의 공격을 작두로 몇 차례 더 막아낸 다음에 바텔의 상태를 살폈다.

“괜찮습니까, 바텔 씨?”

“아, 물론이에요, 레이나 양. 끙. 더는 뛰어다니기 힘들겠지만…….”

“아무래도 마야의 마법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 같군요.”

두 사람은 공개 채널에서 엘라가 마야를 닦달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마야는 늘 그렇듯 심한 추궁이 들어오면 입을 꾹 다물며 모른 척하는 모습을 보였다. 많이 봐온 장면이었기에 단원들은 다음 단계를 기다렸다. 바로 원더스타인의 개입이었다. 저 상태의 그녀는 오직 그만이 다룰 수 있었다.

“마야 양.”

“……네.”

“파피락스입니까? 몸이나 정신, 둘 중 어느 쪽에 문제가 있는 건가요?”

단원들은 마야가 순순히 고개를 숙일 거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녀는 여기서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싸늘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원더스타인의 말을 받아친 것이다.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된 건데요.”

언제나 무심함이 가득하던 그녀의 목소리에 진하게 원망과 미움이 담겨 있었다. 단원들은 그제야 그녀의 몸 상태에 대해서 떠올렸다. 레카체프 학교 지하에서 있었던 일을 제대로 듣지는 못했지만, 원더스타인이 실수한 상황을 그녀가 돕다가 그만 반신불수가 되었다고 했다.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적대감에 말문이 막혔다. TTT 원작에서도 그녀가 이 정도로 감정을 싣는 경우는 잘 없었기에 그가 받은 충격은 더욱 컸다.

자신이 또 실수한 것일까. 몸과 정신 어느 쪽에 문제가 있냐니. 최근에 양쪽 다 그녀에게 큰 상처를 준 사람이 누구인지 떠올려보면 자신이 그런 식으로 추궁을 했으면 안 됐다.

“죄송합니다, 마야 양. 저는 단지…….”

그때, 단원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마야의 주변에 수백 마리의 고양이 떼 환상이 떠오르더니 발톱과 이빨을 날카롭게 빛내며 지네 마왕에게 돌진한 것이다. 그것도 놈의 배를 향하여.

단원들은 그가 아까 3번째로 위험한 기술이라고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배를 공격당하면 일정 확률로 발동하는 ‘꼬리 휩쓸기’. 저 정도 덩치의 녀석이 여기서 그런 짓을 하게 뒀다간 광장이 반파될 것이다.

마야 역시 당황하여 마력을 거두어들이려고 했다. 당연하지만 이것은 그녀가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질문을 듣고 울컥하여 감정을 발산하다 보니 근처에 있는 적을 향하여 마법이 나가게 된 것이다.

-크샤아아아!

-냐아아앙!

-오옹!

수백 마리의 월리들이 지네 마왕의 배를 마구 할퀴고 물어뜯었다. 모두 물리력이 실린 상태였다. 베티는 성가신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녀는 저것들을 쓸어버리기 가장 좋은 방법이 뭔지 알고 있었다.

-모두 거기서 나와!

마왕의 이변을 알아챈 엘라가 소리쳤다. 광장 바닥이 거칠게 흔들렸다. 지네 마왕이 허리를 반 바퀴 돌렸고, 그에 따라 그녀의 꼬리가 땅을 끌며 가로막는 모든 것을 쓸어버렸다. 건물 십수 채가 도미노처럼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마비 가스가 먼지처럼 피어올랐다.

마침 광장에 도착한 원더스타인이 그 파괴의 현장을 내려다보며 숨을 헐떡였다.

-다, 다들 무사하십니까?

-네. 저희는 모두 피했어요.

-우리도 그래!

-니카 군과 마야 양은요?

-…….

-니카 군? 마야 양? 의식이 있으면 대답해주세요!

두 사람이 있던 건물은 그 파괴의 반경 정중앙에 있었다. 가장자리에 있던 다른 단원들과 달리 공격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게 불가능한 위치였다.

그러나 공격이 날아오기 직전에 니카가 마야의 몸을 끌어안고 몸을 날렸고, 그 순간, 꼬리 휩쓸기가 날린 풍압이 니카의 등을 밀어냈다. 그 덕분에 두 사람은 공격이 닿지 않는 아슬아슬한 위치까지 튕겨 나갈 수 있었다.

두 사람이 날아가 박힌 곳은 광장 가장자리에 있는 어느 건물이었다. 그들은 지붕을 뚫고 건물 내부로 떨어졌다. 부서진 건물의 잔해들이 쏟아지며 두 사람의 몸을 짓눌렀다.

“하아, 하아.”

마야는 잔해 사이로 간신히 상반신을 삐져내어 주변을 살폈다. 그들이 떨어진 곳은 아까보다 두 층 낮은 곳으로 마비 가스가 바닥으로부터 한 뼘 아래에서 흐르고 있었다.

“니카 군.”

마야는 자신을 감싸다 기절한 소년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그에게 크게 다친 곳은 보이지 않았다. 옷이 조금 찢어졌을 뿐이었다.

그때, 그들이 날아온 방향에서 충격파가 재차 일어났다. 니카와 마야가 무사한 것을 보고 지네 마왕이 다시 공격을 날려댔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것들은 두 사람에게 닿지 못했다. 황급히 달려온 엘라와 레이나가 그것을 받아친 것이다.

“너희는 어서 피해!”

“여기는 우리가 막고 있을게.”

엘라는 병에서 사신을 꺼내 레이나와 함께 마왕의 공격에 육탄전으로 대항했다. 그들은 아까처럼 공격을 피하거나 시간을 끄는 짓을 할 수 없었다. 그들 뒤에는 마야와 니카가 있었기 때문이다. 거친 폭음이 연달아 주변을 뒤흔들었다.

“참 나, 이런 때만 골라서 불러내는군요. 정말이지.”

마왕의 공격을 몇 번 받아낸 사신이 욱신거리는 손목을 털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의 입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이게 그 혼돈의 화신이란 말이지.

그는 사람의 웃음과 짐승의 울음이 뒤섞인 기묘한 고함을 내지르며 낫을 들고 마왕에게 달려들었다.

엘라는 그의 등 뒤에 매달리 채 마야와 니카의 상태를 살폈다.

둘 다 여전히 같은 장소에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기절한 니카는 그렇다고 쳐도 마야까지 저러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그녀의 마법에 이상이 생긴 게 분명했다. 평상시 그녀의 마법이었다면 저까짓 잔해 따위 진즉에 치워버릴 수 있었을 텐데…….

마음 같아서는 그녀를 도와주러 가고 싶었다. 그러나 마왕의 공격이 거센 데다 캇피도 워낙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는 탓에 좀처럼 몸을 뺄 틈이 없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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