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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84

< 악마족 (2) >

한 차원의 창조주인 주신의 힘은 절대적이다.

말 그대로 세상의 시작과 끝을 원하는 대로 결정할 수 있었으니 당연한 일.

너무나도 거대하기에 인격보다는 시스템에 가까운 그들은 전지전능에 가까운 힘으로 각자 성향에 따라 자신의 텃밭을 꾸려나갔다.

다만 전지전능에 가까울 뿐 완전하지 않은 그들에게도 한계는 있었다.

바로 덩치가 너무나 크고 힘이 강한 나머지, 작고 섬세하기 그지없는 세상의 일면 하나하나를 전부 신경 써서 조율할 수 없다는 것.

괜히 뭔가를 수정하려다 그와 엮인 모든 것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져 세계가 부서져 버릴 수 있었기에, 그들은 차원에 어떤 오류가 생기더라도 함부로 손을 댈 수 없었다.

차원마다 신의 개입 여부가 달라지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손해 보기를 꺼려 대충 구색을 갖춘 이후론 그저 순리대로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는 방치형, 더 많은 수익을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해 자기 대신 세상을 조율할 하위 신격들을 배치하는 개입형 등···.

각자의 성향에 따라 관리 방식도 제각각이었으니까.

아우테리카의 주신은 보편적인 타입의 개입형이었다.

세상을 빚어낸 후, 자신의 일부를 떼어 피조물들을 좀 더 가까이서 관리할 수 있는 신들을 창조했다.

제한이 있는 건 하위 신들 또한 마찬가지였으나, 주신보단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그들은 각자 취향에 맞게 조금씩 세상을 가꿔 나갔다.

자연의 풍요와 순환을 관장하는 세계수가 엘프를 만들었다.

불과 금속, 기술을 관장하는 타이탄이 드워프를 만들었다.

동물과 야성과 사냥을 담당하는 신이 수인족을 만들었고, 바다를 맡은 신이 인어를 만들었으며, 힘과 균형을 지키는 신이 드래곤을 만들었다.

또 짧은 생을 살면서도 왕성하게 활동해 격렬한 카르마를 생산하는, 소위 ‘채산성’이 좋은 인간을 관리하는 신도 있었다.

“크르릉— 마신이시여···.”

“후우, 후우— 저건 대체···.”

천신과 마신 또한 사정은 비슷했다.

세상의 균형을 위해 과하게 넘치는 빛 에너지를 격리한 천계, 반대로 어두운 음에너지를 몰아넣어 둔 마계.

그들은 각각의 영역에 자리 잡고 천사족과 악마족을 만들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다.

갈등과 화합, 전쟁과 발전 등···.

피조물들은 저마다의 가치관을 가지고 이 땅에서 삶을 불태우다 카르마만을 남기고 스러져 갔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평화만 있지는 않았으나, 그러면서도 과하게 균형을 잃지 않고 꾸준히 한 걸음씩 나아갔다.

—신 하나가 자신의 피조물에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과한 탐욕을 부리며 선을 넘어버리기 전까진.

주신을 대리해 세상을 관리하던 신 하나가 폭주한 여파는 결코 작지 않았다.

하물며 그 신이 막대한 카르마 생산성을 등에 업고 다른 신 몇몇을 합친 것보다 더한 영향력을 발휘했으니 오죽할까.

폭발적으로 세를 불린 인간에 의해 대부분의 이종족들이 터전에서 쫓겨나 새로운 대륙으로 이주해야 했다.

그나마 소수 정예인 드래곤은 사정이 좀 나았지만, 그들도 폭주한 신의 직접적인 개입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결국 보다 못한 주신이 그 존재를 뿌리 뽑아 차원의 쓰레기통인 심연에 유폐하고서야 소동이 일단락되었다.

함부로 소멸시켰다간 애써 가꾼 세상이 무너질 수 있어 그간 구축한 인프라의 권한을 빼앗고 기록을 말살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장시간 심연에 갇혀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녹아내려 세상의 거름이 될 테니 나쁜 결정은 아니었다.

애초에 심연 자체가 그런 용도로 만들어진 장소기도 했고.

···그래, 대충 수만 년 정도 얌전히 있었다면 말이다.

신들의 입장에서야 수만 년이 별거 아니라지만, 이미 인간적인 사고방식에 물들어 버린 그 존재— ‘인간의 신’에겐 억겁이나 다름없는 시간이었다.

끈질긴 집념, 들불처럼 치솟는 충동, 사그라지지 않는 욕구, 만족을 모르는 탐욕.

그를 바탕으로 인간의 신은 포기하지 않고 다방면에 걸쳐 손을 뻗었다.

당연히 주목표는 자신의 피조물인 인간들이 살아가는 대륙이었으나, 그는 하나의 계획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건 멍청한 짓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심연은 차원의 온갖 찌꺼기들이 한데 모여드는 장소이지 않은가?

당연히 그것들이 흘러들기 위한 하수구와 배관 역시 세상 전체에 뻗어있었다.

[아아! 상쾌한 공기! 좋구나, 좋아!]

“크륵! 일단 물러나라!”

[모두 죽여라! 죽여서 그 육체와 혼으로 제를 올려라!]

“젠장! 내 저놈들이 언젠가 일을 낼 줄 알았어!”

“심연의 괴물들이···!”

그리고 지금.

마계 중심의 한 구역에서.

하수구의 오물이 역류하기 시작됐다.

***

‘마계에서 벌어진 전쟁이라···.’

휴버트 상회 상회주 집무실.

갑작스럽게 찾아왔던 악마, 미야모토 켄은 왔을 때처럼 소리 없이 사라졌다.

다시 오겠다는 말과 잔뜩 먹어 치워 잔해만 남은 음식 포장 용기들만을 남긴 채.

어찌 보면 긍정적인 신호였다.

나쁜 의도를 행동으로 옮길 힘이 있었음에도 별다른 해악을 끼치지 않고 순순히 물러났으니까.

그리 생각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협력 관계로 발전할 여지도 있었으나···.

휴버트는 절대 마음을 놓지 않고 여전히 경계심을 유지했다.

‘악마가 괜히 악마인 게 아니지.’

무력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눈 뜬 이를 상대로도 코를 베어 갈 수 있는 게 바로 악마라는 종족의 특징.

물론 켄은 후천적 악마족이니 원론적으로만 따질 수는 없겠지만, 오랜 세월 마계에서 살아남은 그가 거기에 얼마나 물들었을지는 모르는 일 아닌가?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다 한순간에 이쪽을 집어삼키려 들지도.’

잘 생각해 보니 그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당장은 뒷일이 어떻게 될지 몰라 지켜보고 있었지만, 저쪽이 먼저 선을 넘는다면 이쪽도 아무런 가책 없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벗겨 먹을 수 있을 테니.

“저기··· 상회주 님?”

“음?”

그렇게 혼자 남은 집무실에서 생각에 잠겨있던 휴버트가 고개를 들어 자신을 부른 이를 바라보았다.

“정말 괜찮으신 건가요? 방금 온 사람···.”

언제 왔는지 걱정스러운 표정을 그를 바라보는 성숙한 소녀.

휴버트의 오른팔로서 상회 업무 대부분에 관여하고 있는 유능한 개인 비서, 디아나였다.

‘역시 눈치챘나 보네.’

뱀파이어들이 점거한 변방의 작은 도시에서 깡마른 그녀를 만난 게 엊그제 같은데, 몇 년간 잘 먹고 잘 지내서인지 쑥쑥 자라 이젠 숙녀라고 불러도 될 것 같았다.

‘그 불가사의한 후각도 더 완숙해진 것 같고.’

호위를 맡은 진혈급 뱀파이어도 알아차리지 못했건만.

그 후각으로 상대의 정체를 어렴풋이 알아낸 모양이었다.

그러니 저렇게 걱정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는 거겠지.

“아아, 괜찮다. 따로 생각해 둔 게 있으니까.”

“그럼 다행이긴 한데···. 음, 제가 예민한 건진 모르겠지만··· 그 사람의 냄새를 맡고 나니 뭔가 불안해져서요.”

“불안해?”

“···불길하다고 하는 게 더 맞겠네요. 예감이 좋지 않아요.”

“흐음.”

휴버트가 천천히 턱을 쓰다듬었다.

디아나는 ‘불가사의한 후각’과 함께 ‘절망적인 불행함’이라는 특성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이야 정해진 운명을 무시하는 이세계인 휴버트와 함께하며 그것을 회피하고 있었으나, 오랜 시간 불행함의 스페셜리스트였던 그녀의 말에는 엄청난 설득력이 있었다.

“그래, 걱정하지 마라.”

사실 약간 갈등하고 있던 참이었다.

아무래도 가벼운 마음으로 결정할 순 없는 문제였으니까.

하지만 그녀의 말을 들으니 확실히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확실한 수단이 있으니까.”

일단 할 수 있는 건 전부 사용해 보자고.

***

나는 눈앞에 떠오른 『카르마 상점 Ver.2』의 여러 항목을 바라보며 남다른 감회에 잠겼다.

‘···좋아, 포인트는 충분해.’

강환계를 수복한 직후에 확인했을 때는 950만 남짓이었던 카르마 포인트.

지구의 시간으로 며칠의 시간이 지난 지금, 그것은 어느새 1,300만이 넘게 불어나 있었다.

‘그 사이에 휴버트 상회의 장사 말곤 딱히 큰 사건도 없었는데.’

말 그대로 무시무시한 성장세.

그동안 쌓이고 쌓여온 여러 공적이 누적된 결과였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숫자를 보니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바로 시작하자.”

이만큼 총알이 충분하면 더 망설일 것도 없었다.

『고유스킬 강화 (2,000,000)』

나는 주저 없이 해당 항목을 선택했다.

“으음.”

직후, 익숙한 두통이 뇌리를 파고들었다.

강대한 정신 방어 능력으로도 거를 수 없는 날카로운 통증.

그와 동시에 이미 아득한 영역에 닿아있던 나의 인지 영역이 한층 더 확장되기 시작했다.

《고유스킬에서 파생된 능력의 효과가 더욱 증가하며, 아바타를 소환할 수 있는 영역이 확장됩니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내 눈앞에 이전 강화 때도 나온 적이 있었던 문구가 떠올랐다.

고유스킬과 연계된 능력들의 강화와 반경 60킬로미터 남짓이었던 원격 소환 범위의 폭발적인 증가.

‘이 정도면··· 반경 300킬로미터 정도 되려나?’

이 정도면 한반도 대부분을 뒤덮는 수준이었다.

이제 나는 그 범위 안에서라면 언제 어디서든 의지 하나만으로 자유롭게 아바타를 소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음 강화에 필요한 포인트는 300만인가.’

비용이 단번에 100만이나 증가했다는 사실에 입맛이 썼지만,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금방 떨쳐낼 수 있었다.

어차피 나에게 포인트는 넘쳐나는 데다 진짜 부족한 건 강화한 고유스킬에 적응할 시간뿐이었으니.

‘또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바로 드디어 새로운 아바타를 생성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최근 몇 번의 강화에서 연달아 다른 능력만 강화되었기에 상당히 오랜만인 기분이었다.

“11번째 아바타인가.”

필요한 준비는 이미 모두 끝났다.

나는 깊게 심호흡하며 지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우웅—

그곳엔 이미 빼곡하게 깔린 온갖 마법진과 술법이 은은한 존재감을 발하고 있었다.

전부 내부의 기운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차단하는 종류의 신비들.

내 거주지엔 이미 몇 겹이나 되는 보안 장치로 감싸여 있었으나, 이곳은 추가로 복합 술식을 극한으로 활용한 설비들이 더해진 공간이었다.

‘여기에서라면 한스가 힘을 감추지 않더라도 외부에 관측되지 않겠지.’

물론 전력을 다해 내뿜는 수준이라면 완전히 막긴 힘들겠지만, 자연스럽게 새어나가는 기세 정도는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었다.

이곳에 들어간 정상급 능력자들의 인건비는 둘째 치고 순수하게 소모된 자원만 해도 천문학적일 정도였으니까.

“자, 그럼.”

다음 아바타를 무엇으로 할지는 이미 결정했다.

마침 자신에겐 그에 필요한 재료들도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은가?

“드디어 이걸 써먹을 때가 왔군.”

우우웅—

그 물건을 꺼내놓는 순간.

지하실의 결계가 일제히 발광하며 내부의 기운을 억제하기 시작했다.

고위 성직자의 신성력으로 축성된 은빛 사슬에 휘감긴 채, 곳곳에 날카로운 금속 가시가 박혀 고정된 팔 한 짝.

해츨링 호루스가 물려받은 골드 드래곤들의 유산, 「황금의 보고」에 봉인되어 있던 ‘14대 마왕 르레이에의 오른팔’이었다.

‘역시 대단하군.’

단단히 봉인된 채 천 년이 넘게 지났음에도 이 마왕의 유해에서는 아직도 강대한 존재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아마 이곳에 설치된 결계가 아니었으면 진즉에 가디언들이 들이닥치고도 남았겠지.

“이제···.”

그리고 곧바로 「커스터마이징」을··· 사용하기 전에.

이어서 『물품 구매』에서 하나의 항목을 검색했다.

아직 준비된 절차가 더 남아있었다.

『14대 마왕 르레이에의 정수가 담긴 뿔 (4,080,000)』

처음 봤을 땐 500만 포인트가 넘었던 상품.

하지만 400만이 넘는 지금도 어마어마한 가격이긴 마찬가지였다.

그땐 설마 저런 물건을 살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거참, 역시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이군.’

그동안 자신은 아바타를 만들면서 매개체를 하나씩만 이용했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특정 종족을 타게팅하는 데엔 충분했으니까.

‘하지만 고유스킬이 강화되고 「커스터마이징」이 성장하면서 다른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지.’

바로 아바타를 생성하며 유사한 성향을 지닌 복수의 매개체를 추가로 사용하는 것.

그런데 그 매개체가 무려 마왕의 유해라면 어떨까?

그것도 기록상으론 전성기의 불사왕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14대 마왕의 잔재라면?

‘그래, 이미 아바타가 10개나 되는데 이제 와서 새로운 개체를 처음부터 키우기도 그렇지.’

요즘 게임 업계에선 레벨 점핑 캐릭터가 대세였다.

그런데 자신이라고 못할 게 뭐가 있나?

피식 웃은 나는 한 쌍의 검은 뿔을 조심스럽게 마법진 한가운데에 내려놓았다.

부드럽게 휘어진 30센티 남짓한 길이의 뿔.

‘정수’가 담겨있다는 명칭 때문인지 그 안에 깃든 힘은 봉인된 오른팔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우우웅—!

잔잔하게 돌아가던 지하실의 결계도 한층 요란하게 가동되었다.

웅장한 진동과 함께 은은하게 발광하는 빛무리.

그래도 워낙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어서인지 조금은 더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래, 그래야지. 벌써 한계가 오면 곤란해.’

아직 하나 더 남았으니까.

나는 곧바로 하나의 물건을 더 꺼내 들었다.

깨알 같은 기도문이 새겨진 가느다란 은빛 쇠사슬에 칭칭 감싸인 투명한 유리병이었는데—.

병이 살짝 기울어지며 안에 담긴 검은 구체가 데구르르 굴러갔다.

검은 구체 한가운데에 박힌 루비 같은 눈동자.

그것과 내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14대 마왕 르레이에의 눈.”

이건 주신교단의 성지, 로셀리아 대신전에서 가져온 물건이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곳에 봉인되어 있던 것은 이전에 탈취한 불사왕의 파편뿐만이 아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천 년도 전에 지상을 침공했던 마왕의 유해 일부였는데, 하인리히가 그것을 영원히 없애버린다는 핑계를 대며 슬쩍 빼돌린 것이었다.

‘···솔직히 거짓말은 아니지. 이제 이건 곧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릴 테니까.’

그 덕분에 매개체가 될 마왕의 유해를 세 개나 모을 수 있었다.

14대 마왕 르레이에의 뿔과 오른팔, 그리고 눈까지.

심지어 뿔에는 정수까지 담겨있는 데다 완전히 동일한 개체에서 구한 매개체인 만큼, 극한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조합이었다.

‘이거 진짜 대단한 거 나오는 거 아냐?’

지하실의 결계에 조금씩 부담이 가고 있어 더 이상 지체할 순 없었다.

나는 물씬 피어오르는 기대를 감추지 않고 곧바로 「커스터마이징」을 사용했다.

그리고···.

“어? 뭐야, 이건?”

***

「커스터마이징」을 통한 아바타 제작이 완료되었다.

몸 안에서 느껴지는 미증유의 힘.

새롭게 얻은 육체에 깃든 새로운 힘이었으나 적응하고 수습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커다란 힘을 다루는 건 이미 다른 아바타로 이골이 날 정도로 해봤으니까.

한 걸음, 한 걸음.

미묘한 거북함을 느끼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새로운 아바타를 만들 때마다 항상 있는 일이었지만, 이번엔 유독 낯선 느낌이 더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천천히 한쪽 구석에 놓인 거울 앞에 도착한 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그 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머리 양옆에서 돋아나 높게 솟은 한 쌍의 검은 뿔.

검은 안구에 붉은 눈동자가 빛나는 역안.

날개뼈 부위의 옷을 찢고 튀어나온 새카만 날개.

어딜 어떻게 봐도 훌륭한 마왕의 모습 그 자체였다.

다만, 「커스터마이징」 과정에서 한 가지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는데—.

강한 힘을 가진 한 개체의 소재를 너무 많이 사용한 것 때문인지, 자신에게 주어진 개체 수정 권한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물론 세부적인 요소는 충분히 손볼 수 있었지만 커다란 몇몇 부분은 어떻게 해봐도 변경이 불가능했다.

“14대 마왕 르레이에.”

예컨대 한 쌍의 검은 뿔이라든지.

혹은 루비처럼 빛나는 역안이던지.

또는···.

“···설마 여성체였냐.”

개체의 성별이라던지.

“하아— 이건 예상 못 했는데.”

거울 속에 비친 이질적인 외형의 미녀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듣기만 해도 홀려버릴 듯한 매력적인 목소리로.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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