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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84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391화

들이키며 (1)

쏴아아아-

파도 소리를 닮은, 차원의 흐름의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허탈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육린이 염정의 대궐을 뽑아 간 이후, 환상진 자체가 붕괴되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내가 노렸던 여타의 제사서나 보물 등은 전부 그 대궐에 들어가 있던 것인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즉 유호덕의 축은 물 건너간 것이었다.

물론 육린이 마지막에 했던 말 때문에, 대궐에서 보물을 얻는 것 자체가 뭔가 함정이 있으리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함정을 확인할 기회조차 뺏긴 것은 상당히 허탈한 일이었다.

“…….”

우리는 허망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다, 일단 봉래도 한쪽에 떨어진 광음역 등과 교도들을 정돈한 후 한자리에 모였다.

아니, 정확히는 모두가 모이진 않았다.

실종자도 있었다.

위시혼이 음울한 목소리로 실종자를 전하였다.

“십삼 수호귀왕이자, 제 벗인 백린이… 사라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대궐 안에 있는 육요 공주를 향해 그가 날아갔었던 것 같습니다. 대궐 자체가 육린에게 들어갔으니, 어쩌면 백린은 현재 육린에게… 잡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백린이 실종되었다.

듣기로는 육요를 구하려다 육린에게 잡혀 버린 것 같았다.

나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너무 잃은 것이 많은 봉래도행이었다.

우리는 한자리에서 실종자들 외에도 사건의 전말을 논의했다.

싸아아아아-

회의실은 조용했다.

연위나 전명훈, 오현석 등, 일단 봉래도에서 꾸었던 꿈 자체가 불쾌하고 음울해서 생기를 잃은 이들.

혹은 지금의 상황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거나 짜증이 나서 입을 열 수조차 없는 이들 등…

모두가 입을 열 기분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억지로 입을 열었다.

우울하다고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그 사실은 연위도 알고 있었는지, 나와 그녀가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제 어떡할 거지?”

“…일단 탈출해 봐야겠지요.”

“뭔가 방법이 있느냐.”

“일단 저와 영훈 형님이 해상에 분신을 남겨 두고 오긴 했습니다.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심족 분신이지요.”

연위는 턱을 쓰다듬는 듯하더니 질문했다.

“당장 그걸로 탈출하지 않는단 건 지금 뭔가 문제가 있단 거겠지?”

“예. 일단… 심족 분신 자체가 현재 육린과의 일전으로 기력을 잔뜩 소모한 상태입니다. 현재는 육린에게 발견될까 싶어 숨어 있는 상태고 뭘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지요. 그리고 분신을 통해서 아래쪽으로도 인력을 보내고, 제 쪽에서도 인력을 보내 서로 끌어당겨도….”

“너무 깊이 들어왔단 거로군.”

“예. 인력이 닿지 않을 겁니다.”

고력계의 바다는 차원의 집합체.

실제로는 그닥 아래쪽까지 내려오진 않은 것 같아도, 현재 해수면과 우리가 있는 위치 사이에 있는 건 바닷물이 아닌 ‘차원들’이었다.

셀 수도 없이 많고 많은 차원들을 넘어 인력을 뻗어야만 다시 나갈 수 있고….

그런 인력을 뿜을 수 있는 건 쇄성기뿐이었다.

연위는 김영훈을 쳐다보며 말했다.

“능광신마도 현재… 듣자 하니 함천존자와 소통하고 있었다 하지 않았나? 함천존자에게 뭔가 도움을 받을 순 없나?”

김영훈은 난처한 듯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다만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건, 그 존자라는 분의 깨달음과 ‘교감’하는 것이지 ‘소통’하는 게 아니오. 아마 소통에 있어서라면, 어쩌면 서은현이 더 나을지도 모르지.”

연위의 시선이 다시 내게 옮겨졌다.

그러나 나 역시 고개를 저었다.

“저희를 도우려면 함천존자의 분신이 직접 여기까지 와야 하겠지요. 그러나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함천존자는 여기까지 오는 데에 수백 년 이상 걸릴 겁니다.”

“수백 년이라면… 흠 기다릴 만도 하군.”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나는 안색이 어두웠다.

‘당장 백수십 년 뒤에 강민희가 폭주한다….’

거기에 서휼이 다시 ‘눈’을 되찾을 날도 몇백 년 뒤였다.

그동안 여기 갇혀 있는단 건 최악의 선택이나 다름없었다.

“조금 더 빨리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없겠지요?”

“뇌수를 만들면 당장이라도 가능하긴 하지.”

“…됐습니다.”

“그래 나도 이건 마음에 들진 않긴 하다. 뭐 그래서 다른 방법이 있느냐?”

“…….”

나는 한숨을 쉬었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방법은 없었다.

“…일단, 정 이리된 것 태수회에게라도 연락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심해에 빠졌더라도 해수면 위로 못 올라가는 것이지, 아예 고력계 자체를 빠져나가는 것이라면 어찌어찌 될지도 몰랐다.

“태수회에 연락하여, 저희 전체가 광한계로 빠져나가는 것 역시 하나의 방법이겠지요.”

연위는 고개를 끄덕여 주며 좋은 생각이라고 한 후, 우리에게 각자 이 봉래도에서 얻은 게 있는지를 물었다.

“지금은 갇혔지만, 어쨌든 서은현의 말에 의하면 함천존자가 몇백 년 뒤에 올 수 있다고 하니 희망은 있다. 그렇다면 일단 절망하고 주저앉아 있을 게 아니라 봉래도에서 얻을 게 있는지를 알아봐야겠지. 다들 뭔가 봉래도를 조사해 보며 얻은 건 없는가?”

그녀의 말에 전부 고개를 흔들었다.

서란은 혀를 차며 말했다.

“일단 봉래도의 소금산에는 무슨 비밀이라도 있는가 싶었는데, 그냥 진짜 소금산이었습니다. 정말로 소금 덩어리 그 자체일 뿐입니다.”

“흐음… 뭐 염정 같은 특수한 광물은 아니란 말인가? 그럼 우리가 이곳에 올 때 가장 우선적으로 노렸던 제사서들은?”

나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일단 제가 볼 때 그 제사서들은….”

그때였다.

그 말에 김연이 씁쓸한 표정으로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한 권의 유호덕제사서였다.

“진법이 깨질 때, 저와 향화가 황급히 서고로 달려가 제사서들을 챙긴다고 챙겼습니다만, 어째 남은 건 제 손에 들린 유호덕제사서 한 권뿐이었고, 나머지 제사서들은 전부 연기처럼 사라지더군요.”

“…!”

나는 눈을 부릅뜨고 유호덕제사서를 바라보았고, 연위는 아쉽다는 듯 탄성을 흘렸다.

“저런… 교단 간부 전원을 오복기축으로 무장시킬 천재일우의 기회였건만!”

“어쩔 수 없지요. 교주님께서라도 오복기축을 쌓으실 수 있으니 위안 삼아야겠습니다.”

김연은 유호덕제사서를 둥둥 띄워 내게 날려 보냈고, 나는 그를 받았다.

분명 김연에 의해 유호덕제사서가 내 손에 들어왔지만 나는 못내 찜찜한 기색을 지울 수 없었다.

그것은 육린 분체가 자혼만천에서 벗어난 뒤에 내게 해 줬던 말 때문이었다.

-충고하건대 어서 네놈이 원하던 제사서들이나 챙기러 가거라. 결계가 깨지면 제사서들은 영원히 환몽의 세계에 남아 다시는 손에 넣을 수 없게 되니…!

놀랍게도 그 말은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그 말 중 어떤 부분이 거짓이었는가 생각하면, 처음부터 끝까지가 거짓이었다.

‘놈은 내가 서고로 가서 제사서를 챙기더라도, 절대로 제사서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김연은 제사서를 얻어 냈다.

여기엔 뭔가 비밀이 있는 것일까.

‘일단 김연이 얻었다는 유호덕제사서도 무작정 익히기보단 조금 더 관찰을 해 보기로 하자.’

난 김연을 공개적으로 치하한 후 유호덕제사서를 품에 넣었다.

우리는 이후로도 몇 가지 탈출 방법을 의논해 본 후, 회의를 해산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교전 지하로 돌아가 비선진을 발동시켜 보았다.

‘비선진 등 하계와 통하는 것들은 딱히 이상이 없는 건가.’

나는 얼마간 비선진을 매만져 본 후, 태수회를 생각하며 골머리를 썩였다.

‘그들이 과연 나를 돌아오게 해 줄까.’

심족 첩자 놈이 잘 갇혔답시고 잔치를 벌이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여기 감찰경입니다 주인님.”

나는 홍범이 가져온 감찰경을 받았다.

이전 정룡도를 정복했을 때, 육린의 궁에 있던 염정과 함께 얻었던 감찰경이었다.

난 감찰경에 법력을 불어넣었다.

법력이 들어가자 감찰경이 빛을 발하였다.

한 번 가 본 적이 있어 인연이 있는 세계와는 다시 연락할 수 있는 감찰경이었다.

위이이이잉-

감찰경은 빛을 뿜는 듯하더니, 그 안쪽에 수많은 빛무리를 비추어 냈다.

나는 빛무리들에서 느끼는 기질들을 보자마자 그 빛무리들이 어떤 세계를 상징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건 명귀계, 이건 뇌성해, 이건 함진의 세계, 이것들은 내가 축을 쌓으며 의식을 내려보냈던 성계들….’

그리고, 그중에 익숙한 빛이 내 눈에 비추었다.

나는 그 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

우우웅-

익숙한 청명한 하늘이 감찰경 너머로 비쳤다.

‘광한계!’

익숙한 광한계의 한 장면이었다.

감찰경 위쪽으로 광한(光寒)이라는 세계의 이름이 드러났다.

나는 잠시 감찰경을 조작하며, 의식을 불어넣어 감찰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곳을 조절하는 법을 알아챘다.

우우웅-

얼마간 감찰경을 조작하자, 나는 인족 총연맹 천부산을 감찰경으로 비출 수 있었다.

위잉-

감찰경이 일렁이는 듯하더니 순식간에 천부산 끝자락에 있는 준제의 동부 앞쪽을 비췄다.

그리고 그의 동부 안에서 묵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어떤 도우시길래 본 맹주를 염탐하고 계시오?]

나는 감찰경에 의식을 불어넣으며 반갑게 인사하였다.

“준 도우, 나요! 서은현!”

[…?]

나는 그에게 허허 웃으며 대강 사정을 설명했다.

복잡한 일이 있게 되어 어찌어찌 고력계에 떨어졌으니, 태수회에서 좌표와 인력을 제공하여 우리를 끌어당겨 달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내 설명을 다 들은 준제는 침음성을 흘리는 듯하더니 말했다.

“으음, 알겠네, 서 태수. 조금만 기다리시게. 곧 다시 연락을 주겠네.”

“하하, 정말 감사드리오, 도우! 이 일은 내 잊지 않겠소!”

그러나 나는 마냥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군.’

감찰경으로 들여다보는 장면엔 의념이 비치지 않았기에, 준제가 말만 저러는 것인지 아니면 속으로는 오히려 환호성을 지르고 있는 것인지 몰랐다.

나는 준제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몇 가지 부탁을 하려 했으나, 그 순간 화면이 마구 어그러지더니 광한계와의 연결이 끊겼다.

“…이건….”

나는 대번에 무슨 상황인지를 눈치챘다.

준제가 인력으로 공간을 흔들어서 감찰경의 연결을 바로 끊어 버린 것이었다.

“…이….”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이를 악물었다.

준제는 태수회의 회장.

그의 의지는 곧 태수회의 의지였다.

나는 태수회가 나를 구해 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단 걸 깨닫고는 이를 갈았다.

‘이런 빌어처먹을… 이렇게 되어 버리면 어떻게 나가야 한단 말이냐!’

이 감찰경은 의식으로 조작하긴 하지만, 조작만 의식을 통해서 할 뿐이고, 실제로 전달되는 건 음성과 장면 몇몇 개뿐이기 때문에 좌탈입망 분신을 보낼 수도 없었다.

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던 중 난 감찰경 위로 뭔가 기묘한 기운을 느껴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건…?’

어째 익숙한 기질의 빛이 감찰경 위쪽에서 빛나고 있었다.

‘물론 내가 가 본 곳만 표시되니 익숙한 거긴 할 테지만… 이상하군. 이건 뭐랄까, 마치….’

빛이, 고력계와 은근히 공명하는 것 같기도 했다.

빛 속에서는 은근한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같았다.

우우우웅-

어째서인지 내 축 중 하나인 강녕축(康寧軸)이 마구 진동하며 공명하는 것 같았다.

나는 태수회가 나를 무시하기로 했다는 사실에 짜증이 치민 것도 잊고, 홀린 듯이 그 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우우우웅!

“…!”

나는 굉장히 익숙한 하나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화르르르르르-

불타는 세상.

그 안에서 끝없이 불타는 괴물들, 곳곳에 있는 무너진 문명의 잔해.

한때 물로 가득 차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강줄기와 분지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품고 있는 거대한 세상의 이름.

강녕봉양사자증룡지도(康寧奉養使者嶒龍之圖)의 이름이 감찰경 위로 떠올랐다.

“증룡의 저물도!”

콰악!

나는 감찰경을 움켜쥐며 고함을 질렀다.

오싹, 오싹!

나는 알 수 없는 기대감에 몸이 저린 것을 느꼈다.

인력을 다루는 수준의 경지가 되면, 수도자의 예감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지에 가까웠다.

나는 멍청한 표정으로 감찰경에 의식을 불어넣었다.

우우웅!

감찰경의 화면이 일그러지는 듯하더니, 감찰경은 봉양층의 제단.

즉 치제층과 이어지는 제단 위쪽으로 올라와 있었다.

위이이잉-

그리고 증룡의 저물도의 기질을 느끼며 공명하던 강녕축의 진동이 절정에 달한 것이 느껴졌다.

내 기억 속.

서휼의 행동이 떠올랐다.

나는 서휼이 한 것처럼 강녕축을 내 손 위로 띄운 후, 서휼이 한 것처럼 인력을 비틀었다.

번쩍!

강녕의 힘이 감찰경에 비친다.

“강녕축(康寧軸), 해(解).”

쿠웅, 철컹!

그와 동시에, 빗장이 열리는 소리 혹은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가 감찰경 위쪽에서 뻗어져 나와 봉래도 전체에 울려 퍼졌다.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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