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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85

EP.384 15. 프랑켄슈타인의 후계자 (38)

TTT의 보스들은 상대의 대응에 맞춰 패턴을 강화해 나간다. 원더스타인이 단원들에게 최대한 마왕과 맞대결을 피하도록 한 것은 섣불리 상대의 공격을 격파했다가는 패턴이 대처하기 힘들 정도로 진화해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엘라와 레이나는 원더스타인의 조언을 무시하고 있는 힘껏 지네 마왕의 공격을 분쇄해내고 있었다. 자신들이 물러서면 뒤에 있는 마야와 니카가 위험해졌다.

“토끼……가지고 싶어……. 나를……여왕 폐하로 떠받들어…….”

지네 마왕에게는 희미하지만 베티로서 정체성도 남아 있었다. 그녀는 희귀한 생물을 보자 가지고 싶은 욕심이 나는지 공격 대부분을 사신에게 집중했다.

이는 그들에게 있어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레이나가 아무리 새로운 특성 덕에 강력한 힘을 손에 넣었다고 해도 사신이나 마왕의 힘에 비하면 많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레이나와 카타로피는 등을 맞대고 서로의 사각을 빈틈없이 커버해 주었다. 사신이 큰 가지들을 잘라내면 레이나가 작은 가지들을 정리하는 식이었다.

캇피는 인간과 이런 식으로 짝을 맞춰 싸울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했다. 그는 이게 누구 때문에 가능한 일인지 알고 있었다. 바로 그의 어깨에 앉아 지시를 내리고 있는 엘라였다.

그녀는 몇 번 본 적 없는 자카누바라는 생물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그의 근육 구성과 관절의 구조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갔다.

그녀의 지시는 모두 캇피의 육체적 한계선에 걸쳐서 내려졌다. 그녀가 낫을 휘두르라고 한 타이밍에 휘두르면 적의 공격이 모두 그 범위에 걸려들었고, 그녀가 움직이라고 한 보폭만큼 몸을 빼면, 그 순간, 바로 그의 코앞에 적의 공격이 떨어져 내렸다.

그는 그녀가 혹시 전생에 자신과 같은 동족은 아니었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냉소적인 태도를 고수하는 그라도 그녀의 솜씨에는 진심으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원더스타인은 그들이 최고난도 패턴들도 모조리 물리치는 것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자신이 공략을 다 알려주었다고 해도 첫 시도에 마왕 모드를 털어 버리는 건 자신도 가능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승리감에 취해있을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원더스타인은 두 사람이 활약할 수 있는 시간이 5분도 채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레이나의 새로운 특성은 가면을 벗고 쉬어야 충전이 되었고, 캇피 역시 엘라가 먹인 그녀의 피의 양만큼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엘라의 보고에 따르면 그에게 남은 시간도 레이나의 경우와 비슷한 것 같았다.

단원들은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굴렀다. 그들이 싸우는 동안 자신들이 니카와 마야를 구출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마왕의 꼬리 휩쓸기에 근처에 있던 건물들이 죄다 무너져 다가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 뒤로 돌아가는 방법도 놈이 일으킨 휩쓸기의 여파로 마비 가스가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라 접근이 차단된 상태였다.

마야는 온 힘을 다해 마력을 움직이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의 통제에 조금도 따라주지 않았다. 주변에 계속 쓸데없는 환상만을 만들어낼 뿐이었다.

마야는 귓가에 아우성치는 단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몸을 일으켰다. 자신을 보호하다가 기절한 니카. 마왕의 맹렬한 공격을 받아내고 있는 엘라와 레이나. 이들이 모두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그녀를 엄습했다.

어렸을 때, 맛봤던……기억을 도려내는 것 같은 그 지독한 상실감. 완전 기억력을 가졌던 그녀에게 그것은 채울 수 없는 뻥 뚫린 구멍이었다. 그것을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아서 그동안 사람에게 마음을 닫고 살아왔었다.

이제 그녀는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얼어붙어 있던 그녀의 마음을 열어젖힌 것은 원더스타인이었지만, 서커스단의 동료들도 어느샌가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원더스타인이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마왕의 몸에 가려 그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목소리가 그곳에서 들려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왜 자신은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것을 바랐을까. 그냥 스승과 제자 사이에 만족했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그녀가 탄식을 내뱉는 순간, 다시 쿠르릉 소리를 내며 지네 마왕이 땅을 끄는 소리가 들렸다. 마야는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정면으로 부딪치다 보니 두 사람의 공격은 어쩔 수 없이 놈의 배를 간간이 때릴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놈은 다시 꼬리 휩쓸기를 날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시 온다!”

“마야와 니카가 있는 곳으로!”

엘라는 사신을 움직여 어떻게든 두 사람을 데리고 몸을 빼려고 했다. 그러나 캇피는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한 번 흘끗 바라보더니 명령한 곳과 전혀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안 돼! 무슨 짓이야, 캇피!”

마왕의 공격이 날아오는 순간, 사신은 엘라를 안고 위로 점프했다. 그것을 본 레이나는 자신이라도 두 사람을 구하기 위해 그들이 있는 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러나 원더스타인 역시 그녀가 그렇게 하도록 두지 않았다. 그녀의 호감도 15 보상인 ‘귀가 명령’을 발동해 그녀를 자신의 옆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레이나는 그녀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분명 방금까지 지네의 배를 등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지네의 등 뒤를 바라보고 있었다. 순식간에 광장 반대편으로 이동한 것이다.

그녀는 이것이 누구의 힘인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옆을 돌아봤다. 그곳에는 자신만만하게 웃고 있는 원더스타인이 있었다.

“단장님? 왜……?”

그녀가 놀라서 그에게 질문하려는데, 그 순간, 지네가 휘두른 꼬리가 마야와 니카가 있는 곳을 휩쓸었다. 굉음이 광장을 뒤흔들었다.

엘라와 레이나가 절망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두 사람은 니카와 마야가 놈의 공격에 찢겨 나가는 마지막 잔상을 목격했다. 그러나 같은 것을 보고도 원더스타인을 비롯해 다른 단원들의 태도는 태평하기 짝이 없었다.

“도대체 무슨 짓……아!”

캇피를 향해 방금 그가 저지른 짓을 따지려던 엘라는 단원들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을 무심코 바라봤다가 탄성을 내질렀다. 그곳에는 푸른 빛이 일렁이는 정육면체가 공중에 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두 사람이 들어가 있었다. 바로 마야와 니카였다.

엘라는 상자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전신을 천으로 가린 땅딸막한 키의 여자 마법사. 바로 은막 서커스단의 부단장인 루미온이었다.

“너 뭐 하냐? 또 파피락스야? 내가 그러면 바로 주변에 도움을 구하라 했지? 하여간 제 엄마와 똑같아요. 혼자 망상하고 혼자 착각하고 혼자 끙끙 앓고.”

“당신은…….”

마야 역시 자신을 구해준 상대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그녀도 은막 서커스의 창립 당시부터 있었던 사람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마야는 그녀와 변변찮은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물론 친구의 자식이라고 하면 다 아는 척하는 것은 늙은 사람들의 특징이었다. 그러나 루미온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거기에는 다른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었다.

“설마……아르노 단장님?”

“그래. 맞아. 이제 너한테도 이 정도까지는 밝혀도 되겠지? 나와 아르노는 동일 인물이야.”

마야는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다른 단원들이 지금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면 웃음을 터트렸을 것이다. 항상 차가운 무표정을 고수하던 그녀가 어린아이처럼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은 어리숙하고 멍청해 보이기 짝이 없었다.

“일단 너희 둘은 후방으로 옮겨주지. 그 여자애는 어디 다친 데는 없어?”

마야는 자신의 표정을 수습할 새 없이 또 멍청한 얼굴로 쓰러져 있는 니카를 바라봤다.

“……여자애?”

“아, 맞다. 얘는 평소에 남장하고 다닌다고 했던가? 넌 몰랐나 보지?”

마야는 그제야 찢어진 옷 틈으로 비친 그녀의 탐스러운 가슴을 바라봤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의 머리는 평소 버릇처럼 그녀의 가슴 체적을 계산해냈다. 유라크네의 절반. 순위로는 클라라 이하 나타샤 이상.

자신이 어떻게 저걸 놓칠 수 있었을까. 지금이 여름이었다면 절대 모를 수 없었다. 다만 이곳은 혹한의 땅, 키예프였고, 마침 겨울이었기에 두꺼운 복장 때문에 알아보기 힘들었던 것 같았다.

“멍청이…….”

마야는 자신을 비웃었다. 입맞춤했다는 말을 엿들었다면 당연히 상대가 사실 여자는 아닐까를 의심해야지 단장님이 동성애자가 아닌가를 의심하다니. 물론 그 오해는 눈앞에 있는 엄마의 옛 연적이 더 키운 거지만…….

-그 녀석과는 조금 안 좋게 헤어졌거든.

-삼각관계였어.

-나를 두고 경쟁했지.

-녀석에겐 비밀이 있어. 내가 미리 밝힐 수는 없는 노릇이지.

이제 와 돌이켜보니 아빠의 당부도 어떤 의미였는지 이해가 갔다. 지금은 그런 풍조가 많이 사라졌지만, 과거 공연 업계는 여자가 단장이나 감독, 작가 같은 ‘남성적인’ 일을 맡으면 해당 공연 자체를 우습게 여기는 일이 많았다.

그나마 작가는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점을 이용해 여성의 경우 남자 필명을 걸고 쓰는 일이 많았지만, 단장이나 감독 같은 일은 어림도 없었다. 물론 이러한 풍조도 18년 전의 테러 이후로 공연 업계의 모든 분야에서 인력난이 펼쳐지자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말이다.

은막 서커스는 안 그래도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들고나오는데 그 주역이 갓 20살을 넘긴 여자였다면 25년 전의 사회에서 인정받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은막 아르노는 그러한 시대적 배경에 의해 탄생한 캐릭터일 것이다.

실제로 마야의 추측은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루미가 설사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해도 어린애나 다름없는 그녀를 단장이라고 내세우고 다니기는 힘들었으니까.

“자, 둘 다 이곳에 내려.”

루미온은 두 사람을 광장 구석 건물의 지붕 위에 데려다주었다. 그러나 마야는 그녀가 니카를 바닥에 눕히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뿐, 본인은 상자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뭐 하는 거야. 설마 다리라도 다친 거냐?”

“아뇨. 저도 싸울래요.”

마야가 평상시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봤다. 오해가 풀림으로써 그녀는 투지가 끓어올랐다.

남자인 척하며 그동안 단장님이랑 즐길 건 다 즐겼단 말이지. 난쟁이 똥자루 할망구 주제에. 목소리는 나잇값 못하게 앵앵거리며 다니고. 뭐가 ‘천의 목소리’야.

“파피락스도 극복 못 한 네가 무슨…….”

“방금 이겨냈어요.”

고집스럽게 자신을 쳐다보는 마야의 모습에 루미는 딱 그녀의 엄마를 떠올렸다. 하여간 모녀 대대로 사람 힘들게 만들어요.

“좋아. 그러면 고양이를 꺼내 춤추게 만들어 봐.”

두 사람은 그들이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렸다. 그때도 아르노는 이와 같은 것을 요구했었다. 그때와 달리 마야는 월리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낼 수 있었지만, 춤추게 만드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에 속했다.

환상 마법사로 25년을 살아온 루미의 경험치는 날로 얻은 게 아니었다. 다른 동작을 시키는 것은 억지로 환상을 움직여서 표현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춤’이라는 개념을 떠올리는 순간, 사람의 머릿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좋아하는 곡조를 떠올리게 됐고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들썩이게 됐다.

평소 춤 같은 행위랑 거리가 먼 마야도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정말 교묘하면서 핵심을 찌르는 요구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파피락스를 숨기기 위해 억지로 마력을 짜 맞춰 환상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춤’을 떠올리는 순간, 평소 수준의 통제력이 없으면 환상은 순식간에 일그러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마야는 걱정하지 않았다. 이미 그녀의 마음에 끼인 미혹의 안개는 걷혔다. 그녀는 차분히 심호흡하고 환상을 만들어냈다.

-아오오옹!

-에오오옹!

수십 마리의 고양이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두 발로 일어서더니 서로 어깨동무하며 좌우로 엉덩이를 흔들었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장면이었지만, 그녀가 마력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뭔가 즐거운 모양이네.”

‘춤’이라는 단어는 쉽게 마음을 대변한다. 고양이들이 저렇게 단체로 엉덩이를 씰룩거릴 정도면 마야의 머릿속에서는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고 봐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가 정확히 꿰뚫어 봤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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