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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85

< 미래를 보는 투자자 384 >

강진후가 온 것은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체의 이슈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젊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를 가지고 있다. 그 정도 돈이면 나라를 움직이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강진후의 존재로 인해 한국의 국제적 입지가 달라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아직 미혼이라는 것.

유럽의 왕족, 귀족, 부호들은 다들 강진후에게 눈독을 들였고, 연예인, 모델, 일반 여성들 역시 신데렐라 스토리를 꿈꿨다.

파티에 초청한다든지, 미팅 자리에 딸을 데리고 나간다든지 강진후의 눈길을 끌기 위해 여러 방법을 쓰는데, 그는 항상 하필이면 애인을 대동했다. 그리고 그 애인은 파리나 밀라노에서 모델을 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의 미모를 지녔다.

둘이 동거중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물론 언제든 헤어질 수 있는 게 연인관계지만…….

계속 같이 다니며 일정을 소화했기 때문에 여자들은 접근할 기회조차 잡을 수 없었다.

그러자 다들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혹시 부대표는 안 오나?’

‘아! 부대표 보고 싶다.’

‘2인자도 괜찮은데.’

‘강진후 만큼은 아니지만, 그쪽도 세계에서 두 번째 부자잖아.’

‘알고 보면 실세라는 얘기도 있고…….’

‘한국으로 찾아가면 만날 수 있으려나?’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당사자는 소파에 누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 *

경제에서 독과점은 해악이다.

시장의 기본원리를 해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찾아보면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는 기업들이 꽤 있다.

MS의 윈도우, 구블의 검색엔진과 안드로메다, 어도비의 응용 소프트웨어, 인텔의 컴퓨터 CPU, 퀄컴의 스마트폰AP 등등.

카로스 역시 자율주행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MS와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자동차회사들 역시 일정금액을 내면 얼마든지 카로스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자동차는 컴퓨터보다 비싼 만큼, 그만큼의 비용을 내야 한다.

GM, 포드, 은성차처럼 카로스의 생태계 안으로 들어올지, 독자적인 생태계를 만들지는 기업의 선택이다.

독일 자동차업체들은 연일 모여서 회의를 벌였다. 카로스가 독주를 시작한 뒤, 독일 3사는 모여서 공동으로 자율주행과 전기차 개발을 진행해 왔다.

그동안 독일차의 기술력이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었기에 얼마든지 추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사실 독일 자동차의 기술력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다. 엔진이나 미션은 물론이고, 디자인과 각종 옵션,편의장치들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다.

카로스도 많이 발전하긴 했지만, 실내마감이나 가죽질감 등의 고급스러움 측면에서 벤츠나 BMW를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자율주행기술과 배터리 기술을 놓고 보면 얘기가 다르다.

독일 3사 역시 여러 나라에서 무인차실험을 끝마쳤지만, 아직 양산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반면 카로스는 이미 무인택시까지 시범운영하며 계속해서 기술격차를 벌려 나가고 있다.

다들 속으로 혀를 찼다. 전통이 있는 독일 3사가 신생업체에게 밀리게 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저 변화의 타이밍이 약간 늦었을 뿐인데.

카로스는 현재 유럽에도 수출을 하고 있지만, 미국시장에 집중하느라 수출물량은 그리 많지 않다.신차출시와 북미시장 수요를 맞추는 것만으로도 버거워 향후 전망에서도 수출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당장 판매량보다도 중요한 건 인지도다. 카로스는 유럽에서도 가장 최첨단 기술의 차라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아직 대형고급차 모델을 출시하지는 않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쪽 시장으로도 치고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카로스야 북미시장에 집중한다고 쳐도 GM, 포드, 은성차는 유럽 내에 수십 개의 공장을 가지고 있다.

OTK배터리 수급상황이 개선되고, 이 공장들이 전부 전기차 공장으로 바뀌면 어떻게 될까?

게다가 EU는 다른 나라에 비해 환경규제가 심하고, 친환경차를 늘리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중이다.

독일이야 어떻게든 자국 기업들을 보호해주려 하겠지만, 다른 EU 국가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미 프랑스에서는 대통령까지 나서 카로스와 제휴를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이번에 일본이 태도를 바꾼 이유 역시 카로스가 자동차업계에서 가진 파워 때문이었다.

다들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가운데, BMW그룹의 토비아스 힐베르트 회장이 말했다.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카로스에 매달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빨리 기술제휴를 맺고 자율주행전기차 시장에서 카로스가 진출하지 못한 고급차를 선점해야 합니다.”

BMW그룹은 이전에도 서성SB 배터리를 쓰는 등 서성그룹과 계속 관계를 맺어왔고, 힐베르트 회장과 임진용 회장의 개인적 친분도 있었다.

하지만 다임러AG의 귄터 하르트만 회장, 폭스바겐그룹의 게오르크 뢰에 회장의 의견은 조금씩 달랐다.

다임러AG는 독자적인 기술개발에 더 투자해야 한다는 쪽이었고, 폭스바겐그룹은 OTK배터리는 납품 받아도 자율주행에서만큼은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3사는 일단 공동협력은 계속 추진하되, 각자의 노선을 걷기로 결론을 내렸다.

* * *

임진용 회장은 유럽 자동차업체들을 두루 만나며 세일즈를 펼쳤다.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날수록 퀄컴이 AP를 많이 팔 수 있듯, 자율주행전기차가 많아질수록 서성전자와 서성SB는 수혜를 보게 된다.

그러니 회장이 직접 열심히 발로 뛰는 거겠지.

일본이 한발 물러서며 한일 간의 무역분쟁은 끝났지만, 한EU 경제협력의 판은 더욱 커졌다.

원래 목적으로 했던 정밀기계, 소재, 부품뿐 아니라 문화, 관광, 금융 분야까지 협력의 범위가 크게 늘어났다.

베를린으로 EU 내 기업의 경영자와 실무진들이 베를린으로 몰려오는 바람에 호텔방을 구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여기저기서 만남요청이 줄을 이었다. 그중에는 왕가나 귀족가문의 초청장도 있었다. 네덜란드 왕, 스페인 왕, 덴마크 왕, 벨기에 왕, 룩셈부르크 대공 등등.

귀족이 가진 특권은 사라졌어도 몇몇 나라에서 작위는 남아 있다.

“신기하네요. 21세기에 왕족이나 귀족이라니.”

엘리는 웃음을 지었다.

“새삼스럽게 왜 그래요? 노르웨이 왕도 만나봤으면서.”

한국 부자의 역사는 고작 수십 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 사이 재벌들은 자신들만의 아성을 구축했다.하지만 유럽의 왕족과 귀족은 오래전부터 그 명예를 세습했고, 부자들 역시 수백 년 동안 부를 일궈왔다.

그런 만큼 계급이 고착화되어 있고, 그 안으로 들어선다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다.

“왕이나 대공 같은 직함을 달고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요?”

“권력 없고 명예만 있는 왕보다는 진후가 훨씬 낫지 않아요? 그러니 다들 이렇게 만나고 싶어 하는 거고.보니까 다들 진후랑 어떻게 해보려는 것 같던데.”

이상하게 가는 곳들마다 미녀들이 넘쳐났다. 엘리랑 같이 있는 만큼 작업을 걸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엘리는 핀잔을 주듯 말했다.

“진후는 좋겠어요. 인기 많아서.”

난 피식 웃었다.

“다 돈 보고 그러는 건데요.”

만약 돈이 아니었다면, 동양인 청년에게 관심이나 줬겠는가?

* * *

내가 베를린에 있는 동안, 유럽 내에서 또다시 난민찬반 시위가 거세게 일어났다. 두 가지 사건이 거의 동시에 터졌기 때문이다.

하나는 난민들이 탄 보트가 지중해를 건너던 도중 뒤집혀 어린아이들을 포함해 50명 정도가 사망한 일이다. 아직 정확한 사망자수는 집계되지 않았고, 지금도 해안가에 아이들 시체가 떠밀려오고 있다.

그리도 또 하나는 독일에서 일어난 난민들의 집단 성폭행 사건이다. 피해자는 대학생으로 평소 난민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서 독일인들의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일로 난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들끓었고, 난민수용에 관대한 메이더스 총리의 지지율마저 크게 하락했다.

유럽은 아프리카와 중동과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중해만 건너면 바로 유럽인 만큼 독재, 기아, 내전을 피해 수많은 난민들이 배를 타고 넘어왔다.

급증하는 난민은 유럽의 골칫덩어리였다. EU는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솅겐조약을 맺고 있고, 회원국들 간의 국경이동이 자유롭다.

그러나 언어는 달라도 기독교와 민주주의라는 공통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유럽인들과는 달리,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넘어온 난민들은 인종, 언어, 종교, 문화 등이 크게 다르다.

메이더스 총리는 여러 차례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고 EU국가들에게 호소했다.

반드시 인도주의적 차원만은 아니고, 유럽은 대부분의 선진국이 그러하듯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하다.때문에 단순직에 난민의 노동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EU 내에서 가장 경제사정이 나은 독일에서조차 이렇게 반대가 심한데, 다른 나라들은 오죽하겠는가?

더 이상 감당이 힘들어진 EU는 터키에 거액의 지원금을 줘가며 난민을 수용하게 해, 간신히 유럽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터키는 돈은 돈대로 챙기면서 EU와 분쟁이 생길 때마다 난민들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며 으름장을 놓았고.

엘리가 말했다.

“결국 영국도 난민문제 때문에 EU를 탈퇴한 거니까요.”

브렉시트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난민할당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따지고 보면, 아프리카와 중동의 정치적 불안에는 과거 식민지배를 했던 유럽국가들, 그중에서도 영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런데 그게 이제 난민이라는 부메랑이 되서 돌아온 것이다.

“한국도 저번에 난민 때문에 시끌시끌 했잖아요.”

“그렇죠. 남의 일인 줄만 알았는데.”

한국 역시 시리아 난민 수십 명이 입국해 난민신청을 하며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다.

남의 나라 내전이 우리랑 뭔 상관이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쪽으로 불똥이 튄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권리를 누리려면 책임과 의무가 뒤따른다. 한국보다 경제력이 낮은 나라들도 난민들을 수용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수용을 안 하겠다고 거부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한국은 이미 탈북민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난민을 감당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동 난민까지 받아들이기에는 비용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뒤따른다.

사실 난민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내전을 종식시키는 등 본국 상황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더 이상 난민이 발생하지 않고, 있던 난민도 돌아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는 중이다.

난 신문에 나온 해안가 사진을 보며 중얼거렸다.

“세상은 참 공평하지 않네요.”

아이들은 국적을 선택할 수 없다. 나 역시 내가 원해서 한국인이 된 게 아니라, 그저 한국에서 태어났을 뿐이다.

선진국에서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의료, 교육, 일자리 등 많은 권리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내전 중인 나라에서 태어나면 난민이 된다.

대체 저 아이들은 뭘 잘못한 걸까?

“제가 더 많은 돈을 번다면, 저런 문제들 해결할 수 있을까요?”

엘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무리 많은 돈이 있어도 세상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어요.”

난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그렇겠죠?”

엘리는 뒤에서 날 끌어안으며 말했다.

“하지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는 있을 거예요. 사람은 작은 희망만 있어도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제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진후라면 분명할 수 있어요.”

* * *

유럽에서의 내 역할은 끝났다.

뒷일은 기업인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하고 이만 귀국하기로 했다. 난 마지막으로 프랑스 대통령과 경영자들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

블랑 대통령은 프랑스에 대한 투자확대를 주문하며, 솔직하게 말했다.

“유럽은 여러 문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하나가 된 유럽이라는 가치만큼은 계속 지켜나갈 겁니다.”

분열과 분쟁은 아무것도 낳지 못한다. 두 차례 세계대전을 치른 덕에 얻은 교훈이라면 교훈이겠지.

난 고개를 끄덕였다.

“저 역시 유럽의 통합과 발전을 돕는 데 힘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 미래를 보는 투자자 384 > 끝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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