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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86

EP.385 15. 프랑켄슈타인의 후계자 (39)

루미가 합류하고 마야까지 심마에서 벗어난 덕에 지네 마왕을 상대하는 전력은 이전보다 증가했다. 그러나 상황은 결코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할 수 없었다.

엘라와 레이나가 놈의 패턴을 최고난도까지 끌어올려서 단원들이 놈의 공격에 대응하기 매우 어려워진 탓이었다. 심지어 사태를 초래한 두 사람조차 지금 마왕이 가하는 공격은 아까처럼 받아낼 수 없었다.

두 사람에게 주어진 축복의 시간이 모두 끝났기 때문이었다. 캇피는 엘라의 플라스크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레이나의 신체 능력도 다시 원래 수준으로 돌아갔다.

지네 마왕은 촉수, 독액, 벌레, 가시 따위를 사방으로 소나기처럼 뿌려댔다. 시야를 가득 메우고 들어오는 적의 공격에 단원들은 원더스타인이 일러준 주의 사항들을 지킬 여유가 없었다. 그들은 적들이 보이는 대로 마구 검을 휘두르고 총을 쏘아댔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죽을 판이었다.

“끝도 없이 밀려드는군요!”

“젠장, 또 꼬리 휩쓸기다!”

“모두 이쪽으로 피해!”

지네 마왕의 ‘몸부림’도 점점 패턴이 다양해졌다. 이번처럼 꼬리 휩쓸기가 나오면 그래도 눈에 익어서 피하기 쉬웠다. 그러나 녀석은 그것 외에도 용트림, 파도타기, 소용돌이 휩쓸기, 구르기 등 게임에서 보여 주었던 고난도 패턴들을 연달아 사용했다. 덕분에 광장에 있는 건물들이 남아나질 않았다.

쿵 하는 지면의 흔들림과 함께 또 한 차례 건물들이 무너져내렸다. 단원들은 절망적인 시선으로 먼지구름 속에서 몸을 일으키는 지네를 바라봤다. 광장 안에 발판이 될 건물은 이제 몇 채 남지 않았다. 놈에게 한 번만 더 몸부림을 허용하면 그들은 끝장이었다.

원더스타인은 이를 악물며 단원들의 상태를 살폈다. 다들 지친 기색이 완연했다.

남은 시간은 이제 15분. 조금만 더 버티면 되는데…….

그러나 아무리 봐도 단원들에게 이 이상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다들 마왕 모드를 상대하느라 너무 지쳐서 도망가기에도 너무 늦었다.

원더스타인은 상태창을 열어서 전투 특성들을 준비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지금 데볼루트를 쏟아부어 결판을 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바이오맨서로서의 판단력과 트릴 트릴로 시리즈의 톱 플레이어로서의 경험이 말하고 있었다. 지금 싸우면 승률이 1%도 안 된다는 것을.

사실 저주가 풀린다고 해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가 마왕을 상대로 자신만만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유라크네의 정성’이 주는 기초 능력치 2배 효과를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주저하는 사이, 지네 마왕이 몸을 완전히 일으켰다. ‘몸부림’을 친 다음에 놈은 항상 ‘궁극 기술’을 사용했다. 놈이 보유한 십여 가지 기술 중 하나를 선택해 그것의 최강 버전을 펼치는 것이다.

지네 마왕은 목 양 아래에 있는 아가미 같은 것을 파르르 떨며 우는 소리를 냈다. ‘독충’ 기술의 궁극 버전이었다. 지금까지 단원들의 반응에 따라 여러 패턴으로 내보냈던 독충들을 모두 한꺼번에 쏟아내는 것이다.

게임 데이터상 붙은 명칭은 ‘전군 소집’. 지네의 등껍질 틈이 벌어지더니 끈적한 점액질을 토하며 수천 마리의 벌레들이 튀어나왔다. 기본 말벌 형상에 온갖 곤충의 모습이 조금씩 섞여 있었다.

원더스타인은 그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군 소집은 현재 상황에서 가장 상대하기 쉬운 궁극 기술이었다. 루미와 마야가 벌레들을 유인할 환상들만 많이 만들어낸다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었다. 이걸로 적어도 3분은 선택을 더 유예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전투에 들어가자 만들어진 환상의 개수는 그가 기대했던 것의 반도 안 됐다. 원더스타인은 두 마법사가 있는 방향을 돌아봤다. 마야는 식은땀까지 흘려대며 환상을 만들어내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루미가 있는 곳은 휑했다. 몇 가지 흐릿한 환상들만이 허공을 배회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불안한 예감이 머릿속을 스친 원더스타인은 재빨리 진단 기능을 켰다. 그는 환상들의 중심에는 어린아이 체구의 인물이 몸을 벌벌 떨며 웅크린 채 귀를 막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네 마왕이 ‘전군 소집’을 사용할 때, 내뿜는 찌르르 울리는 소리가 루미에게도 영향을 끼치는 게 틀림없었다. 저것도 어쨌든 베티가 내뿜는 ‘의지를 담은 소리’였다. 그녀의 인스피라인 ‘조련사의 피리’의 발동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었다.

‘키르쿠스의 화신이라고 할 수 있으니 당연한 일인가……. 아니, 잠시만……?’

그때, 어떤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 내리쳤다. 그건 마왕 모드에 대한 새로운 공략법이었다. 원작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이곳에서는 충분히 실마리가 주어졌던 것이었다. 그런데 자신은 원작의 마왕 모드 공략에 너무 집착했던 나머지 간과하고 넘어가고 말았다. 그것이라면 시도할 가치가 있었다.

새로운 작전을 위해서는 루미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는 일군의 벌레들이 루미를 향해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그녀의 존재를 감지하고 성난 벌떼처럼 윙윙거렸다. 마왕의 거대한 덩치 때문에 그들은 느릿하게 날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불과 몇 초면 그녀에게 도달할 것 같았다.

“루미 씨! 위험합니다!”

원더스타인이 그녀를 향해 외쳤지만, 그녀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귀를 막은 채 눈을 감고 고개를 젓기만 하고 있었다.

“싫어, 싫어, 싫어……. 나 싫단 말이야. 다시 조종당하기 싫다고…….”

지네 마왕이 내는 소리를 듣는 순간, 루미는 몸을 옥죄어드는 힘을 느꼈다. 절대 익숙해지고 싶지 않았지만, 며칠 사이에 익숙해져 버린 이 감각. 그것이 그녀를 공황 상태로 몰고 갔다.

“구해줘, 제발 누가 좀 구해줘…….”

그녀는 머리를 감싸고 바닥에 쪼그려 앉아 눈물을 글썽이며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바로 25년 전, 자신을 구해주었던 어떤 남자의 품이었다. 그 남자에게 안겨 있으면 그가 모든 것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것 같았다.

하지만 당연히 이곳에 그는 없었다. 그는 오래전에 그녀를 떠났다. 그녀는 혼자였다. 마음 터놓고 지낼 친구 하나 없는 외톨이.

‘아니, 한 명 있었던가?’

루미는 원더스타인을 떠올렸다. 이상하게 레오의 모습과 겹쳐 보이던 그 남자. 자신이 반했던 첫사랑의 모습을 그에게서 찾는 건 정말 단순히 실연당한 것에 대한 반작용이었을까?

루미는 눈물 젖은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수십 마리의 독충이 자신을 바라보며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그녀는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이게 뭐야. 마야에게는 그렇게 잘난 척 설교해 놓고.

루미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고여 있는 눈물이 넘쳐서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지금 와서 뭘 해보기에는 너무 늦었다. 독충들이 성난 날갯짓 소리를 내며 그녀에게 쏘아져 날아왔다.

잠시 후, 수십 개의 진흙 덩어리를 벽에 던진 것 같은 소리가 났다. 투다다다. 살이 으깨지고 뼈가 부서지는 소리였다. 하지만 고통은 없었다. 루미는 살며시 눈을 떴다.

익숙한 검은색 망토와 어깨까지 닿는 긴 금발이 그녀의 앞을 가리고 있었다. 루미는 단숨에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원더스타인이 달려와 독충들의 공격으로부터 그녀를 앞을 막아선 것이다.

“하하, 이거 꽤 아픈데요?”

매캐하게 살이 타들어 가는 냄새가 났다. 루미는 독충의 체액에 산성 물질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원더스타인이 숨을 훅하고 내쉬더니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그녀는 깜짝 놀라 쓰러지는 그의 몸을 받아들었다.

“야! 너, 너……괘, 괜찮아? 아, 세상에…….”

루미는 그의 몸 상태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그의 몸은 가슴 아래로 절반이 새까맣게 타 있었다. 여기서 절반이라는 것은 사람의 몸을 수직으로 잘랐을 때의 앞부분을 의미했다. 루미는 이 상황에서 웃고 있는 그를 향해 버럭 소리쳤다.

“멍청아! 왜 이렇게 무모하게……. 너 지금 힘도 제대로 못 쓴다며! 그런데 왜……?”

“효, 효율의……문제죠……. 당신의 환상만 있으면……남은 10분을 끌 수 있습니다…….”

루미는 원더스타인이 자신을 달래주기 위해 괜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괴물 서커스의 모든 단원과 힘을 합쳐도 겨우 버티는 게 한계였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 자신이 있다고 한들 10분이나 시간을 끌 수 있을 리 없었다.

“바보 같은 소리……. 끝이야……. 이제 다 끝이라고…….”

“아, 아뇨……. 포, 포기하지 마세요. 제가 단원들에게 새로운 공략법을 대강 설명해뒀으니…….”

원더스타인은 자신을 받치느라 독충의 산성 물질에 상해버린 그녀의 몸을 손바닥으로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죽은 살들이 떨어져 나가고 새살이 그 자리를 채웠다.

“자, 요정 아가씨, 이제 아픈 곳은 없죠? 어서 동료들 곁으로…….”

그가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속삭였다. 그 순간, 그녀는 오랫동안 희미하게만 남아 있었던 옛 기억이 선명하게 재생되었다.

“너?”

그건 25년 전의 일이었다.

***

루미, 레오, 루마, 세 사람이 있었던 괴물 서커스단은 어느 날, 단원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단장이 단원들을 그동안 어떻게 다루어 왔는지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단장은 본인도 몸이 성하지 않은 주제에 그들을 업신여기고 깔보고 학대했었다. 그것이 그들의 태어난 이유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며.

괴물 단원들은 무기를 손에 쥐고 사람들이 보이면 닥치는 대로 죽여댔다. 그동안 일반인 직원들도 단장과 합심해서 그들을 모욕하고 비웃고 괴롭히곤 했기 때문에 그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물론 레오와 루마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았지만, 분노에 눈이 돌아버린 단원들이 그들에게 어떤 해코지를 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실제로 그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준 편이었던 요리사 아줌마가 살해당했다.

그래서 그들은 직원 파벌과 괴물 단원 파벌이 싸우는 틈을 타서 단장의 막사에 숨어 들어갔다. 그곳에 바로 루미를 가둔 새장이 있었다. 두 사람은 그녀를 데리고 그곳에서 탈출했다.

“이 도둑놈들이! 감히 내 물건을!”

단장은 단원들과 싸우던 도중 루미가 도망친 것을 알아챘다. 괴물 단원들은 그저 흉측한 인간들일 뿐이었다. 노예 시장에서 얼마든지 헐값에 새로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요정이었다. 비싸게 팔 수 있었다. 서커스단을 재건하기 위해 그녀를 놓칠 수 없었다.

“루미온! 이리 온! 단장님이 과자를 준비했어요!”

단장은 우습지도 않은 수작으로 그녀를 유혹하려 했다. 실제로 그녀는 몇 번 그 말을 듣고 돌아가려 했지만, 레오와 루마가 막아준 덕분에 간신히 그 함정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폭죽을 실은 마차가 폭발하고 야영장이 혼란에 빠졌을 때, 루미는 자신이 중요한 물건을 두고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꿈 모음집!”

루미는 루마에게 요정의 환상 마법을 가르쳐주는 대가로 매달 과자와 자신의 환상을 담을 메모리 디스크를 요구했었다. 그녀는 거기에 자신이 만든 환상들을 기록해 나갔다. 동화책에서 읽었던 내용이나 일상에서 재밌었던 추억, 직접 만든 이야기 등등. 그것은 나중에 은막 서커스를 세우게 되는 기반이 되는 경험이었다.

‘그걸 두고 갈 순 없지!’

루미는 레오의 주머니에서 빠져나와 단장의 천막을 향해 돌아갔다. 재빨리 자신의 보물만 챙겨서 나올 참이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하필 그녀는 단장과 마주치게 되었다.

“크핫핫, 우리 루미온! 단장님과 함께하려고 돌아왔니?”

“으앗, 이거 놔! 나는 친구들하고 같이 갈 거야!”

“끄아아악!”

루미는 그의 손가락을 피가 나도록 꽉 깨물어 간신히 그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잡다한 환상들을 만들어내 그의 눈을 가렸다.

“이 요정 년이! 몸값 때문에 봐줬더니!”

단장은 그녀를 향해 채찍을 마구 휘둘렀다. 그가 한 번 손을 휘두를 때마다 핏방울이 허공에 튀었다. 그녀는 바닥에 쪼그리고 엎드려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친구들을 찾았다. 그러나 아무도 그녀를 도우러 오지 않았다.

“놈들도 돈보다는 목숨이 중한 가보군! 루미온, 루미온. 이 가련하고 순진한 요정아. 친구라고? 봐라! 누가 널 구하러 온다는 거냐? 네게 친구는 없어!”

단징은 그녀를 보고 낄낄 웃더니 다시 한번 채찍을 내려치려 했다. 루미의 눈동자가 절망으로 물든 그 순간, 거대한 그림자가 그녀를 감쌌다.

“누구……?”

검은 망토에 긴 금발. 그건 그녀가 태어나서 처음 보는 사람의 등이었다. 그는 본인의 몸으로 그녀에게 가해진 공격을 막아주었다.

“너, 너는?”

단장은 그를 보고 눈을 부릅떴다. 그의 손에서 채찍이 굴러떨어졌다.

“괴물 서커스……. 당신은 이런 식으로 데볼루트를 모으고 있었습니까?”

금발 남자는 단장을 보며 아는 체를 했다. 그리고 그건 상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상대의 명칭을 떠올리는 데 성공했다.

“실험체 24601호?”

“오랜만입니다, 이고르.”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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