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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86

< 미래를 보는 투자자 385 >

강진후가 유럽에서 거둔 성과는 엄청난 것이었다.

일본과의 무역분쟁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EU와의 경제협력을 추진했고, 덕분에 한국기업들은 유럽에서 쉽게 판로를 확대할 수 있었다.

경제협력은 문화교류로도 이어졌다. 때마침 유럽에서 이는 한류열풍과 맞물리며 한국어를 배우거나 한국에 대해 공부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었다.

상장기업들 주가는 연일 치솟았고, 해외 평가사들은 앞다투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높여 잡았다.

경제가 좋아진다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여야 정치권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그동안 대통령 유럽순방과 각종 정부차원의 협력추진에도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일을 일개 기업인이 가서 해낸 것이다.

정부는 재빨리 통관절차를 간소화하고, 중소기업들에 대한 자금지원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강진후가 한 일에 숟가락 얹기에 지나지 않았다.

유명 CEO와 투자자는 말 한마디로 주가를 오르고 내리게 만들 수 있다. 강진후가 그들보다 영향력이 컸으면 컸지 작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진 자산과 명성에 비해 한국에 큰 힘을 행사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동안 정치인들이 정신 못 차리고 날뛰었다. 오죽하면 전 세계에서 강진후 우습게 아는 건 한국 정치인들뿐이라는 말이 있겠는가?

그래도 이번 일은 그 생각을 바꾸게 하기 충분했다. 강진후를 적대시하는 게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를 드디어 깨달은 것이다!

정치인들뿐 아니라 관료사회가 받은 충격도 컸다.

여가부의 사례처럼 괜히 가만히 있는 강진후를 건드려 긁어 부스럼 만드는 일이 없도록 다들 주의를 기울였다.

과거 박시형 정권시절 국방부는 국정원과 함께 사이버 심리전단을 운용했다.

사이버사령부는 사이버상에서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적의 공격을 방어하고,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고, 국민들에게 안보의식을 심어주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다.

그 임무란 바로 바로 인터넷에 댓글을 다는 것이었다.

당시 정권을 지지하고 보수적 색채를 가진 글에는 추천과 함께 칭찬과 동조의 댓글을 달았고, 정권을 비판하거나 진보적인 글에는 온갖 악플을 달았다. 특정 지역에 대한 막말과 비하도 서슴지 않았다.

사이버사령부의 공격대상에는 진보 정치인, 시민단체 활동가, 문화예술인, 그리고 강진후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강진후가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종북좌파이기 때문……이 아니라, 청와대에서 지시가 내려왔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강진후의 영향력이 이 정도로 커질 거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만약 알았다면,목에 칼이 들어와도 하지 않았겠지.

하지만 정권은 바뀌었고, 사이버사령부는 수사대상이 됐다. 재빨리 관련 자료를 삭제하고 증거를 은폐했지만,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것만으로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었다.

군대가 정치중립과 국가수호의 의무 따위는 내팽개치고, 열심히 댓글이나 달고 있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일을 주도했다고 할 수 있는 박시형 전 대통령이 구속된 만큼 그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문제는 그때 남긴 댓글이 아직까지도 박재돼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사이버사령부 댓글에 대해 검색하면,관련 자료가 줄줄이 나온다.

강진후에 대한 비난과 욕은 물론, 사망한 아버지와 홀어머니에 대한 인신공격도 담겨 있었다.

게다가 강진후는 군 복무시절 박격포 폭발사건에 휘말려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

만약 강진후가 이 문제들을 다시 거론하기 시작한다면, 골치가 아파질 것이다. 때문에 국방부에서는 이와 관련해 대책을 세울 필요성을 느꼈다.

* * *

배연봉 국방부장관은 육사 후배 장성들과 골프를 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넌지시 말을 꺼냈다.

“이전 장관이 괜한 짓을 하는 바람에 우리만 곤란한 상황이 됐네. 이미 다 지난 일로 괜히 국방부에 대해 안 좋은 소리가 나오면, 병사들 사기가 떨어지고 군 전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지 않겠나?”

그 말에 하나 같이 걱정을 쏟아냈다.

“맞습니다. 아무래도 국민들은 여론에 휘둘리기 마련이니까요.”

“그놈의 언론자유다 뭐다 하면서 좌파기자들이 군대 내 자잘한 일들을 크게 부풀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강진후는 세계적인 유명인입니다. 만약 그 문제들을 다시 거론하기 시작한다면, 전 세계에 이슈가 될 가능성도 큽니다.”

배연봉 국방부장관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예전 일도 있고 해서 어떻게 관계를 좀 좋게 할 방법 없겠나?”

“국방과 관련해 협력하는 게 가장 좋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OTK컴퍼니가 방위산업을 안 하지 않나?”

OTK컴퍼니의 주력은 자율주행과 배터리. 하지만 카로스는 군용차량을 생산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자율주행탱크나 전기장갑차를 만들어달라고 할 수도 없고.

그 다음 주력은 페이스잇이지만…… 이건 애초에 불가능하고.

그들 중 그나마 가장 젊은 방문수 준장이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렸다.

“게임은 어떻습니까?”

“게임? 애들 오락 말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요즘 젊은 애들이 게임이라면 환장…… 아니, 많이 좋아하지 않습니까? 개인정비시간만 되면,이병이고 병장이고 할 것 없이 사지방으로 몰려가서 게임하고 있고. 얼마 전 연구보고서를 하니 보니 게임을 통해 군대를 홍보하는 게 큰 도움이 될 거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아! 저도 그 보고서 읽었습니다. 요즘은 TV나 신문광고보다 SNS나 게임을 통해 홍보를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강진후가 게임회사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국방홍보용 게임을 만들어달라고 의뢰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배연봉 국방부장관은 무릎을 쳤다.

“바로 그거야!”

그 역시 그 연구보고서를 읽은 적이 있다. 왜 진작 이 생각을 못 떠올렸을까?

“비용은 얼마 정도 필요하겠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50억 원 정도는 필요하다고 합니다.”

“뭐? 50억?”

그러자 반대의견이 나왔다.

“고작 게임 하나 만드는데, 50억은 너무 많습니다.”

“20억 만해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배연봉 국방부장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50억 원이면 병사들 1만 명 월급 주고도 남는 돈인데…… 에이,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 정도는 통 크게 가는 게 좋겠지?’

생각을 끝마친 그가 입을 열었다.

“홍보용으로 만드는 건데 최대한 좋게 만들어야 젊은 애들도 좋아하지 않겠나? 게임 재밌게 하다보면 군대에 입대해서 전우들과 훈련도 받고 싶고, 총도 한번 쏴보고 싶어질 테고.”

“맞습니다. 보고서에도 그렇게 나와 있었습니다.”

“하하! 이렇게 쉽게 좋은 방법이 있었군.”

국방부장관이 먼저 웃음을 터트리자, 분위가 갑자기 화기애애해졌다.

후배 장성들은 재빨리 아부의 말을 한마디씩 했다.

“이러다가 대학생 애들이 학교에서 게임하다가 바로 병무청으로 달려가 입대 신청하겠습니다.”

“병무청에 서로 먼저 입대하려고 줄을 서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병사들뿐 아니라 부사관과 장교도 늘어나면, 앞으로 장기복무 경쟁이 치열해지겠는데요.”

배연봉 국방부장관은 흔쾌히 말했다.

“좋아! 강진후에게 50억 원 쥐어주고 제대로 하나 만들라고 해보게.”

해결책이 나오자 마치 앓던 이가 빠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드라이버로 시원한 스윙을 날렸다.

* * *

난 임수미 사장의 연락을 받고 실론호텔로 향했다.

한국 M피자 총회에 참석을 위해서다. 앞으로의 경영전략과 비전을 발표하는 자리에 임수미 사장은 점주와 직원들을 모두 초청했다.

서성그룹이라는 후광이 있었지만, 호텔과 면세점사업을 이만큼 키워낸 것은 임수미 사장의 경영능력.

그 덕분인지 M피자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시장점유율은 다이스피자나, 피자핫에 비하면 아직 낮은 편이지만, 점포당 매출과 순이익은 두 배 이상 높다.

사실 가맹점을 내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다만 로봇과 가계설치 등 창업초기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지점확대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그 때문에 가맹점보다는 직영점을 위주로 지점을 냈다.

아이템 하나가 뜨면 전국 방방곡곡에 프랜차이즈 매장을 쏟아내고,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가 등장해 그것을 똑같이 베껴서 매장을 내고, 그러다가 유행이 지나가면 한 순간에 쓰러지기를 반복하는 것이 한국 요식업의 특징이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한다지만, 좁은 강 위에 엉켜 있던 배가 일제히 노를 저으려다가 다 같이 침몰하는 꼴이다.

다행히 M피자는 그런 점에서 자유로웠다. 메뉴야 적당히 베낄 수 있겠지만, 피자로봇과 오븐트럭,오븐오토바이를 베끼는 건 불가능하다.

실론호텔에 도착하자 임수미 사장이 직접 마중 나왔다.

“유럽 다녀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뭘요. 끝나고 어머니와 같이 식사할 건데, 시간 괜찮으세요?”

“그럼요. 사모님께 전해 들었어요.”

홀에는 이미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내가 들어서자 순간 안이 조용해지며 일제히 나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다들 놀라는 표정이었다.

마치 학생들끼리 떠드는데 학주가 들어온 것 같은 분위기다.

다행히 아는 얼굴이 보였고, 난 다가가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언제 왔어요?”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손을 붙잡았다.

“나도 방금 왔어.”

바로 내 군시절 사수이자, 가맹1호점 점주 김재학이다. 장난스럽게 웃는 모습을 보니, 예전의 밝은 성격을 되찾은 것 같은 모습이다.

“요즘 장사는 어때요?”

“개입 초기에 비하면 조금 떨어졌지만, 꾸준히 잘 되고 있어. 동네상권도 엄청 살아났고.”

“다행이네요.”

지금 버는 수익만 해도 웬만한 대기업 임원 이상이다. 장사가 잘 된 덕분에 빌려간 돈은 진작 다 갚았다.

김재학은 같이 앉아 있던 사람들을 소개시켜주었다.

“여기는 우리 직원들.”

20대 정도로 보이는 두 남자는 일어나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한 명은 얼굴에 화상자국이 뚜렷했고, 다른 한 명은 오른팔을 아예 움직이지 못했다. 아마 군대에서 사고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 M피자를 들여오며, 난 상이군경을 우선 채용해달라고 부탁했고, 임수미 사장은 그 약속을 지켰다.

여자직원을 제외하면, 남자직원들은 절반 이상을 상이군경으로 뽑았다. 그래서 홀 안에서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김재학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같이 사진 한 장 찍어도 돼?”

“왜요?”

“아니, 지금 강진후랑 같이 있다고 하니까 여자친구가 안 믿어서. 인증샷 좀 보내달래.”

난 깜짝 놀랐다.

“어! 애인 생겼어요? 누군데요?”

김재학은 쑥스럽다는 듯 말했다.

“근처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야. 가게에 자주 피자 먹으러 왔는데, 어쩌다 보니까 사귀게 됐어.”

“잘됐네요.”

그는 같이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꽤 미인이다.

“예전에 면회 왔던 애인보다 예쁜데요.”

“누구?”

“있잖아요. 그 상병 때 고무신 거꾸로 신었던.”

“아아! 걔? 얼마 전 결혼했더라.”

내가 김재학과 사진을 찍자,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씩 부탁을 했다. 난 기꺼이 함께 사진을 찍어주었다.

몇몇 사람들은 OTK컴퍼니와 서성그룹, 화안그룹이 공동으로 설립한 재단을 통해 재활과 치료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며, 감사를 표했다.

김재학의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쭈뼛쭈뼛 사진을 부탁했다.

한 직원은 자주포 폭발사고로 인해 전신에 화상을 입었고, 다른 직원은 군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도중 약물을 잘못 맞아 오른팔이 마비됐다고 한다.

나 역시 사고를 겪은 입장에서 남일 같지 않았다.

군대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크게 다칠 뻔한 경험이 하나쯤은 있다. 위험한 무기를 다루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평소에 안 하던 일을 하기 때문이다.

무거운 물건을 들다가 허리를 삐끗한다든지, 높은 곳에서 떨어져 팔다리가 부러진다든지.

부상이나 장애뿐 아니라, 목숨을 잃는 장병들도 부지기수다. 어떻게 보면 사지 멀쩡하게 전역한 것만으로도 운이 좋은 것일지도 모르지.

“다행히 둘 다 국가유공자로 등록됐어. 대부분 탈락하고 힘겨운 소송을 이어나가는 걸 생각하면,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지.”

“데려갈 때나 국가의 자식이지, 다치고 나면 남의 자식이죠.”

심지어는 치료비를 주기 싫어서 강제로 전역시키는 일도 있다.

김재학은 초탈한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뭐, 국방부가 하루이틀 그런 것도 아니고. 맨날 예산이 없다고 하는데, 어쩌겠어?”

난 택규에게 들은 말을 떠올렸다.

“나라에 예산이 없는 게 아니에요. 도둑놈이 너무 많은 거죠.”

* * *

일을 하는데, OTK컴퍼니로 중년남성이 찾아왔다.

다름 아닌 국방부 정책홍보담당관이었다. 안 만날까 하다가 대체 국방부에서 왜 날 찾아왔는지 궁금해서 만나보기로 했다.

“재입대하라는 거 아니야?”

택규의 말에 난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럼 이 나라 떠야지.”

그런 이유라면 국적을 바꾸더라도 모두가 이해해 줄 것이다.

회의실에서 만난 그는 우리를 찾아온 목적에 대해 밝혔다.

“아시다시피 한국은 분단국가이고 북한과 대치중입니다. 종전이 아닌, 휴전상태이며 언제든 다시 전쟁이 발발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국방의 중요성에 대해 말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하지만 병력자원인 청년들이 군 입대를 꺼려하고 기피하는 현상이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외부용역을 통해 연구조사를 해본 결과 군대에 대해 정보를 접하지 못해서 생기는 복무생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원인이라 판단됩니다. 이에 게임기술을 활용해 사전에 군에 대한 간접체험을 즐겁게 해봄으로써 군 복무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고, 국방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입대를 독려하려고 합니다.그래서 저희 국방부에서 민군협력을 통해 국방FPS를 제작해 배포할 계획이고, 이를 OTK게임즈에 의뢰하고 싶습니다.”

“…….”

이게 뭔 개소리야?

너무 어이가 없어서 순간 잘못 들었나 했다. 택규를 보니 ‘아 씨바, 할 말을 잊었습니다’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 미래를 보는 투자자 385 > 끝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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