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Chapter 387

< 마계 (2) >

이온 대륙 북부 산맥에 자리 잡은 악의 본거지, 불사성.

불사의 군대의 내정을 총괄하는 서큐버스 시아나가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한창 바쁘게 업무에 매진하고 있던 와중 갑작스럽게 왕의 호출이 있었던 것이다.

‘하아, 이번엔 또 무슨 일이지?’

이곳의 모든 간부가 그렇듯 그녀도 맡은 일이 굉장히 많았다.

감투만 내정 담당일 뿐 실상은 온갖 잡무를 도맡은 것이나 다를 바 없었으니까.

말이야 바른말이지 구성원의 대부분이 언데드인 집단에 내정이란 게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물과 공기가 없는 건 물론 시공간조차 혼재된 심연의 경계에서도 멀쩡히 돌아오는 게 저 불사의 존재들인데.

그냥 창고에 대충 쌓아놨다가 필요할 때 꺼내 써도 되는 게 언데드란 마물이었기에, 불사성 내부에서 할 일은 노예나 다름없는 흑마법사들과 포로인 황태자를 적당히 관리하는 게 전부였다.

‘휴버트 상회라···. 그래도 성과가 나오고 있으니 다행이지. 벌써 대륙에서도 첫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성장했다니까.’

그런 의미에서 한 인간 상회와의 교역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관리하는 일은 그녀가 맡은 가장 번거로운 업무라 할 수 있었다.

북부 산맥에서만 구할 수 있는 희귀 소재야 언데드들을 부리면 쉽게 채취할 수 있었으나, 그걸 은밀하게 거래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으니.

하긴, 자신 말고 이런 섬세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인재가 불사의 군대에 달리 있을 리가 없으니 이해는 한다만.

‘아무튼 확실히 이번 대의 불사왕은 멍청하게 힘만 앞세웠던 전대들과는 달라. 앞으로는 전면전을 준비하는 척 시선을 끌면서 뒤로는 대륙 경제를 잠식해 나가다니. 이거 완전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승리한 셈이잖아?’

그동안의 업무를 통해서 불사왕이 그리는 큰 그림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 시아나가 내심 혀를 내둘렀다.

아마 그간 그가 보인 미적지근한 행보들도 다 그것을 위한 밑 작업이었을 터.

처음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3년의 유예니 뭐니 했던 장난 같은 유희도 전부 그것을 위한 안배였다고 생각하니 절로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지. 그 이후 이어진 불사의 군대의 습격이 휴버트 상회의 성장에 굉장히 커다란 기여를 했다는 걸.’

막대한 물자를 소모하는 전쟁과 그것을 공급하는 상인은 떼 놓을 수 없는 관계였다.

불사의 군대의 습격에서 가장 시기적절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급격히 세를 불린 휴버트 상회.

사실 그 뒤에 불사왕의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과연 세상에 얼마나 될까?

‘···강대한 무력에 의존하지 않는 그 날카로운 지성이라니. 섹시한 게 두개골의 겉모습뿐만은 아니었다는 거겠지!’

정작 그 두개골 안쪽이 텅텅 비어있다는 사실을 가볍게 외면한 시아나가 뺨에 홍조를 띠며 배시시 미소 지었다.

불사의 군대는 업무 강도가 최악인 블랙 기업이었지만, 멋진 직속 상사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사내 복지였다.

갑작스럽게 고향에서 온 연락 때문에 심란해진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을 만큼.

“어··· 저, 왕이시여? 이분은···?”

그랬기에 불사왕의 호출을 받고 도착한 장소에서 어떤 외부인을 마주한 시아나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 불사왕이··· 처음 보는 여자와 한자리에 있었으니까!

[흐음— 굳이 말하자면 동업자라고 해야겠지. 아니, 어쩌면 경쟁 관계일지도 모르겠군. 크크큭.]

“너무 하네. 누누이 말했지만 난 이쪽 대륙엔 별로 관심 없다니까?”

그 여자는 태연하게 불사왕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기다란 뿔과 검은 날개, 검은 안구 한가운데에 루비처럼 빛나는 붉은 눈동자를 지닌, 어딜 어떻게 봐도 악마로밖에 보이지 않는 존재.

그에 자연스럽게 상대에 대한 경계심이 피어올랐지만 그런 감정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안녕? 예쁜 아이네. 내 이름은 헬라야. 잘 부탁해?”

전신에서 기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아름다운 여성.

그녀가 싱긋 미소 지으며 말을 걸자 시아나의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단순히 시선을 마주하며 인사를 받은 것뿐인데 가슴 깊은 곳에서 연원을 알 수 없는 호의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돼. 이 정도 수준의 매혹이라니! 저 여자는 대체?’

시아나는 서큐버스였다.

유혹이라는 분야에 있어서는 전 차원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런 권위 있는 혈통의 일원.

그 수준은 뱀파이어나 세이렌, 라미아 등 비슷한 능력을 가진 다른 종족들조차 몇 수 아래로 깔아볼 정도였으며, 그만큼 본인이 당하는 것엔 면역에 가까운 수준의 내성이 있었는데···.

‘으으, 서큐버스인 내가···. 그것도 동성에게 넘어갈 수는 없어! 나한테 그런 취향은 없단 말이야!’

지금 그녀의 눈앞에 있는 존재, 헬라에게서 자연스럽게 풍겨 나오는 매력 앞에서 이성이고 동성이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쩌면 감정이 없는 골렘조차 홀려버릴지도 모르지.

이를 악문 시아나의 입가로 핏물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후후, 역시 제법이네?”

[장난은 거기까지 해라. 앞으로 할 일이 많으니.]

그래도 그렇게 최선을 다해 버틴 덕분인지 그녀는 상대가 힘을 거둘 때까지 끝끝내 넘어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계속해서 그 대치가 이어졌다면 어떻게 됐을지 장담할 수 없었으나, 명색이 협력을 위해 찾아온 자리에서 불사왕의 부하에게 더 이상 무례를 끼칠 수는 없었을 터.

그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시아나가 고개를 번쩍 치켜들고 헬라를 노려보았다.

‘틀림없어. 방금 그 힘. 그건 나와 같은 일족인···.’

완전한 서큐버스라고 하기엔 뭔가가 달랐기에 알아차리는 게 조금 늦었지만 이제는 확신할 수 있었다.

상대 또한 자신과 같은 근원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저 헬라라는 여자에 대한 호기심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아무리 이 자리에 불사왕이 있다 하나, 자존심이 상해서 한마디 하지 않고는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시아나는 헬라를 똑바로 바라보며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저기, 어··· 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

표정과 어울리지 않는 수줍은 목소리로.

서큐버스가 타인의 유혹에 흔들린 건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것이 같은 일족의 ‘큰언니’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 생각으로 소녀처럼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시아나에게 헬라가 싱긋 웃는 얼굴로 답했다.

“안 돼.”

그것만은 절대 허락할 수 없다는 듯, 어떤 신념까지 느껴지는 한마디.

그 단호한 대답에 시무룩해진 시아나가 쭈글쭈글해진 와중에 드디어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었다.

마계의 혼란스러운 정국을 타파하고 진정한 마왕을 옹립하기 위한.

‘마왕 귀가 대작전’의 진행을 위해서.

***

자고로 정보를 수집하면서 교차 검증은 필수였다.

설령 증언하는 이가 사실이라 믿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정말 진실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켄과 프란체스에 이은 시아나의 증언은 마계의 상황을 다양한 관점으로 파악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일족이 속한 파벌은 다른 두 악마의 파벌과 적대 관계에 있었으니까.

‘지금 속절없이 밀리고 있는 게 바로 시아나가 속한 파벌이라고 했지.’

마계의 사정은 생각보다 더 복잡했다.

14대 마왕 르레이에가 대륙을 침공했다가 토벌당한 이후 추진된 15대 마왕 선출은 큰 문제 없이 진행되었다.

물론 개인의 무력이든 세력이든 인망이든 상관없으니, 능력껏 자리를 차지한 이가 마왕이 된다는 마계의 법도대로 그 과정이 그리 평화롭진 않았다.

그래도 어쨌든 모두의 합의를 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 또한 사실.

문제는 그 15대 마왕이 즉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종적을 감추면서 시작되었다.

사실 악마족들도 그리 책임감이 있는 성향은 아니었던지라 처음엔 어디 외유라도 나갔나 싶어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으나, 그 빈자리가 수십 년은 물론 백 년을 넘어서게 되자 일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었다.

마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마왕의 실종.

그것이 혼란으로 이어진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다양한 파벌이 차기 마왕위를 노리고 들고 일어섰으며, 여전히 15대 마왕을 지지하는 파벌도 물러서지 않고 거기에 맞서 싸웠다.

그것이 바로 앞서 언급한 수백 년간 계속된 전쟁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 리가 없지.’

사실 투쟁이 일상인 마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었다.

역대 마왕들도 대부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오르지 않았나?

그런데 하필이면 전 마왕이 실종된 직후에 일어난 전쟁이 이렇게 유례없이 커다란 대전으로 번졌다는 것은···.

‘뭔가 부자연스러운데. 인위적인 외부의 개입이 있지 않고서야.’

그리고 그것이 바로 자신을 찝찝하게 만든 원흉일 터.

사실 대충 짐작 가는 바는 있었다.

‘아우테리카에서 뭔가 커다란 문제가 생겼다 싶으면 일단 그놈부터 의심하고 보는 게 합리적이지.’

자신이 이 땅에 도착해 다양한 사건과 마주하고 그것을 해결하길 몇 년이던가?

이게 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판단이었다.

『유폐된 XXX의 신성 파편 (15,500,000)』

이렇게 떡하니 증거도 있었고.

‘처음 봤을 때만 해도 3천만짜리였는데 어느새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군.’

거기다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던 문구도 대부분 밝혀진 상태였다.

뭐, 저 남은 한 단어가 뭔지는 뻔한 일이었지만.

‘내가 여기에 도착한 순간에 저 숫자가 확 줄어들었단 말이지?’

그간 놈과 여러 차례 얽히면서 필요 포인트가 꾸준히 줄어들긴 했으나, 저렇게 절반 가까운 수치까지 떨어진 것은 불과 몇 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뭔가 미묘한 기분이네. 확실히 「마천의 세계」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천천히 고개를 든 헬라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분명 낮일 텐데 태양 같은 천체 하나 없이 그저 은은하게 빛나며 지상을 밝히는 보라색 하늘.

그리고 그 한가운데를 무언가가 베고 지나간 듯, 찢긴 하늘 너머로 보이는 밤하늘의 은하수까지.

“···저거, 아무리 봐도 검흔이지?”

멍하니 하늘에 새겨진 흔적을 바라보는 헬라의 귓가로 메마른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대기에 가득한 음에너지가 체내의 힘을 한층 북돋아 주고 있었지만, 저 장엄한 광경 앞에서 그런 건 사소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좋은 구경했네. 역시 와보길 잘했어.’

한동안 그러고 있던 그녀가 흐릿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지평선 저편, 검은 돌로 지어진 성벽이 보이는 곳으로.

검게 물든 대지와 나무 한 그루 없는 너른 황야.

지금 헬라가 밟고 있는 이 땅이 바로 악마들의 고향이자.

곧 자신의 고향이 될— 마계였다.

***

눈을 가늘게 뜬 헬라가 눈앞의 성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일단 이곳이 어디인지부터 알아내야겠지.’

마계로 오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무렴 불사왕과 마왕이 손을 잡았는데 마계를 가로막는 차원 장벽 따위가 방해될 리 없지 않나?

문제는 그 후에 도착하는 지점을 자기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었다는 데에 있었다.

어찌 됐든 이 땅에 온 건 완전히 처음이었으니까.

‘예정대로 다른 녀석들과 함께 올 수 있었으면 더 편했을 텐데.’

지금처럼 혼자 마계에 떨어진 상황은 원래 계획에 없던 상황이었다.

자신을 안내해 줄 수 있는 현지인 두 명과 이주민 한 명이 버젓이 있는데, 자기가 뭐 하러 혼자 타지에 와서 맨땅에 헤딩을 한단 말인가?

‘혹시 나랑 같이 이동하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 싶었는데, 결국 이렇게 되었네.’

마왕인 주제에 마계는 초행인 자신과는 달리 그들은 정식 루트를 통해 대륙에 강림한 상황이었다.

당연히 귀환할 때 돌아갈 좌표도 이미 찍혀 있었고, 자연스레 마계의 차원 방벽을 넘은 즉시 그 좌표로 전송되어 버렸다.

이 외딴곳에 헬라만 혼자 덩그러니 남겨두고서.

“뭐, 어쩔 수 없지. 혼자 다른 세상에 떨어진 게 처음도 아니고.”

거기다 무력도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상황이다.

헬라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곤 당당하게 성문으로 들어섰다.

“응?”

“어이, 저기 봐.”

“헛?!”

그에 성문 주변에 있던 악마족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집중되었다.

개구리처럼 생긴 녀석부터 시작해 덩치가 4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인, 사족 보행하는 공룡, 온몸이 연기로 이루어진 인영 등.

과연 악마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다채로운 모습들이었다.

‘신기하게들 생겼네. 동물원에라도 온 것 같군.’

번거롭게 마계에서도 다른 모습으로 의태 할 필요는 없다는 거겠지.

이럴 때 괜히 움츠러들면 더 수상해 보이기 마련이다.

헬라는 최대한 당당하게 보이기 위해 어깨를 펴고 앞을 보고 나아갔다.

‘괜찮아. 최대한 튀지 않게 의태 했으니까.’

그것도 「경국지색」의 효과였다.

자고로 ‘나라를 무너뜨릴 미모’라 칭할 정도라면 어떤 미적 취향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하는 법.

비록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으로밖에 바꾸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뿔이나 날개, 눈동자 같은 개성적인 모습을 가리기에는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시아나를 대상으로 연습한 덕분에 매혹의 기운도 잘 조절할 수 있게 됐고.’

특유의 매력만 철저히 감춘다면 온갖 형태의 악마들이 득실거리는 이곳에서 이쁘장한 인간형 악마 정도야 큰 관심거리도 아닐 거다.

그냥 예쁜 고양이나 강아지 정도의 감상이지 않을까?

“잠깐,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하지만 그건 자신의 생각일 뿐이었던 모양.

이 성의 경비 책임자로 보이는 도베르만 머리의 악마 하나가 정확히 이쪽을 지목하고 빠르게 다가왔다.

뒤쪽엔 다수의 악마들을 거느린 채로.

“후우, 코아틀 가에서 달룬의 영역까진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저흰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는데.”

그러고는 헬라를 바라보며 미묘하게 공손한 말투로 의미를 알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억지로 긴장과 부담스러움을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

혹시나 싶어 티 나지 않게 슬쩍 주변을 확인해 봤지만, 역시 주위에 다른 누군가는 없었다.

‘코아틀 가라면···. 지금 전쟁에서 한창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심 세력 중 하나잖아? 어째서 날 그곳의 일원이라고 생각한 거지?’

정보를 수집할 때 얼핏 들었던 이름이었다.

켄과 프란체스가 속한 파벌에서도 제법 커다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세력이라고.

헬라는 최대한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뭔가 저들이 오해한 이유가 있을 거다.

아무런 근거 없이 초면인 상대에게 저런 소릴 하진 않을 테니.

그런데 그 침묵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도베르만 머리의 악마가 침을 꿀꺽 삼키더니 한결 조심스러운 어투로 재차 말을 이었다.

“···일단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렇게 전투복까지 갖춰 입고 오신 걸 보니 뭔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 저희에게도 설명할 기회는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잠깐만, 잠깐만 시간을 좀 내주시지요.”

전투복.

그 말에 슬쩍 시선을 내린 헬라가 자신이 입은 옷을 바라보았다.

이곳으로 오기 전에 「황금의 보고」에서 꺼낸 마계산 마도구.

딱히 입을 옷도 없고 마계로 가는 상황이기도 했으니 그중 가장 잘 맞는 걸 찾아 입은 것뿐인데···.

‘이게 그 코아틀 가의 물건이었던 건가?’

그것도 상당한 고위층을 상징하는 전투복인 모양이었다.

어쩐지 굉장히 편하고 깃든 효과도 다양하더라니.

‘그 녀석들, 이런 건 진작 말해달란 말이야.’

어쨌든 지금은 이 상황을 해결하는 게 먼저였다.

뜻하지 않게 오해를 사게 된 상황.

그에 작게 한숨을 내쉰 헬라가 눈앞의 도베르만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안내해.”

몸에 밴 듯한 거만한 목소리로.

“···예, 예. 이쪽으로. 오기 전에 일러뒀으니 안쪽에서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끝내뒀을 겁니다.”

“흠, 어디 얼마나 준비했는지 보도록 할까.”

마계를 집어삼키기 위해 몸소 이곳에 강림한 마왕 헬라.

기회가 왔다면 놓치지 않는다.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