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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88

EP.387 15. 프랑켄슈타인의 후계자 (41)

원더스타인은 저쪽 세상에서 지네 마왕을 수백 번은 쓰러트렸었다. 그는 놈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베티가 놈과 같은 몸으로 변했을 때, 그는 그녀에 대해서도 다 알아낸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그 자신감 때문에 그녀가 TT2의 마왕과 미묘하게 다르게 행동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말았다.

그녀는 유독 ‘그릇된 암시’에 원작보다 잘 걸리는 모습을 보였다. 마술사, 곡예사들이 관중들을 놀라게 하는 데 사용하는 눈속임 기술 말이다. 단원들이 그녀의 눈앞에서 곡예를 펼치면 그녀는 움찔거리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원작의 보스들에게는 모두 고성능의 전투 AI가 달려 있어서 플레이어들이 속임수를 쓴다고 해도 금방 간파해냈다. 그런데 그녀는 그 부분에 있어서 너무 취약했다.

물론 이는 TTT의 전투 AI 성능이 이곳의 진짜 적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만났던 적들은 모두 게임과 비슷한 수준의 기량을 보였었다. 유령, 광신도, 자카누바, 미스테릭서, 부두교의 마도사들 등등 기술의 숙련도 차이는 있을지언정 타고난 전투 감각만큼은 시스템이 그들에게 각각 배정했던 수치와 유사했다.

하지만 지네 마왕은 그들과 달리 원작과 상당히 차이가 났다. 물론 그에 대해 불평할 생각은 없었다. 덕분에 위기를 넘기며 수월하게 시간을 끌 수 있었다.

이것은 마왕의 기반이 되는 캐릭터가 원더스타인이 아닌 베티라서 그런 걸까? 언뜻 그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그는 그것에 대해서 깊게 고찰할 시간이 없었다. 스무 명에 달하는 단원들의 현황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전략을 짜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선택지는 점점 줄어들었고 그는 비로소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결론은 금방 나왔다.

키르쿠스는 유희의 마신이었다. 그의 본질이 혼돈이든 뭐든 그가 공연 보는 것을 즐기는 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왕 모드는 마도학 이론으로 해석하면 그의 성물인 트릴을 힘을 빌려 마도사가 그의 화신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원작의 원더스타인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존재였지만 그래도 사도였기에 화신으로 변해도 자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베티는 사도도 아닌 주제에 화신의 힘을 끌어냈기에 본인의 의식은 희미했고 키르쿠스의 본능에 끌려다니고 있었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처음부터 있었다. 그녀는 빌리 앤 베티의 숙소에서 원더스타인이 거는 도발들을 모두 무시하고 멀리서 터지는 폭죽에 시선을 고정한 채 광장을 향해 달렸다. 광장에 도착하고 나서도 다른 것에는 관심도 주지 않고 불꽃놀이만을 바라봤다. 심지어 그가 그녀를 공격하려 할 때도 자동 방어 시스템만 작동했을 뿐, 그녀 본인은 불꽃놀이가 끝날 때까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쪽의 곡예사들이 펼치는 기술에 시선을 뺏겨 멈칫거린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단원들이 펼치는 묘기는 그녀에게 있어서 하나의 짤막한 공연과 같았을 것이다.

그 가설이 맞는다면 그들은 굳이 싸우지 않고도 시간을 끌 수 있었다. 놈에게 재밌는 공연을 보여주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이상이 원더스타인이 음향실을 통해 단원들에게 전달한 마지막 명령이었다. 마야는 기절한 그를 안전한 곳에 눕힌 다음 단원들에게 합류했다. 그녀와 루미는 단원들이 모여있는 건물 옥상에 환상 마법을 이용해 무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평소와 달리 배경, 조명 없이 모든 무대를 환상에만 의지해야 했기에 상당히 고난도 작업이었다. 루미는 괴물 서커스단의 평소 무대를 몰랐기에 마야가 뼈대를 세운 곳에 디테일과 색채를 보강하는 일을 맡았다.

마야는 확실히 환상으로 무대를 준비하는 일은 자신이 루미의 기량에 못 미치는 것을 실감했다. 그림으로 치면 그녀는 고작 연필로 스케치만 그려 넣는 것도 벅차하고 있는데, 공동작업자는 실시간으로 그녀가 그린 그림에 펜 선을 넣고 물감을 칠하면서 ‘나무’, ‘테이블’처럼 글씨만 적어놓은 곳에도 본인의 그림을 척척 그려내고 있는 것과 유사했다. 덕분에 그들은 20초도 안 되는 시간에 무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각자 위치로!”

부단장 엘라의 지시에 따라 단원들은 평소 공연할 때의 대형으로 움직였다. 원더스타인이 기절하기 직전에 의상실, 소품실을 통해 그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보냈기에 어렵지 않게 평소처럼 공연을 준비할 수 있었다.

지네 마왕은 궁극 기술의 사용을 마치고 다시 공격을 재개하려다가 괴물 서커스단이 벌이는 짓을 확인하고는 멍하기 그것을 바라봤다.

-서, 서커스다……. 서커스야…….

과연 원더스타인이 예상했던 대로의 효과가 나왔다. 이제 남은 시간은 8분. 괴물 서커스단의 평소 프로그램대로라면 단원당 15분 정도 시간이 배정되었기에 한 명만 나서도 충분했다. 엘라는 단원들을 둘러보다가 한 명을 지정했다.

“밴딕. 당신이 하는 게 좋겠어.”

그들이 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은 이 작은 건물의 옥상이 전부였다. 그러면 기본적으로 무대를 넓게 쓰는 우몬과 트라이머리, 천장까지 활용하는 유라크네, 관객과의 소통이 필요한 스벤보다 그가 적격이었다. 그는 무대도 좁게 쓰고 관객과 호흡을 주고받는 일이 가장 적었다.

붕대를 두른 남자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뭔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나,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이름을 불린 것 같군.”

“응? 갑자기 무슨 소리야?”

“레카체프 서커스 학교의 시험 이후로 내가…….”

밴딕은 뭔가 말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으나 엘라가 서둘러 손을 내저어 무마시켰다. 지네 마왕의 입에서 불만에 가득한 신음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헛소리하지 말고 어서 관 안에 들어가! 관객이 지루해하잖아!”

“……알았다.”

밴딕은 주먹을 꽉 쥐었다. 언제나 제 몫을 해내고 다른 단원들과도 잘 지내고 있는 그였지만 어째서인지 다른 단원보다 활약이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심지어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알렌과 조보다 자신이 비중이 없는 것은 아닐까 고민할 정도였다.

‘이번에 뭔가 보여줘야겠군.’

그렇게 밴딕을 주연으로 한 괴물 서커스는 공연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불과 30초도 되지 않아 순식간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그가 막 관을 열고 나오는 장면에서 베티가 촉수를 휘둘러 무대를 파괴했기 때문이다. 밴딕은 비명을 내지르며 건물 아래층으로 떨어져 안개 바다에 잠겨버렸다. 그녀는 무대를 내려다보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시시해!”

사람마다 취향이라는 게 있어서 잘 맞는 공연과 그렇지 않은 공연이 있었다. 노련한 흥행사는 관객들의 구성을 보고 즉석에서 공연의 내용을 조정하기도 했다. 엘라도 몇 번 비슷한 일을 한 적 있었다. 남자 관객들만 주로 있을 때는 박력 넘치는 우몬과 시선 끌기 좋은 유라크네의 비중을 높였고, 가족 관객들이 많을 때는 자극적인 연출은 줄이고 스벤과 트라이머리의 코미디 부분을 늘렸다.

현재 이곳 광장에 하나밖에 없는 관객은 벌레들을 부리고, 사람 죽이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그 생김새는 흉측하기 짝이 없는 괴물이었다. 그런 그녀가 고작 꾸며낸 괴물 놀음을 재밌어할 리 없었다.

상대를 철저하게 한 명의 관객으로 가정하고 상황을 분석한 엘라는 자신들의 공연으로는 결코 상대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괴물 서커스가 아니라…….

“다들 내 말 잘 들어! 무대를 바꿔서…….”

그러나 그녀가 지시를 내리기도 전에 베티가 공격을 재차 가했다. 그녀는 재미없는 공연을 보여준 것에 대한 분노인지 궁극 기술에 근접한 수준의 공격을 옥상으로 퍼부어댔다.

“젠장, 뭐가 문제인데!”

“피할 자리가 없어!”

“끝이다!”

“으아악!”

가뜩이나 좁은 장소였다. 거기다 다들 공연을 보조하는 대형으로 서 있었던지라 대부분 그녀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 그나마 몸을 뺄 수 있었던 것은 몸놀림이 재빠른 엘라와 레이나, 마법으로 몸을 공중에 띄우고 있던 마야와 루미, 그리고 서커스단에서 아직 맡은 보직이 없어 멀뚱히 떨어져 있던 알렌과 조뿐이었다.

엘라와 레이나는 그들이 서 있던 무대가 마비 가스 아래로 가라앉는 것을 지켜봤다. 원더스타인의 부활까지는 이제 5분밖에 안 남았다. 두 사람이 함께 곡예를 펼친다면 충분히 시간을 끌수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서 있는 땅은 불과 한 평도 안 되는 지붕 위였다. 엘라는 마야에게 환상으로 발판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두 남자의 목소리가 이목을 끌었다.

“이봐, 알렌, 요즘 경기 어떤가?”

“내가 건 말은 저주받은 것 같더군.”

“응? 무슨 말인가?”

“멀리 동쪽의 미켈튼에서 온 말인데…….”

“아니, 그 경기 말고! 나는 자네의 경제 상황을 물은 거란 말일세!”

“그러니까 그 경기 말하는 걸세. 내가 경마에 전 재산을 걸었다가 파산했거든.”

알렌과 조가 서 있는 곳은 방 한 칸은 될 법한 크기의 옥상이었다. 이 위기의 상황에서 두 사람은 갑자기 콩트를 하기 시작했다. 괴물 서커스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그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어쩌면 죽기 전의 마지막 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들은 필사적으로 연기에 몰두했다. 그들이 선보인 것은 바로 수아브와 헤어진 날 밤, 괴물 서커스단으로 찾아오며 아이디어를 냈던 대본이었다. 처음 느껴보는 서글픈 감정에 겉으로는 웃으면서 울 것 같은 심정으로 쓴 것이었다.

“저것 좀 봐.”

레이나가 위를 가리켰다. 지네 마왕이 고개를 숙이고 알렌과 조의 무대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엘라는 마야를 부르려던 것을 멈췄다. 여기서 괜히 다른 것을 시도했다가 산통을 깰 수 있었다. 그녀는 가만히 알렌과 조가 하는 것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것은 퍽 이상한 광경이었다. 거대한 괴물이 다 무너진 건물 위에서 인간 둘이 떠드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은.

그렇게 가만히 공연을 감상하던 엘라는 어느 순간 5분이 지났음을 알 수 있었다. 정확한 시간은 몰랐지만, 어느새 부활한 원더스타인이 광장 반대편의 종탑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부상이 완전히 치료된 것으로 보아 힘을 모두 회복한 듯했다.

-어떻습니까, 막간을 담당할 우리들의 새로운 단원들은?

마침 알렌과 조의 무대가 끝났다. 대본을 짠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데다, 연습도 한 번밖에 없었던지라 전체적으로 어색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단순히 까불고 웃기는 것뿐만이 아니라 내용을 곱씹을 만한 거리도 담고 있었다. 그들에게 부족하다고 느껴졌던 ‘눈물’이 진하게 배인 공연이었다. 엘라는 관객을 향해 허리를 숙이는 두 사람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최고야.

관객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목 뒷부분 껍질이 들리는 그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두 날개가 불꽃을 뿜어댔다. 그의 두 팔이 하나로 합쳐져 거대한 송곳의 형태를 만들어냈다. 그의 몸이 마치 포탄처럼 베티의 뒤통수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한 자루 창처럼 변한 그는 높은 곳에서부터 아래로 내리꽂히며 그녀의 껍질을 부수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몸 안쪽을 헤집고는 그녀의 뱃가죽을 그대로 땅바닥에 때려 박아 넣어버렸다.

-끄아아악!

목이 망가진 그녀는 영적인 비명을 질러대며 몸부림쳤다. 그러나 원더스타인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최후의 일격을 날릴 준비를 했다.

그의 몸에서 검붉은 가시들이 밤송이처럼 빼곡하게 솟아나더니 몸 안쪽으로 당겨지며 장전되었다. 그가 남은 데볼루트를 모두 쏟아부어 만든 일회용 고무줄 근섬유가 그것들을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그것들은 그가 몸을 펼치는 순간 시위가 풀렸다. 가시들이 그의 몸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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