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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89

EP.388 15. 프랑켄슈타인의 후계자 (42)

지네 마왕의 허리가 끊어지면서 거대한 탑처럼 서 있던 그녀의 육신이 무너져 내렸다. 그녀의 몸은 그녀가 허리를 굽히고 있던 방향, 그러니까 알렌과 조가 있는 곳을 향하여 쓰러졌다.

“우와악, 저놈이 이쪽으로 온다!”

“피해!”

“잠깐! 우리가 있는 곳도 범위에 들어가잖아?”

알렌과 조가 옥상에서 뛰어내렸고, 엘라와 레이나도 덮쳐오는 그림자를 보고 몸을 피했다. 마야와 루미가 그들의 발아래에 환상 발판을 재빨리 깔아준 덕분에 다행히 마비 구름 속으로 빠지는 일은 없었다.

“뭐야? 다들 무사했네?”

엘라는 마법사 두 사람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아까 지네 마왕의 공격에 당해 건물 아래로 추락했던 단원들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그게 말이지…….”

그들이 아까 노란색 안개 바닷속으로 떨어지자마자, 루미와 마야는 마법으로 그들을 보호했다. 두 사람은 그들을 바로 위로 끌어올리려고 했으나, 지네 마왕이 알렌과 조의 쇼에 빠져드는 걸 보고 괜히 몰입을 방해할까 싶어 원더스타인이 놈을 쓰러트리기 전까지 안갯속에 머무르게 한 것이었다.

“우리 단장이 정말 이놈을 쓰러트린 거야?”

“전 바로 아래에서 봤어요! 단장님이 놈의 갑주를 뚫고 몸 안으로 돌진하는 모습을!”

베티의 하반신은 안개 바닷속으로 가라앉았고, 그녀의 상반신은 건물 지붕 위에 몸을 늘어뜨린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단원들은 그 모습을 보고 함성을 내지르며 원더스타인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 축제의 순간에 끼지 못한 사람은 마왕의 공격에 정통으로 얻어맞고 기절한 밴딕뿐이었다.

광장을 가득 메웠던 누런 안개도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다. 원래 가스는 낮은 지대로 꾸준히 빠져나가고 있었지만, 놈이 배에서 계속 그것을 뿜어댔던 탓에 높이가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단장님이다!”

“어이, 원더스타인! 무사한가!”

“단장님! 멋있었습니다!”

광장 바닥이 드러날 무렵, 원더스타인도 막 지네의 하반신 안에서 기어 나오고 있었다. 그는 데볼루트를 모두 소모한 터라 지네의 몸속에서 내장과 살덩어리를 직접 헤집어서 길을 내야 했다.

“다들 무사했군요.”

그는 지친 한숨을 내쉬며 지네의 뱃가죽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지금까지의 싸움 중에 데볼루트를 가장 많이 소비했다. 특히 마지막에 썼던 ‘가시복 초신성’은 무려 한 번 쏘는 데 데볼루트가 1200개나 드는 기술이었다.

“여러분 덕분에 놈을 쓰러트릴 수 있었습니다.”

“에이, 실질적인 싸움은 단장님이 다 했잖아요.”

“우리는 그저 시간을 끌었을 뿐이고.”

“아닙니다. 정말 여러분들의 공이 큽니다.”

그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원래 그가 계획했던 대로라면 그는 아직 그녀와 싸우고 있었어야 했다. 그것도 승산 반반의 싸움을 말이다. 그러나 그들이 퀘스트를 수행해준 덕분에 그는 데볼루트를 대량으로 확보해 원더스타인의 최강 기술 중 하나를 사용할 수 있었다.

*서브 퀘스트-괴물 서커스 388회째

: 칼디르 중앙 광장. 관객 1명.

달성조건

: 관객이 공연을 8분 동안 지켜보게 하십시오.

성공 시 보상

: [데볼루트 +500]

실패 시 페널티

: [데볼루트 -100]

고작 10여 분의 공연에 데볼루트 500개라니. 이 정도 양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건 처음이었다.

공연 퀘스트는 공연을 열 때마다 매번 떴었다. 9개월 전 악스빌의 나루터에 있었던 첫 공연부터 시작해서 장미 풍차 카바레의 경연, 그리고 이번 철도 서커스 여정까지. 크고 작은 것 다 합쳐서 그들은 어느새 388회나 공연을 치른 것이다.

공연 퀘스트의 보상은 언제나 데볼루트로 지급되었고, 공연의 규모나 완성도에 비례해서 제공되는 양이 달라졌다. 최근에 새 단원들이 합류한 뒤로는 보통 공연 한 번에 40개 전후가 들어왔다.

현재 단원들의 평균 호감도와 서커스단 명성에 따른 데볼루트가 매일 70개 정도 지급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아주 큰 양이었다. 공연은 하면 하루에 3~6회 정도를 치렀으니까 말이다.

물론 공연이라는 게 매일 있는 것도 아니었고, 단원들의 복지와 공연 준비를 위해 사용하는 자원 또한 고려해야 했다. 재정 긴축 이후로 데볼루트의 사용량이 늘어난 터라 공연이 없는 날이면 데볼루트의 총량에 거의 변화가 없었다. 즉, 평균 호감도와 명성에 따라 제공되는 데볼루트는 단원들을 위해 대부분 쓰인다는 소리였다. 데볼루트를 늘리고 싶으면 공연을 해야 했다.

그래도 신년 전후 2주 동안은 일거리가 끊이지 않았던 덕분에 데볼루트를 하루에 100개씩은 쌓을 수 있었다. 칼디르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그는 2500여 개의 데볼루트를 보유 중이었다. 그는 그것들을 이번 전투에 전부 사용하고 말았다. 베티에게 돌격하기 직전에 퀘스트 보상으로 들어온 500개도 포함해서 말이다.

그가 그렇게 아낌없이 데볼루트를 사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번 보스 캐릭터의 처치 보상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서브 퀘스트-지네 마왕

: 지네 마왕의 심장석에는 엄청난 데볼루트가 응축되어 있습니다.

달성조건

: 지네 마왕을 처치하십시오.

성공 시 보상

: [데볼루트 최대 +40000]

실패 시 페널티

: 없음.

원더스타인은 지네 마왕의 끊어진 허리에서 삐져나온 붉은색의 보석을 바라보았다. 곧 있으면 저게 산산이 깨질 것이다. 원작에서도 마왕이 죽으면 그랬다.

진단 기능으로 살펴본 바로 저기에 뭉쳐 있는 데볼루트의 양은 대략 3만 정도로 추정되었다. 퀘스트가 최대 4만을 획득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베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1만 정도 손실이 난 것 같았다.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심장석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자신에게 종속된 데볼루트는 아니지만, 반년 전에 저주 역병이 퍼진 마을에서 그것들을 흡수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든 경험이 있었다. 이번에도 과부하로 한나절 정도 고생하면, 3만, 아니, 전부 먹는 건 힘들다 치더라도 1만 정도는 능히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저를 저곳으로 좀 옮겨주시겠습니까?”

그의 부탁에 가까이 있던 엘라와 레이나가 그를 부축하기 위해 다가오려 했다. 그러나 그 전에 멀리서 휙 하고 마야가 날아오더니 그의 옆에 섰다.

“제가 할게요.”

“마야 양?”

원더스타인은 그의 가슴을 손으로 받치는 그녀에게 의문에 찬 시선을 보냈다. 그녀는 그날 밤의 일이 있은 뒤로 자신에게 다가오기를 꺼린다고 생각했는데…….

“괜찮겠습니까?”

“제가 그동안 단장님을 오해했었어요. 죄송해요.”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그동안 생각을 정리해 보니 그가 그녀를 추행할 의도가 아니었다는 것을 받아들인 것 같았다.

하긴 지금까지 발가락을 빨고, 다리까지 핥아댔는데 고작 그 정도로 그녀가 그렇게까지 싸늘하게 굴었던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파피락스에 빠졌던 것을 보면 뭔가 다른 문제가 있었던 게 분명했다.

“이해합니다. 마야 양도 고민이 많았겠죠. 하지만 다음번에는 혼자 끙끙 앓지 마세요. 걱정했습니다.”

“알겠어요.”

마야는 그와 함께 지네의 심장석이 있는 곳을 향해 날았다. 원더스타인은 환희에 찬 표정을 지으며 그것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것에 그의 손이 닿자 빛이 번쩍이며 초당 수십 개의 데볼루트가 그의 몸 안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자유 데볼루트를 감지했습니다. 흡수를 시작합니다.]

[흡수한 데볼루트의 종속화를 시작합니다.]

[종속화 도중에는 몸과 시스템에 부하가 걸립니다.]

예전에 한 번 느껴본 적 있는 감각이었다. 뜨거운 바늘로 마구 찌르는 것 같은 고통이 손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데볼루트: (143/5500)

-데볼루트: (231/5500)

-데볼루트: (345/5500)

-데볼루트: (471/5500)

데볼루트가 빠르게 흡수되고 있었다. 그에 따라 과부하도 진행되었다. 흡수한 총량이 500을 넘어가자 상태창이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1000을 넘자 글자를 알아보기 힘들어졌다.

저번보다 과부하에 들어가는 시간이 늦었다. 아무래도 데볼루트 수용량에 비례해서 시스템이 부하를 더 잘 견디는 듯했다.

그것은 그에게 희망적인 소식이었다. 그는 저번 흡수 속도를 기준으로 흡수량을 최대 1만 정도로 예측한 것인데, 이 정도면 최소 2만 정도는 뽑을 수 있을 것 같았다.

2만! 꿈만 같은 숫자였다. 그는 예전에 상태창의 기능을 이용해 심심풀이로 TTT에서 보였던 원더스타인 수준의 힘을 얻으려면 얼마만큼의 데볼루트를 투자해야 하는지 계산해본 적이 있었다.

그 결과, 1단계인 마술사 모드는 6천, 2단계인 전사 모드는 2만 정도라는 값이 나왔다. 마왕 모드는 시리즈가 갈수록 격차가 커졌기에 딱 어떻다고 하기 힘들었지만, 가장 약한 TT1의 마왕 모드라고 해도 최소 8만은 있어야 했다.

지금까지 그의 육체 능력 증강과 전투 특성을 개발하는 데 든 데볼루트의 양은 3천 정도였다. 원작의 그에 비하면 아직 모자란 수치였다. 그런데 이번 수확으로 그는 단숨에 1단계를 돌파해 2단계 변신 수준까지 힘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참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야는 그의 상태를 옆에서 관찰하다가 불안한 예감을 느꼈다. 붉은빛이 그의 몸속으로 파고 들어가며 맥동했다. 그녀는 그의 이런 모습을 예전에도 한 번 본 적 있었다.

‘설마?’

반년 전, 저주 역병이 퍼진 마을에서 그는 몸을 망쳐가면서까지 그곳에 퍼진 데볼루트를 정화하려 했었다. 그가 억지 미소를 지으며 피를 토하던 모습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이런 바보!’

마야는 자신을 책망했다. 왜 진작에 눈치채지 못한 것일까? 자신이 왜 지난 4개월 동안 데볼루트를 연구했던가? 저분의 어깨에 얹힌 짐을 나눠들기 위해서 아니었던가?

저분이 자신에게 데볼루트의 구조식을 알려준 것은 자신의 과업을 이어줄 후계자를 키우기 위해서였다. 자신은 제자로서 스승에게 성과를 보여야 했다.

원더스타인은 빛의 강도가 10분의 1정도 줄어든 것을 감지했다. 이제 3000 정도 흡수한 것 같았다. 확실히 이 정도 속도면 2만은 무리 없이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두 내 몸을 개발하는 데 쓰는 건 낭비야. 한 1만 정도만 쓰고, 나머진 다른 데 쓰는 게 좋겠지? 스킬북으로 온갖 전투 기술을 몸에 떡칠하는 것도 좋을지도. 소품실을 통해 필요한 물건을 조달할까? 재정 긴축 이후로 너무 아끼고 살았단 말이야. 괴물 단원들이 언제나 밖을 돌아다닐 수 있게 24시간 배역 이름표를 달고 살아도 괜찮겠고. 그걸로 평균 호감도 50 돌파를 노려봐? 일단 만약을 대비해 2천 정도는 저축해 두고, 나머지로…….’

복권에 당첨된 사람처럼 그동안 꿈꿔왔던 소비를 할 생각에 신나 있던 원더스타인. 하지만 그는 곧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것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의 시야를 뒤덮은 무지개색의 빛 때문이었다.

오색의 광채가 지네 마왕의 심장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것은 확 하고 불길을 일으키더니 뭉쳐 있던 데볼루트들을 태우고는 들불처럼 번져 나가 심장석 전체를 집어삼켰다.

“어…….”

그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오색의 불꽃은 그곳에 모여있던 데볼루트들을 몇 초 만에 불살라버렸다. 그는 어리벙벙한 표정을 지은 채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봤다.

원더스타인이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건 마야 셀레스티얼이었다. TTT의 모든 일반 적을 한 방에 나가떨어지게 하는 무적 모드로 만들어주는 마법.

저게 저렇게 위력이 강했었나? 원더스타인 2단계 모드를 만들 분량이 어떻게 한꺼번에……. 아! 아무 명령도 입력되어 있지 않은 데볼루트라서 그런 건가? 아니, 그것보다 저게 왜 여기에…….

2만 7천의 데볼루트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광경을 목도한 원더스타인 앞에 마야가 내려섰다. 그녀는 모든 마력을 다 쏟아낸 탓에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제, 제가 새로 익힌……마법이에요…….”

그녀의 말투에는 평소에 찾아보기 힘든 뿌듯함이 어려 있었다. 그를 향해 눈빛을 보내는 것을 보면 칭찬이라도 해달라는 것 같았다.

물론 그녀의 성과는 극찬받을 만한 것이었다. 마야 셀레스티얼은 원작의 그녀가 몇 년에 걸친 원더스타인과의 투쟁 끝에 도달한 경지였으니까.

하지만 원더스타인은 도무지 기뻐할 수 없었다. TTT에 대한 그의 팬심도 지금의 절망감을 이겨낼 수 없었다. 자식이 당첨 복권을 찢어서 삼켜버린 것을 알게 된 부모의 기분이 이럴까?

“하하, 하하하…….”

그는 웃었다. 그의 몸에 걸린 저주는 화내거나 슬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 그는 기계적으로 ‘단장 원더스타인’이 해야 할 일을 했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했습니다…….”

마야는 지친 듯 몸을 비틀거리며 그에게 안겼다. 그에게 인정받아서 기뻤다. 그가 자신을 희생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가 하는 일을 도울 수 있게 된 것이 만족스러웠다. 그녀의 입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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