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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9

미래를 보는 투자자 038

38화.

비즈니스는 계속 이어졌다.

“유료 전환 이후에는 그 수익으로 자체 컨텐츠 제작에도 나설 겁니다. 여러 제작사들과 협력해 VR컨텐츠 제작으로 영역을 넓힐 생각입니다.”

VR(Virtual Reality)은 차세대 영상 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 VR기기는 다양하게 출시되었지만, 아직 즐길 만한 콘텐츠가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포르노가 향후 VR의 보급과 대중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고, 글로벌 투자전문회사들은 몇 년 안에 VR 포르노 시장이 15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택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VR 포르노는 뭐야?”

“가상현실이지.”

얼굴에 VR기기를 착용하고 영상을 시청하는 것은 현재도 가능하다. 여기에 더 나아가 실제의 후각과 촉각을 느낄 수 있도록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현주 누나는 머리가 아픈지 손가락으로 이마를 꾹꾹 눌렀다.

“별 걸 다 연구하고 앉았네······.”

택규가 계속 흥미를 보이자 제라드는 신나서 떠들어댔다.

“포르노는 단지 보는 것을 넘어 즐기는 것으로 바뀌게 될 겁니다. VR포르노는 기존 포르노와는 달리 생생한 현장감으로 압도적인······.”

택규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저런 걸 생각해냈지? 스탠포드에서 배웠나?”

“뭐······.”

어디서 배웠는지는 모르지만, 스탠포드가 걸출한 인재를 배출해 낸 것은 사실이다. 훗날 둘이 성공해 모교에서 포르노 산업에 대해 강의하는 날이 오기를 바래본다.

“이거 대박이야. 안 그래?”

현주 누나는 나를 쳐다보았다. 택규의 말이 맞냐고 묻는 듯한 표정이다.

“······.”

맞긴 한데, 맞다고 말하기가 힘들다. 

제발 나에게 묻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내가 대답하지 않자 택규가 날 보며 소리쳤다.

“왜 솔직하지 못해? 너도 야동 좋아한다고, 당당하게 말해! 중학생 때 나한테 좋아하는 배우랑 신작품번 알려준 게 너였어!”

“헉!”

그 얘기를 여기서 왜 해, 미친놈아!

엘리는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며 날 보았다.

“야동 좋아해요?”

“······.”

살면서 여자에게 이런 질문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난 손을 내저었다.

“오, 오해예요.”

“그런데 야동이 뭔가요?”

“······.”

한국어를 알아도 한국인이 아니면 잘 모를 단어긴 하지. 야구 동영상이라고 하면 믿으려나?

짝짝짝!

택규는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난 따라 일어나려다가 현주 누나와 엘리를 보고 멈칫했다.

대신 마음속으로 두 사람의 열정에 박수를 보냈다.

현주 누나는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

“이게 정말 가능한 비즈니스라고 생각해?”

한국에서 포르노는 엄연히 불법이다. 만드는 것도 죄고, 유포하는 것도 죄다.(그런 것 치고 인터넷에 야동이 이렇게 넘쳐나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때문에 이런 비즈니스가 한국에서 가능할 리 없다. 

그러나 외국은 다르다. 미국과 유럽 같은 대부분의 국가들은 포르노가 합법이다.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꽤 비전이 있어 보이지 않나?

난 다시 기획안을 살펴보았다.

DVD 렌탈 위주로 돌아가는 일본과는 달리 미국은 편당과금이나 정액제로 운영되는 사이트가 이미 여럿 존재했다.

이 틈에서 살아남아 성장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정교한 추천 시스템을 구축하느냐와 VR이나 AR 같은 차세대 컨텐츠 시장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다.

“서버 구축 및 컨텐츠 제공사들과의 협상을 위해서 700만 달러가 필요합니다.”

700만 달러면 77억 원 정도.

신생 스타트업이 투자 받기에는 만만치 않게 큰 금액이다. 성공하면 수십 수백 배로 돌아올 수 있겠지만, 실패하면 이 돈은 그냥 허공으로 날아갈 것이다.

택규는 강하게 주장했다.

“이건 무조건 투자해야 돼. 돈을 떠나 공익적 차원에서라도.”

그렇다.

이건 수익이 아닌 공익에서 접근해야 할 비즈니스다. 이 말대로만 된다면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행복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뭐해, 누나? 어서 투자하겠다고 말해.”

난 진심을 말하는 대신 친구를 팔았다.

“택규가 이렇게까지 투자하고 싶어 하니, 투자하죠.”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 지금 이 순간이 꿈이라면······.

어차피 결정권은 나에게 있다. 

현주 누나는 표정을 고치며 토비와 제라드에게 말했다.

“We will invest in Faceit.”(페이스잇에 투자하겠습니다.)

* * *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이 스타트업들은 우리가 투자하기 때문에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걸까, 아니면 유니콘으로 성장할 기업에 우리가 투자하는 걸까?

전자의 경우는 우리가 투자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우리가 투자하지 않아도 다른 투자를 찾아 성공을 거둘 것이다.

어느 쪽이든 간에 투자에 있어서는 신중해야 한다.

예지는 어떠한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될지를 알려주지만, 정확히 얼마를 투자해 얼마의 지분을 매입하라는 것까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것 우리가 해야할 몫이다.

현주 누나는 지분 매입 범위를 둘러싸고 협상을 벌였다. 이론적으로는 같은 금액이면 최대한 많은 지분을 갖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무턱대고 많은 지분을 요구할 경우 경영의욕이 저하되거나, 향후 또 다른 투자를 유치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우리의 목적은 최대한 많은 지분을 인수해 경영에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수익을 얻는 것이다.

협상 끝에 700만 달러에 지분 42퍼센트를 인수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엘리는 영어로 작성한 투자계약서를 내밀었다. 페이스잇의 공동경영자인 토비와 제라드가 먼저 서명했고, 현주 누나는 OTK컴퍼니 대리인 자격으로 서명했다.

두 사람은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투자자를 찾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겠지.

계약서 작성이 끝나고 나자 우리는 다시 악수를 나누었다.

토비는 우리를 보며 말했다.

“Faceit will be the leader of porn industry.”(앞으로 포르노 업계 최고가 되겠습니다)

“······.”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해.

* * *

첫 스타트업 투자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뭐, 진짜 성공적일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알겠지만.

엘리는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는 표정이었다.

현주 누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필 첫 투자한 기업이 저런 곳이라니.”

한 시간 후, 또 미팅이 예정되어 있다.

오늘만 해도 세 팀을 만날 예정이다. 한 팀 만났으니, 이제 두 팀 남았다.

휴식을 하는 동안 엘리는 태블릿으로 기획안을 살펴보았다. 아까의 일로 적어도 뭐하는 스타트업인지는 알고 만나야겠다는 생각인 듯했다.

마찬가지로 기획안을 보던 현주 누나가 말했다.

“이번엔 피자 사업이네. 무슨 피자 스타트업이 있어?”

기억난다. 

처음 기획안을 읽었을 때 나도 똑같은 생각을 했었다.

“보통 피자 회사가 아니에요. 피자의 개념을 완전히 뒤바꿔 놓을 혁신적인 피자를 만든다는데요.” 

택규는 물었다.

“피자에 무슨 혁신을 한다는 거야?”

“만나보면 알겠지.”

* * *

IT업체에 다니는 마일로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맥스는 친구였다. 둘은 자주 마일로의 집에 모여 게임을 하고, 술을 마셨다. 

그러다가 배가 고파서 피자를 주문했다.

30분 안에 온다던 피자는 45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주문한 지 한 시간이 넘어 드디어 피자가 도착했다.

피자는 식었고, 치즈는 굳었으며, 심지어는 흘러내린 기름으로 종이바닥에 눌러 붙었다. 둘은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체 배달 피자는 왜 이따위야?”

투정거리는 마일로를 맥스가 달래주었다.

“피자는 원래 갓 구웠을 때가 가장 맛있어. 배달 도중 식으면 식감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지. 그래서 제대로 된 피자를 먹으려면 매장에 가서 먹어야 돼.”

“배달하면서도 안 식게 할 수는 없나?”

맥스는 장난처럼 말했다.

“푸드트럭처럼 배달차 안에 오븐을 넣고 구우면서 운전하면 되지.”

“크크, 그게 무슨 헛소리······ 잠깐,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무슨 생각?”

“피자를 만들어서 배달하니까, 시간도 오래 걸리고 피자가 식는 거 아니야? 배달을 하면서 만들면, 시간도 줄이고 갓 구운 피자를 고객에게 바로 줄 수 있잖아.”

둘은 그때부터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로봇 기술의 발달로 인한 자동화 시스템은 요식업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미 레시피를 입력하면 요리를 해주는 로봇과 바텐더 로봇 등은 상용화되었다.

피자는 도우를 펴고 소스를 뿌리고, 토핑을 얹고, 오븐에 넣는 모든 작업을 사람이 하고 있다.

여기에 로봇을 도입해서 시간과 인건비를 줄일 수는 없을까?

그 다음, 초벌을 한 피자를 배달트럭에 실고, 도착 직전에 다시 오븐으로 구워 고객에게 건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대단한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그저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따뜻한 피자를 배달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거기서 큰 가능성을 보았다.

둘은 맥스의 레스토랑에서 실험에 나섰다. 당장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서, 일단 트럭을 개조해 오븐을 장착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집에서 갓 구운 따끈한 피자를 받아본 고객들은 큰 만족을 나타냈고, 이는 재주문으로 이어졌다.

되는 사업이라는 확신이 들자 마일로는 회사에 사표를 썼고, 맥스는 레스토랑을 피자가게로 바꿨다.

가게 이름은 둘의 이름의 첫 스펠링을 따서 M피자로 정했다.

사실 피자 하나 배달하느라 오븐을 실은 트럭이 왕복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규모를 구축해야 했다.

맥스가 가게를 운영하는 동안 마일로는 계획을 세우고, 포트폴리오를 들고 투자자를 찾아 다녔다.

그는 투자자를 만나 열심히 설득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얼마나 신선하고 따끈따끈한 피자를 원하는지, 실제로 그런 피자를 배달했을 때 반응이 어땠는지를.

그러나 투자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시장에서 피자는 충분히 포화상태였다.

이미 다이스 피자나, 마마존스, 피자핫 같은 전통의 강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데다가, 매년 수많은 신생업체들이 생겨났다.

다른 좋은 사업 아이템들도 많은데, 굳이 피자라는 고리타분한 아이템에 투자할 필요가 있을까?

또다시 투자자에게 거절을 당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마일로는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골든게이트에서 보낸 메일의 내용은 한국의 투자자가 투자의향이 있다는 것이었다.

마일로는 즉시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 * *

우리는 미팅룸에서 마일로의 프레젠테이션을 들었다. 맥스는 매장을 책임져야 했기에 한국에는 마일로 혼자 왔다.

현주 누나는 몇 가지 질문을 던졌고, 마일로는 열심히 대답했다. 

사업의 핵심은 간단했다. 

1. 필수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로봇이 피자를 만든다.

2. 배달 도중 도착 직전 오븐에 다시 구워 최적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온도로 고객에게 전달한다.

3.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주문량을 예측하고, 효율적인 배달 동선을 짠다.

4. 자동화로 인해 절감된 비용은 재료에 투자한다.

현재 미국 피자 시장 규모는 약 400억 달러 정도. 이 시장을 다이스 피자, 피자핫, 마마존스, 세 개 업체가 과반을 점유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디어가 괜찮음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받지 못한 것이다. 

현주 누나는 날 보며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

“누나는요?”

“시장 자체가 포화 상태인 데다가 프랜차이즈 대기업들의 장벽이 너무 높아.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면, 기존 업체들과 차별점이 있어야 하는데, 단지 배달 시간을 줄이고, 배달 도중 오븐에 굽는다는 것만으로는 어렵지 않을까?”

그러자 가만히 얘기를 듣던 택규가 말했다.

“대박 날 사업이네.”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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