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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91

114장 아고리스

아고리스.

팔린드 대륙에서 서쪽으로 나아가면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대륙이다.

이곳에는 악마와 인간이 대립하고 있다. 팔린드의 사람들이 마물과 싸우는 것처럼, 이곳의 사람들은 악마와 싸운다.

그리고 어느 날, 이 땅 위에 새로운 공포가 가벼운 발을 땅 위에 내려놓았다.

그건 인간에게 내려진 공포가 아니었다.

악마들을 향한 공포다.

저벅.

“안녕.”

보고에 따르면.

처음에 모습을 드러낸 검은 머리의 남자는 산뜻한 얼굴로 악마들에게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그의 등 뒤에는 검고, 아주 화려하고 커다란 날개가 있었다. 그렇기에 악마들은 그를 악마라고 믿었다.

……아니, 결과적으로 그 생각이 틀린 건 아니었다.

악마가 맞았지.

“바엘을 찾고 있어.”

아고리스의 악마들은 팔린드 대륙의 마물들과 달리 이 땅에 나라를 세웠다. 그것이 마물들과의 가장 큰 차이였다.

그래서 나라의 변방 끝, 해안가 마을에서 남자가 처음에 등장했을 때.

화려한 날개, 지옥의 왕을 아무런 존칭도 없이 부르는 모습.

악마들은 생각했다. 그들이 감히 건드릴 수 없는 고위의 악마로구나. 순순히 바엘의 위치를 가르쳐주자, 검은 머리의 남자는 산뜻한 미소 그대로 떠났다. 아무도 해치지 않고서.

저벅.

남자는 곧 어느 도시에서 발견되었다. 보고는 중구난방이었으나, 해안가에서 발견되었던 그 남자가 틀림 없었다.

검은 머리, 지나치게 화려한 날개, 그리고 입을 열면 그는 언제나,

─바엘을 찾고 있어.

이 때까지만 해도 악마들은 해안가 마을에서 악마들이 그러했듯 비슷한 생각을 했다. 바엘과 버금가는 고위의 악마. 그렇기에 악마들은 남자에게 순순히 말했다.

“바엘 님께서는 이 도시에 계시지 않습니다. 에드리움의 중앙으로 가시지요.”

그러자 남자는 말했다.

“에드리움이 뭔데?”

“……? 저희 나라의 이름입니다.”

아, 그렇구나. 남자는 그때 처음 알았다는 듯이 대답했고, 도시를 떠났다.

저벅, 저벅…….

남자는 점점 더 악마들의 나라, 에드리움의 중앙으로 향했다.

바엘에게 그 남자의 존재가 귀에 들어간 것이 바로 이때였다.

바엘은 그 어떤 악마와도 만날 약속을 하지 않았으며, 하물며 그에게 아무 존칭도 없이 함부로 지껄여대는 악마를 허락한 적이 없다.

바엘이 72악마 그 누구와도 인상착의가 일치하지 않음을 확인했을 때, 정체 불명의 검은 남자가 아주 건방진 짓을 해왔다는 것을 그제야 악마들은 알았다.

그리고 남자가 바엘이 있는 도시에 도착했을 때, 악마들은 그에게 무기를 겨누었다.

남자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처음에 해안가에 발을 들였던 산뜻한 얼굴로, 그는 묻는다.

─바엘을 찾고 있어.

그 말은 악마들에겐 이제 가당찮은 헛소리이며, 자신들의 왕을 함부로 부른 모욕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 그에게 순순히 대답해 줄 악마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오히려 자신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일제히 그를 향해 덤벼드는 악마들.

──이 날.

도시의 입구 앞에서 23명,

시내 중심부에서 137명,

성으로 향하는 언덕길에서 14명.

바엘이 거주하는 성문 앞에서 48명이 쓰러졌다.

저벅.

저벅.

저벅.

남자는 걸었다.

그 광경을 본 모든 악마들이 생각했다.

도망쳐.

한시라도 빨리 이 사태를 바엘 님께!

우리들의, 지옥의 왕에게!

그것은 싸움이 아니었으며, 학살도 아니었다.

남자는 싸우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죽이지 않았으며, 하물며 상처 하나 입히지도 않았다.

겁을 먹고 무기를 내려놓는 자, 도망치는 자, 벌벌 떠는 손으로 무기를 쥐고는 있으나, 바로 옆을 지나치는 남자를 그저 보고만 있던 자.

그 모두를 남자는 그대로 두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에드리움에 대체 무엇이 도래했는가.’

그래서 악마는 그를 두려워 했다.

어느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고, 그는 어느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는다.

그 궤적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가 없어, 악마는 왕에게 향한다.

남자는 하늘 위 그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들이 왕에게로 모이는 것을 보았다.

왕의 위치를 숨기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 애초에 그들은 왕을 숨기지 않는다.

그리하여 바엘은,

남자의 뜻대로, 악마 전체의 뜻대로.

그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성문 앞에 당도한 검은 남자를 내려다보고, 남자는 그 눈빛을 마주한다.

바엘을 확인하고서, 남자는 그저.

─찾았네.

라고만 했다.

* * *

포세이돈을 지나쳐 나아가고 약 3시간.

“──여기구나.”

그를 통과했을 때 예상했듯이, 얼마 안되어 대륙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해가 꽤 기울어 저녁의 모습을 비추고, 우리는 저 멀리 보이는 대륙을 확인했다.

멀리서 보이는 대륙의 윤곽에 감탄한 듯 멍하니 보고 있던 셀레나가 말했다.

“정말로 서쪽으로 나아갔을 뿐인데, 도착했군요.”

“섬을 찾는 게 아니었으니까.”

조그만 지역을 찾으려면 제대로 된 지도가 필요할 테지만, 아고리스는 대륙이다. 설령 조금 방향이 틀렸다해도 아고리스에 닿긴 했었겠지.

“그럼 어떻게 하죠? 여기서 바로 인간들이 사는 곳을 찾을까요?”

“음, 아니.”

나는 아랄드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일단 나 혼자 좀 보고 올 테니, 정박은 부탁할게. 며칠 걸릴지도 몰라. 식량은 충분하지?”

나는 그렇게 말한 뒤 흑천으로 등 뒤의 날개를 만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엘로디가 말했다.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정말로 악마 같아.”

……이거 흉보는 건 아니겠지?

순간 그런 걱정이 들었으나 역시 엘로디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진짜 악마들이 보아도…….”

“아.”

그 말에 나는 엘로디의 의중을 깨닫고 리리를 보았다.

“리아 리스. 이 날개가 있으면 악마를 속일 수 있지 않을까?”

거기서 리리가 으음, 하고 미간이 모였다.

“처음부터 날개를 펼치고 있다는 가정 하에, 그리고 너무 오랫동안 보이는 게 아니라면 속일 수 있을 거 같네. 악마들의 날개는 그들의 개성처럼 고위 등급이 될 수록 각자 모양이 달라지거든. 프론디어의 날개는 너무 화려한 느낌이 있지만.”

흑천이 처음 내 등 뒤에 날개처럼 붙은 건, 벨페고르에게 싸울 때였다.

내가 직접 만든 드래곤 하트를 먹고, 내 순수 마나와 헬하임의 마나를 전부 흑천에 쏟아부었을 때. 호수에 비견할 정도로 거대한 흑천을 전부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내 몸 전체를 덮고도 남은 것들이 등 뒤로 날개처럼 뻗은 것이다. 다만 당시에는 날개의 기능으로 사용한 건 아니었다. 그럴 여유가 없었지.

그때의 기억을 살려 히치콕 안에서 날개를 비행의 용도로 써먹었고, 지금까지도 잘 쓰고 있다.

“만들어낸 날개인 데다, 그저 고속으로 비행할 것만 생각하니까 좀 커졌지.”

흑천에 주입하는 마나의 양만큼 비행 속도가 빨라진다. 사실 이 원리는 새의 날개보다는 그냥 엔진 같은 거다.

흑천은 그 자체가 마나니까, 내 몸 전체를 날개의 모양으로 된 마나의 응집이 밀어내는 거다.

“눈에 띄긴 하지만 악마의 날개처럼 새까매. 그리고 화려하고 큰 날개를 가진 악마가 없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날개를 접거나 펼치는 모습을 본다면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악마의 날개는 그런 식으로 펴지진 않으니까.”

그야 그렇다. 흑천이 만들어내는 거니까. 악마의 날개와는 펼쳐지는 모습이 아예 다르다.

그리고 모양이 제각각이라지만 흑천의 재질은 너무 기묘하니까, 오랫동안 시선에 노출되어도 들킬 확률이 있다.

“그렇다면.”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나에겐 충분했다.

“어느 정도는 접근해도 괜찮겠어.”

“접근이라뇨?”

셀레나가 물었다.

굳이 숨길 이유가 없었기에 난 말했다.

“바엘에게 갈 거니까.”

* * *

그리고 시간이 흘러, 마침내 나는 어느 성문 앞에 도착했다.

성벽 위에는 한눈에 봐도 날개 달린 것들이 감시하고 있고, 조금 소란스럽게 공중 위를 날아다니는 몇 악마들이 보인다.

마치 악마들이 인간들의 지역을 이미 점령한 듯한 형상이나, 실은 그렇지 않다.

여기에 처음부터 인간은 없었다.

여기는 인간의 성이 아니다.

“찾았네.”

나는 저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바엘을 확인했다.

안타깝게도.

요란 떨지 않고 바엘을 만나려는 나의 계획은, 며칠 전부터 이미 망가졌었다.

나는 아고리스 대륙에서 바엘을 찾았다.

물론 이 거대한 땅에서 악마 하나를 찾는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바엘은 다르다. 그는 지옥의 왕이니까. 분명 이 나라에 모르는 악마가 없겠지.

내가 바엘을 찾기 위해서 악마들에게 얼마나 친절했는지, 아마 나를 만난 악마들은 모두가 공감해 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고리스에 있던 악마들은 원래 제국을 덮칠 생각이었으니, 최대한 가까운 동쪽 끝에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난 아고리스 악마들의 위치가 만곶과 비슷하리라 여겼다.

만곶이 서쪽 끝에 있었다면, 이들은 동쪽 끝에.

그리고 그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틀리진 않았는데.

‘악마들이 정말로 나라를 지었어.’

내가 굳이 찾을 것도 없이, 대륙의 동쪽 끝에는 악마들이 보였다.

그것도 말도 안되게 많았고, 말도 안되게 넓은 곳에서.

‘아랄드와 리리의 생각이 맞았네.’

아고리스에는 조디악이 없다.

실제로도 그렇고, 비유적인 의미로도 그렇다.

아고리스에는 조디악만큼의 강자가 없다. 이것은 바엘과 마르코와의 대화에서 알게 된 사실이다.

하지만 아고리스의 땅은 마물 대신 악마가 인간들과 싸우고 있다 들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악마들의 침공을 어떻게 막아냈고, 또 버텨왔을까?

여기 오기 전, 나는 본래 악마인 리리와 아랄드에게 이에 관한 조언을 들었다.

“바엘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봐야 알겠지만, 예측할 수 있는 건 두 가지.”

“바엘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봐야 알겠지만, 예측할 수 있는 건 두 가지.”

리리가 말했다.

“하나는 악마는 인간을 그렇게까지 증오하지는 않아. 딱히 좋아하지도 않지만.”

“눈만 마주치면 달려들어 죽이려 드는 마물에 비하면, 악마는 훨씬 얌전하다는 건가.”

마물은 인간을 향한 무조건적인 증오가 있다. 여기에 예외는 없다.

일반 마물이든 바깥의 마물이든, 그들은 더 강맹해지고 똑똑해지지만, 인간을 향한 적대심이 낮춰질 일은 없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기 목숨을 내던져서라도 인간을 죽이려 하고, 그 때문에 팔린드 대륙이 그만큼의 피를 흘린 것이다.

“아마 내 생각에, 아고리스에 있는 악마들은 자기들만의 나라를 이미 세웠을 거야.”

“그들은 사탄의 부하들처럼 기억을 잃은 게 아니니까.”

과거 제국을 침공하기 위해 아고리스에 모여든 악마들. 그들은 사탄의 게이트를 넘어온 악마들이지만 사탄의 부하는 아니다. 오히려 자기들을 남기고 게이트를 닫아버린 사탄에게 엄청난 적대심을 갖고 있을 터.

이미 집단인 그들은 기억을 잃은 제국의 악마들보다 아고리스에 정착하기 훨씬 쉬웠겠지.

“악마들도 바보는 아니야. 쓸데없는 피를 흘리고 싶진 않지. 악마가 자기 목숨의 우선 순위가 낮기는 해도, 종족 전체의 보존 의식이 없는 건 아니니까. 되도록이면 전쟁은 피하고 싶을 테지.”

“그럼 생각보다 아고리스의 인간들은 안전한 건가?”

내 질문에 아랄드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닐 겁니다.”

“왜지?”

“팔린드 대륙만큼의 위험은 물론 없겠지만, 인간들과 악마는 분명한 적대 관계일 겁니다. 리리 님께서 말씀하신 되도록 전쟁을 피하자는 생각은 임시적일 뿐입니다.”

“그 생각이 언제 바뀌는데?”

아랄드는 그 말에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물론, 그들이 인간을 멸망시킬 수 있다고 확신하는 순간이겠지요.”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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