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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91

< 서큐버스 (3) >

“어머··· 아니, 대모님.”

“편하게 불러도 된단다, 시아나. 여긴 공적인 자리가 아니니까.”

“···예, 어머님. 그런데 정말 괜찮으신 건가요? 어머님의 뜻이 곧 드림 워커 전체의 뜻이니 이견은 없습니다만, 혹 너무 성급하게 결정하신 건 아닌지···.”

마계답지 않은 화려한 장식품들이 가득한 개인실.

딸이 조심스럽게 꺼낸 말에 리리아나는 천천히 자신의 입가를 쓰다듬었다.

시아나가 왜 저런 말을 하는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리 헬라를 14대 마왕의 딸이자 자신의 조카로 인정했다고는 하나, 오늘 처음 본 데다 대화한 시간도 그리 길지 않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대뜸 충성을 맹세한다는 것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겠지.

“우후후, 아직 미숙하구나.”

“네?”

하지만 리리아나는 확신했다.

자신의 선택이 옳다는걸.

얼핏 보기엔 충동적으로 내린 결정 같았겠지만, 이건 지극히 냉정한 상태에서 모든 상황을 따져 보고 내린 결론이었다.

“그분은 그저 강한 힘을 지닌 악마족이 아니란다. 이미 어엿한 마왕이라고 할 수 있지.”

“···마왕이요? 하지만 그건···.”

악마족과 마왕.

그 간극은 단순히 지위의 고하로 나뉘는 신분이 아니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엘프와 하이 엘프처럼··· 아니, 그보다 더욱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게 바로 마왕이라는 ‘종족’이었다.

“후훗— 마계엔 와 본 적도 없는 존재가 탄생한 순간부터 마왕이라니. 나도 이런 일이 가능할 줄은 몰랐단다. 이게 바로 운명이란 거겠지. 마신의 뜻이기도 할 테고.”

마계에서도 손꼽히는 강자인 그녀였기에 느낄 수 있었다.

헬라를 처음 본 순간— 자신의 피가, 영혼이 그녀에게 맹렬히 끌리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상대의 매력만이 아닌 그 이상의 무언가가 개입했다는 증거였다.

“아, 그래서···!”

백작급 악마 시아나가 탄성을 내질렀다.

이제야 자신이 헬라 앞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던 이유를, 그 대단한 불사왕조차 그녀를 대등하게 인정하던 이유를 깨달은 것이다.

이제까지의 모든 마왕은 후천적으로 탄생하는 존재였다.

마계 구성원들의 인정을 받아 자격을 증명하고 정점에 오르는 순간 마신의 은총을 받아 마왕으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것.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인간 교단의 성녀와 비슷한 위치였지만, 권위는 물론 실질적인 무력까지 겸비한 만큼 완전히 같다고 볼 수는 없었다.

악마는 다른 종족들과는 달리 태생적으로 신앙심이란 게 워낙 부족하기도 했고.

‘물론 아직 정식으로 인정받지 못한 탓에 마왕으로서의 모든 권한을 얻은 건 아니겠지만.’

마계에서의 마왕은 미약하지만 나름의 신격까지 지닌 존재였다.

당연히 육체만 마왕이라고 전부가 아니었으니.

믿음이나 숭배가 아니라 공포나 증오라도 상관없었다.

추후 전면으로 나서서 어떤 식으로든 마계 구성원들의 인정을 받는다면 그때서야 진정한 마왕이 될 수 있을 터.

“하지만 아무리 순서가 거꾸로 되어 온전하지 않다 해도 마왕은 마왕이란다. 그것도 르레이에의 힘을 고스란히 계승한. 그런데 이런 기회를 그냥 놓칠 수는 없지 않니?”

그건 초월적인 직감에 의한 통찰이었다.

헬라를 따른다면 결국 자신들이 원하던 바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그분이라면 언젠가 반드시 이 마계의 정점에 오를 것이라고.

“그리고 또 한 가지. 우리에겐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단다.”

“아!”

이미 오랜 전쟁의 승기는 마룡 공작이 이끄는 ‘다크 네스트’에 완전히 기울어 있었다.

가장 호전적이었던 투마 공작의 파벌은 이미 완전히 무너져 그 휘하로 흡수되었고, 다른 두 공작 역시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채 하위 세력의 이탈을 막으며 근근이 버티는 게 전부였다.

“그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것도 이젠 한계란다. 이대로 가다간 머지않아 무너질 수밖에 없지. 그런 상황에서 변수가 되기에 충분한 마왕은 물론 퀸의 정수가 나타났으니···.”

뒤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는 듯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는 리리아나.

그런 모친의 말에 납득한 시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또한 헬라에게 호의를 가진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조직의 거취를 결정하는 일은 그것과 별개라고 생각했거늘.

“그래서 말인데, 시아나? 너는 지금 뭐 하고 있니?”

“네?”

그때, 묘한 표정으로 딸을 바라보던 리리아나가 한마디 툭 던졌다.

그리곤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한 시아나가 뭐라 답하기도 전에 재차 말을 이었다.

“내가 말했잖니? 우리에겐 남은 시간이 없다고.”

“예, 그러셨···.”

“그럼 빨리 가서 한 손이라도 거들어야 하지 않을까? 언제까지 그렇게 쉬고 있을 거니? 어미도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참 여유로워 보이는구나.”

리리아나의 손에는 헬라에게 충성을 맹세한 직후 하사받은 ‘서큐버스 퀸의 정수’가 들려있었다.

그녀에겐 어머니의 유품이나 다름없는 물건.

우우웅—

물론 지금은 효율적인 힘의 추출을 위해 마력으로 가공 중인 재료일 뿐이었다.

자신과 어머니는 물론 그 이전 대부터 줄곧 지켜왔던 드림 워커의 존속을 위해.

“아앗! 네! 알겠습니다, 대모님!”

그녀는 허둥지둥 밖으로 나가는 시아나의 뒷모습을 보고 피식 웃고는 다시 정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검은 바탕에 분홍빛이 감도는 기하학적인 다면체가 마력과 공명하며 은은한 기운을 흩뿌렸다.

오랜만에 만난 딸을 자상하게 감싸 안듯.

긴 시간을 고군분투하며 훌륭하게 고향을 지켜온 대모를 칭찬하듯.

***

드림 워커의 합류 이후 세력의 확장 속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비록 지금은 강대한 파벌들 사이에 끼어 눈칫밥을 먹는 신세라곤 하지만, 명색이 전대 마왕을 배출한 명문이자 현 후작급 강자가 지도자로 있는 집단이다.

당장 어느 파벌에 전향하더라도 성대한 환영을 받을 수 있는 만큼, 그들이 작정하고 판을 짜자 그동안 접근하기 힘들었던 고위 악마들과 접선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좋아, 이 정도면 마계의 각계각층에 전부 뿌리내렸다고 봐도 되겠어.’

가장 커다란 세력인 마룡 공작의 ‘다크 네스트’와 그곳에 흡수된 투마 공작의 ‘버닝 인페르노’.

자존심을 접고 서로 연계하며 버티고 있는 흑암 공작의 ‘데모니악’과 괴랑 공작의 ‘어브노말’, 그리고 그 외의 군소 파벌들까지.

지금은 모두 속내를 숨기고 기존 방침대로 움직이고 있었으나, 헬라의 명령만 떨어진다면 언제든 들고 일어날 수 있도록 수면 아래에서는 연신 바쁜 조율이 오갔다.

하지만 그렇게 덩치가 커질수록 자연스럽게 보안 수준은 떨어지기 마련.

결국 이 비밀스러운 움직임도 언젠가는 외부에 발각될 수밖에 없었다.

“파르마와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정보에 따르면 갑자기 들이닥친 다크 네스트의 정예 부대가 간부들을 모조리 잡아갔다고···.”

“킬라운도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행히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자마자 몸을 사린 덕분에 증거가 남진 않았지만, 이미 특정이라도 한 것처럼 작정하고 물고 늘어지고 있답니다.”

조직의 수장과 간부들을 모조리 회유했어도 그들만으로 전체를 다 통제하는 데엔 한계가 있었다.

한창 전쟁을 치르고 있는 군주들에게도 휘하의 동향은 민감한 사항이었으니, 사실 이 정도까지 버틴 것만 해도 충분히 선방한 셈이었다.

“으음, 아쉽네. 좀 더 잡아먹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래도 막상 그때가 다가오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상황실에서 들려오는 나쁜 소식에 헬라가 투덜거리자 비서처럼 옆에 붙어있던 시아나가 첨언했다.

“다른 이들도 바보가 아니니까 말이죠. 그래도 성과는 나쁘지 않습니다. 이만하면 다크 네스트는 몰라도 다른 공작의 파벌은 정면으로 상대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 다른 공작 둘이 힘을 합쳐도 다크 네스트 하나를 당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별로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하물며 그것조차 자신이 야금야금 갉아먹어서 약해진 상태를 상정한 것이지 않은가?

이대로 가다간 언제 그들을 전부 굴복시킬 수 있을지 기약이 없었다.

“···흐흠, 이거 어쩔 수 없네.”

턱에 손을 괴고 고민에 빠져있던 헬라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를 결심한 듯 단호한 표정으로.

그에 시아나가 불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 헬라 님? 혹시 무슨 생각이신지 여쭤봐도···.”

“후훗, 이런 상황에서 쓸 방법은 하나밖에 없잖아?”

헬라가 싱긋 웃었다.

그 미소는 한순간에 주변을 환하게 밝힐 정도로 화사했으나, 그 고운 목소리에 담긴 뜻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실력 행사지.”

금방이라도 피가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서늘함.

그리곤 스르륵 자리에서 일어나 침을 꿀꺽 삼키는 시아나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사실 되도록 기회를 살피다 어부지리를 노리는 게 베스트겠지만, 이미 이쪽의 존재가 들통난 이상 계속 숨어만 있을 수는 없었다.

지금 그들의 존재는 갑자기 굴러들어 온 미지 그 자체.

한창 우세를 점하고 있는 다크 네스트는 물론이고 다른 파벌도 자신들의 힘을 갉아먹는 변수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놈들이 방심하고 있을 때 먼저 치고 들어가는 게 나아. 비수는 드러나지 않았을 때야말로 진가를 발휘하는 법이니.’

아직 이쪽으로 전향한 인사들이 모두 밝혀진 건 아니었다.

이참에 자기가 직접 나서서 시선을 끈다면 그들에게 좀 더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 터.

그 잠깐의 틈이 편하게 일을 끝낼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뭐, 그리고 사실 세력은 이정도만 돼도 충분하니까. 이 일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는 것도 그렇고.’

음흉하게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사뿐사뿐 걸음을 옮기는 헬라의 발걸음마다 새카만 마력이 꽃처럼 피어올랐다.

그것을 신호로 하나둘 그녀의 뒤로 따라붙는 정예 악마들.

각지에 자리 잡은 세력과는 별개로 즉시 동원을 위해 소집되어 있던 전력이었다.

“흐흥~ 여기서 제일 가까운 게 어디라고 했더라?”

드림 워커의 터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세력.

즉, 가장 오랫동안 그들을 괴롭혀 온 파벌.

“···어브노말입니다, 헬라 님.”

“그래, 거기였지? 공작 중 하나인 괴랑이라는 녀석이 이끄는.”

“네, 그런데··· 정말 거길 먼저 치시려고요?”

기본 능력 자체가 워낙 압도적인 데다 마법에도 능통한 악마들이니만큼 인간의 전쟁과는 달리 거리 제약이 크지 않은 편이었으나, 그래도 근처에 있다면 한 번이라도 더 시선이 가기 마련이었다.

다크 네스트가 득세한 요즘엔 잠잠해지긴 했지만, 그전까진 어브노말이 오랜 세월 드림 워커의 피를 말린 일등 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나랑 큰 상관없긴 한데···. 이참에 부하들의 원한을 풀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사실 지금 전황을 생각하면 나머지 두 공작의 파벌과 함께 다크 네스트부터 치는 게 가장 합리적이었지만.

그녀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이것도 나름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었으니까.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한 기습의 이점은 지금뿐이야. 그 기회를 덩치 큰 다크 네스트의 쫄들에게 허비하는 것보다 공작 하나를 잡아먹고 그 세력을 통째로 흡수하는 게 훨씬 낫지!’

자신만만한 헬라의 발걸음이 멈췄다.

병력의 운송을 위한 이동 마법진들이 늘어서 있는 중요 시설.

일부러 신호를 주며 천천히 움직여서인지 이미 이곳엔 수많은 전투원이 집결한 채 정렬해 있었다.

머리끝까지 사기가 충천한 채 열의가 담긴 시선으로 그녀만을 바라보는 충성스러운 병사들.

가만히 그들을 훑어보던 헬라가 씨익 미소 지으며 맑은 목소리로 외쳤다.

“드디어 출진이다! 내 뒤만 잘 따라오라고, 아가들아! 속전속결로 끝낸다!”

“우오오오—!”

“헬라! 헬라! 헬라!”

마왕 헬라의 본격적인 마계 데뷔전이었다.

***

마계에서도 단 넷뿐인··· 아니, 이젠 셋만 남은 공작 중 하나인 괴랑 공작 시파르.

[뭣? 드림 워커가?]

눈가에 상처가 난 흉악한 마수의 얼굴을 일그러뜨린 그가 고개를 기울이자 풍성한 갈기가 흔들렸다.

[크르릉— 놈들이 미친 건가?]

뒤를 이어 비늘에 뒤덮이고 멧돼지처럼 어금니가 솟아오른 머리가 으르렁거렸으며.

[내 이럴 줄 알았다! 진즉에 놈들부터 쓸어버렸어야 하는데!]

화상으로 일그러진 피부에 뒤틀린 이목구비를 가진 야수가 거칠게 포효했다.

쿠르르릉—

거대한 짐승— 삼두견 케르베로스가 몸을 일으키자 공기가 진동했다.

체고만 10미터에 가까운 거대한 몸체.

기다란 뱀으로 이루어진 꼬리가 연신 혀를 날름거리며 꿈틀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파르는 그쪽 일은 부하들에게 맡기고 다시 관심을 돌렸다.

어브노말이 드림 워커에 대한 공격을 멈춘 것은 결코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애초에 다른 파벌의 견제가 없었다면 놈들을 정리하는 데 얼마 걸리지도 않았을 터.

지금은 그 잔챙이들을 상대하는 것보다 다크 네스트 쪽이 더 중요했다.

“공작님! 탈라브가 무너졌습니다!”

“사방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다크 네스트와의 전장에 발이 묶여 도저히 지원을 보낼 수가···!”

“중앙 관문을 지키던 갈락 놈이 변절했습니다! 그곳을 통해 드림 워커 놈들이 빠르게 진격하고 있습니다, 공작님!”

그러나 상황은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도저히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연달아 들려오는 패전 소식.

아무리 다크 네스트와의 전장에 대부분의 역량을 투자하고 있었다고 한들 이 속도는 명백히 상정 밖이었다.

‘대체 무슨 수를 쓴 거지? 리리아나 그 멍청한 몽마에게 이런 능력이 있을 리가 없는데?’

최근 놈들이 파벌을 막론하고 수많은 하위 세력에게 손을 뻗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과연 천박한 놈들다운 짓을 한다며 코웃음 치는 한편 그에 대해 조사할 것을 명해 두지 않았던가?

‘아니, 이건 단순히 세력 좀 끌어모은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자신의 휘하에 있는 악마들은 고작 머릿수에 밀릴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분명 뭔가가 더 있었다.

자신이 알지 못한 무언가가.

그렇게 꼬리의 뱀까지 더해 네 개의 머리가 열심히 두뇌를 굴려 대응 방법을 모색하고 있을 때.

“공작님! 놈들이···!”

콰아아앙—!

그가 머무르고 있던 동굴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들려왔다.

그에 더해 아스라이 흘러드는 전장의 향기까지.

드림 워커의 군세가 어느새 이곳까지 쳐들어온 것이다.

[허어···?!]

다수의 머리들이 어이없다는 듯 일제히 헛바람을 토했다.

지금 일어난 일이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바로, 놈들이 처음부터 자신을 노리고 있었다는 것.

마계의 전쟁에서는 공간 이동을 이용한 후방 침투를 막기 위해 자신들이 점거한 지역에 일정 방향으로만 이동할 수 있는 관문을 설치한다.

그런데 지금의 이 공격은 오직 이쪽으로 통하는 관문들만을 최단 거리로 돌파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속도였다.

물론 그것만 해도 충분히 대단하긴 했지만—.

[프흐흐흐··· 이거 어이가 없구나.]

[크르릉— 우습게 보였군.]

[살육! 키하하핫! 살육의 시간이다!]

콰앙—!

굉음과 함께 시파르의 거대한 몸이 소란이 들려오는 곳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가 이곳에 처박혀 있던 이유는 결코 겁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그저 어브노말 최고의 전력인 자신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다른 공작의 출현이나 위태로운 전장에 대응하고자 중심부에서 대기하고 있었을 뿐.

[그런데 제 발로 이곳에 찾아오다니!]

분기탱천한 그가 전장에 도달한 것은 찰나에 불과했다.

다양한 악마들이 뒤엉켜 혼란의 도가니가 된 어브노말의 본거지.

[······!]

그러나 현장에 도착한 순간.

시파르의 몸이 일순 멈칫했다.

이곳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했던 그가 저도 모르게 전신의 털을 잔뜩 곤두세우고 한 방향을 노려보았다.

그곳에, 그의 본능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케르베로스? 잠깐, 그거 개 아냐? 그런데 왜 괴견(怪犬)이 아니라 괴랑(怪狼)이야?”

시파르의 역린을 건드리는 건방진 여자 하나와.

“카하하하하!”

그녀를 등에 태운 채,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는 네발의 괴생물체 하나였다.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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